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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시행인가에 없는 조건 안 지켜도 관리처분인가 거부 안 돼”
한옥에 발목 잡혔던 옥인1구역 재개발,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기사회생’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3-08-13 15:24:24 · 공유일 : 2014-06-10 10:21:34
[아유경제=정훈 기자] 행정청이 사업시행인가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은 조건을 준수치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옥인1구역 재개발조합이 관할 종로구청(장)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인가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선고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종로구청(장)이 지난 5월 27일 옥인1구역 조합에 대해 내린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한옥의 보존이냐 철거냐를 놓고 벌어진 구청 등과의 갈등으로 표류하던 옥인1구역 재개발사업은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게 됐다.
이번 판결은 `사업시행인가의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치 않는 경우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지 않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을 거의 인용한 것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일선 조합들에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옥인1구역 조합은 2009년 9월 종로구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해 그해 1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번 판결과 관련한 주요 인가 조건은 구역 내 건물은 한옥을 포함해 모두 철거하는 것을 전제로 `전통 한옥에 대해서는 착공신고 전까지 실측조사 및 이전복원에 대한 계획을 종로구 및 서울시에 제출 후 협의하는 것` 정도에 불과했다.
이후 조합은 2011년 6월 21일 종로구에 위 사업시행인가에 맞춰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종로구는 갑자기 한옥을 보존해야 한다며 해당 보존에 필요한 비용 및 토지의 제공을 조합에 요구했고, 조합이 이를 수용치 않자 갖가지 사유를 들며 수차례 인가 처분을 미뤘다.
처리 기한을 미루던 종로구는 지난해 3월 30일 조합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을 반려했다. 당시 구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사유는 크게 2가지. ▲구가 사업시행인가 시 무상 양도 처리한 국·공유지가 유상 양도 대상임을 통보한 뒤 관련 서류를 보완하라고 조합에 요구했으나 이를 이행치 않은 점 ▲`한옥 보존 문제를 관리처분인가 전까지 협의 완료 후 인가 처리 등을 이행하라`는 서울시 요청에 의거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상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옥인1구역 조합은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옥 문제에 대한 판단을 받기도 전에 다른 행정소송에서 사업시행인가 시 무상 양도됐던 국·공유지를 조합이 유상 매입하는 것으로 변경한 종로구의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지자 옥인1구역 조합은 이를 수용하는 대신 한옥 부분만을 쟁점으로 남긴 채 다시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사업시행계획은 정비사업 시행 위한 일체의 포괄적 계획
이에 없는 조건 불이행이 관리처분인가 거부 사유 안 돼

그러나 조합이 지난 4월 29일 국·공유지를 유상 매입키로 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 종로구에 신청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는 지난 5월 27일 또다시 반려됐다.
이에 조합은 사업시행인가의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을 요구해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내주지 않는 것은 신뢰 보호 원칙에 반한다며 청구 취지를 변경했다.
특히 사업시행인가가 구역 내 한옥의 철거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한옥의 보전 방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한 관리처분계획 인가 반려 처분은 조합에 새로운 부관(附款)을 강요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로구는 사업시행인가 조건에 한옥의 보전 방안 협의도 포함됐고, 구역 내 일부 한옥은 보전 필요성이 인정되는데도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행정처분은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 등을 종합해 볼 때 `사업시행계획`이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해 필요한 일체의 계획을 포괄하는 것인데 비해 `관리처분계획`은 사업시행계획을 바탕으로 정비구역 내 새로 조성된 토지 및 축조된 건축물에 대한 권리로 변환시켜 배분하는 일련의 계획을 의미한다"며 "따라서 행정청이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단계에서 사업시행인가의 조건에 포함되지 않은 조건을 준수치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에는 ▲2007년 12월 이뤄진 정비구역지정 고시가 옥인1구역 내 기존 건축물은 한옥을 포함해 모두 철거토록 한 점 ▲2009년 11월 사업시행인가 내용이 구역 내 기존 건축물은 한옥을 포함해 모두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신축토록 한 점 ▲사업시행인가 조건에서 조합이 구역 내 한옥의 `실측조사`와 `이전복원`에 관한 계획을 구청에 제출하고 협의토록 했으나, 이 역시 한옥을 그 자리에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은 점 ▲한옥 보전을 위해서는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후 관리처분계획을 재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종로구가 사업시행인가의 적법성을 주장해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점 등이 이유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재판에서 원고의 승소를 이끈 중원종합법률사무소의 강영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행정청이 한옥 보존 등을 이유로 자신이 행한 선행 처분의 내용과 다르게 정비사업을 변경하려고 해도 적법한 절차 준수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 없이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면서 "아울러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옥을 보존한다는 목적으로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의 행정처분을 변경키 위한 관리처분인가 거부라 해도 아무런 절차 준수나 재산권 보상 없이 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점도 법원이 인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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