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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서면결의서의 ‘두 얼굴’
의결권 지키는 ‘보루’ vs 의사 왜곡하는 ‘교두보’…업계는 지속적 보완 촉구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3-08-13 15:41:03 · 공유일 : 2014-06-10 10:21:40


[아유경제=정훈 기자] 정비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 서면결의서와 관련한 논쟁은 해묵은 과제다. 한쪽에서는 서면결의서가 토지등소유자·조합원의 의결권을 지키는 `보루`로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독단과 전횡을 일삼는 일부 사업시행자가 다수의 의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는 `교두보`로 악용한다며 비판한다.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도 서면결의(서)를 바라보는 절대 명제가 하나 있다.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서면결의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의 많고 적음과 별개로 총회에서 서면결의서 없이 의사·의결정족수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A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법이 명시한 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이 10~20% 이상이라 굳이 이 비율을 넘어서 직접 참석을 독려하는 조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결국엔 `과반수`란 참석 비율을 맞추기 위해 서면결의서를 징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조합원 수가 1000명인 조합이 총회를 열어 특정 안건을 처리하는 데 `조합원 과반수 참석, 참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고 하자. 직접 참석한 조합원이 100명이라고 하면, 의사정족수 501명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서면결의서 401장이 필요하다. 직접 참석 비율이 20% 이상인 총회라 하더라도 301장은 서면결의서로 의결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건 처리에 필요한 만큼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이 직접 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실에선 법정 직접 참석 비율을 채우기에도 급급한 만큼 서면결의서의 존폐를 따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서면결의(서)로 인한 폐단도 만만치 않다는 데 이견은 없다. 가장 큰 논란은 서면결의서 위·변조로 인한 의결권 왜곡이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구 S재개발 구역, 서대문구 K재개발 구역 등도 이와 관련된 분쟁으로 몸살을 않은 전례가 있다.
또 올해 초 인천 A재개발 구역에서는 조합 설립을 위해 서면결의서를 조작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대표가 입건되기도 했다. 서면결의(서) 조작이 드러나면서 해당 조합의 설립은 취소됐다.
위·변조까진 아니어도 이른바 OS를 동원해 특정 안건의 찬반 여부를 사전에 결정해 버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 왔다.
특히 서울 B재개발 구역에서는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한 안건이 서면결의서 개표 후 뒤집어져 의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해당 구역은 조합과 이른바 비대위 간 법정 공방으로 사업 추진에 심각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서울 K재건축 구역에서는 추진위원장 선거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져 파행을 겪기도 했다. 이곳은 지난해 4월 추진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한 총회에서 2명의 입후보자 모두 과반 득표를 하지 못했다. 현 위원장은 서면결의에서, 다른 후보는 직접 참석 결의에서 각각 압도적인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총회장은 개표 결과에 불만을 품은 직접 참석자들의 훼방으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서면결의(서)의 부작용을 놓고 업계 역시 오랫동안 대책을 강구해 왔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제81조제1항에 의거해 서면결의서를 공개토록 한 점이나 동법 제86조제6호에 따라 공개를 거부한 추진위원장 또는 조합 임원을 처벌토록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해당 법 조항에서 말하는 공개 대상에 서면결의서가 포함되느냐를 놓고 이견이 있지만 현재는 이를 통해 서면결의서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돼 있는 상태다.
서울시, 10월부터 서면결의서 클린업시스템에 전면 공개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도 서면결의서의 `그림자`를 줄이기 위한 칼을 빼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6일 추진위·조합의 서면결의서를 오는 10월부터 클린업시스템상에 전면 공개키로 했다. 이 역시 총회에서 서면결의(서)로 의결된 사안을 신뢰하지 못해 생겨난 `분쟁 발생-사업 지연-비용 증가-분쟁 발생`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서면결의서를 통한 의결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전면 공개를 통한 위·변조 방지가 정비사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도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에 따르면, 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을 규정한 지난 2009년 2월 이후 개최된 186개 조합 등의 총회에서 서면결의 비율은 79.4%에 달한다. 직접 참석을 통한 결의 비율은 13.4%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12년 2월 `조합창립총회와 사업시행계획(서) 및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의 직접 참석 비율을 조합원의 20% 이상`으로 도시정비법 제24조제5항이 개정된 이후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참석 비율이 20% 이상인 총회가 제한적인 데다 지난해 2월 이후는 이미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든 시기라 총회 자체도 많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정 비율 이상으로 직접 참석 비율을 끌어올릴 동인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서면결의에 의해 정비사업이 좌지우지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시 조치가 시행되는 10월부터는 모든 조합원이 온라인을 통해 총회의 참석자 명부와 속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서면결의서로 의사표시를 한 당사자는 본인의 의사가 위·변조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인 정보 보호법과 의사 표현에 따른 부당 침해 방지를 위해 온라인에서는 서면결의 당사자만 열람이 가능하다.
조합원이 다른 조합원의 서면결의서를 보고자 할 경우, 사용 목적을 기재한 서면을 조합에 제출해 해당 서면결의서를 열람·복사하면 된다. 이때 정보를 제공 받은 자가 사용 목적 외의 용도로 자료를 활용하게 되면 개인 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벌 받는다.
아울러 서울시는 서면결의서 위·변조 방지책으로 서면결의서 표준 서식도 마련해 공개할 방침이다. 현재는 이를 조합 정관 등에 위임하고 있다.
때문에 서면결의서를 서면동의서와 같이 `토지등소유자가 지장 및 자필 서명`토록 하고, 서면결의서 공개 요청 시 이름과 주소 등 개인 정보가 공개된다는 사실을 사전 통지할 계획이다.
한편, 서면결의서 위·변조를 막기 위한 법 제정도 추진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협의해 법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내비췄기 때문이다. 총회의 직접 참석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서면결의서도 법정 서식화해 지장·자필 서명토록 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총회의 본래 취지가 의결권자의 직접 참석을 통한 정확한 의사표시인 만큼 직접 참석 비율을 높이는 제도 정비의 방향은 옳다"면서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비사업에 몸담고 있는 이해관계인 모두의 인식 전환이 아닐까 싶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서면결의서 위·변조가 사업시행의 지름길이라는 생각보다는 그것이 종국에 해당 사업을 망치는 가시밭길이 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관계 법령에 대한 교육·홍보 등을 통해 서면결의서 위·변조가 엄연한 범죄이며, 그러한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제처 "서면결의서는 정보공개 대상이며 이름ㆍ주소 공개 가능"

서면결의서와 관련된 논쟁은 끝이 없다. 법제처가 서면결의서를 공개 대상이라고 해석한 후에도 일선 조합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법제처는 지난 2011년 9월 "도시정비법 제81조에서 조합 총회 등의 의사록을 정보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하며 "서면결의서는 불가피한 사유로 총회에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조합원 등이 안건에 대한 의사표시를 서면으로 한 것이므로 의사록의 일부 또는 적어도 의사록과 관련된 자료"라고 못 박았다(법제처 2011. 9. 1 회신 11-0324 해석례). 이후 대부분의 행정청이 이를 인용하면서 논쟁은 일단락됐다.
이러한 법제처 해석 후에는 서면결의서 공개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서면결의서를 공개하는 이유가 해당 결의서를 작성자가 실제 작성했느냐 여부를 가리기 위함인데 작성자의 이름 등을 제외한 채 공개하면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만 해도 도시정비법 시행규칙 제22조제1항에 따라 개인 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제외한 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2월 도시정비법 제81조제3항이 개정되고 이에 맞춰 같은 해 8월 시행규칙 제22조제1항도 개정되면서 이름과 주소는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서면결의서 공개 방법에 대해 법제처에 질의했고, 그 회신 내용을 지난 7월 30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서면결의서를 공개할 때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한 이름·주소는 공개할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법제처는 "도시정비법 제81조제3항에 따르면, 동조 제1항과 제6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복사 등을 하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또 입법 취지를 살피면서 "서면결의서가 진정하게 작성됐는지 여부는 서면결의서 제출자의 이름·주소를 확인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는 의도로 보이므로 서면결의서를 공개함에 있어 이름·주소는 공개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역시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서면결의서상의 이름·주소가 공개됨으로써 이를 제출한 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제처 역시 이에 대해서는 "개인 정보 보호법 제18조제2항에 따라 정보주체의 동의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더라도 정보주체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으면 개인 정보의 공개가 제한된다"면서도 "서면결의서에 포함된 이름과 주소를 공개함으로써 이를 제출한 조합원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의 문제는 별론"이라고 밝혔다.

※ 도시정비법 제81조제1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조합의 경우 조합 임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소유자가 단독으로 시행하는 경우 그 대표자)는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서류 및 관련 자료가 작성되거나 변경된 후 15일 이내에 이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 또는 세입자가 알 수 있도록 인터넷과 그 밖의 방법을 병행해 공개해야 한다`며 그 3호에 `추진위원회·주민총회·조합총회 및 조합의 이사회·대의원회의 의사록`을 명시하고 있다.
※ 도시정비법 제81조제3항은 `추진위원장 또는 사업시행자는 제1항 및 제6항에 따라 공개 및 열람·복사 등을 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공개해야 하며, 그 밖의 공개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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