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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정비사업, 활로 찾기에 ‘안간힘’
“지금은 생존이 우선”…덜 남기더라도 리스크 최소화에 ‘총력’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3-08-13 15:49:56 · 공유일 : 2014-06-10 10:21:41


[아유경제=정훈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재정비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강남 재건축도 맥을 못 출 정도로 체감 경기는 `최악`이다. 사업시행자인 조합도, 시공자인 건설사도 너도나도 `죽는소리`다.
이에 본보는 위기에 빠진 정비사업 현황과 개별 사업장별로 `활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을 파악해,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진단해 보았다.

대형은 `No` 중소형은 `Yes`… 다운사이징은 `생존전략`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대형 아파트로 `갈아타기`를 꿈꾸던 것은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울 적` 얘기가 됐다. 일반분양은커녕 조합원분양에서부터 대형은 `찬밥` 신세다.
분양 실패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 중대형 중심의 사업계획대로 공사에 들어가는 사업장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많은 정비사업장들이 설계 변경 등을 통해 대형을 줄이거나 없애는 대신 그 자리를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로 채우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7구역(재개발)은 지난달(7월) 25일 총 세대수를 269가구에서 318가구로 늘리되, 85㎡ 이상은 27가구(10%)에서 2가구(0.6%)로 대폭 줄였다. ▲마포구 아현2구역(재건축)도 최근 전체 1400여 가구 중 85㎡ 이상 물량을 기존 3.4% 수준에서 0.5%로 줄여 8가구만 공급할 계획이다. ▲성북구 장위1구역(재개발) 역시 85㎡ 이상 물량을 당초 264가구에서 27가구로 줄이는 대신 60~85㎡를 43%에서 59%로, 60㎡ 이하를 22%에서 37%로 늘리기로 했다.
이러한 `다운사이징` 현상은 최근에 생겨난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여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서울만 해도 2012년 5월 이후 ▲서초구 신반포6차(재건축·전용 60㎡ 미만 0%→20.1%) ▲은평구 불광5구역(재개발)을 시작으로 ▲서초구 방배3구역(재건축·전용 60㎡ 미만 0%→20.7%) ▲동대문구 장안연립(재건축·85㎡ 초과 17.1%→7.5%) ▲영등포구 신길14구역(재개발·85㎡ 초과 29.7%→15.9%) ▲마포구 염리2구역(재개발) ▲서대문구 홍은13구역(재개발) ▲서대문구 북아현1-3구역(재개발) ▲성동구 금호15구역(재개발) ▲동작구 흑석3구역(재개발·85㎡ 이상 19.1%→1.94%)등이 대형을 줄이거나 중소형 및 전체 세대수를 대거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해 심지어 지방에서까지 사업 방식에 상관없이 대형은 줄이되 중소형은 대거 늘리는 방향으로 궤도 수정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미분양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동시에 면적 소형화와 유형 쪼개기를 통해 늘어난 세대수만큼 추가 분양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중대형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짓지 않는 곳도 생겨났다. ▲서울 성북구 보문3구역(재개발)은 당초 125가구로 예정됐던 85㎡ 초과 물량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60㎡ 이하 383가구를 650가구로 늘리는 등 공급량 전체(1186가구)를 85㎡ 이하로 채웠다. ▲성북구 길음3구역(재개발)도 당초 100여 가구로 계획했던 중대형 물량을 없애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을 중소형 확충에 썼다.
이처럼 `다운사이징`을 통해 중소형 물량을 늘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보인다. 한때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몸부림이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분양시장에 공급된 아파트의 80% 이상이 중소형인 만큼, 분양 성공을 위해서는 `다운사이징`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며 "사업시행자나 건설사 처지에서도 미분양으로 인해 손실을 보느니 덜 남기더라도 위험 부담을 조기에 덜어내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만큼 `다운사이징`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파트를 오피스텔로?!… "부분임대 싫다? 옛말!"

`다운사이징`이 생존을 위한 기본 선택지라면 아파트를 오피스텔로 바꾸거나 부분임대를 신축하는 것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간 `고육책`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로제3구역제3지구 재개발조합은 아파트 공급량을 줄이는 대신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내용의 새 정비계획을 마련했다.
재개발사업에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을 짓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당 조합은 기존 토지이용계획을 수정해 공동주택부지와 판매시설부지를 줄이되 여기서 확보한 부지에 주상복합을 공급키로 했다. 주상복합은 오피스텔 280실과 아파트 104가구로 구성된다. 조합은 또 당초 전체 공급량의 절반 이상으로 계획했던 85㎡ 초과 아파트를 104가구로 줄이면서 나머지 물량을 모두 85㎡ 이하로 공급할 예정이다.
이는 서울시가 지난 4월 뉴타운·재개발 구역의 비주거시설에 총면적의 10%까지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조치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까지는 상가로 분양되는 비주거시설에 준주거시설에 해당하는 오피스텔을 지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주민 합의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는 뉴타운·재개발 구역에서 상가 미분양 위험을 줄여주기로 함에 따라 마포로제3구역제3지구 사례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부분임대를 신축하는 것도 `돌파구`의 일환으로 꼽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분임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장의 시선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재개발·재건축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통용되던 몇 해 전에는 작고 낡은 집을 헐고 넓은 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을 기다려 분양 받은 새집의 일부를 빌려 주는 부분임대 방식은 우리 풍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K재건축 구역만 하더라도 부분임대를 도입하려는 조합과 이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충돌해 한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로 세입자를 구하기 쉬워진 데다 임대시장의 무게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면서 부분임대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부각된 것.
롯데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용두4구역(재개발)에 114㎡짜리 부분임대 아파트 22가구를 선보인다.
삼성물산은 서울 마포구 현석2구역(재개발)에 전용면적 84㎡에 부분임대 아파트를 공급한다. 한 채를 둘로 나눠 1~2인 가구 두 집이 살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흑석3구역에 업계 최초로 `더블 임대수익형 평면`을 적용할 계획이다. 114㎡짜리 부분임대 아파트를 3개 가구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도록 설계해 임대수익을 2배로 높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지역주택조합 주택법 개정돼 덩달아 관심 ↑

재개발·재건축이 `돈 버는` 재테크 수단에서 `돈 먹는`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기존 정비사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주택조합이다.
지역주택조합이란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택을 마련키 위해 설립한 조합이다. 무주택자나 전용 60㎡ 이하 1채 소유자를 조합원으로 모집해 조합을 결성, 조합비로 사업을 진행한다. 사업비가 절감돼 이를 통한 분양가 낮추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주택법 등에 따라 ▲조합원의 자격 ▲국·공유지 확보 등에 제한을 받는다. 또 조합원 모집에 차질을 빚게 되면 사업이 지연되고 최악의 경우엔 계약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이 때문에 최근까지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에서 제한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지역주택조합이 매입한 토지에 국·공유지가 5% 넘게 포함돼 있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 또 조합원 거주 요건도 동일 시·군에 한정돼 조합원 모집에 제약이 따랐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해당 토지관리청으로부터 5% 초과분을 양여하겠다는 확인서를 받아 사업계획승인권자에게 제출하면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조합원 거주 요건도 시·도 광역생활권 단위로 확대됐다.
`족쇄`는 풀리고 `날개`까지 단 격으로, 지역주택조합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멍석`이 마련된 셈이다.
이에 따라 실제로 조합원을 모집 중이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지역주택조합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청계지역주택조합은 `청계 브라운스톤`의 조합원을 모집 중이다. 동작구 상도동약수터지역주택조합(가칭)도 3.3㎡당 1400만 원대의 분양가를 앞세워 `상도 서희스타힐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경기 오산 `이시티 오산(가칭)`, 부산 `연산 서희스타힐스`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지역주택조합사업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처럼 정비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업계는 나름대로 다양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업시행자는 시공자와 협의해 분양가를 낮추고, 이른바 비대위와 합의해 설계 변경을 꾀하는 조합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는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실태조사가 끝나는 오는 12월 이후를 고비로 보고 그 이후를 바라봐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내 571개 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연말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만큼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며 "옥석 가리기가 이뤄져도 매몰비용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테고 전국적으로 출구전략을 진행 중인 곳도 상당수라 시장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시절만 생각하고 무리하게 이익을 남기려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지금은 각 사업주체가 조금씩 양보해 조금만 남기더라도 다 같이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7월부터 308개 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이 가운데 138곳의 조사를 끝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전체 조사 대상 571곳(추진주체 없는 곳 266개, 추진주체 있는 곳 305개) 중 나머지 170개 구역은 올해 말까지 모두 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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