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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다시 뛰다!
repoter : 민수진 기자 ( vkdnejekdl@naver.com ) 등록일 : 2016-12-02 14:08:07 · 공유일 : 2016-12-04 13:03:15


`내력벽 철거`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리모델링 단지들이 정부가 철거 허용 결정을 차기 정부로 유보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 사업 정상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 일선 조합들에 의해 리모델링업계에 다시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책 혼선`ㆍ`지진`ㆍ`비관론`… 3材에 `꽁꽁`

세대수 증가형 또는 증축형 리모델링을 중심으로 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던 리모델링업계에 한파가 찾아온 것은 `내력벽 철거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정부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데서 비롯됐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장관 강호인ㆍ이하 국토부)는 내력벽 철거 허용을 위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에 따라 말뚝 기초(지반이 약한 땅에 말뚝을 박아 만든 기초)에 하중이 가중돼 발생하는 안정성 문제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되나 일각에서는 정책적 부담을 차기 정부로 떠넘기려는 포석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용역 결과 안전성 문제, 정밀 검증,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따른 사후 안전관리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19년 3월까지 현재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수행 중인 `고효율ㆍ저비용의 노후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 기술 개발 및 실증` 연구의 세부 검증ㆍ의견 수렴 등을 거친 뒤 「주택법 시행령」 개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돌변에 사업을 적극 추진하던 수도권 리모델링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1994~1995년 사이에 준공된 1기 신도시(▲성남 분당 ▲고양 일산 ▲부천 중동 ▲안양 평촌 ▲군포 산본)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상태가 양호하고, 용적률이 높아 전면 철거를 시행하는 재건축보다는 일부만 증개축하는 리모델링을 선호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 결정으로 다수 리모델링 단지들의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성남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들의 사업 절차에는 이미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내력벽을 철거해 이동시켜야 평면 구성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이 길을 막아 버렸으니 수직증축 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기대치와 값어치가 동시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북 경주시에서 강진이 발생해 내력벽 철거와 관련된 안전 문제가 불거져 추진 동력을 잃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최악의 경우 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정부발(發) 불확실성, 경주 지진 여파, 업계 전반의 부정적 전망 등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조합들은 깊은 실의에 빠져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한 리모델링주택조합 관계자는 "사업 지연까지 마다하며 손꼽아 기다렸던 정부의 발표인데, (소식을 접하고) 날벼락을 맞은 듯했다"면서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리모델링업계가 장기간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일선 현장 관계자로서 사업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증가와 더불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고민 등으로 머릿속이 매우 복잡했고 괴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각자도생`의 길로… 일선 현장, 충격 딛고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
설계 변경에 초점 맞춘 성남 지역 리모델링 단지들에 `눈길`… 市 "안전만 확보되면 `OK`"

정부가 터뜨린 폭탄에 다수 리모델링 단지들이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으나,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선 조합들은 하나둘씩 `각자도생`의 길을 도모하기에 이르렀다.

업계에 따르면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 유보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됐던 성남시 리모델링 조합들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설계 변경에서 돌파구를 찾은 모양새다.

특히 한솔마을5단지 조합은 복층형 설계 방식 추진으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11월) 22일 한솔마을5단지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내력벽 철거 문제로 인한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대안설계를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복층형 설계로 추진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다양한 평형을 추구하는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려는 노력이 업계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복층형 설계 방식은 조합이 약 2개월에 걸친 설계 변경 작업으로 얻은 대안으로, 기존 소형 평형 가운데 일부를 복층(3개 층 기준으로 아래층과 위층이 중간층을 절반씩 나누는 방법)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조합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층고가 낮은 복층이 아닌 완벽히 한 개의 층고를 유지하는 복층 구조로 설계됐다"며 "옆으로의 확장이 아닌 위 또는 아래로 수직 확장하는 개념의 새로운 리모델링 평형 증가의 개념이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내력벽 철거 문제의 대안을 강구하는 곳이 증가하면서 느티마을3ㆍ4단지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조합은 지난달 13일 `건축계획 변경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22일 느티마을4단지 리모델링 조합 서은신 조합장은 "이번 주민설명회에서는 현행법에 맞춰 가능한 복층형ㆍ소형 28평형ㆍ3베이(Bay)ㆍ2베이(Bay) 설계 등을 차례로 설명하고, 이 중 사업 추진 방식을 조합원이 택할 수 있도록 했다"며 "우선적으로 조합에서는 소형 28평형 설계를 추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조만간 수요ㆍ선호도 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을 방침이다. 이후 변경할 설계안이 정리되면 곧바로 건축심의 단계에 착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한 서 조합장은 "내력벽 철거 허용 결정 유보로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안감과 실망감이 만연해질까봐 내심 걱정스러웠지만 이번 주민설명회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응이 좋아 이 같은 우려가 기우였음이 확인됐다"며 "조합의 노력으로 리모델링업계가 점차 나아지고 있는데,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한 정부는 그동안 재건축에 비해 열악한 리모델링 조세 관련 법령을 조속히 개정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하루 앞선 같은 달 12일 열린 무지개마을4단지의 `설계도면 관련 주민설명회`에서도 조합원들의 반응은 뜨거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달 28일 무지개마을4단지 리모델링 조합 박기석 조합장은 "이번 설명회는 내력벽 철거의 대안인 전후 증축형 설계와 복층형 설계를 설명하고, 설계 변경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키 위해 마련됐다. 조합원 선택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도록 선호도 조사도 실시했다"며 "내력벽 철거보다는 (사업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일부 조합원들이 불만을 제기했으나, 조합원 대부분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단지는 내년 1월 건축심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안정성 검토를 받게 되는데, 정부에서는 기간이 3~4개월가량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한국시설안전공단,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단 2곳에서만 검토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전 확보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지나치게 보수적ㆍ독점적으로 운용돼 비용ㆍ시간 낭비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는 안정성 검토를 제3의 기관(대한건축학회,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등) 등 여러 사설 전문 기관에 개방하는 등 빠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성남시는 조합에서 최종 결정된 설계안이 안전진단 및 안정성 검토를 모두 통과해 현행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통과된 설계안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란 입장이다.

지난달 22일 성남시 리모델링지원팀 담당자는 "한솔마을5단지, 느티마을3ㆍ4단지, 무지개마을4단지 등의 조합들이 이르면 내년 초께 건축심의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안전진단과 안정성 검토가 까다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통과하면 조합 측 설계안으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모델링 `부활` 위해선 民 `호응` 官 `지원`이 관건
업계 "현장 노력 헛되지 않도록 정책적 뒷받침 서둘러 이뤄져야"

이처럼 일선 현장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최근 들어 리모델링업계의 분위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추가적인 노력이 없으면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해빙` 무드(mood)를 이어 갈 열쇠는 조합원들의 `호응`과 정부ㆍ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에 달려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리모델링협회 이동훈 건축사는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가 유보된 점은 아쉬운 일이지만 대부분의 조합이 각 단지에 맞는 `설계 변경`이란 대안을 찾아 사업 방향을 결정지을 주민설명회를 속속 개최하고 있다"며 "다만 조합 혼자만의 노력으로 사업이 이뤄질 순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반드시 갖춰야 할 게 있다. 그것은 바로 조합원들의 `호응`과 정부ㆍ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이다. 설계 변경은 (기본적으로) 사업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만족도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조합원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이달 22일 국토부가 리모델링 허가 동의율을 기존 80%에서 75%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점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된다. 정부에서 리모델링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하나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건축사는 내력벽 철거를 제외하고, 민간 차원에서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공사비 절감`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그는 "안전을 담보하면서 경제성 있는 설계 기법과 이를 실현할 공사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 그러나 리모델링에는 아직까지 집중 투자해 기술 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로 리모델링 관련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의 노력이 요구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선 이미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유관 업계에 따르면 정부도 `고효율ㆍ저비용` 구조의 리모델링을 개선하기 위해 리모델링 연구단을 발족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가시적인 성과는 미미한 상태다. 보다 큰 성과를 얻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업계 전문가는 "리모델링업계는 (내력벽 철거 결정 유보로) 잠시 사기를 잃었으나, `도전`과 `희망`의 끈만은 놓지 않았다"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찾고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해 나가는 정책적 뒷받침으로 일선 현장의 노력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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