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어요. 처음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우 정순원의 말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8세의 '지훈'처럼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은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지훈'이 16년 만에 깨어나면서 다시 모이게 된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0년도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의 학창시절과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정순원은 안혁원 대표의 제안으로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대본 리딩에 참여했다가 작품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안혁원 대표가 작품 대본을 수정하는데 읽어보고 자문 구하려고 한다고 대본 리딩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리딩에 참여하게 됐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첫 연습 자리에 앉아있더라고요. 리딩할 때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훈의 독백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저도 처음에 읽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어, 이게 뭐지?' 싶으면서 흥미롭다는 생각 들었습니다."정순원은 극중 '지훈'역을 맡아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많은 고등학생부터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청년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세 명의 배우들이 교복과 정장 등 의상으로 시대를 오가는 반면 정순원은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18세의 건강한 지훈과 32세의 약해진 지훈을 구분하기 위해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소리다. "지훈이가 16년 동안 많은 근육이 퇴화되고 약해졌지만 공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잖아요. 어떤 차이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사람이 발성을 하는데 필요했던 근육들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고 소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떤 행동이나 말, 생각하는데 있어서 힘에 겨워야하니까 속도와 반응을 일반인보다 좀 느리게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과거로 돌아갔을 땐 소리도 굉장히 힘 있고 에너지 자체가 굉장히 파워풀한 모습을 보였고요."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과거 학창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한다. 정순원은 "누군가 소품을 안 챙겨 나왔을 때 애드리브의 향연이 시작된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훈이가 폭죽을 터트리고 그걸로 형석이를 놀려야 하는데 다른 배우가 폭죽을 안가지고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형석아, 녹음기가 너무 뜨거워. 터질 거 같아. 이것 좀 봐'라고 애드리브를 했어요. 형석 역을 맡은 배우가 '무슨 녹음기가 터져? 밧데리가 어디 있지?' 하면서 주머니에서 밧데리를 찾다가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아슬아슬했어요." 정순원은 2006년 국악뮤지컬 '천상시계'에서 앙상블로 데뷔했지만 2010년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은사님의 권유로 연기학원에서 일하다가 대학로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복학할 여건이 안 되서 바로 돈을 벌어야 했어요. 유영재 은사님께서 운영하던 연기학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휴학하고 대학로에 가서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 안되면 돌아갈 학교가 있으니 부담 갖지 말라면서 '너 정도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대학로 연극,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쉬어매드니스 변정주 연출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정순원은 2012년부터 '그날들', '모범생들', '여신님이 보고계셔' '뜨거운 여름', '로기수' 등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가 계속 꾸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초역으로 자신 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정순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무기를 버렸다. "감초역을 계속 하다보니까 목소리톤 이라든지 연기적인 톤이 점점 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안 주물러주는 찰흙처럼요. 어느 날 민준호 연출이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했어요. '너 이거 잘해. 그런데 정순원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라는 말을 들어보는 건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같이 나눴었죠."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훈 역을 잘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 극을, 이야기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게 연기하는데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작품을 본 지인들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너무 웃기다, 재미있다, 너무 잘한다' 이런 말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정말 잘 봤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냐, 다시 보인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전 작품들과는 좀 다른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작품에서는 변해버린 친구들의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우정을 그리지만 실제 정순원에게는 오랜 기간 변함없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계원예술고등학교를 나와서 친구들이 다 영화나 연출, 촬영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장 흔들릴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주위의 달콤한 소리에 변할 수도 있고 흔들리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정신 차리라고 말해줍니다."친구들의 채찍질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그에게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막걸리를 건네며 "그동안 너무 승승장구했다. 더 노력해라"라고 말해주는 진짜(?) 친구다. 정순원은 유치원 때부터 꿈꿔왔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늘 한결같았던 꿈을 이룬 지금 그의 새로운 꿈은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꿈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생명처럼 커가는 것 같다고 할까. 지금 그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자랑거리, 동생들의 자랑거리, 저를 알고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요. 크게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습니다."정순원은 연기 뿐만 아니라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군대 시절 내무반에서 재미삼아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일기는 현재 플레이DB를 통해 한 달에 두 편씩 연재되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군부대 근처에서 살면서 일찍부터 미국 본토 힙합음악을 접했던 그는 힙합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힙합의 민족에 나가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진짜 제의가 들어온다면 나가보고 싶어요. 랩을 정말 좋아하거든요"라며 의지를 내비췄다. 다재다능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려진다. 원문보기조승예 기자 sysy@focus.kr<저작권자(c) 포커스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포커스뉴스)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들었어요. 처음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죠."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배우 정순원의 말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8세의 '지훈'처럼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은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던 '지훈'이 16년 만에 깨어나면서 다시 모이게 된 4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0년도 누구보다 진한 우정을 나눴던 그들의 학창시절과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재를 교차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정순원은 안혁원 대표의 제안으로 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대본 리딩에 참여했다가 작품의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함께 하게 됐다. "안혁원 대표가 작품 대본을 수정하는데 읽어보고 자문 구하려고 한다고 대본 리딩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리딩에 참여하게 됐고 어느새 자연스럽게 첫 연습 자리에 앉아있더라고요. 리딩할 때 정말 좋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훈의 독백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데 저도 처음에 읽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어, 이게 뭐지?' 싶으면서 흥미롭다는 생각 들었습니다."정순원은 극중 '지훈'역을 맡아 에너지 넘치고 장난기 많은 고등학생부터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난 청년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고 있다. 다른 세 명의 배우들이 교복과 정장 등 의상으로 시대를 오가는 반면 정순원은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18세의 건강한 지훈과 32세의 약해진 지훈을 구분하기 위해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바로 소리다. "지훈이가 16년 동안 많은 근육이 퇴화되고 약해졌지만 공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잖아요. 어떤 차이를 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사람이 발성을 하는데 필요했던 근육들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고 소리를 찾기 시작했어요. 어떤 행동이나 말, 생각하는데 있어서 힘에 겨워야하니까 속도와 반응을 일반인보다 좀 느리게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과거로 돌아갔을 땐 소리도 굉장히 힘 있고 에너지 자체가 굉장히 파워풀한 모습을 보였고요."연극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는 카세트테이프, 워크맨 등 과거 학창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소품들이 등장한다. 정순원은 "누군가 소품을 안 챙겨 나왔을 때 애드리브의 향연이 시작된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지훈이가 폭죽을 터트리고 그걸로 형석이를 놀려야 하는데 다른 배우가 폭죽을 안가지고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형석아, 녹음기가 너무 뜨거워. 터질 거 같아. 이것 좀 봐'라고 애드리브를 했어요. 형석 역을 맡은 배우가 '무슨 녹음기가 터져? 밧데리가 어디 있지?' 하면서 주머니에서 밧데리를 찾다가 넘어간 적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아슬아슬했어요." 정순원은 2006년 국악뮤지컬 '천상시계'에서 앙상블로 데뷔했지만 2010년까지 공백기가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하고 은사님의 권유로 연기학원에서 일하다가 대학로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복학할 여건이 안 되서 바로 돈을 벌어야 했어요. 유영재 은사님께서 운영하던 연기학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휴학하고 대학로에 가서 오디션을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 안되면 돌아갈 학교가 있으니 부담 갖지 말라면서 '너 정도면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그래서 대학로 연극, 뮤지컬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쉬어매드니스 변정주 연출과 처음 만나게 됐습니다."정순원은 2012년부터 '그날들', '모범생들', '여신님이 보고계셔' '뜨거운 여름', '로기수' 등 쉴 틈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가 계속 꾸준히 공연을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감초역으로 자신 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정순원은 이번 작품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무기를 버렸다. "감초역을 계속 하다보니까 목소리톤 이라든지 연기적인 톤이 점점 굳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치 안 주물러주는 찰흙처럼요. 어느 날 민준호 연출이 이제 도전해볼 때가 되지 않았냐는 말을 했어요. '너 이거 잘해. 그런데 정순원이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라는 말을 들어보는 건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힘들고 어색하겠지만 다른 색깔과 다른 톤의 연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같이 나눴었죠."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지훈 역을 잘 맡았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 극을, 이야기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는 게 연기하는데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작품을 본 지인들의 반응도 사뭇 달라졌다. "예전에는 공연이 끝나고 분장실에 들어와서 인사하면서 '너무 웃기다, 재미있다, 너무 잘한다' 이런 말을 해줬는데 이번에는 '정말 잘 봤고,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냐, 다시 보인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전 작품들과는 좀 다른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작품에서는 변해버린 친구들의 돌아갈 수 없는 안타까운 우정을 그리지만 실제 정순원에게는 오랜 기간 변함없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다."계원예술고등학교를 나와서 친구들이 다 영화나 연출, 촬영 쪽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장 흔들릴 수 있는 게 배우라고 생각해요. 주위의 달콤한 소리에 변할 수도 있고 흔들리고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정신 차리라고 말해줍니다."친구들의 채찍질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오디션에서 떨어진 그에게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막걸리를 건네며 "그동안 너무 승승장구했다. 더 노력해라"라고 말해주는 진짜(?) 친구다. 정순원은 유치원 때부터 꿈꿔왔던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늘 한결같았던 꿈을 이룬 지금 그의 새로운 꿈은 '자랑거리'가 되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냥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꿈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생명처럼 커가는 것 같다고 할까. 지금 그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자랑거리, 동생들의 자랑거리, 저를 알고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요. 크게는 대한민국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습니다."정순원은 연기 뿐만 아니라 그림,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군대 시절 내무반에서 재미삼아 그리기 시작했던 그림일기는 현재 플레이DB를 통해 한 달에 두 편씩 연재되고 있다. 어린 시절 미군부대 근처에서 살면서 일찍부터 미국 본토 힙합음악을 접했던 그는 힙합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힙합의 민족에 나가볼 생각은 없냐는 질문에 "진짜 제의가 들어온다면 나가보고 싶어요. 랩을 정말 좋아하거든요"라며 의지를 내비췄다. 다재다능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 기다려진다. 원문보기조승예 기자 sysy@focus.kr<저작권자(c) 포커스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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