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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우리말 극장 설립을 주도한 김해운 ‘항일희곡’ 공개
repoter : 박강복 기자 ( escudo83@naver.com ) 등록일 : 2017-03-08 14:29:04 · 공유일 : 2017-03-08 20:02:01


`원동 고려인극장`과 `타쉬켄트 조선극장` 설립을 주도하였고 `사할린 조선극장`을 중흥시킨 뒤 말년에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으로 돌아간 인물이 있었다.

그는 뛰어난 배우였을 뿐만 아니라 탁월한 연출가이기도 했으며 고려인 연극사에 길이 남을 희곡들을 쓴 작가이기도 했다. 한반도 부산에서 태어나 소련으로 건너가서 바람처럼 살다 간 김해운이 그 주인공이다." (`김해운 희곡` 머리말 중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고려극장 창립 85주년을 맞아 `원동 고려인극장(1932~1937년)` `현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의 전신`에서 공연된 연극대본 등 8편의 희곡이 공개되었다.

김해운 희곡집에는 1935년 5월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초연된 연극 `동북선`을 비롯하여 1948년 타쉬켄트 조선극장 무대에 오른 `생활`, 1957년 사할린 조선극장에서 공연된 `장화와 홍련` 등 당시 소련의 각 우리말극장들을 대표하는 희곡들이 수록되었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려극장 창립 맴버 김해운의 행적도 자세히 고증되었고, 부록에는 그가 쓴 시와 노래가사들도 발굴, 정리되어 있다. 재소고려인 연구가로 잘 알려진 김병학 시인이 책으로 엮었다.

이 희곡집은 재소고려인 연극사의 빠진 고리를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85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려극장이 여전히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연극무대에 오른 희곡작품은 별로 남아있지 않고, 1950년대에 문을 닫은 타쉬켄트 조선극장과 사할린 조선극장에서 공연된 희곡작품은 전혀 전하고 있지 않은데다 그 극장들이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마저 거의 잊혀져버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제이주 이전에 무대에 오른 희곡작품은 아직 발견된 바 없다. `김해운 희곡집`은 그동안 접혀져있던 고려인연극사의 핵심 장들을 펼쳐준다.

김해운 희곡의 백미는 단연 `동북선`이다. `동북선`은 일제가 러시아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함경북도 청진에서 웅기(지금의 선봉)에 이르는 동북철도를 부설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의 농민과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가혹하게 혹사시키자 이들이 억압에 맞서 격렬하게 항쟁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희곡 `생활`은 가정파탄의 슬픔을 이기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여주인공의 내적‧외적 변화과정을 묘사한 것이고 `장화와 홍련`은 장화홍련전을 근대적, 사회주의적 관점으로 새롭게 각색한 것이다.

김해운은 1932년 9월 9일에 설립된 원동 고려극장 창립 멤버들 중 특이하게 한반도 부산 출신이다.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희곡 `동북선`에 짧지만 강렬하게 묘사해놓기도 했다.

엮은이가 언급하고 있듯이 김해운 희곡 중에는 스탈린 치하에서 어쩔 수 없이 체제와 개인숭배를 찬양한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엮은이는 고려인 인텔리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과 한계를 너그럽게 보듬을 때 우리의 이해의 지평도 아득히 넓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김해운 희곡집을 엮은 김병학 시인은 전남 신안출신으로 카자흐스탄에서 25년을 거주하면서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 한진전집, 경천아일록 등 다수의 재소고려인 관련 서적과 시집, 에세이집, 번역 시집 등을 펴낸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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