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빈사 상태에 빠졌던 정비사업이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결합` 혹은 `통합`이란 글자가 붙은 뒤 속도를 더하고 있는 사업장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강남은 `통합 재건축` 사업 가속… 시세 상승 열쇠?
신반포18차-24차 이어 신반포1차 조합-20·21동도 `합의`
단지 내분으로 파행을 겪어 왔던 서울 서초구 신반포1차아파트(이하 신반포1차, 반포2동 2-1 외 2필지 6만8753.26㎡) 재건축사업에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1~19동, 조합원 727명)과 조합 및 그 사업 방식에 반대했던 20·21동 측이 `통합 재건축`에 합의한 것.
재건축조합과 20·21동 주민 대표는 지난달(8월) 16일 1~19동과 20·21동을 통합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고, 불투명했던 분양 일정도 연내 소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곳은 총 21개 동 790가구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1~19동(730가구)과 대형(공급면적 175.2㎡)으로만 구성된 20·21동(60가구)이 분리된 상태에서 양측의 대립으로 재건축 추진에 애를 먹어 왔다.
20·21동 측이 사업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지분이 평가절하 됐다는 `피해 의식` 때문이었다. 이들은 재건축 후 무상으로 214㎡(65평, 1평=약3.3㎡)를 분양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합 측은 208㎡(63평)을 상한선으로 정해 그 이상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1동 옆을 지나는 진입로의 확보를 놓고 조합과 서초구의 의견 차도 문제가 됐다.
더욱이 도시계획 상 해당 도로가 20·21동 소유인 점도 사업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는 전언이다. 재건축조합 측이 철거 공사를 시작하려 하자 20·21동 주민들이 도로에 화단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훼방을 놓았던 게 단적인 예이다.
거듭되는 구청 측의 중재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1~19동만 분리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특히 1~19동과 20·21동의 대지지분율(대지지분을 전용면적으로 나눈 비율)이 각각 113%와 85%로, 차이가 큰 상태에서 사업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20·21동을 끌어안고 가기엔 재건축조합 처지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신반포1차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강변 관리기본방향(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이란 제약을 피해 최고 38층까지 건축이 가능해지고, 지난 1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조합 측이 마련한 건축심의도서가 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분리 재건축`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업시행 변경인가 과정에서 20·21동과의 `통합 재건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1월 심의 당시 건축위원회 또한 "20·21동과(의) `통합 개발`에 관한 사항은 조합과 상호 합의 내용에 따라 서초구에서 잘 조정해 추후 교통 개선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재건축` 문제로 산으로 가던 신반포1차 재건축호(號)가 다시 순항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서초구가 내놓은 조정안의 힘이 컸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서초구는 20·21동 주민들이 신축 아파트 211㎡(64평)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놨고, 조합과 20·21동 양측 모두 이를 수용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대신 조합 측은 20·21동 주민들에게 사업 지연의 책임을 물어 가구당 5000만 원씩 총 30억 원을 조합에 보상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합의와 이에 따른 서초구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 약속에 힘입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초구는 양측의 합의 후 발 빠르게 사업시행 변경인가 조치(구 고시 제2013-100호, 2013.08.26)를 취했다.
통합·결합개발, `산 넘어 산`… 언제든 `뇌관`
행정편의주의식 `결합` 지양… 법제 개선 필요
그렇지만 일부 사례만 놓고 `결합개발`이 정비사업에 `약`이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반포1차만 해도 `통합`에 합의만 했을 뿐 아직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전이라 이른바 `롤모델`로 삼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주된 이유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신반포1차 `통합 재건축`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본 뒤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부에선 신반포18차 일부 동과 신반포24차 단지의 `통합 재건축`을 예로 들면서 `통합` 후 호가가 상승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 통과에 따른 `반짝효과`이지 `통합 재건축`의 영향이 아닌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신반포1차 `통합 재건축`은 법정 `결합개발` 방식이 아니다. 서초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신반포1차 재건축 구역(1~21동)은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의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 정비구역으로 의제 처리된 곳이다.
2009년 2월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34조제1항은 시장·군수가 필요 시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정비구역을 하나로 지정·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신설된 동조 제2항은 이를 시행키 위한 방법과 절차에 관한 세부 사항을 시·도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19조제1항은 구청장으로 하여금 구역의 분할·결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이 경우 정비구역을 변경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동조 제2항은 서로 떨어진 지역을 하나로 묶어 탄생한 정비구역을 `결합정비구역`으로, 이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결합정비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합정비사업의 시행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별표2를 살펴보면 `결합정비사업`은 제반 절차를 이행하는 데 추가적인 시일이 소요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통과하더라도 결합정비사업을 시행키 위한 하나의 추진위 또는 조합을 구성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추진위는 `구역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조합은 `구역별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신반포1차의 경우 이 같은 절차는 거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법과 조례에서 정한 결합개발이 아니라 해도 ▲20·21동 주민들을 조합원으로 편입한 뒤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20·21동을 포함하는 사업시행계획 수립 후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사업시행인가 변경에 따른 관리처분 변경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욱이 업계 한편에선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경우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있고 이는 해당 사업이 안고 가야 할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신반포1차도 이제 산 하나를 넘은 셈"이라며 "재건축조합과 20·21동 측이 커다란 틀에선 합의를 이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 편입 후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으면 물리적 통합은 완성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사업시행 변경인가와 관리처분 과정에서 양측의 화학적 통합이 이뤄져야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반포1차와 달리 2개 이상의 정비구역을 법·조례에 따라 결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비구역 결합에도 시간이 필요한 데다 개별 구역의 이해가 달라 구역이 합쳐져도 이른바 `기득권`을 놓고 내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법이나 조례가 정한 결합개발의 목적은 포괄적인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천차만별이라 결합의 당위성을 이들에게 전달하거나 이들을 하나로 묶을 기제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령 A구역과 B구역을 `결합정비사업`으로 개발하려 할 때 양측의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주민 간 반목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의 H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기정 J구역과 I구역을 `결합개발`키로 함에 따라 2010년 지금의 정비구역으로 탄생했다. 당시 시 측이 밝힌 결합 이유는 `정비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도시의 경관 보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업은 J구역과 I구역의 주민 간 갈등 탓에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파벌 다툼이 심해져 내분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용산구의 H구역 재건축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H동과 인근 Y동 일대를 `결합개발`키로 한 뒤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H구역에서의 `결합개발`은 시가 Y동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키로 결정함에 따라 그로 인해 이주가 불가피해진 Y동 주민들의 거주지를 이미 재건축을 시작한 H동에 마련키로 하면서 공론화했다.
하지만 이곳 소식통에 따르면, H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기존 H구역 토지등소유자와 Y동 주민 간 대립이 그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시의 결합개발 발표가 있었던 2009년 5월 당시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던 H구역 재건축사업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상태이다. 비록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된 영향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결합개발`이 H구역 재건축에 특별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 한편에서는 성공적인 `결합개발` 추진을 위해 ▲관련 법제 개선 ▲행정 편의주의 식으로 이뤄지는 결합정비구역 지정 지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결합개발`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34조가 과연 누구를 위한 법 조항인지 되돌아볼 시점"이라며 "결합되는 개별 구역의 이해를 조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보다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울시만 하더라도 한강변과 용산 등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던 전임 시장 시절 때부터 `통합` 혹은 `결합`이란 단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면서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결합정비사업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유관 기관 및 담당 공무원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행정청 내부엔 `묶어서 뭔가를 하면 편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결합개발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여의도만 하더라도 공동주택단지별 재건축이 아닌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한 국제금융지구와의 통합·병행 개발계획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고, 성북구 S1구역과 S2구역 재개발사업만 해도 시가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며 2개 구역을 결합했다가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 간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결합정비구역 지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빈사 상태에 빠졌던 정비사업이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지부진했던 사업에 `결합` 혹은 `통합`이란 글자가 붙은 뒤 속도를 더하고 있는 사업장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강남은 `통합 재건축` 사업 가속… 시세 상승 열쇠?
신반포18차-24차 이어 신반포1차 조합-20·21동도 `합의`
단지 내분으로 파행을 겪어 왔던 서울 서초구 신반포1차아파트(이하 신반포1차, 반포2동 2-1 외 2필지 6만8753.26㎡) 재건축사업에 최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신반포1차 재건축조합(1~19동, 조합원 727명)과 조합 및 그 사업 방식에 반대했던 20·21동 측이 `통합 재건축`에 합의한 것.
재건축조합과 20·21동 주민 대표는 지난달(8월) 16일 1~19동과 20·21동을 통합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고, 불투명했던 분양 일정도 연내 소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곳은 총 21개 동 790가구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도로를 사이에 두고 1~19동(730가구)과 대형(공급면적 175.2㎡)으로만 구성된 20·21동(60가구)이 분리된 상태에서 양측의 대립으로 재건축 추진에 애를 먹어 왔다.
20·21동 측이 사업을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신들의 지분이 평가절하 됐다는 `피해 의식` 때문이었다. 이들은 재건축 후 무상으로 214㎡(65평, 1평=약3.3㎡)를 분양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합 측은 208㎡(63평)을 상한선으로 정해 그 이상의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1동 옆을 지나는 진입로의 확보를 놓고 조합과 서초구의 의견 차도 문제가 됐다.
더욱이 도시계획 상 해당 도로가 20·21동 소유인 점도 사업의 발목을 잡기에 충분했다는 전언이다. 재건축조합 측이 철거 공사를 시작하려 하자 20·21동 주민들이 도로에 화단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훼방을 놓았던 게 단적인 예이다.
거듭되는 구청 측의 중재에도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1~19동만 분리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특히 1~19동과 20·21동의 대지지분율(대지지분을 전용면적으로 나눈 비율)이 각각 113%와 85%로, 차이가 큰 상태에서 사업 지연을 감수하면서까지 20·21동을 끌어안고 가기엔 재건축조합 처지에서 득이 될 게 없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신반포1차가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돼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강변 관리기본방향(한강변 재건축 아파트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는 게 골자)`이란 제약을 피해 최고 38층까지 건축이 가능해지고, 지난 1월 이러한 내용을 반영해 조합 측이 마련한 건축심의도서가 시 건축심의를 통과하면서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분리 재건축`으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업시행 변경인가 과정에서 20·21동과의 `통합 재건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지난 1월 심의 당시 건축위원회 또한 "20·21동과(의) `통합 개발`에 관한 사항은 조합과 상호 합의 내용에 따라 서초구에서 잘 조정해 추후 교통 개선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통합 재건축` 문제로 산으로 가던 신반포1차 재건축호(號)가 다시 순항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서초구가 내놓은 조정안의 힘이 컸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서초구는 20·21동 주민들이 신축 아파트 211㎡(64평)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놨고, 조합과 20·21동 양측 모두 이를 수용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 대신 조합 측은 20·21동 주민들에게 사업 지연의 책임을 물어 가구당 5000만 원씩 총 30억 원을 조합에 보상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합의와 이에 따른 서초구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 약속에 힘입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은 속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초구는 양측의 합의 후 발 빠르게 사업시행 변경인가 조치(구 고시 제2013-100호, 2013.08.26)를 취했다.
통합·결합개발, `산 넘어 산`… 언제든 `뇌관`
행정편의주의식 `결합` 지양… 법제 개선 필요
그렇지만 일부 사례만 놓고 `결합개발`이 정비사업에 `약`이 된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반포1차만 해도 `통합`에 합의만 했을 뿐 아직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전이라 이른바 `롤모델`로 삼기엔 시기상조라는 게 주된 이유로 꼽혔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신반포1차 `통합 재건축`의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본 뒤에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부에선 신반포18차 일부 동과 신반포24차 단지의 `통합 재건축`을 예로 들면서 `통합` 후 호가가 상승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 서울시 도시계획심의 통과에 따른 `반짝효과`이지 `통합 재건축`의 영향이 아닌 만큼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신반포1차 `통합 재건축`은 법정 `결합개발` 방식이 아니다. 서초구청 건축과에 따르면, 신반포1차 재건축 구역(1~21동)은 `아파트지구 개발기본계획`에 의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상 정비구역으로 의제 처리된 곳이다.
2009년 2월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34조제1항은 시장·군수가 필요 시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정비구역을 하나로 지정·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신설된 동조 제2항은 이를 시행키 위한 방법과 절차에 관한 세부 사항을 시·도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19조제1항은 구청장으로 하여금 구역의 분할·결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이 경우 정비구역을 변경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동조 제2항은 서로 떨어진 지역을 하나로 묶어 탄생한 정비구역을 `결합정비구역`으로, 이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을 `결합정비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합정비사업의 시행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별표2를 살펴보면 `결합정비사업`은 제반 절차를 이행하는 데 추가적인 시일이 소요된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이를 통과하더라도 결합정비사업을 시행키 위한 하나의 추진위 또는 조합을 구성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추진위는 `구역별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가, 조합은 `구역별 토지등소유자의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신반포1차의 경우 이 같은 절차는 거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법과 조례에서 정한 결합개발이 아니라 해도 ▲20·21동 주민들을 조합원으로 편입한 뒤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20·21동을 포함하는 사업시행계획 수립 후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사업시행인가 변경에 따른 관리처분 변경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구청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어느 정도의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셈이다.
더욱이 업계 한편에선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져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경우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있고 이는 해당 사업이 안고 가야 할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신반포1차도 이제 산 하나를 넘은 셈"이라며 "재건축조합과 20·21동 측이 커다란 틀에선 합의를 이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 편입 후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받으면 물리적 통합은 완성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후 사업시행 변경인가와 관리처분 과정에서 양측의 화학적 통합이 이뤄져야 해당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반포1차와 달리 2개 이상의 정비구역을 법·조례에 따라 결합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비구역 결합에도 시간이 필요한 데다 개별 구역의 이해가 달라 구역이 합쳐져도 이른바 `기득권`을 놓고 내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법이나 조례가 정한 결합개발의 목적은 포괄적인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는 천차만별이라 결합의 당위성을 이들에게 전달하거나 이들을 하나로 묶을 기제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고, 이는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령 A구역과 B구역을 `결합정비사업`으로 개발하려 할 때 양측의 토지등소유자 혹은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복잡해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주민 간 반목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의 H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기정 J구역과 I구역을 `결합개발`키로 함에 따라 2010년 지금의 정비구역으로 탄생했다. 당시 시 측이 밝힌 결합 이유는 `정비사업의 효율적인 추진과 도시의 경관 보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업은 J구역과 I구역의 주민 간 갈등 탓에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파벌 다툼이 심해져 내분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사업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용산구의 H구역 재건축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곳은 서울시가 H동과 인근 Y동 일대를 `결합개발`키로 한 뒤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H구역에서의 `결합개발`은 시가 Y동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키로 결정함에 따라 그로 인해 이주가 불가피해진 Y동 주민들의 거주지를 이미 재건축을 시작한 H동에 마련키로 하면서 공론화했다.
하지만 이곳 소식통에 따르면, H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다. 기존 H구역 토지등소유자와 Y동 주민 간 대립이 그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시의 결합개발 발표가 있었던 2009년 5월 당시 추진위 단계에 머물러 있던 H구역 재건축사업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조합을 설립하지 못한 상태이다. 비록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된 영향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보면 `결합개발`이 H구역 재건축에 특별히 긍정적으로 작용한 면이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때문에 업계 한편에서는 성공적인 `결합개발` 추진을 위해 ▲관련 법제 개선 ▲행정 편의주의 식으로 이뤄지는 결합정비구역 지정 지양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결합개발`을 규정한 도시정비법 제34조가 과연 누구를 위한 법 조항인지 되돌아볼 시점"이라며 "결합되는 개별 구역의 이해를 조율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를 보다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울시만 하더라도 한강변과 용산 등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던 전임 시장 시절 때부터 `통합` 혹은 `결합`이란 단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면서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지금 결합정비사업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유관 기관 및 담당 공무원은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행정청 내부엔 `묶어서 뭔가를 하면 편하다`는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결합개발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여의도만 하더라도 공동주택단지별 재건축이 아닌 `여의도 전략정비구역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한 국제금융지구와의 통합·병행 개발계획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은 바 있고, 성북구 S1구역과 S2구역 재개발사업만 해도 시가 한옥마을을 조성하겠다며 2개 구역을 결합했다가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 간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만큼 결합정비구역 지정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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