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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 사전협의체 정말 필요한가?… 유명무실 ‘논란’
repoter : 김진원 기자 ( figokj@hanmail.net ) 등록일 : 2017-08-31 16:19:55 · 공유일 : 2017-08-31 20:02:11
[아유경제=김진원 기자] 정비사업 불법적인 강제철거 예방을 위해 마련된 사전협의체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말들이 많다.

사전협의체 제도는 서울시가 지난해 9월 30일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도입을 공식 발표, 사업시행인가 절차 및 분양신청 접수 완료 후 조합, 현금청산자,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등 4각 이해관계자와 공무원 및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원만한 이주를 위해 최소 3회 이상의 회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하는 협의체다.

즉 `사업계획 단계-협의조정 단계-집행 단계` 등 3단계의 일관된 시스템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 단계에서부터 세입자에 대한 주거권을 고려하는 한편, 보다 효과적인 사전협의로 사전협의체 운영 시점을 기존 `관리처분인가 시점`에서 한 단계 앞당겨 `사업시행인가 단계`인 `분양신청 종료 후`에 진행해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강제철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협의체 자리에서 평행선상의 자기주장들만 오고가 애초에 해답이 나올 수 없는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결론 없는 회의만 반복함으로써 3~4개월의 시간만 흐르게 하는 대표적 행정 낭비 사례로 꼽히고 있을 정도로 굴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협의체에 참석한 조합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의체 회의에서 오고가는 유일한 화두는 `돈의 액수`다. 주거세입자, 상가세입자, 현금 청산자들은 자신들에게 좀 더 많은 보상금 및 청산금을 주길 바라는 반면 조합은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해진 금액 이상으로 보상금을 높여줄 수 없다.

더 나아가 참석자들 모두가 합의 권한 자체가 없어 공리공론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돼 있다. 일단 조합의 대표인 조합장도 보상금을 높여줄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주거세입자 및 상가세입자의 경우에도 대표성을 위임받은 자가 없어 통일된 합의안을 도출해 내기가 불가능하다.

실제 협의체 과정을 지켜본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현행 사전협의체 제도의 문제는 협의체를 운영하더라도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결국 조합, 세입자, 전문가 등 3자가 자리에 앉아 양 측 주장만 재확인하다가 끝난다"고 협의체 존재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더 심각한 것은 중재 역할을 위해 도입된 민간전문가도 효용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요구하는 당사자들의 주장에 중재가 쉽지 않아 기껏해야 법령 기준이나 사례를 제시할 뿐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세입자들이 보상금에 추가해 이사비ㆍ위로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더 달라고 하고, 조합은 더 못 주겠다고 하는 대립각 구도에서 전문가들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다"며 "특히 중재의 강제 권한이 없어 양 측 이해당사자들이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고 말했다.

또한 조합의 경우 사전협의체에 기본적으로 9번을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 낭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42조의5 제6항에 따르면 최소 3회의 협의가 진행돼야 한다.

협의체 회의는 각 협의 주체별로 현금청산자 3회, 주거세입자 3회, 상가세입자 3회 등 총 9회다. 여기에 구청에서 주거세입자 대상자 수가 많다고 판단하면 두 번으로 나눠 진행하도록 요구해 결국 조합장은 총 12회나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3~4개월에 해당하는 긴 기간이다.

최근 사전협의체 절차를 진행한 강북구 미아3구역 최명우 조합장은 "사전협의체는 형식적인 운영이며 위원들은 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권한을 줄 수도 없다"며 "조합장 또한 총회 위임이 없는 이상 보상금 추가 제공 여부와 관련해 아무런 협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최 조합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는 사전협의체를 거치고도 명도소송 등 관련 절차를 또 다시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 없는 절차를 진행한 후, 소송은 소송대로 또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로 결국 판단은 사법부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의 과도한 직권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해관계자 각자의 주장이 충돌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중요한 영역인데, 서울시가 행정권한을 무기로 필요 이상의 개입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무악2구역 재개발조합에서는 관리처분인가 후 법원에서 명도소송을 승소한 후 적법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이 철거를 중단시켜 직권남용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명도소송 등 사법부에서 판단할 사안을 서울시가 인권 보호 등을 이유로 과도한 개입을 한 것이 문제"라며 "사법부 판단 영역에 행정부가 개입해 시간만 낭비하게 만드는 일종의 직권남용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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