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SH에 정비사업 미래 맡긴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
[아유경제=정훈 기자]도시재정비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업계 곳곳에서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갖가지 개발사업의 책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SH) 등에 맡기려는 데 대해 경계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LH와 SH 등이 이제까지 추진해 온 각종 사업들에 문제점은 없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봤다.
정비사업 대안사업은 주택공사 일감 몰아주기?
LH 등이 시행하는 곳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
정비사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출구전략` 가동을 통해 이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정비사업 유형으로 추가된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두 사업 모두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놨다는 점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관리사업만 해도 최근 서울과 인천, 경기 등지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데 기존 재개발·재건축 등에 비해 LH와 SH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공사 등이 사업시행자로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는데 새로운 방식의 사업까지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덧붙였다.
도시정비법 제8조제6항에 따르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시장·군수가 직접 시행하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주택공사 등을 시업시행자로 지정해 사업을 시행케 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동조 제7항에 의거해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주택공사 등과의 공동 시행이 가능하다.
최근 경기도가 `맞춤형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경기도판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미 10곳에 대해 구역 지정을 마친 상태다.
인천도 `원도심 저층 주거지관리사업`이란 명칭을 내걸고 주거환경관리사업 본격 추진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9일까지 공람·공고됐던 `2020 인천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6개 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현시점에서 가장 왕성하게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서울이다. 현재 사업 추진 구역만 22곳에 달하며, 시는 연말까지 7곳에 대한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사업을 마친 곳도 등장했다. 서울시는 지난달(9월) 25일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에 대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지정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앞으로 매년 15곳씩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을 지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최우선 지정 대상이다.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난 8월 28일 구로구 구로동 111 일대와 개봉동 270 일대를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21일 시가 전농10구역 등 10개의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하고, 지난 10일 지정 해제된 종로구 창신·숭인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부 재정비촉진구역을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일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종로구 숭인3구역 등 19곳의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키로 결정했다. 이들 중에서도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H 등 주택공사의 역할 확대와 그에 따른 우려 역시 덩달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정비사업의 대안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에서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한 만큼 LH와 SH의 일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LH 등이 시행을 맡았던 기존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등에서 갖가지 문제들이 표출됐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LH가 사업시행자인 경기도 안양 D재개발사업은 2011년 12월 이주가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구역 대부분이 범죄 및 사고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작년과 올해 초 연이어 구역 내에서 시신이 발견돼 남아 있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렇듯 D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미약한 분양신청 방식을 밀어붙인 LH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 및 보상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과의 갈등이 사업 지연의 제1원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D재개발사업은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을 맡더라도 민간 시행 재개발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웃음거리가 됐다.
역시 LH가 시행을 맡은 안양 S주거환경개선사업도 사업 속도 측면에선 D재개발구역 못지않다. 이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자금난과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LH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LH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사업 방식을 관리처분방식으로 바꾸면서 민관 갈등까지 발생했다.
특히 주거환경개선사업에 관리처분방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 적용 당시 법적 근가가 결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여기에 LH 측 설명과 달리, 사업 방식 변경에 따른 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불투명하고 구체적인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로 알려졌다.
일방적 사업 포기…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준공 아파트서 하자 4년간 4만8000건 발생
미분양-계약해제 속출… 방만 경영 폐해 ↑
앞서 업계 관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LH 등이 시행을 맡았던 기존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경우가 많아 민관 갈등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성남시 재개발 2단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 약 54만 ㎡(신흥2·중1·금광1구역)를 정비하는 것으로, LH가 사업시행자로서 개발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LH가 2010년 7월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3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그해 9월 LH가 사업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시공자 선정에 실패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이는 민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LH가 사업 포기를 선언한 이후 책임을 회피한 채 고통 분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 `성남시 재개발 2단계 권리자 모임` 관계자는 "2010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 LH가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2단계 재개발의 포기를 발표하는 바람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시행자로서의 책임감을 망각한 LH는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하루속히 사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성남시 재개발 2단계 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성이겠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택공사 간 갈등, 이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얽히고설키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게다가 이미 사업이 80% 가까이 진행된 상태라 사업시행자를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LH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이 사업의 앞날은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H가 지은 아파트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불평·불만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LH가 준공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가 2009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4만765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하자 발생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2009년 LH가 준공한 8만66가구 중 8930건(11.2%) 발생했던 하자는 2012년 3만5479가구 중 9837건(27.7%)으로 발생 건수/하자 발생 비율 모두 증가했다. 올해 역시 8월 말 기준 1만1547가구 중 3164건(27.4%)에 달해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유형별 하자는 ▲창호가 5353건(1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구 4421건(9.3%) ▲잡공사 4210건(8.8%) ▲도배 3359건(7.0%) ▲타일 3268건(6.9%) 등이 뒤를 이었다. 바닥재(6.8%)와 누수(5.2%), 조명(5%) 관련 하자도 많았다.
인터넷에서도 LH가 지은 아파트에 대한 불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H지구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어느 입주민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 없이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거나 이미 계약한 입주자들이 대거 계약해제에 나서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사업 실패로 발생하는 적자나 부실을 메우기 위한 대손충당금 설정 부담 등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H가 2012년 10월 분양에 나섰다가 실패를 겪은 은평뉴타운 내 한옥마을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옥의 건축비가 일반 주택에 비해 비싼 점이라든지 입지와 면적 등에 있어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 등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채 분양에 나섰다가 빚어진 촌극이었다.
2010년 6월 개장한 송파구 가든파이브도 SH를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한 `문제아`다. 미분양 사태를 겪은 것도 모자라 그에 따른 적자를 입점 상인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과 분양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옥마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SH가 대학생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대학생 희망하우징` 사업도 무리한 사업 확대로 인한 계약해제 증가로 시에 부담만 안겼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는 모두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면 경영` 행태"라며 "SH는 공기업 경영평가 시 하위권을 맴도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 나아가 국가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SH의 부채는 2012년 말 기준 12조5882억 원에 달한다. LH는 한 술 더 떠 141조7000억 원(2013년 6월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더욱이 LH는 2012년 안전행정부 특별인사감사 및 지난 5월 감사원 감사 때 나온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만하게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LH·SH에 정비사업 미래 맡긴다?…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
[아유경제=정훈 기자]도시재정비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업계 곳곳에서 `활로`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갖가지 개발사업의 책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SH) 등에 맡기려는 데 대해 경계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LH와 SH 등이 이제까지 추진해 온 각종 사업들에 문제점은 없는지 하나하나 되짚어 봤다.
정비사업 대안사업은 주택공사 일감 몰아주기?
LH 등이 시행하는 곳 문제도 해결 안 됐는데…
정비사업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출구전략` 가동을 통해 이로부터 빠져나오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12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정비사업 유형으로 추가된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특히 두 사업 모두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놨다는 점에서 이를 우려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관리사업만 해도 최근 서울과 인천, 경기 등지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데 기존 재개발·재건축 등에 비해 LH와 SH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공사 등이 사업시행자로서 사업을 추진 중인 기존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는데 새로운 방식의 사업까지 맡긴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다"고 덧붙였다.
도시정비법 제8조제6항에 따르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시장·군수가 직접 시행하되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주택공사 등을 시업시행자로 지정해 사업을 시행케 할 수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동조 제7항에 의거해 조합이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얻어 주택공사 등과의 공동 시행이 가능하다.
최근 경기도가 `맞춤형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경기도판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벌이고 있고, 이미 10곳에 대해 구역 지정을 마친 상태다.
인천도 `원도심 저층 주거지관리사업`이란 명칭을 내걸고 주거환경관리사업 본격 추진 움직임에 동참했다.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9일까지 공람·공고됐던 `2020 인천광역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6개 구역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현시점에서 가장 왕성하게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서울이다. 현재 사업 추진 구역만 22곳에 달하며, 시는 연말까지 7곳에 대한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사업을 마친 곳도 등장했다. 서울시는 지난달(9월) 25일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에 대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신규 지정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는 앞으로 매년 15곳씩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을 지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최우선 지정 대상이다. 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난 8월 28일 구로구 구로동 111 일대와 개봉동 270 일대를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키로 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월 21일 시가 전농10구역 등 10개의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하고, 지난 10일 지정 해제된 종로구 창신·숭인재정비촉진지구 내 일부 재정비촉진구역을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2일에는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종로구 숭인3구역 등 19곳의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키로 결정했다. 이들 중에서도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곳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SH 등 주택공사의 역할 확대와 그에 따른 우려 역시 덩달아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정비사업의 대안으로까지 부상하고 있는데, 도시정비법에서 주택공사 등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한 만큼 LH와 SH의 일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LH 등이 시행을 맡았던 기존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등에서 갖가지 문제들이 표출됐기 때문에 벌써부터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LH가 사업시행자인 경기도 안양 D재개발사업은 2011년 12월 이주가 시작된 이후 아직까지 이주가 완료되지 않아 구역 대부분이 범죄 및 사고의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작년과 올해 초 연이어 구역 내에서 시신이 발견돼 남아 있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기도 했다.
이렇듯 D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대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법적 근거가 미약한 분양신청 방식을 밀어붙인 LH에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평가 및 보상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과의 갈등이 사업 지연의 제1원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D재개발사업은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을 맡더라도 민간 시행 재개발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웃음거리가 됐다.
역시 LH가 시행을 맡은 안양 S주거환경개선사업도 사업 속도 측면에선 D재개발구역 못지않다. 이곳은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자금난과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LH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LH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사업 방식을 관리처분방식으로 바꾸면서 민관 갈등까지 발생했다.
특히 주거환경개선사업에 관리처분방식을 적용하는 데 있어 적용 당시 법적 근가가 결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여기에 LH 측 설명과 달리, 사업 방식 변경에 따른 사업 기간 단축 효과가 불투명하고 구체적인 이주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로 알려졌다.
일방적 사업 포기…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준공 아파트서 하자 4년간 4만8000건 발생
미분양-계약해제 속출… 방만 경영 폐해 ↑
앞서 업계 관계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LH 등이 시행을 맡았던 기존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경우가 많아 민관 갈등으로까지 번진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성남시 재개발 2단계 사업이다. 이 사업은 성남시 수정·중원구 일대 약 54만 ㎡(신흥2·중1·금광1구역)를 정비하는 것으로, LH가 사업시행자로서 개발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LH가 2010년 7월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3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다. 그해 9월 LH가 사업 재개 의사를 밝혔지만 이후 시공자 선정에 실패하는 등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탓에 이는 민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주민들은 특히 LH가 사업 포기를 선언한 이후 책임을 회피한 채 고통 분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분노하고 있다. `성남시 재개발 2단계 권리자 모임` 관계자는 "2010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직후 LH가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서 2단계 재개발의 포기를 발표하는 바람에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업시행자로서의 책임감을 망각한 LH는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하루속히 사업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성남시 재개발 2단계 사업의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사업성이겠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주택공사 간 갈등, 이를 둘러싼 여야 정쟁이 얽히고설키면서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며 "게다가 이미 사업이 80% 가까이 진행된 상태라 사업시행자를 변경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LH가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한 이 사업의 앞날은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H가 지은 아파트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불평·불만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재철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LH가 준공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하자가 2009년부터 지난 8월 말까지 4만765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하자 발생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2009년 LH가 준공한 8만66가구 중 8930건(11.2%) 발생했던 하자는 2012년 3만5479가구 중 9837건(27.7%)으로 발생 건수/하자 발생 비율 모두 증가했다. 올해 역시 8월 말 기준 1만1547가구 중 3164건(27.4%)에 달해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유형별 하자는 ▲창호가 5353건(1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구 4421건(9.3%) ▲잡공사 4210건(8.8%) ▲도배 3359건(7.0%) ▲타일 3268건(6.9%) 등이 뒤를 이었다. 바닥재(6.8%)와 누수(5.2%), 조명(5%) 관련 하자도 많았다.
인터넷에서도 LH가 지은 아파트에 대한 불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는 "H지구 층간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말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어느 입주민의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 없이 분양에 나섰다가 미분양 사태를 초래하거나 이미 계약한 입주자들이 대거 계약해제에 나서는 사례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사업 실패로 발생하는 적자나 부실을 메우기 위한 대손충당금 설정 부담 등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H가 2012년 10월 분양에 나섰다가 실패를 겪은 은평뉴타운 내 한옥마을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한옥의 건축비가 일반 주택에 비해 비싼 점이라든지 입지와 면적 등에 있어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 등을 제대로 고려치 않은 채 분양에 나섰다가 빚어진 촌극이었다.
2010년 6월 개장한 송파구 가든파이브도 SH를 지탄의 대상이 되게 한 `문제아`다. 미분양 사태를 겪은 것도 모자라 그에 따른 적자를 입점 상인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는 주장과 분양 관련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한옥마을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SH가 대학생 주거 복지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대학생 희망하우징` 사업도 무리한 사업 확대로 인한 계약해제 증가로 시에 부담만 안겼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는 모두 공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면 경영` 행태"라며 "SH는 공기업 경영평가 시 하위권을 맴도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는 고스란히 서울 시민, 나아가 국가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SH의 부채는 2012년 말 기준 12조5882억 원에 달한다. LH는 한 술 더 떠 141조7000억 원(2013년 6월 기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다. 더욱이 LH는 2012년 안전행정부 특별인사감사 및 지난 5월 감사원 감사 때 나온 지적에도 불구하고 방만하게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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