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일조권`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데 있어 `뇌관`으로 자라고 있다. 일조권이란 햇볕을 쬘 수 있도록 법률상 보호돼 있는 권리를 말한다. 저층 주택을 헐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재건축 특성상 이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해 사업시행자 측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 42억원 `폭탄` 맞아
법원 강제조정… 단국학원과의 다툼서 사실상 패배
일조권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는 방해 요소로 부각된 사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곳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단국학원 간 일조권 분쟁에서 법원이 조합에 막대한 액수의 배상금을 물리면서 일조권이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떠오른 것.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50부는 "일조권 소송의 피고인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원고인 단국학원에게 42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단국학원 측은 "재건축을 통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청실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단국공업고등학교의 일조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전체 17개 동 중 8개 동에 대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지난 6월 2개 동(최고 30층 높이로 설계된 107동과 최고 34층 높이로 설계된 112동)에 대해서만 공사를 중지하라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단국학원 측이 이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서 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애당초 단국학원 측이 요구한 배상액은 80억 원이었으나 청실 재건축조합이 22억 원을 제시하며 양측의 분쟁이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법원이 이를 40억 원으로 하는 `강제조정`을 시도했지만 한 차례 결렬됐다.
강제조정은 분쟁의 해결을 조정에 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분쟁 당사자에게 조정에 응할 의무를 지우거나 조정 기관이 작성한 조정안을 수락할 의무를 지운다. 조정 결정문 도착 후 14일 이내 이의신청이 없으면 조정 결정이 수용된다.
법원의 조정을 양측이 수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대치청실`은 연내 분양이 가능해졌다. 배상금은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아닌 조합 예비비와 공사비 절감 등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실아파트 사례는 일조권 침해가 조합(원)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실아파트처럼 분양 성공 확률이 높아 막대한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장의 경우 일조권을 침해한 데 따른 배상 부담이 별것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정비사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배상액은 대다수 조합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조권 우선시하는 법원 시각도 `부담`
사전합의 불구 권리침해 시 피해 보상?!
업계 한편에선 청실 재건축조합-단국학원 간 분쟁이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법원이 정비사업 추진의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는 `사유재산권`보다 일조권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사업시행자와 시공자 처지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7월에도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 제12부는 신축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일조권이 침해됐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로 인해 생긴 집값 하락분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한쪽에 절대적인 일조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건설사의 책임을 60% 수준으로 제한했다.
이보다 앞선 2010년 7월, 청주지방법원 민사 제12부는 S재건축 아파트 인근에 거주는 박모 씨 등이 "일조권을 침해당해 집값이 떨어졌다"며 S재건축조합과 시공자인 D건설, L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축 공사의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일조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수급인도 일조 방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들이 단순히 수급인으로서 아파트를 신축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피고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사업비용을 상당 부분 제공하고 나아가 공사비를 자신의 비용으로 충당하는 등 해당 아파트의 신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피고 회사들은 이 사건 재건축 사업계획 등에 관해 협의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다"면서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조합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했고 따라서 피고 회사들은 해당 아파트의 신축으로 일조권이 침해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씨 등은 "거주지 인근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수인한도(환경권의 침해나 공해, 소음 따위가 발생해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가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로 인해 소유한 주택의 시가가 떨어지고 난방비, 조명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으므로 피고들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심지어 건설사가 공사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인근 주민들에게 미리 지불하고 주민들은 향후 민·형사 상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합의서를 작성했어도 합의서 작성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일조권 침해에 대해선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온 바 있다.
2012년 초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 제11부는 서울 강북구 A재개발 구역 인근 주민 박모 씨 등 10명이 재개발조합과 시공자인 D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시가 하락분의 80%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건물 시가 하락 액수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해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피고들은 공동불법 행위자로서 각자 원고들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들의 청구는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피고 D건설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반소 기각은 D건설이 박씨 등이 일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나서자 "2011년 1월 원고들을 포함한 인근 주민 51명에게 신축 공사로 인한 일조권 침해, 소음·진동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피해 보상 합의금(총 77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합의금의 배액(1억 5400만 원)을 위약금으로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반소로 맞섰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소음·진동·균열 등을 호소했고 일조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이어서 합의서 작성 시 일조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합의서 문구에 일조권이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 일조권을 포함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D건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련의 법원 판단에 대해 업계는 사업시행자 측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이러한 경향을 염두에 둬야 배상금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이 자리 잡으면서 환경권과 일조권 등 비가시적 권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면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 측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 위법행위가 없다면 일조권 피해자 측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충북) 충주시의 경우에서처럼 조례 개정을 통해 일조권을 완화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시민들이 집단 반발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일조권은 향후 상위 가치로서 보호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사업계획을 마련치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조권 침해 기준 `수인한도` 초과 여부
배상금은 (시가 하락분+추가비용)의 일부로 제한
한편, 법원은 일조권 침해에 대해 대법원 판례(2007. 9. 7 선고 2005다72485, 2004. 9.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등)를 참조해 그 침해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건물의 신축으로 인해 그 주변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것이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려면 그 일조 방해의 정도가 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 수인한도 초과 여부는 피해의 정도, 가해 건물의 용도, 토지 이용의 선후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특히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연속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위 2가지 중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 일조 방해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는 게 법원 판단의 기준처럼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액 등의 책임 및 그 범위에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한쪽의 절대적인 일조권 보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일조권 침해 대상 주택의 구입 및 입주 시기, 일조권 침해 원인 주택의 신축 이전에도 일조권 침해가 존재했는지 여부 등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될 무렵이나 진행 중일 때 집을 산 사람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물리치는 판례가 다수 목격되고 있다. 거주 기간이 짧아 법적 보호를 받을 만한 이익이 형성됐다고 인정키 어려울 뿐 아니라 일조 방해가 있을 것이란 점을 사전에 예측 가능했다는 게 그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조권 피해자(손해배상청구인)가 소유한 주택의 시가 하락분 상당액과 아파트 신축 후 주거 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키 위해 청구인이 부담하게 될 추가비용(▲난방비 ▲조명비 ▲건조비 ▲제경비) 상당액으로 결정되는 게 다수 판례다.
손해배상책임은 시가 하락분 및 추가비용 합계액의 일부로 제한하면서 그 이유로 ▲아파트 부지에 신축 공사 이전에도 아파트 단지가 존재했던 점 ▲신축 공사 이전부터 청구인들의 주택 중 상당 부분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었던 점 ▲민법상 토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이웃 거주자도 그러한 사태가 토지의 통상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는 점 등이 꼽혔다.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 42억원 `폭탄` 맞아
법원 강제조정… 단국학원과의 다툼서 사실상 패배
일조권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는 방해 요소로 부각된 사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 재건축사업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곳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과 단국학원 간 일조권 분쟁에서 법원이 조합에 막대한 액수의 배상금을 물리면서 일조권이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복병`으로 떠오른 것.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제50부는 "일조권 소송의 피고인 청실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원고인 단국학원에게 42억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앞서 단국학원 측은 "재건축을 통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청실아파트 인근에 위치한 단국공업고등학교의 일조권을 침해할 것"이라며 전체 17개 동 중 8개 동에 대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법원은 지난 6월 2개 동(최고 30층 높이로 설계된 107동과 최고 34층 높이로 설계된 112동)에 대해서만 공사를 중지하라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단국학원 측이 이에 불복해 본안 소송을 제기하면서 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애당초 단국학원 측이 요구한 배상액은 80억 원이었으나 청실 재건축조합이 22억 원을 제시하며 양측의 분쟁이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법원이 이를 40억 원으로 하는 `강제조정`을 시도했지만 한 차례 결렬됐다.
강제조정은 분쟁의 해결을 조정에 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분쟁 당사자에게 조정에 응할 의무를 지우거나 조정 기관이 작성한 조정안을 수락할 의무를 지운다. 조정 결정문 도착 후 14일 이내 이의신청이 없으면 조정 결정이 수용된다.
법원의 조정을 양측이 수용키로 합의함에 따라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대치청실`은 연내 분양이 가능해졌다. 배상금은 조합원 추가부담금이 아닌 조합 예비비와 공사비 절감 등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실아파트 사례는 일조권 침해가 조합(원)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실아파트처럼 분양 성공 확률이 높아 막대한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장의 경우 일조권을 침해한 데 따른 배상 부담이 별것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정비사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배상액은 대다수 조합에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조권 우선시하는 법원 시각도 `부담`
사전합의 불구 권리침해 시 피해 보상?!
업계 한편에선 청실 재건축조합-단국학원 간 분쟁이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법원이 정비사업 추진의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는 `사유재산권`보다 일조권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사업시행자와 시공자 처지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7월에도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합의 제12부는 신축 아파트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일조권이 침해됐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일조권 침해로 인해 생긴 집값 하락분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한쪽에 절대적인 일조 이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건설사의 책임을 60% 수준으로 제한했다.
이보다 앞선 2010년 7월, 청주지방법원 민사 제12부는 S재건축 아파트 인근에 거주는 박모 씨 등이 "일조권을 침해당해 집값이 떨어졌다"며 S재건축조합과 시공자인 D건설, L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건축 공사의 수급인은 도급계약에 따라 건물을 건축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일조 방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도급인과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건물을 건축한 경우 수급인도 일조 방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시했다.
특히 피고들이 단순히 수급인으로서 아파트를 신축한 것이 아니라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피고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사업비용을 상당 부분 제공하고 나아가 공사비를 자신의 비용으로 충당하는 등 해당 아파트의 신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피고 회사들은 이 사건 재건축 사업계획 등에 관해 협의의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었던 지위에 있었다"면서 "사실상 공동 사업 주체로서 조합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면서 이 사건 아파트를 신축했고 따라서 피고 회사들은 해당 아파트의 신축으로 일조권이 침해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박씨 등은 "거주지 인근에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수인한도(환경권의 침해나 공해, 소음 따위가 발생해 타인에게 생활의 방해와 해를 끼칠 때 피해의 정도가 서로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가 발생했다"면서 "그로 인해 소유한 주택의 시가가 떨어지고 난방비, 조명비 등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으므로 피고들은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심지어 건설사가 공사로 인한 소음 등의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인근 주민들에게 미리 지불하고 주민들은 향후 민·형사 상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합의서를 작성했어도 합의서 작성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일조권 침해에 대해선 별도로 보상해야 한다는 판결도 나온 바 있다.
2012년 초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 제11부는 서울 강북구 A재개발 구역 인근 주민 박모 씨 등 10명이 재개발조합과 시공자인 D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시가 하락분의 80%를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또 "건물 시가 하락 액수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자료로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해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피고들은 공동불법 행위자로서 각자 원고들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원고들의 청구는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며 피고 D건설의 반소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반소 기각은 D건설이 박씨 등이 일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나서자 "2011년 1월 원고들을 포함한 인근 주민 51명에게 신축 공사로 인한 일조권 침해, 소음·진동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피해 보상 합의금(총 7700만 원)을 지급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합의금의 배액(1억 5400만 원)을 위약금으로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반소로 맞섰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당시 소음·진동·균열 등을 호소했고 일조권 침해가 발생하기 전이어서 합의서 작성 시 일조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합의서 문구에 일조권이 적혀 있다는 것만으로 일조권을 포함한 일체의 이의를 제기치 않기로 합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D건설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련의 법원 판단에 대해 업계는 사업시행자 측이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이러한 경향을 염두에 둬야 배상금 부담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이 자리 잡으면서 환경권과 일조권 등 비가시적 권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면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인 만큼 사업시행자 측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사 과정에 위법행위가 없다면 일조권 피해자 측의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충북) 충주시의 경우에서처럼 조례 개정을 통해 일조권을 완화하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시민들이 집단 반발한 데서 볼 수 있듯이 일조권은 향후 상위 가치로서 보호될 것이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둔 사업계획을 마련치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조권 침해 기준 `수인한도` 초과 여부
배상금은 (시가 하락분+추가비용)의 일부로 제한
한편, 법원은 일조권 침해에 대해 대법원 판례(2007. 9. 7 선고 2005다72485, 2004. 9.13 선고 2003다64602 판결 등)를 참조해 그 침해 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건물의 신축으로 인해 그 주변의 거주자가 직사광선이 차단되는 불이익을 받은 경우 그것이 위법한 가해행위로 평가되려면 그 일조 방해의 정도가 통념상 일반적으로 인용하는 수인한도를 넘어야 한다. 수인한도 초과 여부는 피해의 정도, 가해 건물의 용도, 토지 이용의 선후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특히 동짓날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연속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일조 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위 2가지 중 어느 것에도 포함되지 않는 일조 방해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보는 게 법원 판단의 기준처럼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배상액 등의 책임 및 그 범위에는 어느 정도 제한을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한쪽의 절대적인 일조권 보장에 한계가 있는 데다 일조권 침해 대상 주택의 구입 및 입주 시기, 일조권 침해 원인 주택의 신축 이전에도 일조권 침해가 존재했는지 여부 등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신축 공사가 시작될 무렵이나 진행 중일 때 집을 산 사람들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청구를 물리치는 판례가 다수 목격되고 있다. 거주 기간이 짧아 법적 보호를 받을 만한 이익이 형성됐다고 인정키 어려울 뿐 아니라 일조 방해가 있을 것이란 점을 사전에 예측 가능했다는 게 그 같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손해배상의 범위에 대해서는 일조권 피해자(손해배상청구인)가 소유한 주택의 시가 하락분 상당액과 아파트 신축 후 주거 지역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키 위해 청구인이 부담하게 될 추가비용(▲난방비 ▲조명비 ▲건조비 ▲제경비) 상당액으로 결정되는 게 다수 판례다.
손해배상책임은 시가 하락분 및 추가비용 합계액의 일부로 제한하면서 그 이유로 ▲아파트 부지에 신축 공사 이전에도 아파트 단지가 존재했던 점 ▲신축 공사 이전부터 청구인들의 주택 중 상당 부분은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일조권 침해를 받고 있었던 점 ▲민법상 토지 소유자는 원칙적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아야 하지만 이웃 거주자도 그러한 사태가 토지의 통상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는 점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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