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최근 들어 전면 철거-신축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경기 지역에선 시·도지사가 앞장서 `대안`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2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정비사업`에 추가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가장 각광 받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단독·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의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키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뜨는` 이유는 `출구전략`과 연관이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12년 1월 30일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을 발표한 이후 무더기 정비(예정)구역 해제(10월 17일 기준 112곳)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및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해산에 나선 바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4조의3제6항에 따르면, 정비구역 등이 해제된 경우 시·도지사 또는 대도시 시장은 해제된 구역을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8개월여 동안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매진해 왔던 서울시가 주거환경관리사업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사업 추진 구역만 22곳(2011년 7개, 2012년 15개)에 달한다. 이들은 ▲정비(예정)구역 해제 4개소 ▲뉴타운 존치 지역 4개소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10개소 ▲특성화 지역(외국인 밀집 및 다문화 지역) 4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시는 이 중 7곳에 대한 사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도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8월까지 12개소의 후보 대상지 선정을 마쳤고,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시는 주민 동의율 50% 이상 확보된 지역부터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가 내년부터 매년 15곳씩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을 신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최우선 후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16일 시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5곳을 해제키로 한 데 발 맞춰 시가 해제 구역에 대한 대안 사업 시행을 예고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김승원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재생과장은 "앞으로도 주민들이 정비구역 등의 해제를 요청할 경우 지속적으로 해제해 주민들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가 가능토록 할 것"이라며 "또 해제 구역 주민이 희망할 경우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대안적 정비사업으로 검토·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후죽순 구역 지정, 과거 뉴타운과 닮은꼴
주거안정에 기여 못하는데 세금을 써… 왜?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업계 한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안`이란 이름으로 우후죽순 구역 지정이 이뤄지는 현실이 과거 남발됐던 뉴타운사업지구 지정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타운은 애초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며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 없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공약 남발로 이뤄졌던 뉴타운의 오늘이 어떤지를 살펴보면, 현재 대안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고, 단독·다세대주택을 개량하는 수준의 사업에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면 철거-신축을 통해 시내 요지에 부족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기존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거환경관리사업은 기존 단독·다세대주택을 개량하고 기반시설 등을 정비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주택 공급과 그에 따른 서민 주거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A씨 역시 "기존 재개발·재건축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든지 해당 구역 일대의 주거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측면에선 효과적"이라면서 "반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서민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도 사업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8조제6항).
실제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대부분 관(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지난달(9월) 서울시가 최초로 완료했다고 발표한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주거환경관리사업도 사업시행자가 마포구(청장)이다.
민간이 아닌 관이 사업시행을 한다는 것은 이 사업에 시·도비 등이 투입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남동 주거환경관리사업만 하더라도 서울시가 시비 50억여 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환경과 장상규 주거환경사업팀장은 지난 25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남동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시가 예산을 지원해 마포구가 시행했다"며 "시비로 약 54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첫 번째 사업이라 여러모로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상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 1개소당 20억 원가량이 들어가는데,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하게 되면 10억 원 정도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장 팀장에 따르면, 시는 현재 추진 중인 22개소의 경우 사업비를 100% 시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 추진 예정인 사업에 대해선 시와 해당 자치구가 8:2 정도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맞춤형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도의 경우, 구역 1곳당 도와 해당 시가 3:7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한다. 총 사업비는 ▲국비 30% ▲도비 30% ▲시비 40%의 비율로 지원이 이뤄진다.
2013년 10월 현재 경기도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10곳. 1곳당 총 사업비가 5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도비로 30%를 지원하게 되므로 향후 3~4년간 약 15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들 중 2곳은 국토교통부의 `2014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대상이 돼 국비 50억 원을 지원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성패는 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적기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사실상 세금으로 사업비가 충당되는데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시공자 등의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시행자 측이 업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있지만, 예산 확보에 시간이 걸리거나 충분한 액수가 지원되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은 원활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단독·다세대주택 거주자들도 국민의 일원인 점에서 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출구전략 활성화로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량·정비 방식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과연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차제에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는 강조했다.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 첫 완료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갔더니…
이에 본보는 앞서 지적된 대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키 위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가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를 마친 첫 사업 구역으로서, 시 역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본래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이었다. 하지만 2010년 2월 구역에서 해제됐고, 같은 해 11월 `휴먼타운` 시범 구역으로 선정됐다. 이듬해인 2011년 10월 사업계획 결정·고시가 이뤄져 시와 구가 사업에 착수했으나 2012년 2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도입되면서 이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전신주와 전선 등을 매설(지중화)하고 가로수를 심어 가로 환경을 개선했다. 아울러 폐쇄회로TV(CCTV) 등 보안·방범 시설 등을 확충해 주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해 주민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장(場)도 마련했다. 주차 공간도 대거 확보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8만2900㎡의 모습은 시의 홍보대로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가로 양옆은 담장을 없애 개방감을 높였다. 잘 정비된 도로와 주차시설은 고질적인 주차 문제와 그로 인한 주민 간 반목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처럼 보였다. 중앙 가로수를 경계로 일방통행만 허용해 보행자 안전과 교통 정체 해소 등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또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인근 `홍대 상권`의 모습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비춰졌다. 선글라스를 낀 주민이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주민의 모습도 보였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 이전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이전에 비해 한층 밝아진 분위기 탓에 이 일대 상가 임대료 및 권리금과 집값도 상승하리란 기대 심리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근 상수동과 합정동도 매매가와 상가 권리금 등이 약보합세인 점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합정동 일대만 하더라도 집값이 하락 추세에 있지만 연남동은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근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완료된 데다 경의선 복선 철도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 주민들 사이에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앞서 언급됐듯 기존 정비사업의 최대 강점인 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특정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탁월한 방식인 데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궁극적으론 소규모로 정비·개량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하지만 주택 수요가 많은 도심이나 랜드마크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이란 틀에서 봤을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면 철거-신축 방식이 건설 회사 중심의 개발 논리에 적합한 모델인 만큼 이러한 개발 방식이 쌓아온 기존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새 정비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오해를 낳을 수도 있지만 이미 벌려 놓은 뉴타운·재개발 등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기존 방식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키 위해 본질을 흐리려는 것처럼 보여 볼썽사납다"며 혀를 찼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최근 들어 전면 철거-신축 방식의 재개발·재건축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해 인천·경기 지역에선 시·도지사가 앞장서 `대안` 사업 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2년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정비사업`에 추가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가장 각광 받고 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단독·다세대주택 등이 밀집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의 확충을 통해 주거환경을 보전·정비·개량키 위해 시행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뜨는` 이유는 `출구전략`과 연관이 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2012년 1월 30일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을 발표한 이후 무더기 정비(예정)구역 해제(10월 17일 기준 112곳)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및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해산에 나선 바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4조의3제6항에 따르면, 정비구역 등이 해제된 경우 시·도지사 또는 대도시 시장은 해제된 구역을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년 8개월여 동안 정비사업 출구전략에 매진해 왔던 서울시가 주거환경관리사업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사업 추진 구역만 22곳(2011년 7개, 2012년 15개)에 달한다. 이들은 ▲정비(예정)구역 해제 4개소 ▲뉴타운 존치 지역 4개소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10개소 ▲특성화 지역(외국인 밀집 및 다문화 지역) 4개소 등으로 이뤄져 있다. 서울시는 이 중 7곳에 대한 사업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도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8월까지 12개소의 후보 대상지 선정을 마쳤고, 현재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시는 주민 동의율 50% 이상 확보된 지역부터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되는 곳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가 내년부터 매년 15곳씩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을 신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이 최우선 후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지난 16일 시내 재개발·재건축 정비(예정)구역 5곳을 해제키로 한 데 발 맞춰 시가 해제 구역에 대한 대안 사업 시행을 예고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김승원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재생과장은 "앞으로도 주민들이 정비구역 등의 해제를 요청할 경우 지속적으로 해제해 주민들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가 가능토록 할 것"이라며 "또 해제 구역 주민이 희망할 경우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대안적 정비사업으로 검토·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후죽순 구역 지정, 과거 뉴타운과 닮은꼴
주거안정에 기여 못하는데 세금을 써… 왜?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업계 한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안`이란 이름으로 우후죽순 구역 지정이 이뤄지는 현실이 과거 남발됐던 뉴타운사업지구 지정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뉴타운은 애초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며 "제대로 된 사업성 분석 없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공약 남발로 이뤄졌던 뉴타운의 오늘이 어떤지를 살펴보면, 현재 대안으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의 미래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적고, 단독·다세대주택을 개량하는 수준의 사업에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전면 철거-신축을 통해 시내 요지에 부족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기존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주거환경관리사업은 기존 단독·다세대주택을 개량하고 기반시설 등을 정비하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주택 공급과 그에 따른 서민 주거 안정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A씨 역시 "기존 재개발·재건축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든지 해당 구역 일대의 주거환경을 전반적으로 개선한다는 측면에선 효과적"이라면서 "반면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서민 주거 안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데도 사업비용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만 받으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사업시행자가 될 수 있다(도시정비법 제8조제6항).
실제로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서 추진 중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대부분 관(官)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지난달(9월) 서울시가 최초로 완료했다고 발표한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주거환경관리사업도 사업시행자가 마포구(청장)이다.
민간이 아닌 관이 사업시행을 한다는 것은 이 사업에 시·도비 등이 투입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남동 주거환경관리사업만 하더라도 서울시가 시비 50억여 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주거환경과 장상규 주거환경사업팀장은 지난 25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연남동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시가 예산을 지원해 마포구가 시행했다"며 "시비로 약 54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는 첫 번째 사업이라 여러모로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통상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 1개소당 20억 원가량이 들어가는데,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하게 되면 10억 원 정도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장 팀장에 따르면, 시는 현재 추진 중인 22개소의 경우 사업비를 100% 시비로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향후 추진 예정인 사업에 대해선 시와 해당 자치구가 8:2 정도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맞춤형 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을 추진 중인 경기도의 경우, 구역 1곳당 도와 해당 시가 3:7의 비율로 비용을 분담한다. 총 사업비는 ▲국비 30% ▲도비 30% ▲시비 40%의 비율로 지원이 이뤄진다.
2013년 10월 현재 경기도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모두 10곳. 1곳당 총 사업비가 5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도비로 30%를 지원하게 되므로 향후 3~4년간 약 15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이들 중 2곳은 국토교통부의 `2014년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대상이 돼 국비 50억 원을 지원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주거환경관리사업의 성패는 필요한 예산을 `얼마나` `적기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사실상 세금으로 사업비가 충당되는데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며 "시공자 등의 보증을 통한 자금 조달을 통해 사업을 시행하는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사업시행자 측이 업체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있지만, 예산 확보에 시간이 걸리거나 충분한 액수가 지원되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은 원활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단독·다세대주택 거주자들도 국민의 일원인 점에서 그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출구전략 활성화로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량·정비 방식인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과연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차제에 깊이 생각해 볼 문제"라는 강조했다.
서울시, 주거환경관리사업 첫 완료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갔더니…
이에 본보는 앞서 지적된 대로 주거환경관리사업이 기존 정비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확인키 위해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서울시가 주거환경관리 방식으로 정비를 마친 첫 사업 구역으로서, 시 역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시에 따르면, 이곳은 본래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이었다. 하지만 2010년 2월 구역에서 해제됐고, 같은 해 11월 `휴먼타운` 시범 구역으로 선정됐다. 이듬해인 2011년 10월 사업계획 결정·고시가 이뤄져 시와 구가 사업에 착수했으나 2012년 2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도입되면서 이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전신주와 전선 등을 매설(지중화)하고 가로수를 심어 가로 환경을 개선했다. 아울러 폐쇄회로TV(CCTV) 등 보안·방범 시설 등을 확충해 주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주민커뮤니티센터를 신축해 주민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장(場)도 마련했다. 주차 공간도 대거 확보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마포구 연남동 239-1 일대 8만2900㎡의 모습은 시의 홍보대로 깔끔한 외관을 자랑했다.
가로 양옆은 담장을 없애 개방감을 높였다. 잘 정비된 도로와 주차시설은 고질적인 주차 문제와 그로 인한 주민 간 반목을 상당 부분 해소해 줄 것처럼 보였다. 중앙 가로수를 경계로 일방통행만 허용해 보행자 안전과 교통 정체 해소 등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또한 세련된 외관을 자랑하는 상점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인근 `홍대 상권`의 모습을 벤치마킹한 것처럼 비춰졌다. 선글라스를 낀 주민이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고, 카페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주민의 모습도 보였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추진 이전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었다.
이전에 비해 한층 밝아진 분위기 탓에 이 일대 상가 임대료 및 권리금과 집값도 상승하리란 기대 심리가 널리 퍼져 있는 상태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근 상수동과 합정동도 매매가와 상가 권리금 등이 약보합세인 점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합정동 일대만 하더라도 집값이 하락 추세에 있지만 연남동은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최근 주거환경관리사업이 완료된 데다 경의선 복선 철도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라 주민들 사이에 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앞서 언급됐듯 기존 정비사업의 최대 강점인 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거환경관리사업이 특정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에는 탁월한 방식인 데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황에서 궁극적으론 소규모로 정비·개량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면서도 "하지만 주택 수요가 많은 도심이나 랜드마크 지역의 신규 주택 공급이란 틀에서 봤을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면 철거-신축 방식이 건설 회사 중심의 개발 논리에 적합한 모델인 만큼 이러한 개발 방식이 쌓아온 기존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새 정비 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것이 자칫 오해를 낳을 수도 있지만 이미 벌려 놓은 뉴타운·재개발 등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거환경관리사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기존 방식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키 위해 본질을 흐리려는 것처럼 보여 볼썽사납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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