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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귀에 말 걸기 (전자책)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등록일 : 2016-09-30 00:16:28 · 공유일 : 2017-12-21 03:47:16


내 귀에 말 걸기 
초연 김은자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에 새하얀 세일러복을 입혀서 나를 자전거 뒤에 태웠다.
시골 고향 마을을 여기 저기 나를 태워서 데리고 다니시던 그리운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하면 무엇이든 제일 잘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난 순진해서 정말 제일 잘 했는지 알았다. 그게 아닌데도 기를 살려주시려고 언제나 칭찬을 많이도 했던 나의 아버지.
  초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가끔 약주를 드시고 오시면 내 볼에 뽀뽀를 하자고 했다. 나는 그게 싫어서 도망을 다녔다. 아마도 아버지의 수염이 따가워서 그랬지 싶다.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내가 아가들의 엄마가 되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아버지의 무한 사랑은 내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 싫으셨던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결혼을 늦게 하였다. 모든 것이 늦되는 시골 소녀는 아버지의 바램 이었던 법조계의 판검사를 하지 않고 사범대학을 가서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다. 강의실에서의 인연들과 유학 생활 등은 내가 살아온 인생행로의 정거장과도 같다.
  내 인생의 하늘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바다 같은 사랑을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깨닫게 되는 늦되는 여식은 반세기를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였다. 모든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허공에 흩어진 것도 참 늦게야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작업은 알알이 자국을 남기며 영원을 약속한다는 것도 이제야 알아차려서 서투른 걸음마를 띠고 있다. 내 삶의 밑그림에 마중물 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니 그저 수다스럽다고 느껴지고 부끄럽기가 그지없다.
  견직물을 손빨래를 할 때 마지막에 헹구는 물에 식초 한 방울을 넣어 빨래를 그 물에 흔들었다가 널어 말린다. 그러면 마른 후에 비단 옷만이 가지는 비단소리가 치마를 입고 움직이는 너울 따라 바이올린 현의 여운처럼 우아한 소리를 낸다. 이를 비단소리라 칭한다.
  괴테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 그것이 우리를 인도 한다.” 는 말을 남겼다. 비단의 부드러움은 여성을 상징하지 싶다. 비단 옷을 입고, 어두운 밤에 비단소리를 내며 거리를 걸어보았자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자체의 품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빛이 있는 장소에서 비단 옷을 입으면 그 색채와 무늬와 비단 소리까지 드러낼 수가 있다고 한다. 내게 집필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어휘의 조합으로 엮어내던 강의는 자취 없는 소멸뿐이었다. 문자의 향기들로 언어의 다발을 묶어 놓으면,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향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도 역시 나는 늦게야 알아 차렸다. 하여, 7학년인 지금에야 삶의 조각들을 짜깁기 하듯 한편의 소박한 밥상 같은 수필들을 엮어보았다.
  누가 꼭 읽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삶의 흔적을 조금만 쏟아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 누군가 이 책을 고단한 쉼터에서 곁에 머물게 해 주기만 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삼첩반상 같은 상차림을 했다. 작은 소망이라면 한분이라도 이 글의 향이 잠깐의 친구가 되어 위로의 손난로가 되어 준다면 더 없는 기쁨이고 영광이겠다.
  끝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글쓰기에 대한 용기와 격려는 물론이려니와 교열과 작품해설까지 일체의 일을 도맡아 주신 눈재 한상렬 교수님의 전적인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드리며, 내가 사랑하는 먼저 가신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과 세상에서 나와 교감한 모든 이 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 초연 김은자, 책머리글 <작가의 말> 


       - 차    례 - 

작가의 말 

제1부 내 귀에 말 걸기
가슴에 아들을 묻은 나의 어머니 
환상의 성 
그리움의 향내 짙은 제자들 
금단현상 이중주 
내 귀에 말 걸기 

제2부 노을빛 물든 인왕산
노을빛 물든 인왕산 
꼬갱이 
짝사랑 고백의 빗금 
캠퍼스 너스레 별곡 
편견의 늪 

제3부 해탈의 언덕배기
해탈의 언덕배기 
본능의 굴레 
비어 있는 옆자리 
사랑하는 손녀의 배려심 
아버지의 면허증 

제4부 언니의 여울목
언니의 여울목 
어머니의 손길 같아 
원어민에 토렴하며 익히기 
이화장 뜨락에 정아 노래 
작은 기쁨의 가치 

제5부 줄서기 인생
줄서기 인생 
고종명의 미학 
첨의 향연 
해운대 밤바다 검은 오선지 
주(酒)여! 

해설 | 김은자 수필의 존재론적 사유와 의식의 관계망 _ 한상렬   

[2016.10.01 발행. 160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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