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을 내려오다가 찻집에 들렸다. 30년 전 이민 가기 전에 들렸던 그 산장이 있나 찾아보고 싶었다. 조금 돌아가니 권금장 그 때 그 집이 있다. 반가워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때 사람이 아닌 낫선 사람이다. 그 때 그분들은 50줄에 넘었을 것 같은데 30년이 지났으니 팔십이 넘을 것, 은퇴 하였을까, 아니면 다른 분이 운영하나, 궁금하였다.
나지막한 나무 탁자 앞에 앉아서 녹차를 시키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춥기도 하여 몸을 녹이고 싶었다. 벽을 쳐다보니 나무 기둥에 편지들이 빼곡 꼽혀있다. 전에도 편지들이 있었나 생각이 잠겼다. 주인이 바뀌었나요. 하고 물었다. 그 때는 오두막집이라고 생각하였는데요, 주인장이 아니 그 때도 이집이었는데요 말한다.
주인만 바뀌었나 보군요. 우리 형님이 하다가 형님이 연세가 많아서 은퇴하고 내가 맡아서 합니다, 말한다.
진열대를 쳐다보니 1962년부터 2005년까지 기록한 폴더가 보인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방명록 인가요, 아니요, 손님이 한마디씩 적어 놓고 간 글이지요. 기둥 쇠고리에 잔뜩 걸려 있는 메모지를 가리킨다. 나도 한마디 적고 싶다고 하니 메모지를 준다.
녹차를 하나 시켜 놓고/ 탁자를 마주 하니/ 파랗게 울어 나는 30년 세월/ 그리움이다/ 이민가지 전 다녀 갈 적에는/ 새파란 청년이 허연 머리/ 초로가 되어 맞이하네./ 하산하려 하니/ 벽에 조롱조롱 달린 사연들이/ 자꾸 붙잡네.
시 한 수 적어 놓고 내려 왔다. 또 언제 올 것인지 잘 있어라 하고 아듀 했다.
이 집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 이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보호 목적으로 박정희 정권 때 세워진 산장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차에, 주인장 후덕한 인심에 넉넉히 몸을 녹이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언제 또 오게 될는지, 그리움이 자박 자박 따라 온다.
― 김사빈, <머리말>
- 차 례 -
머리말
제1부 권금장 그 찻집
권금장 그 찻집 만남의 장
외도로 가는 길
한려수도
보성 녹차 밭
고향 나들이
남근
신라의 숨결 앞에서
제2부 오죽헌에서
오죽헌에서
오죽헌 다도 앞에
잉태
인장 박물관 앞에서
조지훈 시비 앞에서
미당 선생님
최명희 혼불을 보다
코스모스 길
기왓장 지나는 소리
이효석문학관에서
메밀꽃이 필 무렵
목월 시비 앞에서
산책로를 따라
제3부 그 고운 이름들
구천동 이름들
칠봉산에서
부남에서 만난 친구
언니네 집
영동여자고등학교가 군청이 되었다
군용열차
청계천다리에서
단풍
홍석우는
노란 장판 깐 여인숙
파고다공원에서는
제4부 꽃길이었으면
님이 걸어간 꽃길이
통일전망대에서
청와대에서
국정원에서
유람선을 타고
경복궁에는
전쟁념관에서
춘향이 남원
아침을 열며
강변에 앉아
고국을 떠나며
제5부 해녀의 일생
해남
해녀
해녀는 바다 속에서 살아간다
진주에서
강릉 바닷가 멸치
제6부 알라스카
저녁놀
수줍은 그대
노을의 분기점
달빛
곰이 나온다는 알라스카
Ma Hal Kita
시나브로
마주 앉아
기타를 치는 소녀
권금장 그 찻집
김사빈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설악산을 내려오다가 찻집에 들렸다. 30년 전 이민 가기 전에 들렸던 그 산장이 있나 찾아보고 싶었다. 조금 돌아가니 권금장 그 때 그 집이 있다. 반가워서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때 사람이 아닌 낫선 사람이다. 그 때 그분들은 50줄에 넘었을 것 같은데 30년이 지났으니 팔십이 넘을 것, 은퇴 하였을까, 아니면 다른 분이 운영하나, 궁금하였다.
나지막한 나무 탁자 앞에 앉아서 녹차를 시키었다. 바람이 몹시 불어서 춥기도 하여 몸을 녹이고 싶었다. 벽을 쳐다보니 나무 기둥에 편지들이 빼곡 꼽혀있다. 전에도 편지들이 있었나 생각이 잠겼다. 주인이 바뀌었나요. 하고 물었다. 그 때는 오두막집이라고 생각하였는데요, 주인장이 아니 그 때도 이집이었는데요 말한다.
주인만 바뀌었나 보군요. 우리 형님이 하다가 형님이 연세가 많아서 은퇴하고 내가 맡아서 합니다, 말한다.
진열대를 쳐다보니 1962년부터 2005년까지 기록한 폴더가 보인다. 나는 그것을 보면서 방명록 인가요, 아니요, 손님이 한마디씩 적어 놓고 간 글이지요. 기둥 쇠고리에 잔뜩 걸려 있는 메모지를 가리킨다. 나도 한마디 적고 싶다고 하니 메모지를 준다.
녹차를 하나 시켜 놓고/ 탁자를 마주 하니/ 파랗게 울어 나는 30년 세월/ 그리움이다/ 이민가지 전 다녀 갈 적에는/ 새파란 청년이 허연 머리/ 초로가 되어 맞이하네./ 하산하려 하니/ 벽에 조롱조롱 달린 사연들이/ 자꾸 붙잡네.
시 한 수 적어 놓고 내려 왔다. 또 언제 올 것인지 잘 있어라 하고 아듀 했다.
이 집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 이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보호 목적으로 박정희 정권 때 세워진 산장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차에, 주인장 후덕한 인심에 넉넉히 몸을 녹이고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언제 또 오게 될는지, 그리움이 자박 자박 따라 온다.
― 김사빈, <머리말>
- 차 례 -
머리말
제1부 권금장 그 찻집
만남의 장
권금장 그 찻집
외도로 가는 길
한려수도
보성 녹차 밭
고향 나들이
남근
신라의 숨결 앞에서
제2부 오죽헌에서
오죽헌에서
오죽헌 다도 앞에
잉태
인장 박물관 앞에서
조지훈 시비 앞에서
미당 선생님
최명희 혼불을 보다
코스모스 길
기왓장 지나는 소리
이효석문학관에서
메밀꽃이 필 무렵
목월 시비 앞에서
산책로를 따라
제3부 그 고운 이름들
구천동 이름들
칠봉산에서
부남에서 만난 친구
언니네 집
영동여자고등학교가 군청이 되었다
군용열차
청계천다리에서
단풍
홍석우는
노란 장판 깐 여인숙
파고다공원에서는
제4부 꽃길이었으면
님이 걸어간 꽃길이
통일전망대에서
청와대에서
국정원에서
유람선을 타고
경복궁에는
전쟁념관에서
춘향이 남원
아침을 열며
강변에 앉아
고국을 떠나며
제5부 해녀의 일생
해남
해녀
해녀는 바다 속에서 살아간다
진주에서
강릉 바닷가 멸치
제6부 알라스카
저녁놀
수줍은 그대
노을의 분기점
달빛
곰이 나온다는 알라스카
Ma Hal Kita
시나브로
마주 앉아
기타를 치는 소녀
[2016.07.01 발행. 97쪽. 정가 5천원(전자책)]
※ 이 책은 콘텐츠몰.com 에서 바로 구매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콘텐츠몰 바로가기(클릭)
◑ 전자책 미리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