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집을 내게 되었다.
시집을 내지 않고도 숨어서 응원하는 시의 옹호자들이 있다. 그들은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평생 단 한 권의 시집에 천하의 명시를 남긴 시인도 있고, 아무 조건도 없이 한결같은 사랑을 시에 바치는 독자들도 있다. 어설프고 시건방진 시인보다 얼마나 순결하고 정직한 사람들인가.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벌써 아홉 번째의 시집을 내는 일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변명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싶다.
『환상일기』는 월간『시문학』지에 일 년 동안 연재하던 시 60편의 총칭이다. 그것들을 묶어서 시집으로 내놓으면서 나는 좀 더 볼품 있는 외양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근작 시 15편을 더하였더니 75편이 되었다.『시문학』에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수백 편이라도 계속 쓸 수 있을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만큼 흥건하고 윤택한 정서가 나를 눈물 나는 산천과 골짝으로 이끌고 갔고, 나는 거기서 얻은 설렘을 큰 힘으로 삼았었다.
내가 무엇을 노래하였든지, 그것이 자연이든지 인생이든지 언제나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집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창세의 위력을 절감할 때에도 나는 그것을 공감할 사람을 그리워한다. 비슷한 기억이나 체험으로 연루된 사람 사이의 일들이 나의 감동을 배가시키곤 하는 것이다.
나는 초월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해답을 얻어내고 비상한 희열에 잠기는 때가 있다. 혹은 자연의 품속에서 인간사를 잊고 초연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때에도 나는 사람 사이의 일을 생각하면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한다. 지금까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람사이의 일이었으며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세속적인 일에서 해방되기는 퍽 어려울 것 같다.
『환상일기』의 많은 시들을 돌아다보는 시선으로 썼다. 나는 지금 당장 바장이며 애달아하는 투가 아닌 다 지나간 다음의 잔잔히 여과된 마음을 내보이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역시 씨앗을 틔우는 자양분이 될 뿐, 시로 옮겨지는 것은 언제나 현재진행의 정서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대표작을 남기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의 시를 쓰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오늘 발표하는 이 시들 중에 과연 나의 대표작이 될 만한 작품이 몇 편이나 될까. 시에 바치고 싶은 내 사랑에 비하면 아직도 어눌한 고백이어서 쓸쓸한 마음으로 발표한다.
― 이향아, 책머리글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꿈꾸던 시간
나의 시간은 적막을 위하여
가고 싶은 나라들
길고 긴 대낮
안심하소서
어둠의 노래
지나가는 길
사랑하는 선생님께
어제는 비가 왔었다
오래된 얼굴
그리운 영원
빈 교실
가설극장
홀로 떠나는 밤
방랑의 새
제2부 패랭이꽃이 피었다
새를 날리며
패랭이꽃 피었다
머리카락 두어 올
짐을 풀으리
봄날은 간다
풍경에 기대어
은둔자의 노래
약수를 마시며
빈들에서
동백을 보며
낙엽수를 노래함
우산 하나 마련해야겠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후회하고 싶었다
가을 들판 바람 속
쪽빛 종말을 생각하며
제3부 땀에 젖은 그대 손
한밤에 머리를 빗으며
여기 살던 사람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내일 다시 만날 사람
내 곁에 나란히 선 그대
흰색에 대하여
이런 날 이런 때는
당신의 손
미역국
사람 찾는 사람들
물이 되련다
동전을 주우며
이런 그림
상사초 구경
무엇인가 된 우리들
제4부 아름다워라 사람의 일이여
껍데기의 노래
간절하게 하소서
그렇게 철이 들곤 했었다
타관에서
나는 감정적이다
빈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고소 공포증
빈 강의실
잃어버린 날을 찾아서
죽음에 이르는 병
한 오백 년, 한 오백 년
화려한 십자가
찻잔의 모서리에
한 채 집이 되고 싶다
탱자나무 골목
평등한 길들이기
제5부 꽃다발을 말리면서
우리들의 외출은 잠시일 뿐
집 속에 갇히려고 야단들이다
꽃다발을 말리면서
안녕하십니까
아큐에게
금욕일기 1
금욕일기 2
금욕일기 3
금욕일기 4
금욕일기 5
커튼을 치며
떠나는 꿈
오늘 군산 날씨
군산에 가고 싶다
봄 바다 파도처럼
환상일기
이향아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다시 시집을 내게 되었다.
시집을 내지 않고도 숨어서 응원하는 시의 옹호자들이 있다. 그들은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평생 단 한 권의 시집에 천하의 명시를 남긴 시인도 있고, 아무 조건도 없이 한결같은 사랑을 시에 바치는 독자들도 있다. 어설프고 시건방진 시인보다 얼마나 순결하고 정직한 사람들인가.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나는 벌써 아홉 번째의 시집을 내는 일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변명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싶다.
『환상일기』는 월간『시문학』지에 일 년 동안 연재하던 시 60편의 총칭이다. 그것들을 묶어서 시집으로 내놓으면서 나는 좀 더 볼품 있는 외양을 갖추고 싶었다. 그래서 근작 시 15편을 더하였더니 75편이 되었다.『시문학』에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수백 편이라도 계속 쓸 수 있을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만큼 흥건하고 윤택한 정서가 나를 눈물 나는 산천과 골짝으로 이끌고 갔고, 나는 거기서 얻은 설렘을 큰 힘으로 삼았었다.
내가 무엇을 노래하였든지, 그것이 자연이든지 인생이든지 언제나 중요한 구심점이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집착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창세의 위력을 절감할 때에도 나는 그것을 공감할 사람을 그리워한다. 비슷한 기억이나 체험으로 연루된 사람 사이의 일들이 나의 감동을 배가시키곤 하는 것이다.
나는 초월자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해답을 얻어내고 비상한 희열에 잠기는 때가 있다. 혹은 자연의 품속에서 인간사를 잊고 초연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때에도 나는 사람 사이의 일을 생각하면서 더 큰 의미를 발견한다. 지금까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사람사이의 일이었으며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도 사람 사이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세속적인 일에서 해방되기는 퍽 어려울 것 같다.
『환상일기』의 많은 시들을 돌아다보는 시선으로 썼다. 나는 지금 당장 바장이며 애달아하는 투가 아닌 다 지나간 다음의 잔잔히 여과된 마음을 내보이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역시 씨앗을 틔우는 자양분이 될 뿐, 시로 옮겨지는 것은 언제나 현재진행의 정서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대표작을 남기는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의 시를 쓰겠노라고 호언장담했던 일이 생각난다. 그러나 오늘 발표하는 이 시들 중에 과연 나의 대표작이 될 만한 작품이 몇 편이나 될까. 시에 바치고 싶은 내 사랑에 비하면 아직도 어눌한 고백이어서 쓸쓸한 마음으로 발표한다.
― 이향아, 책머리글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꿈꾸던 시간
적막을 위하여
나의 시간은
가고 싶은 나라들
길고 긴 대낮
안심하소서
어둠의 노래
지나가는 길
사랑하는 선생님께
어제는 비가 왔었다
오래된 얼굴
그리운 영원
빈 교실
가설극장
홀로 떠나는 밤
방랑의 새
제2부 패랭이꽃이 피었다
새를 날리며
패랭이꽃 피었다
머리카락 두어 올
짐을 풀으리
봄날은 간다
풍경에 기대어
은둔자의 노래
약수를 마시며
빈들에서
동백을 보며
낙엽수를 노래함
우산 하나 마련해야겠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후회하고 싶었다
가을 들판 바람 속
쪽빛 종말을 생각하며
제3부 땀에 젖은 그대 손
한밤에 머리를 빗으며
여기 살던 사람
나는 왜 걸핏하면 눈물이 나는지
내일 다시 만날 사람
내 곁에 나란히 선 그대
흰색에 대하여
이런 날 이런 때는
당신의 손
미역국
사람 찾는 사람들
물이 되련다
동전을 주우며
이런 그림
상사초 구경
무엇인가 된 우리들
제4부 아름다워라 사람의 일이여
껍데기의 노래
간절하게 하소서
그렇게 철이 들곤 했었다
타관에서
나는 감정적이다
빈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고소 공포증
빈 강의실
잃어버린 날을 찾아서
죽음에 이르는 병
한 오백 년, 한 오백 년
화려한 십자가
찻잔의 모서리에
한 채 집이 되고 싶다
탱자나무 골목
평등한 길들이기
제5부 꽃다발을 말리면서
우리들의 외출은 잠시일 뿐
집 속에 갇히려고 야단들이다
꽃다발을 말리면서
안녕하십니까
아큐에게
금욕일기 1
금욕일기 2
금욕일기 3
금욕일기 4
금욕일기 5
커튼을 치며
떠나는 꿈
오늘 군산 날씨
군산에 가고 싶다
봄 바다 파도처럼
[2015.10.13 발행. 126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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