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쩌면 내게 생활방편과도 같았다. 숫기 없고 부끄럼이 많던 소년에게 글은 말을 대신한 표현수단으로 요긴했던 것이다. 초등시절 문예반에 들어가 내게 일어난 일들을 써서 주위에 보여주는 일에 희열 같은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훗날 고교시절 백일장에 응모하거나 신춘문예에 기웃거린 일을 돌아보면 꾸준히 글 쓰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수필을 써서 금융잡지에 싣곤 했으니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뿐, 직장인으로서 더 이상 문학에 목을 맬 수는 없었다. 퇴직 후 여분의 시간이 생기자 마침내 등단을 하고 문학 서클에 들어가 동호인들과 어울리면서 차츰 수필 장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나 소설과 달리 수필은 삶의 진실을 진솔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내 삶의 환희와 질곡,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매혹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수필에 신명을 바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일 년여 동안은 전혀 쓰지 못했다. 사실은 의식적으로 절필을 한 셈이다. 수필 40편만 모이면 책을 내리라 했었는데 막상 글을 채우고 나니 책을 내는 일이 번거롭고도 시들해졌다. 수필지에 실었으면 그만이지 다시 책으로 묶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수필을 통해 이름을 알리거나 명예를 얻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미적대며 지내오는 동안 책을 내라는 지인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가족의 강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다시 생각하니 흩어진 글들을 묶어 떠나보내는 게 순리일 것도 같았다.
이 수필들은 삶과 추억 그리고 상념에서 건져 올린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세월 이런저런 기회에 쓰게 되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이야기로 나를 온전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필이 삶에 대한 통찰과 경험적 진실을 고백하는 문학이라면 나의 수필은 곧 내 자아를 웬만큼 대변하는 것이 분명하다. 파편화된 자아를 일괄하는 것은 일부의 자아라도 완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머지를 채워줄 또 다른 창작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첫 수필집을 묶었으니 당분간 동양고전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그간 서양고전은 꾸준히 만나왔지만 동양고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것 같다. 이점이 수필 작가로서의 자격에 치명적 흠결이라도 되는 듯 심적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한동안 공부를 하고 나면 글이 그만큼 깊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테마의 글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개인사를 주로 다룬 나의 첫 수필집이 미진하더라도 양해하시고 봐주셨으면 한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듯 이 책을 읽어 주시리라 믿기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최태준, <머리말>
- 차 례 -
책머리에
제1부 부부 싸움 부부 싸움
그렉(Greg)의 레시피
도심의 소나무
가면의 여인들
죽음에 대한 단상
사랑의 빚
골프와 도둑
발성 연습
경건한 푸시업(push-up)
시베리아 단상
제2부 달콤한 덫
녹슨 하모니카
육회를 먹으며
달콤한 덫
첫사랑
남자의 수염
그의 흔적
쿠바 모기
부끄러운 고백
홍삼 드링크
마지막 낚시
제3부 애도의 밤
애도의 밤
결혼의 명암
소꿉놀이
내 영혼 바람 되어
뭉치 이야기
연적(戀敵)을 만나다
굿바이 소년
구월의 장미
송년회 에피소드
무학산(舞鶴山)
제4부 나의 전속 이발사
나의 전속 이발사
뉴욕의 길고양이들
실명(失明) 체험
단풍나무
아카시아 향기
아이 러브 유
때 늦은 프러포즈
발해의 꿈
지갑 속의 보석들
신천 스케치
골프와 도둑
최태준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글쓰기는 어쩌면 내게 생활방편과도 같았다. 숫기 없고 부끄럼이 많던 소년에게 글은 말을 대신한 표현수단으로 요긴했던 것이다. 초등시절 문예반에 들어가 내게 일어난 일들을 써서 주위에 보여주는 일에 희열 같은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훗날 고교시절 백일장에 응모하거나 신춘문예에 기웃거린 일을 돌아보면 꾸준히 글 쓰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은행에 근무하면서 수필을 써서 금융잡지에 싣곤 했으니 그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뿐, 직장인으로서 더 이상 문학에 목을 맬 수는 없었다. 퇴직 후 여분의 시간이 생기자 마침내 등단을 하고 문학 서클에 들어가 동호인들과 어울리면서 차츰 수필 장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시나 소설과 달리 수필은 삶의 진실을 진솔하게 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내 삶의 환희와 질곡, 사람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쓸 수 있다는 것이 매혹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뒤늦게 시작한 수필에 신명을 바치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 일 년여 동안은 전혀 쓰지 못했다. 사실은 의식적으로 절필을 한 셈이다. 수필 40편만 모이면 책을 내리라 했었는데 막상 글을 채우고 나니 책을 내는 일이 번거롭고도 시들해졌다. 수필지에 실었으면 그만이지 다시 책으로 묶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수필을 통해 이름을 알리거나 명예를 얻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미적대며 지내오는 동안 책을 내라는 지인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가족의 강권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다시 생각하니 흩어진 글들을 묶어 떠나보내는 게 순리일 것도 같았다.
이 수필들은 삶과 추억 그리고 상념에서 건져 올린 파편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세월 이런저런 기회에 쓰게 되었지만 얼마 되지 않는 이야기로 나를 온전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수필이 삶에 대한 통찰과 경험적 진실을 고백하는 문학이라면 나의 수필은 곧 내 자아를 웬만큼 대변하는 것이 분명하다. 파편화된 자아를 일괄하는 것은 일부의 자아라도 완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머지를 채워줄 또 다른 창작의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첫 수필집을 묶었으니 당분간 동양고전 공부에 매진하고 싶다. 그간 서양고전은 꾸준히 만나왔지만 동양고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것 같다. 이점이 수필 작가로서의 자격에 치명적 흠결이라도 되는 듯 심적 부담이 되기도 했다. 한동안 공부를 하고 나면 글이 그만큼 깊어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결국 작가는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테마의 글로 나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개인사를 주로 다룬 나의 첫 수필집이 미진하더라도 양해하시고 봐주셨으면 한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시듯 이 책을 읽어 주시리라 믿기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 최태준, <머리말>
- 차 례 -
책머리에
부부 싸움
제1부 부부 싸움
그렉(Greg)의 레시피
도심의 소나무
가면의 여인들
죽음에 대한 단상
사랑의 빚
골프와 도둑
발성 연습
경건한 푸시업(push-up)
시베리아 단상
제2부 달콤한 덫
녹슨 하모니카
육회를 먹으며
달콤한 덫
첫사랑
남자의 수염
그의 흔적
쿠바 모기
부끄러운 고백
홍삼 드링크
마지막 낚시
제3부 애도의 밤
애도의 밤
결혼의 명암
소꿉놀이
내 영혼 바람 되어
뭉치 이야기
연적(戀敵)을 만나다
굿바이 소년
구월의 장미
송년회 에피소드
무학산(舞鶴山)
제4부 나의 전속 이발사
나의 전속 이발사
뉴욕의 길고양이들
실명(失明) 체험
단풍나무
아카시아 향기
아이 러브 유
때 늦은 프러포즈
발해의 꿈
지갑 속의 보석들
신천 스케치
작가론 | 최태준의 수필시학, 삶의 코드와 수사기법_박양근
[2015.08.05 발행. 264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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