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느닷없이 손용상 소설가를 달라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손용상 작가는 이곳에 오자마자 지역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가 얼마 후 주간지 ‘코리언 저널 달라스’을 인수하여 사주(社主)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글을 신문에 올리기는 하였으나 글쓰기 보다는 신문 일에 전념 하는 듯 했다.
그때 그는 아마도 미국에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젖어있었던 듯싶다. 그러나 그는 소설가일지언정 사업가는 아니었나 보다. 그가 운영하던 주간지가 경영난에 휘말리면서 그는 10년을 못 채우고 그의 사업을 잃었다. 사업을 잃었을 뿐 아니라 건강도 잃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였을까. 그러나 그에게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 있었다. 그의 문학이었다. 그가 어려움 속에서 필사적으로 거푸 잡은 것이 바로 그의 문학이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가 다시 펜을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손용상 소설가는 197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방생(放生)’ 당선으로 등단, 대학 졸업 후 당시 월간 ‘세대’라는 잡지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유수 문예지 등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여 당시의 국내 문단에는 그런대로 낯설지 않았던 글쟁이였다. 하지만 그렇듯 산문으로 출발한 그였지만 도미 후 지난 몇년간의 <사모곡> 연작에서 보면 그는 소설가로서 보다는 오히려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가슴에 응고된 듯한 언어를 풀어내는 길은 라르고(largo)의 느리고 긴 언어가 아니라 급류를 타고 한꺼번에 토설하는 알레그로(allegro)같은 시어(詩語)로 주변 독자들에게 다가가 있었다. (중략)
손용상 작가가 사모곡 연작을 통해 치유되고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힘을 얻어 손아귀에 펜대를 단단히 잡는 모습은 감격적이다. 그가 어려운 중에 문학을 소망했듯이 그의 육신이 문학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손용상, 손숙 가족의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사모곡이 책으로 출판되기를 독자들과 함께 마음을 설레며 기다린다
― 김수자(재미소설가), 서문 1 <손용상의 사모곡(思母曲)을 읽고> 중에서
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불초하게도 그날 나는 아마 방송 중이었거나 아니면 연극 공연 중이었을 거라고 기억한다.
나중에 들으니 그때 어머니는 부천의 한 병원(집안 아재가 운영하던)에서 입원하고 계셨는데, 아침나절 갑자기 내 동생을 불렀다고 했다. 동생은 그 전날 어머니와 함께 병실에 있다가 잠깐 외출했던 중에 간호원의 연락으로 부랴부랴 병원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그냥 퇴원시켜 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집에 가고 싶다’ 면서.
뭔가 느낌이 이상해진 내 동생이 간병하던 아줌마를 부축해 옷을 갈이 입히자 어머니는 암말 없이 동생을 바라보며 뺨을 한번 어루만지며 “아침 묵었나?” 묻고는 “나 그냥 집에 가서 쉴란다”고 하시며 쓸쓸히 웃으셨단다. 그리곤 구급차 이동 침대로 몸을 옮겨 타시곤 바로 잠이 드셨는데, 거기서 당산동 집으로 오시는 도중에 그대로 영면에 드셨다고 했다.
그날 오후 올케의 전화를 받고 언니와 함께 어마지두 황망한 정신으로 집엘 들어가니 이미 어머니는 숨을 거두신 채 성당 식구들의 사후 수습에 몸을 맡기고 계셨다.
어머니 옆에는 동생과 올케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생전 처음 집안에서 할머니의 주검을 마주한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올케 옆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억장이 무너져 어머니를 붙안고 통곡을 했지만 이미 떠나신 당신은 늘쌍 반갑게 건네던 “너거들 왔나?”도 못하시고 가만히 잠만 자고 계셨더랬다. 언니와 나는 그렇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뵈었고 그리곤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삼오 날이 지난 후 나는 언니와 올케랑 함께 어머니의 방, 그녀의 체취가 가시지 않은 당신이 갈무리 하시던 안방을 한번 더듬어 보았다.
문갑 모서리에 항상 단정히 놓여있던 50년도 더 된 어머니의 경대 세트가 제일 먼저 눈앞에 비쳐지자 우리들은 한번 더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을 맛 보았다. 왜냐면 그 경대의 거울 속에는 우리 자매들과 내 동생 부부의 한과 슬픔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략)
아아,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마음도 다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어머니 가신지 20년이 가까워 오니까 우리들 마음속에 그나마 그림자로 남아 있던 당신의 모습마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항상 엄마에 대한 불민함에 안타까워하던 동생이 제 말마따나 ‘죽기 전에’ 어머니 얘기는 단 몇 쪽이라도 엮어놓아야 한다고 노래를 하더니 이번 그런대로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를 만들어 당신의 영전에 바치게 되니 그나마 우리 남매들 얼굴이 선다. 용상아, 주연네 모두 수고했다.
― 손숙·손경희(손용상 소설가 큰누이·작은누이), 서문 2 <“너거들 왔나?”도 못하시고…> 중에서
- 차 례 -
서문
사모곡을 읽고_김수자(재미소설가)
“너거들 왔나?”도 말 못하시고_손숙, 손경희
제1부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
[시]
사모곡 · 1
사모곡 · 2
사모곡 · 3
사모곡 · 4
사모곡 · 5
사모곡 · 6
사모곡 · 7
사모곡 · 8
[에세이]
1. 엄마의 추억 - 천국으로의 피란
2. 푸른 추억들 - 아버지의 엄마
3. 그래도 기다리는 마음
4. 어머니의 초상
[서간]
1. 엄니 헤어진 지 스무 년이 가깝습니다
2. 풀꽃 얼굴 속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3. 게으름이 나를 잃게 하였습니다
4. 엄마의 때 수건 자국이 그립습니다
5. 엄니 약손이 생각납니다
6.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
7. 노래를 부르세요! 아내가 말했어요, 어머니! [꽁트]
1. 꿈속의 어머니
2. “어머니!”
제2부 짧은 글 깊은 생각
1. 설날의 추억
2. 토끼의 슬기
3. 새해 아침엔 책을 읽으십시오
4. 곱게 늙는 비결
5. 계로록
6.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7. 기본이 있는 자와 없는 자
8. 더불어 숲이 되는 사회
9. 아내가 병들면 우짤라요?
10. 사랑과 소통에 대하여
11. 당나귀의 슬기
12. 불감증
13. 포장된 이력서
14. 알렉산더와 명마
15. 베트남 몰락의 교훈
16.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17.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18. 아들이 엄마를 ‘때려’ 죽였답니다
19. ‘한입 베어 문 사과’의 뜻은?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
손용상·손숙 시산문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어느 날 느닷없이 손용상 소설가를 달라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손용상 작가는 이곳에 오자마자 지역 언론사에 몸담고 있다가 얼마 후 주간지 ‘코리언 저널 달라스’을 인수하여 사주(社主)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틈틈이 글을 신문에 올리기는 하였으나 글쓰기 보다는 신문 일에 전념 하는 듯 했다.
그때 그는 아마도 미국에서 빨리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젖어있었던 듯싶다. 그러나 그는 소설가일지언정 사업가는 아니었나 보다. 그가 운영하던 주간지가 경영난에 휘말리면서 그는 10년을 못 채우고 그의 사업을 잃었다. 사업을 잃었을 뿐 아니라 건강도 잃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였을까. 그러나 그에게 오롯이 남아있는 것이 있었다. 그의 문학이었다. 그가 어려움 속에서 필사적으로 거푸 잡은 것이 바로 그의 문학이었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가 다시 펜을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손용상 소설가는 197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방생(放生)’ 당선으로 등단, 대학 졸업 후 당시 월간 ‘세대’라는 잡지사 일을 하면서 틈틈이 유수 문예지 등에 단편 소설을 발표하여 당시의 국내 문단에는 그런대로 낯설지 않았던 글쟁이였다. 하지만 그렇듯 산문으로 출발한 그였지만 도미 후 지난 몇년간의 <사모곡> 연작에서 보면 그는 소설가로서 보다는 오히려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가슴에 응고된 듯한 언어를 풀어내는 길은 라르고(largo)의 느리고 긴 언어가 아니라 급류를 타고 한꺼번에 토설하는 알레그로(allegro)같은 시어(詩語)로 주변 독자들에게 다가가 있었다. (중략)
손용상 작가가 사모곡 연작을 통해 치유되고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힘을 얻어 손아귀에 펜대를 단단히 잡는 모습은 감격적이다. 그가 어려운 중에 문학을 소망했듯이 그의 육신이 문학과 함께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손용상, 손숙 가족의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사모곡이 책으로 출판되기를 독자들과 함께 마음을 설레며 기다린다
― 김수자(재미소설가), 서문 1 <손용상의 사모곡(思母曲)을 읽고> 중에서
나는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불초하게도 그날 나는 아마 방송 중이었거나 아니면 연극 공연 중이었을 거라고 기억한다.
나중에 들으니 그때 어머니는 부천의 한 병원(집안 아재가 운영하던)에서 입원하고 계셨는데, 아침나절 갑자기 내 동생을 불렀다고 했다. 동생은 그 전날 어머니와 함께 병실에 있다가 잠깐 외출했던 중에 간호원의 연락으로 부랴부랴 병원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그냥 퇴원시켜 달라고 하셨다고 했다. ‘집에 가고 싶다’ 면서.
뭔가 느낌이 이상해진 내 동생이 간병하던 아줌마를 부축해 옷을 갈이 입히자 어머니는 암말 없이 동생을 바라보며 뺨을 한번 어루만지며 “아침 묵었나?” 묻고는 “나 그냥 집에 가서 쉴란다”고 하시며 쓸쓸히 웃으셨단다. 그리곤 구급차 이동 침대로 몸을 옮겨 타시곤 바로 잠이 드셨는데, 거기서 당산동 집으로 오시는 도중에 그대로 영면에 드셨다고 했다.
그날 오후 올케의 전화를 받고 언니와 함께 어마지두 황망한 정신으로 집엘 들어가니 이미 어머니는 숨을 거두신 채 성당 식구들의 사후 수습에 몸을 맡기고 계셨다.
어머니 옆에는 동생과 올케가 눈이 퉁퉁 부어 있었고 생전 처음 집안에서 할머니의 주검을 마주한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눈물을 뚝뚝 떨구며 올케 옆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억장이 무너져 어머니를 붙안고 통곡을 했지만 이미 떠나신 당신은 늘쌍 반갑게 건네던 “너거들 왔나?”도 못하시고 가만히 잠만 자고 계셨더랬다. 언니와 나는 그렇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뵈었고 그리곤 정신없이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삼오 날이 지난 후 나는 언니와 올케랑 함께 어머니의 방, 그녀의 체취가 가시지 않은 당신이 갈무리 하시던 안방을 한번 더듬어 보았다.
문갑 모서리에 항상 단정히 놓여있던 50년도 더 된 어머니의 경대 세트가 제일 먼저 눈앞에 비쳐지자 우리들은 한번 더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을 맛 보았다. 왜냐면 그 경대의 거울 속에는 우리 자매들과 내 동생 부부의 한과 슬픔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략)
아아, 그러나 이제는 그런 마음도 다 사라져 버렸다. 더구나 어머니 가신지 20년이 가까워 오니까 우리들 마음속에 그나마 그림자로 남아 있던 당신의 모습마저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다. 항상 엄마에 대한 불민함에 안타까워하던 동생이 제 말마따나 ‘죽기 전에’ 어머니 얘기는 단 몇 쪽이라도 엮어놓아야 한다고 노래를 하더니 이번 그런대로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를 만들어 당신의 영전에 바치게 되니 그나마 우리 남매들 얼굴이 선다. 용상아, 주연네 모두 수고했다.
― 손숙·손경희(손용상 소설가 큰누이·작은누이), 서문 2 <“너거들 왔나?”도 못하시고…> 중에서
- 차 례 -
서문
사모곡을 읽고_김수자(재미소설가)
“너거들 왔나?”도 말 못하시고_손숙, 손경희
[시]
사모곡 · 1
사모곡 · 2
사모곡 · 3
사모곡 · 4
사모곡 · 5
사모곡 · 6
사모곡 · 7
사모곡 · 8
[에세이]
1. 엄마의 추억 - 천국으로의 피란
2. 푸른 추억들 - 아버지의 엄마
3. 그래도 기다리는 마음
4. 어머니의 초상
[서간]
1. 엄니 헤어진 지 스무 년이 가깝습니다
2. 풀꽃 얼굴 속에 당신이 있었습니다
3. 게으름이 나를 잃게 하였습니다
4. 엄마의 때 수건 자국이 그립습니다
5. 엄니 약손이 생각납니다
6.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
7. 노래를 부르세요! 아내가 말했어요, 어머니!
1. 꿈속의 어머니
2. “어머니!”
제2부 짧은 글 깊은 생각
1. 설날의 추억
2. 토끼의 슬기
3. 새해 아침엔 책을 읽으십시오
4. 곱게 늙는 비결
5. 계로록
6.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7. 기본이 있는 자와 없는 자
8. 더불어 숲이 되는 사회
9. 아내가 병들면 우짤라요?
10. 사랑과 소통에 대하여
11. 당나귀의 슬기
12. 불감증
13. 포장된 이력서
14. 알렉산더와 명마
15. 베트남 몰락의 교훈
16.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17.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18. 아들이 엄마를 ‘때려’ 죽였답니다
19. ‘한입 베어 문 사과’의 뜻은?
후기 |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어머니!’를 上書하며
[2012.07.25 발행. 192페이지. 정가 3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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