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올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초과이익환수제)가 예정대로 부활하면서 이달 21일 정부는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평균 4억3900만 원, 최대 8억4000만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초과이익환수제의 대상이 된 단지의 조합원들은 "정부의 부담금 계산을 믿을 수 없다"며 "재건축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 안전진단 강화 등 모든 악재가 겹치면서 도시정비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재건축시장에 몰린 투기수요를 지목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조명해봤다.
연한 15년 리모델링, 재건축에 비해 훨씬 짧아
규제 덜하고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소해 빠른 추진 가능
유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만 40개 단지, 2만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와 대치2단지, 성남시 분당구 매화마을1단지와 한솔주공5단지, 느티마을3ㆍ4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1980~1990년대 지어진 강남이나 1기 신도시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다.
리모델링은 2001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건축법」과 「주택법」에선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한 대수선 또는 증축`으로 규정한다. 반면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노후 아파트를 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업 방식이 다르다.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뼈대인 `내력벽(건축물 하중을 떠받치도록 설계한 벽)`을 남기고 증축ㆍ보강 및 구조변경을 하는 개념이다.
재건축 연한은 현재 30년이며 정부가 4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달리 리모델링은 15년으로 훨씬 짧다. 여기에 사업 진행 절차도 `기본계획 수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로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또한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다르게 기반시설 개선이 포함되지 않고, 사업 범위도 아파트 동 단위 등 일부가 가능하다.
기존 주택의 용적률도 사업 방식을 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컨대 용적률 200%인 단지를 재건축한다고 했을 때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으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용적률 완화 대가로 지방자치단체에 도로ㆍ녹지ㆍ공원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등을 빼면 사실상 용적률 상향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 최대 40%(최대 3개층 증축), 전체 가구수도 15% 늘릴 수 있으며 기부채납 부담도 없다.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고 조합원 지위를 양도 할 수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도 재건축은 위험 등급인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하면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반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건축물 일부를 철거하고 구조물을 붙여 골조를 강화하면 법적 기준치인 진도 6.5 지진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력벽` 때문에 자유로운 평면 설계 어려워
추가 분담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점 유의해야
하지만 리모델링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내력벽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주택 수요자들은 거실과 안방, 작은방 2개를 모두 베란다 쪽으로 일렬 배치하는 4베이(Bay) 평형을 선호하지만 리모델링은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어렵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내력벽 때문에 아파트 좌우 폭을 넓히기는 어렵고 앞ㆍ뒤 베란다만 확장해 평형이 기형적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6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 시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려다 안전성 논란이 일자 2019년 3월까지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포항 지진 등으로 내력벽 철거 허용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재건축은 공사비가 많이 드는 대신 이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건축물 높이 제한으로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없다.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최신식 아파트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추가 분담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 탓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개포동 대치2단지의 경우 일부 아파트 소유주들이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사업으로 방향을 틀자며 나섰다.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소유주로 구성된 `대치2단지 내재산지킴이`는 조합원들에게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어느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한다며 오는 2월에 리모델링 재검토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대치2단지 내재산지킴이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시 예상되는 용적률은 250~270% 정도인데 리모델링 시 용적률 289%와 큰 차이가 없어 재건축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대치2단지는 현재 기존 리모델링주택조합과 내재산지킴이가 각자의 입장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며 맞서고 있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리모델링이 모든 지역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며 "통일되지 않은 조합원 의견으로 사업이 자칫 지연돼 소모적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단지보다 가구수가 적은 단지가 리모델링에 적합하다"고 귀띔했다.
[아유경제=김필중 기자] 올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초과이익환수제)가 예정대로 부활하면서 이달 21일 정부는 "서울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평균 4억3900만 원, 최대 8억4000만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초과이익환수제의 대상이 된 단지의 조합원들은 "정부의 부담금 계산을 믿을 수 없다"며 "재건축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며 불안감에 휩싸였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에 이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 안전진단 강화 등 모든 악재가 겹치면서 도시정비시장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정부가 서울 강남 아파트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재건축시장에 몰린 투기수요를 지목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이를 조명해봤다.
연한 15년 리모델링, 재건축에 비해 훨씬 짧아
규제 덜하고 절차도 상대적으로 간소해 빠른 추진 가능
유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만 40개 단지, 2만여 가구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와 대치2단지, 성남시 분당구 매화마을1단지와 한솔주공5단지, 느티마을3ㆍ4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1980~1990년대 지어진 강남이나 1기 신도시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이다.
리모델링은 2001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건축법」과 「주택법」에선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위한 대수선 또는 증축`으로 규정한다. 반면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적용을 받는다.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노후 아파트를 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사업 방식이 다르다.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뼈대인 `내력벽(건축물 하중을 떠받치도록 설계한 벽)`을 남기고 증축ㆍ보강 및 구조변경을 하는 개념이다.
재건축 연한은 현재 30년이며 정부가 4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달리 리모델링은 15년으로 훨씬 짧다. 여기에 사업 진행 절차도 `기본계획 수립→추진위원회 구성→조합 설립→안전진단→건축심의→행위허가→이주→착공→입주`로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간소하다.
또한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다르게 기반시설 개선이 포함되지 않고, 사업 범위도 아파트 동 단위 등 일부가 가능하다.
기존 주택의 용적률도 사업 방식을 정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예컨대 용적률 200%인 단지를 재건축한다고 했을 때 3종 일반주거지역 기준으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용적률 완화 대가로 지방자치단체에 도로ㆍ녹지ㆍ공원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기부채납 등을 빼면 사실상 용적률 상향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제한이 없어 최대 40%(최대 3개층 증축), 전체 가구수도 15% 늘릴 수 있으며 기부채납 부담도 없다.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규제가 덜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받지 않고 조합원 지위를 양도 할 수 있다. 사업 추진을 위한 안전진단도 재건축은 위험 등급인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B등급 이하면 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리모델링이 재건축에 반해 안전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건축물 일부를 철거하고 구조물을 붙여 골조를 강화하면 법적 기준치인 진도 6.5 지진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내력벽` 때문에 자유로운 평면 설계 어려워
추가 분담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는 점 유의해야
하지만 리모델링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내력벽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요즘 주택 수요자들은 거실과 안방, 작은방 2개를 모두 베란다 쪽으로 일렬 배치하는 4베이(Bay) 평형을 선호하지만 리모델링은 자유로운 평면 설계가 어렵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내력벽 때문에 아파트 좌우 폭을 넓히기는 어렵고 앞ㆍ뒤 베란다만 확장해 평형이 기형적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6년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 시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려다 안전성 논란이 일자 2019년 3월까지 결정을 보류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포항 지진 등으로 내력벽 철거 허용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크다. 재건축은 공사비가 많이 드는 대신 이를 일반분양 물량으로 보전할 수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건축물 높이 제한으로 일반분양을 많이 할 수 없다.
커뮤니티 시설을 마련하고 최신식 아파트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추가 분담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우려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이유 탓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일부 단지에서는 재건축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며 갈등을 겪고 있다.
실제로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개포동 대치2단지의 경우 일부 아파트 소유주들이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사업으로 방향을 틀자며 나섰다.
재건축 추진을 주장하는 소유주로 구성된 `대치2단지 내재산지킴이`는 조합원들에게 리모델링과 재건축 중 어느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지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한다며 오는 2월에 리모델링 재검토를 위한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대치2단지 내재산지킴이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시 예상되는 용적률은 250~270% 정도인데 리모델링 시 용적률 289%와 큰 차이가 없어 재건축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대치2단지는 현재 기존 리모델링주택조합과 내재산지킴이가 각자의 입장을 담은 현수막을 내걸며 맞서고 있다.
도시정비업계 한 전문가는 "리모델링이 모든 지역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며 "통일되지 않은 조합원 의견으로 사업이 자칫 지연돼 소모적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단지보다 가구수가 적은 단지가 리모델링에 적합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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