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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에 부는 '도급제 바람' 대세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3-11-25 21:29:34 · 공유일 : 2014-06-10 11:06:46


재건축 `도급제 바람` 거세다
[아유경제=정훈기자] 재건축 사업 방식 중 하나인 `도급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본보는 `지분제`를 선택했던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들이 지난 수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도급제가 일종의 활로가 되고 있고,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란 내용을 다룬 바 있다.
이후 `도급제 바람`이 여전히 거센 가운데 업계 한편에선 이에 편승할 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 이에 본보는 도급제 인기의 현주소와 이 방식이 침체에 빠진 재건축, 나아가 도시재정비시장의 `구세주`가 될 것인지를 고찰해 보았다.



사업 불확실성 탓에 건설사들 `몸 사리기` 심각
시공자 선정 `하늘의 별 따기`… 도급제가 해법?
2013년 11월 현재 도시재정비시장은 말 그대로 `최악`이다. 이른바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되는 곳은 증가 추세에 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의2 규정에 의해 조합과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점이다. 높아진 사업 불확실성 탓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정비사업 자체가 침체에 빠졌다고 보는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지방이야 원래부터 될 곳만 됐지만 서울과 수도권 랜드마크 지역까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건설사,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비사업은 특성상 건설사가 돈줄인데 이들이 몸을 사리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고, 이는 가뜩이나 어려운 조합과 추진위에 자금난이란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시공자 선정인데 이게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보니 정비사업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대로 건설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정비사업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2010년 10월 공공관리제도 전면 시행 이후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정한 서울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후 시공자 선정이 씨가 마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江南)` 재건축을 중심으로 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시장 전체를 부양키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곳 대부분이 이미 시공자를 선정했거나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오른 상태라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들어 시장의 주목을 받는 구역들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미 시공자를 선정했거나, 시공자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임하는 곳들"이라며 "강남구 개포지구와 강동구 고덕지구,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2002년 8월 9일 이전에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로 시공자를 선정한 곳이 많고,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도 대부분 시공자 선정을 마치고 지금은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 이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전체가 살아나려면 부동산 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 초기 단계인 사업장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이를 수주키 위해 건설사들이 발을 맞추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이런 게 불가능하다"며 "특히 재건축의 경우 지분제 방식이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만큼 사업 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꾸거나 애당초 도급제로 정하는 게 그나마 지금의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지분제엔 `냉기` 도급제엔 `온기`
고덕주공2단지 필두로 과천주공7-2단지, 광명 철산주공4단지 시공자 선정 줄이어
그의 말대로 대다수 건설사들은 `지분제`를 사업 방식으로 정한 재건축 현장들을 외면하고 있다. 반대로 `도급제`를 택한 현장들엔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건설사 처지에서 시공 책임만 있고 분양 책임이 없는 도급제가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그만이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건 그만큼 시공자 선정에 유리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올해 시공자를 선정한 대다수 재건축 현장의 사업 방식은 도급제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 재건축조합은 지난 3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제3차 입찰공고를 내면서 사업 방식을 기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꿨다. 고덕주공2단지 조합이 그동안 고수해 온 지분제를 포기한 데에는 이미 2차례나 시공자 선정이 무산된 데다 또다시 시공자를 뽑지 못할 경우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사업 방식을 바꾼 고덕주공2단지는 3수(修) 끝에 지난 7월 6일 대우건설-현대건설-SK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맞이했다.
지분제로 허덕이던 고덕주공2단지가 도급제로 활로를 찾자 이를 좇아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이 과천주공7-2단지이다. 이곳 재건축조합은 지난 8월 7일 대의원회를 열고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확정했다. 이에 힘입어 과천주공7-2단지는 시공자 경쟁 구도를 대형 건설사 간 3파전(▲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지난 10월 27일 시공자 선정까지 일사천리로 마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인근 재건축 단지들이 하나같이 지분제를 선택한 상황에서 홀로 도급제를 택하는 용단을 내린 후 3개월 만에 시공자 선정을 마무리하고 올해(11월 19일 기준) 삼성물산이 유일하게 수주한 사업장으로서의 희소가치까지 덤으로 얻게 됐다.
고덕주공2단지와 과천주공7-2단지가 도급제로 시공자를 뽑는 사이 고덕주공3단지와 광명 철산주공4단지도 `도급제 바람`에 편승하며 도급제가 대세로 자리 잡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고덕주공3단지는 기존 도급제에서 지분제로 사업 방식을 바꿨다가 다시 도급제로 `회귀`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곳 조합은 지난 8월 31일 조합원총회를 개최해 `사업 방식 재변경(안)`을 의결했다. 이 같은 고덕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의 행보는 2010년 10월 사업 방식을 도급제에서 지분제로 바꾼 후 3년 가까이 사업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고육책으로 평가 받았다.
사업 방식을 도급제로 정한 광명 철산주공4단지도 지난 10월 20일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낙점하며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시공자 선정을 마쳤다.

도급제 바람, 강남도 예외 없다
지분제 방배5구역 연내 시공자 선정 묘연
고덕주공5단지도 변경 추진… 성남 신흥주택의 선택은?
이러한 `도급제 바람`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지분제를 택한 사업장들이 건설사들의 외면 속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질수록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도드라질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건설사들이 움직이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사업 불확실성 탓에 분양 위험을 떠안기 부담스러워서인데 조합원들에게 높은 무상지분율을 보장해 주고 일반분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분제는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매력이 없다"며 "지분제를 선택한 사업장의 경우 이를 도급제로 바꿀 것인지, 아니면 지분제를 유지한 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를 기다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도 "사업 방식을 과거 지분제로 정한 상황에서 지난 수년간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며 "조합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추이를 지켜보다가 차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 방식을 재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급제 바람`은 공교롭게도 `지분제 열풍`의 근원인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고덕주공2단지에서 시작된 바람이 고덕주공3단지를 넘어 고덕주공5단지에까지 도달한 것. 고덕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20일 대의원회를 열고 사업 방식을 기존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오는 12월 14일 조합원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도급제가 `바람`에서 `태풍`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남도 그 영향권에서 비켜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 사업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난 8월 10일 조합원총회에서 사업 방식을 지분제로 정한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지분제 인기가 시들해지고 도급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5대 메이저 건설사(▲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2012년 도급순위 기준) 중 3곳이 총회 전 공문을 통해 지분제 방식 하에선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근 열린 방배5구역 대의원회에선 `시공자 선정 계획(안)`이 부결됐다. 이에 이곳 조합이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시 의견을 수렴키로 함에 따라 방배5구역의 연내 시공자 선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방배5구역 사례는 건설사들이 (지분제 사업장으로부터) 속속 발을 빼는 상황에서 콧대 높던 강남도 `도급제 바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입증한 것과 다름없다"며 "지분제로 시행 중인 사업이 대부분 죽을 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고집한다고 신속한 사업시행이 담보될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 메이저 건설사들이 사업 불참 의사를 밝힘으로써 이들보다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건설사들이 동네를 기웃거리고 있는 점이 해당 조합원들을 흔들리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너도나도 도급제를 외치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지분제를 선택한 방배5구역이 이 방식을 유지하기엔 한계가 따를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정비사업 전문가는 "방배5구역은 단독주택 재건축이라 공동주택 재건축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건설사 입장에선 지분제가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라며 "과거 지분제를 내세워 시공권을 따냈던 건설사들이 시황이 바뀜에 따라 본계약 체결을 미루거나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만큼 방배5구역도 지분제를 고집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30일 시공자를 뽑는 성남 신흥주택 재건축사업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곳은 이날 사업 방식도 함께 결정할 예정이다. 입지와 물량 등에서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이곳의 사업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시공자의 명함도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흥주택 조합의 선택은 향후 시공자 선정에 나서는 조합들에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업계 전문가는 "과거 `지분제 광풍`이 불 당시 대부분 지분제가 정답인양 떠들었지만 결과적으론 그렇지 못했다"면서 "도급제도 마찬가지이다. 이 방식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사업시행자 처지에선 유행을 좇아 사업 방식을 바꾼다는 비판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일종의 `돌파구`로서 고민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그의 조언대로 도급제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도급제로 시공자 선정에 나섰음에도 낭패를 본 사업장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성과 그것이 사업시행자-시공자 간 이해관계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이다.
하지만 시간이 돈인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침체에 빠진 사업장이라면 도급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고, 가만히 앉아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것보단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문이다. 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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