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28만6929㎡에 형성돼 있는 서울 지역 최대 무허가 판자촌, 일명 `구룡마을`이 시끄럽다. 개발 방식을 놓고 주민 간 반목은 물론 해당 자치구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여기에 내년 6·4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곳을 `힘겨루기` 사전 무대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마저 더해져 이곳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서울시 혼용방식 발표에 강남구 공영개발원칙 내세워 반발
양측 감사청구로 `격돌`… 지주·주민·정치권 가세 `흙탕물`
금싸라기 땅인 `강남`에 20년 넘도록 판자촌으로 방치돼 있는 구룡마을은 2011년 4월 28일 서울시가 공영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시가 기존 수용·사용방식에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시는 2012년 6월 21일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결정하고, 그해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함께 기존 `수용방식`에 `환지방식`을 일부 적용하는 혼용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를 통해 1242가구 약 2530명이 거주 중인 구룡마을을 2750가구 7260명 규모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는 아울러 임대주택 1250가구를 공급해 현 거주민이 100%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1500가구를 일반분양 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주택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시 결정에 강남구는 공영개발원칙을 내세우며 100% 수용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9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시 측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신 구청장은 이를 통해 "공공의 몫이어야 할 막대한 개발 이익을 일부 투기 세력에 헌납한 시장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일부 `환지방식` 적용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官) 대(對) 관` 양상이던 갈등은 지난 10월 16일 구룡마을 일부 주민과 시민 단체 등이 신 구청장을 형사 고발하면서 `관 대 민(民)` 양상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같은 달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자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시장에게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불길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지난 10월 21일 감사원에 구룡마을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일부의 의혹 제기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화재 및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계기로 강남구 등의 오해를 불식하고 어려운 주민들의 주거 안정화를 위한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룡마을 일부 지주들과 주민들도 지난 10월 30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국민감사청구`는 공공 기관의 사무 처리가 법령 위반 또는 부패 행위로 인해 공익이 현저히 저해된다고 판단됐을 때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이 연서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는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 제40조에 의해 2002년부터 시행됐다. 이들은 "신 구청장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재량권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도 이에 감사원 감사 청구로 `맞불`을 놨다. 구는 지난 1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에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원천 무효로 하고, 개발 방식 변경에 따른 의혹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한 감사원이 통상 한 달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으로 3건의 감사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구청장이 지난 13일 지주들의 양보와 이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지주들에게 보내면서 갈등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 구청장이 서한을 통해 "국익과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도 법률의 규정에 따라 어느 수준 양보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 달라"고 밝혀서다. 이에 대해 지주 측은 구청장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룡마을 개발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서울시장과 강남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다른 상황에서 설령 서울시가 환지방식에 따른 개발을 강행하더라도 인허가권자가 강남구청장인 만큼 양측이 합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구룡마을 개발은 이미 단순한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표한 `100% 수용방식의 공영개발`에 민주당 소속인 현 시장이 `칼`을 대면서부터 이미 정치의 문제로 변질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야 대치로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같아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구룡마을 개발은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일부 `환지방식` vs 강남구, `수용방식`
업계, "政爭만 있고 住民은 없다" 비판
앞서 살펴본 대로 강남구와 서울시는 구룡마을의 개발 방식을 놓고 1년 넘도록 마찰을 빚고 있다. 양측이 주장하는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이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남구가 고수하는 `수용방식`은 시업시행자가 금전적 보상을 통해 대지 전체를 넘겨받은 후 개발하는 것이며, 서울시가 일부 도입하려는 `환지방식`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수용한 후 개발을 거쳐 이를 원래 지주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 구조를 취한다.
전자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사업시행자-토지 소유자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사업시행자가 매입한 토지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소유권을 비롯한 권리관계가 명확해 개발 후 분쟁 가능성이 낮다. 개발 이익이 공유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후자는 지주 동의(환지방식이 적용되는 토지 면적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총수의 1/2 이상, 도시개발법 제4조제4항)가 필요해 사업 기간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발 이익 사유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 없이 토지를 사용하게 돼 수용방식에 비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액의 보상비 마련이 어려운 민간사업자나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등이 주로 취하는 사업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계획대로 일부 환지방식을 적용해 구룡마을을 개발하게 되면 지주들은 전체 대지의 약 9%인 2만5000여㎡를 받아 이를 민영개발 하게 된다. 시 측은 이를 통한 사업비 절감 규모를 약 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일부 환지방식 적용을 통한 사업비 절감 효과보다 개발 이익의 사유화로 인한 공익 훼손의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게 구 측의 가장 큰 우려였다.
강남구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지주 170명 가운데 서울시가 환지 `상한선(도시개발계획 수립지침 상 1가구가 받을 수 있는 환지가 `최대 1필지, 660㎡ 이하`)`으로 정한 660㎡를 돌려받을 수 있는 소유자는 90명.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수천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환지방식을 통해 얻게 되는 개발 이익은 1인당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울시는 특혜 의혹이 없다고 하지만 2011년 4월 시의 공영개발원칙 발표 당시와 2012년 6월 개발 방식 변경 발표 사이에 시장(市長)이 바뀐 것 이외엔 특별히 사업 환경이 바뀐 게 없다"면서 "구룡마을의 입지가 강남 한복판인 점에 비춰 볼 때 현재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투기·특혜 의혹은 앞으로 더욱 힘을 얻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가 공개한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내 일부 지주들의 토지 매입 시기는 이러한 투기 의혹을 부채질한다.
이에 따르면, 이곳은 집단 무허가 건축물 존치로 개발이 불가능한데도 2000년 이후 이뤄진 토지 매입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가운데 국·공유지 3만899㎡를 뺀 25만6030㎡의 92%를 50명이 소유 중인데, 이들이 소유한 141필지 중 123필지(87.2%)가 2002년 이후 취득한 것으로 집계된 것. 특히 최대 지주 1명이 소유한 101필지(12만6910㎡)도 2002~2008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남구 측은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남구는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수용방식을 통한) 100% 공영개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구는 시에서 이미 확정 발표한 100% 공영개발 방침을 전체 구민의 이익을 위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전임 시장 시절인 2011년 4월 시가 공영개발원칙을 천명했던 취지를 되짚어 원안대로 구룡마을을 개발해 그 이익이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 구민과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과거 강남구가 제안했던 민영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어 공영개발로 추진하는 것이며, 환지방식이 포함된 혼용방식이 공영개발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2011년 4월 시가 정한 공영개발원칙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시 시는 구체적으로 사업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고, 사업 방식은 투기 세력의 유무가 아닌 해당 사업의 목적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사업시행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혼용방식은 2012년 6월 시 도시계획심의 과정에서 논의됐고, 사업 주체가 공공인 상황에서 엄연히 관계 법령이 규정한 공영개발 방식"이라며 "혼용방식, 특히 `구역미분할 혼용방식(도시개발법 시행령 제43조제2항제2호. 사업시행지구를 분할하지 않고 수용·사용방식과 환지방식을 혼용해 시행하는 방식이다. 수용·사용방식 적용 지역과 환지방식 적용 지역을 사업시행지구별로 분할·시행하는 `분할 혼용방식`과 구분됨)`은 기존 수용방식의 단점을 보완키 위해 도입한 만큼 이는 공영개발원칙에 걸맞은 사업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개발법 제21조제1항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시행자는 도시개발구역의 토지 등을 수용·사용방식이나 환지방식 또는 혼용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다. 시행 방식을 수용·사용방식에서 혼용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동조 제2항제3호에 의거해 가능하다.
하지만 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저마다 공익을 앞세우곤 있지만 실제 논의 과정에 `정쟁(政爭)`만 있고 `주민(住民)`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서울시가 2012년 6월 공영개발 추진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14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16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시-구 갈등에 주민 간 반목이 더해져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며 "정치권과 행정 당국은 정쟁을 멈추고 무엇이 진정 구룡마을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룡마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행정청 간 대립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야 일단락될 것"이라 예상하며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주민들도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따져 사분오열한 상태라 이를 수습하는 게 급선무"란 의견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대토지 소유주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일부 주민들은 환지방식을, 말 그대로 지분이 없는 원주민들은 수용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주민과 `내집`에 들어가고 싶은 주민 간 의견 차 ▲이른바 `딱지`를 매입하거나 위장 전입을 통해 투기를 시도하려는 사람들과 개발 본격화 전에 이들을 걸러 내야 한다는 원주민들 사이의 대립 등 갈등 구도가 복잡해 이를 둘러싼 잡음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28만6929㎡에 형성돼 있는 서울 지역 최대 무허가 판자촌, 일명 `구룡마을`이 시끄럽다. 개발 방식을 놓고 주민 간 반목은 물론 해당 자치구와 서울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여기에 내년 6·4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이곳을 `힘겨루기` 사전 무대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움직임마저 더해져 이곳 분쟁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서울시 혼용방식 발표에 강남구 공영개발원칙 내세워 반발
양측 감사청구로 `격돌`… 지주·주민·정치권 가세 `흙탕물`
금싸라기 땅인 `강남`에 20년 넘도록 판자촌으로 방치돼 있는 구룡마을은 2011년 4월 28일 서울시가 공영개발 방침을 발표하면서부터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시가 기존 수용·사용방식에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시는 2012년 6월 21일 SH공사를 사업시행자로 결정하고, 그해 8월 도시개발구역 지정과 함께 기존 `수용방식`에 `환지방식`을 일부 적용하는 혼용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는 이를 통해 1242가구 약 2530명이 거주 중인 구룡마을을 2750가구 7260명 규모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시는 아울러 임대주택 1250가구를 공급해 현 거주민이 100% 재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1500가구를 일반분양 해 얻은 수익으로 임대주택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시 결정에 강남구는 공영개발원칙을 내세우며 100% 수용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맞섰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 9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시 측 개발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신 구청장은 이를 통해 "공공의 몫이어야 할 막대한 개발 이익을 일부 투기 세력에 헌납한 시장이란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일부 `환지방식` 적용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官) 대(對) 관` 양상이던 갈등은 지난 10월 16일 구룡마을 일부 주민과 시민 단체 등이 신 구청장을 형사 고발하면서 `관 대 민(民)` 양상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같은 달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 자리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시장에게 특혜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갈등의 불길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서울시는 이에 대한 반박 차원에서 지난 10월 21일 감사원에 구룡마을 개발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당시 박 시장은 "일부의 의혹 제기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화재 및 자연재해의 위험에 노출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를 계기로 강남구 등의 오해를 불식하고 어려운 주민들의 주거 안정화를 위한 사업이 신속히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룡마을 일부 지주들과 주민들도 지난 10월 30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국민감사청구`는 공공 기관의 사무 처리가 법령 위반 또는 부패 행위로 인해 공익이 현저히 저해된다고 판단됐을 때 19세 이상 국민 300명 이상이 연서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는 2001년 제정된 부패방지법 제40조에 의해 2002년부터 시행됐다. 이들은 "신 구청장이 자신의 정략적 이익을 위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재량권과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구도 이에 감사원 감사 청구로 `맞불`을 놨다. 구는 지난 1일 구룡마을 개발 방식에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원천 무효로 하고, 개발 방식 변경에 따른 의혹을 밝혀 달라는 내용의 감사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했다.
국민감사청구서를 접수한 감사원이 통상 한 달 이내에 감사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으로 3건의 감사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구청장이 지난 13일 지주들의 양보와 이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지주들에게 보내면서 갈등은 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 구청장이 서한을 통해 "국익과 공익을 위해 사유재산권도 법률의 규정에 따라 어느 수준 양보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 달라"고 밝혀서다. 이에 대해 지주 측은 구청장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룡마을 개발은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서울시장과 강남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다른 상황에서 설령 서울시가 환지방식에 따른 개발을 강행하더라도 인허가권자가 강남구청장인 만큼 양측이 합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 A씨는 "구룡마을 개발은 이미 단순한 개발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발표한 `100% 수용방식의 공영개발`에 민주당 소속인 현 시장이 `칼`을 대면서부터 이미 정치의 문제로 변질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야 대치로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데다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방선거에서 시장과 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같아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구룡마을 개발은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일부 `환지방식` vs 강남구, `수용방식`
업계, "政爭만 있고 住民은 없다" 비판
앞서 살펴본 대로 강남구와 서울시는 구룡마을의 개발 방식을 놓고 1년 넘도록 마찰을 빚고 있다. 양측이 주장하는 `수용방식`과 `환지방식`이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다.
강남구가 고수하는 `수용방식`은 시업시행자가 금전적 보상을 통해 대지 전체를 넘겨받은 후 개발하는 것이며, 서울시가 일부 도입하려는 `환지방식`은 사업시행자가 토지를 수용한 후 개발을 거쳐 이를 원래 지주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 구조를 취한다.
전자는 토지 수용 과정에서 사업시행자-토지 소유자 간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면, 사업시행자가 매입한 토지를 개발하는 것인 만큼 소유권을 비롯한 권리관계가 명확해 개발 후 분쟁 가능성이 낮다. 개발 이익이 공유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후자는 지주 동의(환지방식이 적용되는 토지 면적의 2/3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총수의 1/2 이상, 도시개발법 제4조제4항)가 필요해 사업 기간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발 이익 사유화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 없이 토지를 사용하게 돼 수용방식에 비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거액의 보상비 마련이 어려운 민간사업자나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 등이 주로 취하는 사업 방식이기도 하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 계획대로 일부 환지방식을 적용해 구룡마을을 개발하게 되면 지주들은 전체 대지의 약 9%인 2만5000여㎡를 받아 이를 민영개발 하게 된다. 시 측은 이를 통한 사업비 절감 규모를 약 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일부 환지방식 적용을 통한 사업비 절감 효과보다 개발 이익의 사유화로 인한 공익 훼손의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게 구 측의 가장 큰 우려였다.
강남구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지주 170명 가운데 서울시가 환지 `상한선(도시개발계획 수립지침 상 1가구가 받을 수 있는 환지가 `최대 1필지, 660㎡ 이하`)`으로 정한 660㎡를 돌려받을 수 있는 소유자는 90명.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인근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이 수천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환지방식을 통해 얻게 되는 개발 이익은 1인당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서울시는 특혜 의혹이 없다고 하지만 2011년 4월 시의 공영개발원칙 발표 당시와 2012년 6월 개발 방식 변경 발표 사이에 시장(市長)이 바뀐 것 이외엔 특별히 사업 환경이 바뀐 게 없다"면서 "구룡마을의 입지가 강남 한복판인 점에 비춰 볼 때 현재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투기·특혜 의혹은 앞으로 더욱 힘을 얻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가 공개한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내 일부 지주들의 토지 매입 시기는 이러한 투기 의혹을 부채질한다.
이에 따르면, 이곳은 집단 무허가 건축물 존치로 개발이 불가능한데도 2000년 이후 이뤄진 토지 매입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가운데 국·공유지 3만899㎡를 뺀 25만6030㎡의 92%를 50명이 소유 중인데, 이들이 소유한 141필지 중 123필지(87.2%)가 2002년 이후 취득한 것으로 집계된 것. 특히 최대 지주 1명이 소유한 101필지(12만6910㎡)도 2002~2008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매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남구 측은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강남구는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수용방식을 통한) 100% 공영개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는 "구는 시에서 이미 확정 발표한 100% 공영개발 방침을 전체 구민의 이익을 위해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전임 시장 시절인 2011년 4월 시가 공영개발원칙을 천명했던 취지를 되짚어 원안대로 구룡마을을 개발해 그 이익이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 구민과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과거 강남구가 제안했던 민영개발 방식에 문제가 있어 공영개발로 추진하는 것이며, 환지방식이 포함된 혼용방식이 공영개발 취지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2011년 4월 시가 정한 공영개발원칙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시 시는 구체적으로 사업 방식을 결정하지 않았고, 사업 방식은 투기 세력의 유무가 아닌 해당 사업의 목적과 이해관계인의 의견, 사업시행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혼용방식은 2012년 6월 시 도시계획심의 과정에서 논의됐고, 사업 주체가 공공인 상황에서 엄연히 관계 법령이 규정한 공영개발 방식"이라며 "혼용방식, 특히 `구역미분할 혼용방식(도시개발법 시행령 제43조제2항제2호. 사업시행지구를 분할하지 않고 수용·사용방식과 환지방식을 혼용해 시행하는 방식이다. 수용·사용방식 적용 지역과 환지방식 적용 지역을 사업시행지구별로 분할·시행하는 `분할 혼용방식`과 구분됨)`은 기존 수용방식의 단점을 보완키 위해 도입한 만큼 이는 공영개발원칙에 걸맞은 사업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도시개발법 제21조제1항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시행자는 도시개발구역의 토지 등을 수용·사용방식이나 환지방식 또는 혼용방식으로 시행할 수 있다. 시행 방식을 수용·사용방식에서 혼용방식으로 변경하는 것도 동조 제2항제3호에 의거해 가능하다.
하지만 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저마다 공익을 앞세우곤 있지만 실제 논의 과정에 `정쟁(政爭)`만 있고 `주민(住民)`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서울시가 2012년 6월 공영개발 추진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2014년 말 착공에 들어가 2016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시-구 갈등에 주민 간 반목이 더해져 이 같은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며 "정치권과 행정 당국은 정쟁을 멈추고 무엇이 진정 구룡마을의 발전을 위한 길인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룡마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행정청 간 대립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나야 일단락될 것"이라 예상하며 "하지만 이는 끝이 아닌 하나의 시작일 뿐이다. 주민들도 저마다의 이해관계를 따져 사분오열한 상태라 이를 수습하는 게 급선무"란 의견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구룡마을은 대토지 소유주와 `지분 쪼개기` 등을 통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일부 주민들은 환지방식을, 말 그대로 지분이 없는 원주민들은 수용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또 ▲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주민과 `내집`에 들어가고 싶은 주민 간 의견 차 ▲이른바 `딱지`를 매입하거나 위장 전입을 통해 투기를 시도하려는 사람들과 개발 본격화 전에 이들을 걸러 내야 한다는 원주민들 사이의 대립 등 갈등 구도가 복잡해 이를 둘러싼 잡음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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