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시행에 걸림돌이 되는 `악재`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부진과 출구전략 본격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선 사업시행자(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 `맹위`로 정비(예정)구역 해제 많아져
서울시 실태조사 끝나면 더 늘어날 듯
2012년 1월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등이 개정되면서 출구전략이 가동됐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시내 정비(예정)구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만 113곳(11월 21일 기준·서울)에 달한다. 지난 10월 10일엔 시내 35개 뉴타운사업지구 중 창신·숭인재정비촉진지구의 해제·고시가 이뤄졌다.
여기에 실태조사 후속 조치로 `6대 현장 공공지원 강화책`이 지난 10월 30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시는 지금까지 실태조사 대상 571개 구역 중 315개 구역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추진주체가 없는 266개 구역과 추진주체가 있는 305개 구역 중 각각 180곳과 135곳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추정 분담금이 통지된 곳도 전자와 후자 각각 130곳과 66곳에 달한다.
이들 구역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진로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추진주체가 없는 130곳은 진로를 결정했다. 이들 중 42곳은 사업 추진(32.3%)으로, 나머지 88곳(67.6%)은 사업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3개 구역 중 2개 구역이 사업을 접은 셈.
현재 추정 분담금을 산정 중인 70개 구역을 비롯해 실태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2014년 1~2월 이후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는 특히 뉴타운사업이 출구전략의 중심에 있다. 도내 뉴타운사업 규모는 당초 ▲23개 지구 213개 구역에서 ▲13개 지구 104개 구역으로 `반 토막` 났다.
경기도 뉴타운사업 규모는 향후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도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했던 부천 등지에서 해제 구역이 속출하고 해제를 앞둔 구역도 많아서다.
부천시는 지난 9월 30일 소사뉴타운 내 소사본7-1D·7-3D구역, 괴안8B·11B구역 등 4개 구역을 해제키로 했다고 공고했다. 이들 4곳은 주민의견조사 결과 모두 반대 의견이 25%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소사본7-1D구역 65% ▲소사본7-3D구역 35.3% ▲괴안8B구역 33.4% ▲괴안11B구역 28.6%). 소사뉴타운에선 이미 소사본7-2D구역과 소사본2D구역 등이 해제됐다.
원미뉴타운도 당초 11개 구역 중 4개 구역에서 추진위 해산(춘의1D구역) 및 구역 해제(▲원미4B구역 ▲소사10B구역 ▲춘의11구역)가 이뤄졌다. 여기에 원미5B구역도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된다. 시는 지난 18일 이곳에 대한 해제 예고 공고를 냈다. 이는 지난 10월 7일 공고된 `원미5B구역 주민의견조사 결과(반대 비율 38.09%)`의 후속 조치이다.
고강뉴타운의 경우 시는 원종1B·2B·4B구역과 고강2Bㆍ4B·6B·8B구역 등 8곳의 추진 여부를 묻는 조사를 연내 실시할 예정이다.
인근 광명재정비촉진지구에선 14개 재정비촉진구역 가운데 2곳(20C·22C구역)이 해제됐다.
일반 정비사업도 사정은 매한가지이다. 성남시는 지난 8일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태평2·4구역(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해제키로 결정했다. 안양시도 다음 달(12월) 중 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 해제 안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이곳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구역 해제 동의서를 시에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경기 외 지역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부산시만 해도 이미 관내 정비구역 177곳 중 90곳을 해제 대상으로 결정했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인 곳이 상당수인 만큼 해제 구역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기준 광주(광역시)에서 재개발을 추진 중인 30개 구역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2곳에 그쳤고, 조합을 설립하고도 시공자를 구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관내 정비(예정)구역이 261곳에 달하는 대구는 70여곳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도 11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도 관내 정비(예정)구역 23개소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2020 인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지난 4일 고시했다.
한편, 정비사업이 흔들리면서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해제 구역 인근 신규 공급 아파트의 가치는 상승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인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건설이 지난 8월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최근 계약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정법 제16조의2 효력 연장 추진…시행자엔 `눈엣가시`
조합 매몰비용 보조 움직임과 맞물려 파급효과 커질 듯
조합과 추진위의 해산을 규정한 법 조항의 효력을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 등은 조합설립인가 및 추진위구성승인 취소 규정인 도정법 제16조의2의 유효기간을 기정 2014년 1월 31일까지에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정부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최근 여야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도정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이다.
도정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이에 따른 조합 또는 추진위의 취소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서울시에서 도정법 제16조의2에 의해 해산된 곳은 ▲면목3-1구역(재개발조합) ▲봉천10-1구역(재건축) ▲삼선6구역(재개발) ▲신월3구역(재건축) ▲상도7구역(재개발·이상 추진위) 등으로 파악됐다.
인천시에선 ▲구월삼보구역(재개발) ▲용현7구역(재개발) ▲부평1구역(도시환경정비) ▲부평아울렛남측구역(재개발·이상 추진위) ▲부영아파트(재건축) ▲부개2구역(재개발·이상 조합) 등이 해당 규정에 의해 사라졌다.
경기도는 해당 조항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50만 명 이상 9개 시(수원, 부천, 성남, 안양, 고양, 안산, 남양주, 용인, 화성 )에서 최소 14곳이 해산됐는데, 출구전략의 `메카`로 불리던 부천(10곳)의 힘이 컸다.
경기도에서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제1호 등에 의해 해산된 추진위는 최소 5곳으로 집계됐다. 부천 4곳(▲소사본6B구역 ▲소사본12B구역 ▲춘의1D구역 ▲부천역1-1구역)과 수원 1곳(▲115-4구역) 등이다.
같은 조항 제2호 등에 의해 해산된 조합도 최소 9곳으로 파악됐다. 부천 6곳(▲광희아파트 ▲소사본1D구역 ▲춘의1-1구역 ▲심곡본동구역 ▲소사본4B구역 ▲소사본2D구역) 수원 1곳(▲113-5구역), 안양 2곳(▲서림주택 ▲효진연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구 50만 미만의 도시에서도 이 조항의 힘은 발휘됐다. 지난 1월 해산된 구리 인창E구역(도시환경정비) 추진위가 비근한 예이다.
시선을 지방으로 넓히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전주 태평2구역(재개발) 추진위 ▲천안 원성12구역(재개발) 추진위 ▲대전 유천동4구역(재개발) 추진위 ▲광주 금동1구역(도시환경정비) 추진위 ▲부산 초량1-2구역(도시환경정비) 조합, 구포5구역(재개발) 조합, 구포6구역(재개발) 조합, 당감3구역(재개발) 조합 등이 해당 조항의 `희생양`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도정법 제16조의2가 아니더라도 추진위 운영규정이나 조합 정관 등이 정한 의결 방법, 소송 등을 통해 추진위와 조합의 해산이 가능한데 법 조항의 효력이 연장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사업시행자 측이 갖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해당 조항을 한시적 규정으로 도입한 취지를 무시한 채 연장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그에 따른 폐해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도정법 제16조의2의 효력 연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이하 도정조례)` 제·개정 권한이 있는 시·도의 조합 매몰비용 보조 추진과 맞물릴 경우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들 모두 출구전략 가동에 힘을 보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경기도에 이어 지난 11일 부천시가 조합매몰 비용 보조를 규정한 도정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조합 매몰비용을 보조키로 한 곳이 수원시 1곳뿐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조합 매몰비용 보조 법제화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서울·경기·인천과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경기도 내 인구 50만 명 이상 9개 시, 기타 6개 시(청주·김해·창원·천안·전주·포항) 등 총 23개 시·도 가운데 11월 현재 도정조례를 제정했거나 입법예고안을 내놓은 곳은 모두 17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추진위 매몰비용 보조만 규정한 곳은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안양 ▲고양 ▲남양주 ▲청주 등 8곳으로, 조합 매몰비용까지 보조키로 한 곳은 ▲수원 ▲부천 ▲경기(이상 도정조례 제정 완료) ▲김해(입법예고안) 등 4곳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 4월 공개된 입법예고안에는 조합 매몰비용 보조 내용이 담겼으나 지난 9월 11일 공포된 조례에는 이 내용이 제외됐다.
사업 활성화 법안은 국회서 `낮잠`
행정청이 조합 고발하는 일까지
사업 촉진에 필요한 법제 개선이 요원한 점도 사업시행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여야 대치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한편에선 관계 법령의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파다하다.
실제로 올해 1월 이후 발의된 도정법 개정안 14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에는 ▲조합원에게 종전 주택의 주거전용면적 범위에서도 2주택 공급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 ▲분양신청 포기자와 분양 대상 제외자에 대한 현금청산 시기를 관리처분인가 시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 ▲종전자산평가 시점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이후 3년 이내에 관리처분인가를 얻지 못할 경우 관리처분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올해 발의된 43개 법안 중 현재까지 처리된 것은 9개에 그쳤다. 그나마 올해 초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된 게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구역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함진규 의원 등 10명은 재정비촉진구역을 해제하는 경우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로 개별법에 따른 위원회 심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뉴타운사업 출구전략은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이 사업시행이 어려운 마당에 보조를 맞춰도 시원치 않을 행정청이 일선 조합을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최근 관내 113-6구역과 115-11구역 재개발조합을 도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후속 조치를 이행치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해당 조합에 심각한 하자나 비리 등이 있는 게 아닌 데도 고발 조치를 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의 지속적인 이행명령을 어긴 조합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시행계획 수립 당시에 비해 사업 환경이 악화돼 조합 처지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텐데, 도움을 줘도 모자랄 관이 사업시행자를 고발한 것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시행에 걸림돌이 되는 `악재`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부진과 출구전략 본격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선 사업시행자(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출구전략 `맹위`로 정비(예정)구역 해제 많아져
서울시 실태조사 끝나면 더 늘어날 듯
2012년 1월 서울시가 `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을 발표하고 같은 해 2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등이 개정되면서 출구전략이 가동됐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시는 시내 정비(예정)구역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곳만 113곳(11월 21일 기준·서울)에 달한다. 지난 10월 10일엔 시내 35개 뉴타운사업지구 중 창신·숭인재정비촉진지구의 해제·고시가 이뤄졌다.
여기에 실태조사 후속 조치로 `6대 현장 공공지원 강화책`이 지난 10월 30일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시는 지금까지 실태조사 대상 571개 구역 중 315개 구역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추진주체가 없는 266개 구역과 추진주체가 있는 305개 구역 중 각각 180곳과 135곳이 이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추정 분담금이 통지된 곳도 전자와 후자 각각 130곳과 66곳에 달한다.
이들 구역은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진로를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추진주체가 없는 130곳은 진로를 결정했다. 이들 중 42곳은 사업 추진(32.3%)으로, 나머지 88곳(67.6%)은 사업 포기로 가닥을 잡았다. 3개 구역 중 2개 구역이 사업을 접은 셈.
현재 추정 분담금을 산정 중인 70개 구역을 비롯해 실태조사가 모두 마무리되는 2014년 1~2월 이후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기도는 특히 뉴타운사업이 출구전략의 중심에 있다. 도내 뉴타운사업 규모는 당초 ▲23개 지구 213개 구역에서 ▲13개 지구 104개 구역으로 `반 토막` 났다.
경기도 뉴타운사업 규모는 향후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도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추진했던 부천 등지에서 해제 구역이 속출하고 해제를 앞둔 구역도 많아서다.
부천시는 지난 9월 30일 소사뉴타운 내 소사본7-1D·7-3D구역, 괴안8B·11B구역 등 4개 구역을 해제키로 했다고 공고했다. 이들 4곳은 주민의견조사 결과 모두 반대 의견이 25%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소사본7-1D구역 65% ▲소사본7-3D구역 35.3% ▲괴안8B구역 33.4% ▲괴안11B구역 28.6%). 소사뉴타운에선 이미 소사본7-2D구역과 소사본2D구역 등이 해제됐다.
원미뉴타운도 당초 11개 구역 중 4개 구역에서 추진위 해산(춘의1D구역) 및 구역 해제(▲원미4B구역 ▲소사10B구역 ▲춘의11구역)가 이뤄졌다. 여기에 원미5B구역도 재정비촉진구역에서 해제된다. 시는 지난 18일 이곳에 대한 해제 예고 공고를 냈다. 이는 지난 10월 7일 공고된 `원미5B구역 주민의견조사 결과(반대 비율 38.09%)`의 후속 조치이다.
고강뉴타운의 경우 시는 원종1B·2B·4B구역과 고강2Bㆍ4B·6B·8B구역 등 8곳의 추진 여부를 묻는 조사를 연내 실시할 예정이다.
인근 광명재정비촉진지구에선 14개 재정비촉진구역 가운데 2곳(20C·22C구역)이 해제됐다.
일반 정비사업도 사정은 매한가지이다. 성남시는 지난 8일 열린 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태평2·4구역(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해제키로 결정했다. 안양시도 다음 달(12월) 중 새마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 해제 안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이곳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구역 해제 동의서를 시에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서울·경기 외 지역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부산시만 해도 이미 관내 정비구역 177곳 중 90곳을 해제 대상으로 결정했다.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인 곳이 상당수인 만큼 해제 구역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기준 광주(광역시)에서 재개발을 추진 중인 30개 구역 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2곳에 그쳤고, 조합을 설립하고도 시공자를 구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관내 정비(예정)구역이 261곳에 달하는 대구는 70여곳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중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도 11곳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시도 관내 정비(예정)구역 23개소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은 `2020 인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지난 4일 고시했다.
한편, 정비사업이 흔들리면서 향후 주택 수급 불균형이 야기될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해제 구역 인근 신규 공급 아파트의 가치는 상승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곧 인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건설이 지난 8월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최근 계약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도정법 제16조의2 효력 연장 추진…시행자엔 `눈엣가시`
조합 매몰비용 보조 움직임과 맞물려 파급효과 커질 듯
조합과 추진위의 해산을 규정한 법 조항의 효력을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시 등은 조합설립인가 및 추진위구성승인 취소 규정인 도정법 제16조의2의 유효기간을 기정 2014년 1월 31일까지에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초 정부 등이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최근 여야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면서 도정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이다.
도정법 개정이 현실화하면 이에 따른 조합 또는 추진위의 취소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사업시행자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서울시에서 도정법 제16조의2에 의해 해산된 곳은 ▲면목3-1구역(재개발조합) ▲봉천10-1구역(재건축) ▲삼선6구역(재개발) ▲신월3구역(재건축) ▲상도7구역(재개발·이상 추진위) 등으로 파악됐다.
인천시에선 ▲구월삼보구역(재개발) ▲용현7구역(재개발) ▲부평1구역(도시환경정비) ▲부평아울렛남측구역(재개발·이상 추진위) ▲부영아파트(재건축) ▲부개2구역(재개발·이상 조합) 등이 해당 규정에 의해 사라졌다.
경기도는 해당 조항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50만 명 이상 9개 시(수원, 부천, 성남, 안양, 고양, 안산, 남양주, 용인, 화성 )에서 최소 14곳이 해산됐는데, 출구전략의 `메카`로 불리던 부천(10곳)의 힘이 컸다.
경기도에서 도정법 제16조의2제1항제1호 등에 의해 해산된 추진위는 최소 5곳으로 집계됐다. 부천 4곳(▲소사본6B구역 ▲소사본12B구역 ▲춘의1D구역 ▲부천역1-1구역)과 수원 1곳(▲115-4구역) 등이다.
같은 조항 제2호 등에 의해 해산된 조합도 최소 9곳으로 파악됐다. 부천 6곳(▲광희아파트 ▲소사본1D구역 ▲춘의1-1구역 ▲심곡본동구역 ▲소사본4B구역 ▲소사본2D구역) 수원 1곳(▲113-5구역), 안양 2곳(▲서림주택 ▲효진연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인구 50만 미만의 도시에서도 이 조항의 힘은 발휘됐다. 지난 1월 해산된 구리 인창E구역(도시환경정비) 추진위가 비근한 예이다.
시선을 지방으로 넓히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전주 태평2구역(재개발) 추진위 ▲천안 원성12구역(재개발) 추진위 ▲대전 유천동4구역(재개발) 추진위 ▲광주 금동1구역(도시환경정비) 추진위 ▲부산 초량1-2구역(도시환경정비) 조합, 구포5구역(재개발) 조합, 구포6구역(재개발) 조합, 당감3구역(재개발) 조합 등이 해당 조항의 `희생양`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전문가는 "도정법 제16조의2가 아니더라도 추진위 운영규정이나 조합 정관 등이 정한 의결 방법, 소송 등을 통해 추진위와 조합의 해산이 가능한데 법 조항의 효력이 연장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사업시행자 측이 갖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할 것"이라면서 "해당 조항을 한시적 규정으로 도입한 취지를 무시한 채 연장하게 되면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고 그에 따른 폐해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도정법 제16조의2의 효력 연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이하 도정조례)` 제·개정 권한이 있는 시·도의 조합 매몰비용 보조 추진과 맞물릴 경우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이들 모두 출구전략 가동에 힘을 보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31일 경기도에 이어 지난 11일 부천시가 조합매몰 비용 보조를 규정한 도정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조합 매몰비용을 보조키로 한 곳이 수원시 1곳뿐이었다는 점과 비교해 조합 매몰비용 보조 법제화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서울·경기·인천과 5대 광역시(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경기도 내 인구 50만 명 이상 9개 시, 기타 6개 시(청주·김해·창원·천안·전주·포항) 등 총 23개 시·도 가운데 11월 현재 도정조례를 제정했거나 입법예고안을 내놓은 곳은 모두 17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추진위 매몰비용 보조만 규정한 곳은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안양 ▲고양 ▲남양주 ▲청주 등 8곳으로, 조합 매몰비용까지 보조키로 한 곳은 ▲수원 ▲부천 ▲경기(이상 도정조례 제정 완료) ▲김해(입법예고안) 등 4곳으로 나타났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 4월 공개된 입법예고안에는 조합 매몰비용 보조 내용이 담겼으나 지난 9월 11일 공포된 조례에는 이 내용이 제외됐다.
사업 활성화 법안은 국회서 `낮잠`
행정청이 조합 고발하는 일까지
사업 촉진에 필요한 법제 개선이 요원한 점도 사업시행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여야 대치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한편에선 관계 법령의 연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파다하다.
실제로 올해 1월 이후 발의된 도정법 개정안 14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에는 ▲조합원에게 종전 주택의 주거전용면적 범위에서도 2주택 공급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 ▲분양신청 포기자와 분양 대상 제외자에 대한 현금청산 시기를 관리처분인가 시점으로 일원화하는 내용 ▲종전자산평가 시점을 사업시행인가 고시일 이후 3년 이내에 관리처분인가를 얻지 못할 경우 관리처분인가 고시일을 기준으로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규정한 주택법 개정안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올해 발의된 43개 법안 중 현재까지 처리된 것은 9개에 그쳤다. 그나마 올해 초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된 게 대부분이다.
이런 와중에 구역 해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돼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함진규 의원 등 10명은 재정비촉진구역을 해제하는 경우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로 개별법에 따른 위원회 심의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뉴타운사업 출구전략은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이 사업시행이 어려운 마당에 보조를 맞춰도 시원치 않을 행정청이 일선 조합을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수원시는 최근 관내 113-6구역과 115-11구역 재개발조합을 도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사업시행인가를 받고도 후속 조치를 이행치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해당 조합에 심각한 하자나 비리 등이 있는 게 아닌 데도 고발 조치를 한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의 지속적인 이행명령을 어긴 조합에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사업시행계획 수립 당시에 비해 사업 환경이 악화돼 조합 처지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 텐데, 도움을 줘도 모자랄 관이 사업시행자를 고발한 것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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