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징골은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고향 마을인 새마실 북쪽에 있는 가장 길고 넓었던 골짜기 이름이다.
그 곳은 고향 마을 뒤쪽으로 길게 누워 있는 대동맥처럼 이산 저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모두 담아서 마을을 끼고 경주 서천까지 흘러서 형상 강이 되고, 동해 바다가 되고, 태평양이 되어 지구의 반도 더 되는 큰 바다를 만든다.
마을 서편을 끼고 흐르는 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마을 북 쪽 끝에는 오래된 갯버들 몇 그루가 있다. 몇 백 년을 살아왔는지 더러는 삭아져 사라졌고 아직도 한두 그루는 비스듬히 누워서 오가는 이 중에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반가워하기도 한다. 조금 위로 가다 보면 여름날 세벌 논 다 메어 놓고 오후 3~4시가 되면 풋나무 하려고 산으로 가다가 점심을 먹고 난 뒤의 식곤증을 달래려고 지게 벗어두고 산그늘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던 평평한 바위가 여러 개 있던 곳이 있었다. 흉볼 사람 없어 편하게 한잠씩을 자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로 헤어지던 그 곳도 지난번에 갔을 때 보니 용곡지(龍谷池) 확장공사를 하면서 못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한사코 반대를 했는데, 내를 따라 나 있던 벼논을 몽땅 다 삼켜버리고 그 곳에 저수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 경주시민들의 갈수기 식수원으로 쓰기위해 저수지의 담수 용량을 늘리려고 저수지의 둑을 넓히고 높이다 보니 나의 유년시절 그 쇠징골의 추억거리들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그 골짜기로 올라가다가 보면 개울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계속 좀 더 올라가면 명장리를 거쳐 원대, 칼바위 절, 북골 못까지 올라가서는 훨씬 더 멀리로는 산길을 걸어서 일 년에 한 두 번씩, 옛 고려 사람들 불공드리러 가듯, 봄마다 아가씨들 가슴 설레게 했던 ‘약수 먹으러 다니던’ 길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여름철에 땀띠라도 나면 물을 맞으러 다니던 원심이 골 가는 길과 박달 골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렇게 긴 골짜기를 기본으로 하여 외 골, 어능골, 밀구 너미, 늘밤 메기를 끼고 있는 막적골이 있고, 둔디 메 위쪽으로 가면 옥수골이 있고 동쪽으로 조금 돌출되어 있는 작은 마을, 탑골이 있다.
명장리로 올라 가다가 좌측에 감나무 골, 심박 골 등이 있다. 그런데 막작 골(莫寂 谷)입구에 있는 처매 갓과 늘 밤 메기, 외 골 일대를 모두 경상북도에서 지방세수 증대를 위한 기획사업의 산물로 농공단지가 조성되어 온통 구릉지대가 다 매립되고, 깎여지고 하다 보니 아담했던 골짜기들이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내 유년 시절 그 모래알처럼 많았던 추억을 주저리주저리 담고 있던 작은 골짜기들과 그 사이로 흐르던 냇물이 다 사라져 버렸다. 또한 우리 탑 골 최 씨 12대조 할아버지께서 임진왜란 당시 어린나이에 왜구의 토색질을 피해 웅 천 댁이라는 유모(乳母)의 등에 업혀 현곡에서 구미산을 넘어 피난을 와서 자라나고 장가를 가서 일가를 이루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3층 석탑 하나가 마을 앞 밭 가운데 남아 있어서, 마을 이름도 탑 골이 되었다.
그래서 경주 최씨 사성공파, 참판공파의 우리 일가 탑 골 최가(繼자明자)라고 불리고 있다. 여름철 해 걸음에 소를 올려놓고(골짜기 안으로 하루 동안의 소의 방목을 소 먹이러 간다고 표현했음), 개구리와 뱀을 잡으면서 놀고, 작은 냇물에 발 담그고 놀던 추억의 고삐들도 모두 숨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별처럼 아름답던 내 유년의 추억들이 행여 나의 기억 속에서 조차 사그라지기 전에 긁어모아 담아두고 싶어서 만든 것이 바로 <쇠징골>이라는 이 추억 바구니이다.
― <머리말>
쇠징골
최해필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쇠징골은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고향 마을인 새마실 북쪽에 있는 가장 길고 넓었던 골짜기 이름이다.
그 곳은 고향 마을 뒤쪽으로 길게 누워 있는 대동맥처럼 이산 저산에서 흘러내리는 개울물을 모두 담아서 마을을 끼고 경주 서천까지 흘러서 형상 강이 되고, 동해 바다가 되고, 태평양이 되어 지구의 반도 더 되는 큰 바다를 만든다.
마을 서편을 끼고 흐르는 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마을 북 쪽 끝에는 오래된 갯버들 몇 그루가 있다. 몇 백 년을 살아왔는지 더러는 삭아져 사라졌고 아직도 한두 그루는 비스듬히 누워서 오가는 이 중에 알아보는 이가 있으면 반가워하기도 한다. 조금 위로 가다 보면 여름날 세벌 논 다 메어 놓고 오후 3~4시가 되면 풋나무 하려고 산으로 가다가 점심을 먹고 난 뒤의 식곤증을 달래려고 지게 벗어두고 산그늘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던 평평한 바위가 여러 개 있던 곳이 있었다. 흉볼 사람 없어 편하게 한잠씩을 자고 이 골짜기 저 골짜기로 헤어지던 그 곳도 지난번에 갔을 때 보니 용곡지(龍谷池) 확장공사를 하면서 못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온 마을 사람들이 한사코 반대를 했는데, 내를 따라 나 있던 벼논을 몽땅 다 삼켜버리고 그 곳에 저수지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 경주시민들의 갈수기 식수원으로 쓰기위해 저수지의 담수 용량을 늘리려고 저수지의 둑을 넓히고 높이다 보니 나의 유년시절 그 쇠징골의 추억거리들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그 골짜기로 올라가다가 보면 개울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계속 좀 더 올라가면 명장리를 거쳐 원대, 칼바위 절, 북골 못까지 올라가서는 훨씬 더 멀리로는 산길을 걸어서 일 년에 한 두 번씩, 옛 고려 사람들 불공드리러 가듯, 봄마다 아가씨들 가슴 설레게 했던 ‘약수 먹으러 다니던’ 길이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여름철에 땀띠라도 나면 물을 맞으러 다니던 원심이 골 가는 길과 박달 골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렇게 긴 골짜기를 기본으로 하여 외 골, 어능골, 밀구 너미, 늘밤 메기를 끼고 있는 막적골이 있고, 둔디 메 위쪽으로 가면 옥수골이 있고 동쪽으로 조금 돌출되어 있는 작은 마을, 탑골이 있다.
명장리로 올라 가다가 좌측에 감나무 골, 심박 골 등이 있다. 그런데 막작 골(莫寂 谷)입구에 있는 처매 갓과 늘 밤 메기, 외 골 일대를 모두 경상북도에서 지방세수 증대를 위한 기획사업의 산물로 농공단지가 조성되어 온통 구릉지대가 다 매립되고, 깎여지고 하다 보니 아담했던 골짜기들이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내 유년 시절 그 모래알처럼 많았던 추억을 주저리주저리 담고 있던 작은 골짜기들과 그 사이로 흐르던 냇물이 다 사라져 버렸다. 또한 우리 탑 골 최 씨 12대조 할아버지께서 임진왜란 당시 어린나이에 왜구의 토색질을 피해 웅 천 댁이라는 유모(乳母)의 등에 업혀 현곡에서 구미산을 넘어 피난을 와서 자라나고 장가를 가서 일가를 이루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3층 석탑 하나가 마을 앞 밭 가운데 남아 있어서, 마을 이름도 탑 골이 되었다.
그래서 경주 최씨 사성공파, 참판공파의 우리 일가 탑 골 최가(繼자明자)라고 불리고 있다. 여름철 해 걸음에 소를 올려놓고(골짜기 안으로 하루 동안의 소의 방목을 소 먹이러 간다고 표현했음), 개구리와 뱀을 잡으면서 놀고, 작은 냇물에 발 담그고 놀던 추억의 고삐들도 모두 숨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 별처럼 아름답던 내 유년의 추억들이 행여 나의 기억 속에서 조차 사그라지기 전에 긁어모아 담아두고 싶어서 만든 것이 바로 <쇠징골>이라는 이 추억 바구니이다.
― <머리말>
- 차 례 -
제1부 월계(月溪)
보리빵
안면송
귀둔
오악이선
종심
환생
안단테
뉴질랜드 설산-쿡
이별 예감
월계
임에게 보내는 편지
사각 하늘
농심 생각
통장
싸리재
제2부 하얀 성
밀어
일번지
고수
하얀 성
기쁨 주는 우리 손녀
여의주
향수
결혼
벚꽃 구경
벚꽃
남산 꽃길
영흥도와 소월길
영흥도 송
세월이 가면
삶
꿈 2
Cyber 세상 동반자
제3부 영혼의 노래
눈 내린 날의 단상
큰 고개
결혼식 참석기
내 말 한 번 들어보소
Bridge and Any call
친구야
영혼의 노래
To and From
서곡
아네스의 편지
왕자님
파전 하나 막걸리 한 사발
옛 시절의 일기
군인 됨과 인간 됨과
점봉산 길
제4부 아! 나의 어머니
강릉 나들이
아~ 나의 어머님
한강
Sweet One
별빛 가득한 집
유월이 오면
내가 사랑한 당신은
손녀 이야기
무용
무원 1
무원 2
곡신의 덕
발렌타인
봄 총각
제주의 봄빛
정
제5부 나의 노래
서율이
만사 분이 정
발렌타인 2
꿈 2
나의 노래
묘지
첼로
안단테 214
껄 껄 껄
지구 충돌
세 번째 다리
잔치
유채꽃 축제
애증
아버지와 생선 가시
세월 !
제6부 나의 꿈 어머니의 꿈
열애
비오는 날의 수채화
어떤 꽃잎
고운 꽃
외갓집
나의 꿈 어머니의 꿈
세종시 회고
별
이등병의 my way
공(空)의 효용
아침 강변 풍경
오월에 부르는 노래
사랑은 목마름인가
밀라에게
[2018.03.10 발행. 188쪽. 정가 5천원(전자책)]
※ 이 책은 콘텐츠몰.com 에서 바로 구매 및 열람이 가능합니다. 콘텐츠몰 바로가기(클릭)
◑ 전자책 미리보기(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