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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요청 있어도 다른 조합원 전화번호 공개 불가(!)
동부지방법원, 도정법상 정보공개대상 제한… 서울시 등에 ‘일침’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3-12-24 16:20:42 · 공유일 : 2014-06-10 11:15:30


- 결정 이끈 중원종합법률사무소, "개인정보 등한시 관행에 제동"
[아유경제=정훈 기자]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함부로 공개하는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등의 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21부는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이하 가락시영) 재건축 조합원 손모 씨 등 19명이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전화번호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관계 법령이 정하고 있는 조합원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른 조합원의 전화번호 공개를 금지한 데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지침으로 이를 공개토록 했더라도 해당 지침이 번호 공개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의 조합원 이모 씨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의거해 지난 11월 19일조합에 조합원 명부 등의 공개를 신청했다.
도정법 제81조제6항은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서류와 관련 자료를 조합원, 토지등소유자가 열람·복사 요청을 한 경우 추진위원장이나 사업시행자는 15일 이내에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면서 공개 대상에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의 명부`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손씨 등은 이씨의 정보공개 신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며 전화번호 공개 금지를 요청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해야 할 관계 법령 상 의무가 없고 ▲전화번호가 지극히 민감한 사생활에 관련된 개인정보에 해당함을 이유로 조합에 전화번호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조합이 이씨에게 자신들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의 열람·등사를 허용하려 하고 있어 사생활 침해의 방지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손씨 등의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명시적으로 신청인들의 전화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의 열람·등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씨가 정보공개 신청을 통해 조합원 명부의 열람·등사를 요청하는 목적이 조합원 명부에 기재된 조합원들의 주소지로 확인서 등을 각 우송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해당 조합은 조합원들의 전화번호까지 포함된 조합원 명부도 작성·보관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조합이 정보공개 신청에 의해 이씨에게 열람·등사를 허용해야 할 조합원 명부는 도정법 시행규칙 제7조제1항제2호(조합설립인가에 필요한 첨부 서류에 조합원 명부를 규정)에 따라 송파구청장에게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원 명부를 그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점 ▲도정법과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시행규칙` 등은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조합원 명부의 필수적 기재 사항으로 규정치 않은 점 ▲가락시영 조합의 전체 조합원은 6871명에 달해 그들의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할 경우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적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가락시영 조합이 조합원의 열람·복사 요청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조합원 명부는 조합이 송파구청장에게 제출한 `조합원의 전화번호가 포함되지 않은` 조합원 명부와 동일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지자체가 지침을 통해 조합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토록 한 데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제껏 상위 규범인 법과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전화번호를 공개토록 해 빚어진 혼란의 책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는 데서 이번 결정의 의미가 커진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9월 `조합원 명부 등 공개 업무처리기준`을 통해 조합원의 요청 시 전화번호가 포함된 명부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시는 해당 지침의 해석례를 통해 조합원 명부와 그 관련 자료의 공개는 조합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하며,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수집한 자료라면 전화번호도 `관련 자료`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또 이를 공개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도 이와 비슷한 취지로 전화번호의 공개를 묵인해 논란이 일었다. 시는 지난 11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도정법 등에 따라 조합원의 요청 시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전화번호가 수록된 조합원 명부 등을 공개해야 한다"며 "전화번호를 조합원의 동의 없이 공개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지 아니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안전행정부의 회신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조합원 명부 등 공개 업무처리기준`은 도정법 상 공개 대상 정보에 대한 시의 자체적인 해석에 터 잡아 작성된 것으로서, 법규성이 없는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면서 "따라서 이 기준을 가락시영 조합이 정보공개 신청에 따라 이씨에게 신청인들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해야 할 근거가 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개인정보인 전화번호의 공개를 사실상 의무화한 서울시 등의 행태에 제동을 건 이번 사법부 판단에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번호 뒷자리가 개인정보라는 판결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등이 조합원의 전화번호 공개를 사실상 강제한 데서 비롯된 혼란이 이번 사법부 판단으로 가라앉을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며 "차제에 조합원의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전화번호 등을 공개하는 사업시행자와 행정청의 행태를 근절키 위한 강력한 법제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을 이끌어 낸 중원종합법률사무소의 김재철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법부 판단은 그동안 관계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마땅히 보호돼야 할 개인정보인 전화번호를 공개토록 한 지자체 등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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