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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박사의 閑談> 사신(使臣)을 영접하다
지혜로운 자로서 지혜로운 자 정복하려 들면 지혜로운 자는 굴복하려 하지 않는 법
repoter : 강원구 ( yug42@naver.com ) 등록일 : 2019-03-18 11:23:47 · 공유일 : 2019-03-18 12:33:23
한중문화교류중앙회장 강원구박사남당(南唐)의 서현(徐鉉)은 언변이 아주 뛰어난 총명한 인물이었다. 옛날에는 제후국들이 황제(皇帝)에게 곡물을 바치는 법이 있었다.


남당에서는 곡물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서현을 송나라로 파견하기로 했다.
원칙대로라면 송(宋)나라에는 높은 인물이 서현을 영접해야 했다. 그런데 송나라의 인물들을 두루 훑어보아도 남당의 서현에 비해서는 인물이 아닌지라 송나라 대신들은 적합한 인물을 고르지 못해 안절부절 하였다.


마침내 대신들은 이 일을 송나라 왕에게 아뢰었다. "우리나라에는 서현을 맞이할 적합한 인물이 없는 듯합니다.

송나라 왕이 "왜 인재가 없다고들 하오? 대신들은 잠깐 물러가도록 하시오. 내가 생각해 보겠소." 뜻밖에 송 왕은 궁정의 하인들 가운데에서 글을 깨우치지 못한 열 명의 명단을 작성해 올리라는 엉뚱한 어명을 내렸다. 신하들은 재빨리 하인 열 명의 명단을 써서 왕에게 바쳤다.


하인 명단을 주욱 훑어보던 왕이 붓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동그라미를 치며 말했다. "이 사람이면 될 것 같소. 이 사람이면 훌륭해!" 대신들은 깜짝 놀랐다. 글을 깨우치지 못한 하인들 가운데에서도 제일 까막눈인 사람을 왕이 점찍었던 것이었다.


그렇다고 왕에게 따져물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대신들은 할 수 없이 그 하인을 궁정으로 불러들였다. 결국 하인이 서현의 영접자 자격으로 나선 셈이었다. 자리를 정하고 앉자마자 짐작했던 바와 같이 서현의 말 솜씨는 청산유수(靑山流水)인지라 송나라 대신들의 마음은 옥죄여지는 듯했다. 일자무식의 송나라 하인은 도저히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는 매우 긴장된 얼굴로 그냥 "예, 예"라고 대답만 하고 따라 다녔다. 서현은 서현대로 어찌된 영문인지를 몰라 이 말 저 말을 번갈아 해가며 상대의 입을 열러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자기의 지식 자랑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갔다. 그때까지 단 한마디의 대답도 들어보지 못한 서현은 그만 지쳐버려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송 왕은 대국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현인들의 묘책이다.


공자(孔子)가 마부(馬夫)를 농부(農夫)에게 파견한 것은 우둔함으로 우둔함을 정복한 방법이고 송 왕이 문맹한 하인을 파견한 것은 우둔함으로 지혜를 정복한 방법이다.


지혜로운 자로서 우둔한 사람을 설득시키려 들면 우둔한 자는 이해하질 못하고, 지혜로운 자로서 지혜로운 자를 정복하려 들면 지혜로운 자는 굴복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2019. 3. 19 姜元求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 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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