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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선정, 옥석 가리기 ‘한창’
입찰 기피 현상 고착화 ‘사업성’에 희비 엇갈려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4-03-13 10:55:31 · 공유일 : 2014-06-10 11:26:14


[아유경제=정훈 기자] 재개발·재건축 시공자 선정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사업성이 절대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사업성뿐만 아니라 ▲지역·입지 ▲상징성 ▲물량 확보 목적 등도 건설사의 사업 참여를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분양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지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곳은 건설사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게 일상화됐다. 서울 강남 지역조차 이 같은 현상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당연시됐던 대형 건설사의 입찰 포기가 이를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 돈이 될 것 같으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업을 수주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 같으면 강남이라도 발을 들여놓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평가 받는 몇몇 사업장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장이 시공자 선정에 죽을 쑤고 있다.
올 들어 ▲전주 효자주공3단지(재건축·1월 23일) ▲서울 천호뉴타운2구역(재건축·1월 28일) ▲대전 도룡동3구역(재건축·2월 5일) ▲인천 주안10구역(재개발·2월 20일) ▲청주 사직3구역(재개발·2월 20일) ▲서울 방배5구역(재건축·2월 21일) ▲서울 등촌1구역(재건축·2월 25일) 등이 연이어 `유찰`의 아픔을 겪었다.
특히 대형 건설사를 비롯해 다수의 업체들이 현장설명회(이하 현설)에는 관심을 보이고도 막상 응찰은 기피하는 일이 고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도룡동3구역만 해도 앞서 열린 현설에 ▲포스코건설 ▲한신공영 ▲계룡건설 ▲대방건설 ▲금성백조주택 등 5개 건설사가 참가했다. 효자주공3단지 현설에도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코오롱글로벌 ▲한신공영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두 차례나 유찰의 쓴잔을 마셨던 강서구 등촌1구역은 세 번째 입찰에서 또다시 같은 아픔을 겪었다. 현대산업개발 등 8개 사가 참가해 시공자 선정 기대감이 커졌던 지난달 10일 현설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첫 도전에서 실패를 맛봤던 강동구 천호뉴타운2구역도 현설에는 대림산업과 포스코건설 등 13개 업체가 참가한 바 있다.
강남 재건축도 시공자 선정 쉽지 않아
방배3구역은 재입찰 문제로, 방배5구역은 유찰로 `고민`
강남 재건축 현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초구 방배3구역(재건축)은 현설에 10대 건설사 대부분을 포함해 총 14개 업체가 참가했으나 지난 1월 27일 실시된 입찰마감에는 코오롱글로벌과 한진중공업이 자웅을 겨루게 됐다. 하지만 현재 시공자 선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곳은 오는 12일 총회를 통해 재입찰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건설사 측에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이 지연이 예상된다.
또한 지난달 21일 사업 참여 제안서를 접수한 서초구 방배5구역도 앞서 실시된 현설에는 18개 건설사가 참가했다. 하지만 방배5구역은 GS건설-포스코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만 입찰에 응하면서 유찰의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입찰 조건이 까다로운 사업장에 굳이 투자를 해야 하냐는 분위기가 건설사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상태"라며 "이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분양시장이 회복된다는 시그널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 침체가 장기 국면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진단했다.
정비사업 전문가 A씨 역시 "방배5구역 유찰 사태는 사업 방식이 지분제인 데다 입찰 보증금이 과하다는 등의 이유로 빚어진 측면이 있으나 도급제인 천호뉴타운2구역과 등촌1구역이 건설사들의 외면을 받은 근저에는 낮은 사업성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천호뉴타운2구역은 강남권이면서 천호역세권이라는 입지적 장점이 있으나 계획세대수(194가구)가 적어 총 공사비가 낮다는 점이, 등촌1구역은 사업 규모가 천호뉴타운2구역에 비해 2배 이상이지만 어차피 공사비만 받고 빠지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수주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될 곳은 된다(!)
`新성공전략` 따른 곳은 줄줄이 시공자 뽑아
기대를 모았던 `강남 재건축 수주 대전(大戰)`이 `소문난 잔치`로 드러나면서 업계 한편에서는 올 들어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곳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성공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비사업 전문가 B씨는 "지난 2개월 간 시공자 선정에 나섰다가 실패한 대부분의 사례는 종전의 시공자 선정 성공 공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 "과거 시장이 좋을 때는 지분제 재건축을 필두로 해 너나 할 것 없이 시공자를 뽑았고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강남권 도급제 재건축이나 랜드마크 재개발을 중심으로 시공권 경쟁이 벌어졌지만 지금은 이러한 양상에 균열이 생겼다"고 의견을 내놨다.
시공자가 분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지분제 사업의 경우 건설사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려면 해당 사업지가 강남이나 역세권에 위치해 있어 미분양 위험이 낮아야 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시공자의 분양 책임`은 고스란히 건설사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게다가 사업 규모가 커 일반분양분이 많을수록, 조합원 수가 많아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시공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공자의 분양 책임이 없는 도급제 사업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시공자는 공사를 해주고 그 대금만 받으면 그만이기 때문에 사업 규모가 클수록 수주에 적극성을 띄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회사채 상환 등으로 자금 흐름이 여의치 않게 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신규 사업을 수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돼 버린 게 재개발·재건축시장의 현주소다.
따라서 건설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주에 임하도록 하려면 사업 방식별로 앞선 설명과 반대되는 조건을 만들어 주면 된다. 예를 들어, 지분제 재건축사업에서는 강남 역세권에 위치해 있는 시공 물량 500~1000가구인 단지이면서 입찰 조건도 건설사가 용인할 만한 수준이면 `금상첨화`이다. 반면, 도급제 방식의 사업에서는 신축 단지가 랜드마크가 된다는 상징성이 부여된 곳 가운데 계획세대수가 많을 경우 건설사들의 `러브콜`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 같은 조건들을 충족한 사업장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시공자 구하기에 성공하는 모양새이다.
지난 1월 17일 화성산업은 대구 남산4-6지구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이어 그달 22일에는 SK건설이 부산 광안2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권을 품에 안았다. 광안2구역의 경우 비수도권인 데다 2013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업체의 첫 수주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대우건설이 과천 주공7-1단지 재건축사업을 수주했다. 이곳은 조합설립인가 취소에 따른 후속 조치로서 이뤄진 탓에 예외적이긴 하나 입지·사업성 측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시공자 선정이 기대되는 곳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분양시장의 `핫 플레이스(hot place)`인 부산 지역이 특히 그러하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부산 온천4구역(재개발) 현설에는 ▲삼성물산 ▲GS건설 ▲현대산업개발 ▲계룡건설 ▲현대엠코 ▲현대산업개발 ▲경동건설 등 7개 업체가 참가했다.
온천4구역 조합의 신귀철 조합장은 "사업 규모가 커 컨소시엄 구성이 힘든 측면이 있어 유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오는 20일 예정대로 입찰마감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시공자 선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사업시행인가를 목표로 사업시행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보다 일주일 앞선 18일 열린 부산 구포2구역(재개발) 현설에는 4개 건설사가 참가, 예정대로 입찰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지난 4일 열린 부산 반여1-1구역(재개발) 현설도 성황리에 끝났다. 이날 현설에는 ▲SK건설 ▲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계룡건설 ▲KCC건설 ▲효성건설 ▲신동아건설 ▲진흥기업 등 8개 사가 참여했다.
서울 강북 및 경기 지역에서도 시공자 찾기가 한창이다.
지난달 26일 서울 은평구 증산5구역(재개발) 현설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날 현설 참가 업체는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GS건설 ▲한신공영 등 5개로 확인됐다. 앞서 열린 2차 현설이 3개 사의 참가로 경쟁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무산됐던 점과 대조적이다. 아울러 3차례 열린 현설에 모두 참여한 롯데건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같은 날 등촌1구역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인천 주안10구역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시공자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3일 입찰마감 예정인 김포 북변4구역(재개발) 현설에는 ▲신안건설산업 ▲한양건설 ▲대림산업 ▲중흥건설 등 4개 사가 참가했다.
서울 신당11구역(재개발)은 KCC건설의 수주로 가닥이 잡히는 형국이다. 지난달 27일 입찰마감 때 해당 건설사의 단독 응찰이 이뤄졌는데 이곳은 조합원 수가 100명이 되지 않아 1개 사만 응찰해도 입찰 요건이 성립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정비사업의 경우 총회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서울은 시공자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포문을 연 것은 천호뉴타운2구역. 이곳은 지난 4일 입찰공고를 내면서 시공자 선정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6일에는 서초구 삼호가든4차(재건축) 조합이 시공자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따르면, 이곳의 사업 방식은 지분제이고 일반경쟁입찰로 입찰이 진행된다. 이에 오는 14일로 예정된 현설에 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비사업 전문가 B씨는 "올 들어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구역들의 사례를 분석해 그에 따른 전략으로 시공자 찾기에 나서면 실패 가능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일선 조합(원)들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하루라도 빨리 시공자를 뽑은 뒤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게 이득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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