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마치 대한민국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아직 정확한 시간을 말하기 어려운 `16일 오전`에서.
전 국가적인 애도 물결에 동참해 정치권과 문화‧체육계는 물론 대부분의 사적인 모임‧단체들도 함께 걸음을 멈췄고, 여기에 축제를 열기 위해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 온 각 지자체들도 잇달아 지역 축제들을 축소 또는 취소·연기했다.
그런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 축제를 준비해온 이들의 속사정에는 세월호 비극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에 더해 또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취소‧연기된 지역 축제, 보도된 것만 30여 개 '훌쩍'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검색엔진 `카인즈(KINDS)`를 통해 조사된 4월과 5월 열릴 예정이던 지역 축제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3일 현재까지 취소‧연기를 결정한 축제는 무려 30여 개에 달했다.
중앙 일간지를 통해 행사 개최 방침이 기사화 된 것만을 자료로 조사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보도되지 않은 행사를 포함할 경우 실제 취소‧연기된 축제의 수는 2~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0여 개 축제 가운데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로 꼽힌 문경찻사발축제가 무기한 연기됐고, `우수 축제`로 선정된 담양대나무축제가 6월로 미뤄졌다. 유망축제로 선택된 보성다향제 및 녹차대축제는 대폭 축소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비교적 잘 알려진 함평 나비대축제(취소), 고양 국제꽃박람회(정상개최), 여수 이순신 축제(무기한 연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이들 축제가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축제의 성격이 직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정을 조정해 열 수 있는 축제들은 잠정 또는 무기한 연기를 선택하고 있었다. `여수 거북선 축제`, `담양 대나무 축제`, `문경 전통찻사발 축제` 등은 개최 시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일정 조정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문경시의 경우 찻사발을 빗고 이것으로 차를 마시는 일 등은 시간적인 제약이 없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찻사발축제위 한 관계자는 "축제 장소로 사용해 온 문경새재 일원에 대한 대여료 명목의 비용 등 몇몇 손해 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꽃 축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상 개최된(될) 축제들은 대부분 일정이 임박한 것들로 `창녕 낙동강 유채 축제`(18일 개최)나 `전주 국제영화제`(5월 1일 개최)와 같이 계절(시기)적인 요인이 있거나 국제적인 행사로 해외인사 초청 등에 따라 일정 조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들 행사마저도 폭죽을 터뜨리거나 하는 개최행사를 아예 갖지 않거나 가장 주요한 행사 위주로만 축소 진행됐(될 예정이)다.
"당연히 전 국가적 애도에 동참 해야죠, 그런데…"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축제는 등급별로 관광진흥기금 총 60억원(대표축제 각 5억원, 최우수축제 각 2억5천만원, 우수축제 각 1억3천만원)이 지원되며, 한국관관공사를 통해 해외 홍보와 축제 마케팅 등이 지원된다. 또한 각 지자체에 따라 많게는 8~9억 원 가량의 자체 예산을 지역 축제에 편성한다.
문제는 축제를 취소할 경우 이 같은 지원금을 국가와 지자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쓰이는 곳은 이를 운용하는 단체에 따라 각기 다르나, 주로 큰돈이 드는 부지 선정(임대), 행사장 조성, 그리고 광고비로 많이 쓰인다. 모두 행사 개최에 앞서 지출되는 비용들이다.
울산시는 이번 `태화강 봄꽃대향연`을 위해 2억 원의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행사에 앞서 지출된 비용은 특별히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울산시 태화강관리단 한 관계자는 "꽃은 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매년 꽃밭을 조성해 온 예산으로 심어졌으며 부지 역시 이미 마련돼 있는 태화강대공원을 장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지출 내역이 없다"면서도 "12만평 가까운 규모에 10여종 11만9000포기의 봄꽃이 그냥 심어지는 게 아니다. 많은 인력과 노력이 투입된 만큼 그런 게(상실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애도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울산시를 비롯해 취재에 응한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특별한 손실이 없을 것(으로 본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일정 부분 손실을 입었거나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시기적으로 '지역 축제 일정 조정으로 손해를 봤다'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문광부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또는 이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행사가 취소된 것에 대한 보조금 환수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지역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데, 문광부 지원금을 받는 축제 가운데 전면 취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연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취소된 경우가 있을 경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집행된 내역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해 환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광고대행료 등으로) 이미 집행된 지원금을 환수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에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꼼꼼히 살피되 상식적인 선에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비슷한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축제 아닌 축제 `조용하고 차분하게`
세월호 참사 나흘째인 지난 19일, 충남 태안군에서 `태안 튤립 꽃 축제`가 개최됐다. 이에 앞선 지난 18일 태안꽃축제추진위는 긴급회의를 갖고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사망자에 대한 조의와 실종자의 무사를 기원하는 뜻에서 개막식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다만 관람과 체험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태안꽃축제를 준비해 온 한 농민은 "주민과 농민들이 땀 흘려 만든 축제인 만큼 이를 취소하면 그동안 꽃 축제를 준비해 온 사람들은 1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라며 "마음만은 100%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애도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내 밥그릇은 챙겨야지"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지역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한 조사는 통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기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며, 따라서 통계적인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려 드립니다.>
[아유경제=김학형 기자] 전 국민을 비탄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로 마치 대한민국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아직 정확한 시간을 말하기 어려운 `16일 오전`에서.
전 국가적인 애도 물결에 동참해 정치권과 문화‧체육계는 물론 대부분의 사적인 모임‧단체들도 함께 걸음을 멈췄고, 여기에 축제를 열기 위해 따뜻한 봄날을 기다려 온 각 지자체들도 잇달아 지역 축제들을 축소 또는 취소·연기했다.
그런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지역 축제를 준비해온 이들의 속사정에는 세월호 비극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에 더해 또 다른 문제들이 있었다.
취소‧연기된 지역 축제, 보도된 것만 30여 개 '훌쩍'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검색엔진 `카인즈(KINDS)`를 통해 조사된 4월과 5월 열릴 예정이던 지역 축제 가운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부터 23일 현재까지 취소‧연기를 결정한 축제는 무려 30여 개에 달했다.
중앙 일간지를 통해 행사 개최 방침이 기사화 된 것만을 자료로 조사가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보도되지 않은 행사를 포함할 경우 실제 취소‧연기된 축제의 수는 2~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0여 개 축제 가운데에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최우수 축제`로 꼽힌 문경찻사발축제가 무기한 연기됐고, `우수 축제`로 선정된 담양대나무축제가 6월로 미뤄졌다. 유망축제로 선택된 보성다향제 및 녹차대축제는 대폭 축소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비교적 잘 알려진 함평 나비대축제(취소), 고양 국제꽃박람회(정상개최), 여수 이순신 축제(무기한 연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이들 축제가 개최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축제의 성격이 직결된 것으로 분석됐다.
일정을 조정해 열 수 있는 축제들은 잠정 또는 무기한 연기를 선택하고 있었다. `여수 거북선 축제`, `담양 대나무 축제`, `문경 전통찻사발 축제` 등은 개최 시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만큼 일정 조정이 비교적 자유로웠다.
문경시의 경우 찻사발을 빗고 이것으로 차를 마시는 일 등은 시간적인 제약이 없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게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찻사발축제위 한 관계자는 "축제 장소로 사용해 온 문경새재 일원에 대한 대여료 명목의 비용 등 몇몇 손해 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꽃 축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상 개최된(될) 축제들은 대부분 일정이 임박한 것들로 `창녕 낙동강 유채 축제`(18일 개최)나 `전주 국제영화제`(5월 1일 개최)와 같이 계절(시기)적인 요인이 있거나 국제적인 행사로 해외인사 초청 등에 따라 일정 조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들 행사마저도 폭죽을 터뜨리거나 하는 개최행사를 아예 갖지 않거나 가장 주요한 행사 위주로만 축소 진행됐(될 예정이)다.
"당연히 전 국가적 애도에 동참 해야죠, 그런데…"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된 축제는 등급별로 관광진흥기금 총 60억원(대표축제 각 5억원, 최우수축제 각 2억5천만원, 우수축제 각 1억3천만원)이 지원되며, 한국관관공사를 통해 해외 홍보와 축제 마케팅 등이 지원된다. 또한 각 지자체에 따라 많게는 8~9억 원 가량의 자체 예산을 지역 축제에 편성한다.
문제는 축제를 취소할 경우 이 같은 지원금을 국가와 지자체에 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쓰이는 곳은 이를 운용하는 단체에 따라 각기 다르나, 주로 큰돈이 드는 부지 선정(임대), 행사장 조성, 그리고 광고비로 많이 쓰인다. 모두 행사 개최에 앞서 지출되는 비용들이다.
울산시는 이번 `태화강 봄꽃대향연`을 위해 2억 원의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행사에 앞서 지출된 비용은 특별히 없다는 게 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울산시 태화강관리단 한 관계자는 "꽃은 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매년 꽃밭을 조성해 온 예산으로 심어졌으며 부지 역시 이미 마련돼 있는 태화강대공원을 장소로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한 지출 내역이 없다"면서도 "12만평 가까운 규모에 10여종 11만9000포기의 봄꽃이 그냥 심어지는 게 아니다. 많은 인력과 노력이 투입된 만큼 그런 게(상실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애도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울산시를 비롯해 취재에 응한 지자체들은 공통적으로 "특별한 손실이 없을 것(으로 본다)"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일정 부분 손실을 입었거나 손실이 예상되더라도 시기적으로 '지역 축제 일정 조정으로 손해를 봤다'는 직접적인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문광부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또는 이를 애도하는 차원에서 행사가 취소된 것에 대한 보조금 환수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많은 지역 축제가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데, 문광부 지원금을 받는 축제 가운데 전면 취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대부분 연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취소된 경우가 있을 경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집행된 내역에 대해 상세한 조사를 해 환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환수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렇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광고대행료 등으로) 이미 집행된 지원금을 환수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지자체에 돌아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꼼꼼히 살피되 상식적인 선에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비슷한 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축제 아닌 축제 `조용하고 차분하게`
세월호 참사 나흘째인 지난 19일, 충남 태안군에서 `태안 튤립 꽃 축제`가 개최됐다. 이에 앞선 지난 18일 태안꽃축제추진위는 긴급회의를 갖고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사망자에 대한 조의와 실종자의 무사를 기원하는 뜻에서 개막식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다만 관람과 체험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태안꽃축제를 준비해 온 한 농민은 "주민과 농민들이 땀 흘려 만든 축제인 만큼 이를 취소하면 그동안 꽃 축제를 준비해 온 사람들은 1년 농사를 망치는 것"이라며 "마음만은 100% 세월호 침몰 사고를 애도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지만 내 밥그릇은 챙겨야지"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지역 축제 개최 여부'에 대한 조사는 통계 전문가에게 의뢰한 것이 아니라 기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것이며, 따라서 통계적인 의미를 갖지 않음을 알려 드립니다.>
ⓒ 사이트명(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