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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구박사의 閑談>가가은(賈嘉隱)의 말솜씨
노루 옆에 있는 것이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것이 노루요!!!
repoter : 강원구 ( yug42@naver.com ) 등록일 : 2019-05-22 00:05:00 · 공유일 : 2019-05-25 12:05:10
어려서부터 신동이란 명성을 떨친 가가은(賈嘉隱)은 이곳저곳을 돌면서 학문을 닦고 경험을 열심히 쌓아갔다. 그에 대한 소문이 점차 널리 퍼져 나가자 조정의 신하들이 그를 우롱(愚弄)하기 위해 조정으로 불러들였다. 차림도 허술하고 수염만 긴 가가은은 몹시 초라한 행색(行色)이었다.

신하들은 그가 알아야 얼마나 알겠느냐 하며 그를 몹시 얕잡아보았다. 홰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신하 서적(徐績)이 눈살을 찌푸리며 넌지시 물었다.

'내가 기대고 있는 나무는 무슨 나무요?' '소나무죠.' 가가은은 딴전을 피웠다. 순간 서적의 얼굴에 비웃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 나무는 소나무가 아니라 홰나무이니라' 사실 홰나무였다.

'공(公)이 목(木)에 기대어 있으니 소나무 송(松)자를 이루었잖아요? 그러니 소나무이지요.'

서적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부평초(浮萍草)처럼 정처 없이 떠도는 무명의 백성에게 내로라하는 신하들이 수모(受侮)를 당한다는 것은 말도 안될 일이었다. 무기(無忌)가 신하들의 체면이라도 건져보려는 듯 성큼 나섰다. '내가 기대고 있는 나무는 무슨 나무요?' '홰나무요.' 가가은이 대답했다.

'그게 정답이지. 이젠 달리 둘러댈 수가 없는 모양이구먼? 흐흐흐.' 무기는 흐물흐물 웃었다. 가가은은 기침을 크게 하고 수염을 쓰윽 문지른 후 의미 있게 말했다.

'나무 목(木)에 귀신(鬼)이 붙었으니 홰나무지요.' '엉?' 그 순간 무기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신하들은 열이 오를 데로 올라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그에게 무참히 당한 것을 만회해보기 위해 이번에는 사슴과 노루를 끌고 왔다. 신하가 물었다. 신하의 어투는 매우 격했다.

'어느 것이 사슴이고 어느 것이 노루냐? 못 알아맞히면 곤장 50대다!' 가가은은 사슴과 노루를 구별할 줄을 몰랐다. 그래도 그는 짐짓 자세히 뜯어보는 척한 후 이렇게 대답했다.

'노루 옆에 있는 것이 사슴이고 사슴 옆에 있는 것이 노루요'
라고 말한 가가은은 큰 기침을 하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신하들은 입을 헤 벌린 채 멀어져 가는 가가은의 뒷모습ㅁ 멀그러니 쳐다보았다.

2019. 5. 22
강원구 행정학박사.
한중문화교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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