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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과 특허권의 몇 가지 성질
repoter : 서경호 변리사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9-05-31 09:35:36 · 공유일 : 2019-05-31 13:01:48


최근 5G 통신 기술이 전 세계 시장뿐만 아니라 국제 정치에서도 커다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중 퀄컴에 대한 이슈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이 전 세계에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지 관심을 끌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퀄컴은 1985년 미국에서 개업한 IT 벤처기업이다. 이들은 창립 이듬해에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였다. 전화통화만 하던 1세대 이동통신에서 점차 문자도 되는 2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가던 1990년대 중반에 비동기식(GSM) 기술을 채택하던 전 세계의 흐름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장비의 국산화와 저렴한 라이선스료를 이유로 CDMA를 표준으로 채택하였다. 작은 기업이었던 퀄컴은 이로 인하여 성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이후 미국에서도 CDMA 기술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 퀄컴은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현재 퀄컴은 통신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으로서 삼성 등 많은 기업에 개발한 통신칩을 판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특허 라이선스료를 받는 등 무선 통신 분야에서 강력한 지위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애플이 퀄컴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송전을 벌였지만, 인텔이 5G 통신칩을 설계할 수 없음에 따라 애플이 퀄컴에 막대한 화해금을 주기로 하고 퀄컴으로부터 5G 통신칩을 공급받기로 한 일이 있었다. 이는 퀄컴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다만 시장에서의 막강한 지배력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위원회와 불공정거래에 대한 기나긴 과징금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미국에서도 미국 연방공정무역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는 등의 일도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이 퀄컴은 그 입지에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최소한 가까운 미래까지는 관련 분야에서 절대적 강자로 군림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와 같은 퀄컴의 이슈들은 기업이 핵심 기술 혹은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특허가 독점권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를 가지면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원천기술뿐만 아니라 새로이 개발ㆍ개선되는 다양한 기술들이 특허를 받는 요즘, 특허권의 영향력이 어디에 미치는지를 알고 그에 대한 마땅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에 대한 몇 가지 성질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1. 특허권의 배타성

특허권자는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특허법」 제94조). 여기서, `실시`라는 용어는 생산, 사용, 양도, 대여 또는 수입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특허법」 제2조). 즉 특허권자는 자신만이 특허발명을 독점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데, 이를 자신이 특허를 실시할 때 다른 사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그러나 「특허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특허권은 자신이 특허발명을 실시할 때에 다른 사람이 실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실시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권리다. 상표권자가 상표를 3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상표권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여 상표권 유지를 위해 상표의 사용을 강제해놓은 「상표법」과는 다르게 특허권자는 특허를 실시하지 않아도 취소되지 않는다. 즉 특허권자는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무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실시는 막을 수 있다.

이를 특허권의 배타적 성질이라고 하는데, 이로 인하여 특허권을 실시 목적이 아닌 라이선스료 목적으로 확보하는 비실시 기업 혹은 비실시 특허권자라 불리는 NPE(Non-Practicing Entity)가 존재할 수 있다. NPE를 특허 괴물(Patent Troll)이라고도 하는데 퀄컴의 경우 `스냅드래곤`이라는 통신칩을 설계하여 판매하는 기업이기는 하지만, 특허 라이선스료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통신칩 판매 수익보다 크다는 점에서 특허 괴물로 보기도 한다.

2. 특허권 간의 이용관계

특허권이 있고 이를 통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경우, 그러한 특허발명의 실시도 타인의 특허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설명하면 특허권을 확보하기 시작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미 특허권을 확보한 기업들의 관계자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앞서 특허권자는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할 의무가 없다고 했지만, 더 나아가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의 특허발명을 자유롭게 실시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그러나 「특허법」에서는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했는데,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하지만, 이는 타인의 특허권도 마찬가지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예를 살펴본다.

A가 자동차라는 것을 처음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고, 얼마 후에 B가 자동차용 휘발유 엔진에 들어가는 a라는 기술을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다. 또 C는 자동차용 전기 모터에 들어가는 b라는 기술을 발명하여 특허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B가 공장을 세워 휘발유 엔진에 들어가는 기술 a를 이용하여 자동차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면,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한 것이지만 동시에 A의 자동차를 실시한 것이 된다. 따라서 A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기술 a가 들어간 자동차도 A의 허락을 받고 사용해야 한다.

또한 B가 공장을 세워 휘발유 엔진에 들어가는 기술 a와 전기 모터에 들어가는 기술 b를 이용하여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어 팔기 시작한다면, 자신의 특허발명을 실시한 것이지만 A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술 b도 이용했으므로 C의 특허권도 침해한 것이다.

A는 자동차라는 원천기술을 특허권으로 확보하였기에 B나 C가 어떠한 형태로 자신의 기술을 활용하여도 A의 특허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A도 기술 a나 기술 b를 이용하면 B나 C의 특허를 침해하게 되기에, A가 실제 실시를 하는 기업이면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를 맺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먼저 발전해온 다른 나라의 기술을 보고 배워 빠르게 발전시켜온 나라이니만큼 종래 기술을 이용하거나 이보다 개량한 기술을 확보해오긴 했지만, 아무도 간 적이 없는 길에서 모험해야 하는 원천기술 확보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나란히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된 만큼 많은 기술 분야에서 핵심 기술, 더 나아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점차 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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