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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환 법무사] 도정법 제81조(관련 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의 위헌성
repoter : 박재필 기자 ( pjp78@naver.com ) 등록일 : 2014-05-12 15:20:33 · 공유일 : 2014-06-10 11:34:09


[아유경제=박재필기자]요즘 세월호의 안타까운 사건을 보면서 온 국민이 우울함에 빠져 있다. 그 우울함이란 슬픔과 무력감에서 오는 충격에 일상생활의 활기를 잃은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그럴듯한 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려 국민들을 혼란케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씁쓸하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진도 팽목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이번 세월호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운 관련 규정과 제도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허술한지 알 수 있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300명이 넘는 억울한 사람들이 희생당했음에도 선장 등 책임자들을 뺑소니 범으로 몰아가다가 법정 최고 형량이 낮다며 살인죄 운운하며 성난 여론을 달래고 있다. 이제 와서 소 잃고 외양간 고쳐 봐야 국민들에게 비웃음과 조롱감일 뿐이다. 오늘 세월호 참사 사건을 떠올리면서 일선 조합들의 원성이 자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제81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도정법 제81조(관련 자료의 공개와 보존 등)는 사업의 투명성과 조합원(토지등소유자 등)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을 적정한 절차에 의해 공개하도록 하자는 게 입법 취지다. 따라서 일반 조합원은 조합 운영이나 사업 진행 상황의 투명성을 위해 언제든지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파수꾼으로서 조합원의 정당한 권리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법 조항은 사업을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조합 집행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니 그 폐해는 실로 심각하다. 이 규정 때문에 추진위원장이나 조합 임원들이 걸핏하면 도정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형을 선고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조합 임원 등을 전과자로 양산하는 규정이 되었다. 처벌을 받는 당사자들은 검찰이나 법원에서 아무리 억울하다고 항변하지만 법이 그렇다고 하니 소용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그건 이 법 81조가 너무 추상적이고 애매하여 위헌성이 있다는 것인데, 악법도 법이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기 전까지 그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한다.
1. 서면결의서 공개 여부에 관하여
많은 조합들이 서면결의서 공개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비밀투표원칙`에 의해 개인의 의사표시가 담긴 서면결의서를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고, 반면 공개를 해야 한다는 쪽은 국회의원들도 법안 의결 시 실명으로 찬반 의사표시를 공개하는데 무슨 소리냐며 반론을 펴고 있다. 이에 행정청 공무원들은 서면결의(서)는 총회 의사록의 관련 자료에 해당하므로 공개해야 한다며 지침을 만들어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 과연 서면결의서가 도정법 제81조제1항이 정한 공개 대상이 되는 것인지 모두가 혼란스럽다. 금년 초 어느 조합 임원은 서면결의서를 복사해 주지 않았다고 해서 고소당하여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 되었다. 그 임원은 정식재판에서 서면결의서 공개 여부의 적법성에 대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목적이라면 법원의 가처분 등의 절차로 공개는 당연하겠지만 무조건 서면결의서를 복사해 달라는 요구는 조합원 승낙 없이 함부로 공개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며 적극 무죄를 주장하였다. 그 결과 법원은 조합 임원의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벌금 100만원 이하로 감액하면서 선고를 유예하는 무죄성 판결을 하였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면결의서는 총회 의사록의 관련 자료로서 공개 대상으로 보이지만 각 조합원의 의사표시가 담긴 문서인 만큼 함부로 공개될 수 없다는 조합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렇지만 법원은 도정법에 처벌 조항이 있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만약 그 조합 임원이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까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과 함께 무죄를 주장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청구를 했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궁금증을 가져 본다.
2. 조합원 명부 공개에 관하여
얼마 전 은행에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평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시도 때도 없이 걸려 오는 짜증스런 스팸 전화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음을 느낌 상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사건화가 되기 전에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정비사업에서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는 문제 역시 별거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피해가 현실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미 피해는 잠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자신의 주거가 다수의 타인들에게 공개되는 것은 헌법 상 보장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명백히 침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공익을 위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으므로 감수해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헌법 상 보장된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선별 없이 무차별적으로 조합원 명부가 공개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하단 조항에 조합원 명부를 청구하는 자는 제공받은 서류의 자료를 사용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이는 사용 목적의 범위가 아닌 청구인의 준수 사항일 뿐이다. 즉, 도정법 제81조제6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조합원 명부를 공개함에 있어 조합 해산이나 임원 해임 등 사용 목적을 특정하여 그 범위를 한정했어야 함에도 어떤 제한 없이 공개하도록 하도록 한 것은 공익이라는 이유로 조합원의 개인정보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조합원 명부를 사용할 수 있는 용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않아 청구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의도가 있어 조합장이 공개를 거부하더라도 도정법 상 벌칙 조항이 있어 유죄가 선고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도정법 제81조제6항은 조합원 명부 공개 요구 시 청구인의 사용 목적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어 검찰과 법원은 공개를 거부한 사실만으로 공소를 하고 유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 예로 경기도 어느 조합은 사채업을 운영하는 조합원으로부터 `조합업무참조`라는 사용 용도로 조합원 명부를 요구받았고, 그 조합장은 사용 목적이 불분명하다며 복사를 거부하였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당시 조합장은 법정에서 청구인이 사채업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조합원들의 개인정보가 사적인 목적에 사용될 여지가 있고 신청 용도가 막연히 `조합업무참조`여서 사용 목적이 분명치 않아 복사를 거부하였다고 항변했다. 또 「개인정보 보호법」 상 타인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며 나름대로 논리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도정법 제81조제6항에 엄연히 조합원 명부를 공개하도록 한 규정이 있어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어쩔 수 없다며 조합장의 신분을 유지하는 선에서 벌금을 100만원 이하로 감액하여 선고하였다. 조합장으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건 도정법 제81조제6항이 헌법 상 보장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양쪽의 칼날에 어느 쪽의 법익이 큰 것인가에 대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성을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3. 法 제81조제1항 및 제2항 `관련자료`의 해석에 관하여
조합마다 도정법 제81조의 `관련자료`의 범위 해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때문에 조합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행정청에서 민원 협조와 관련하여 조합에 보내 온 공문을 인터넷에 정해진 기간 내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고소를 하거나, 또 현금청산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조합 운영비의 식대 등 영수증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어떤 조합원은 `사업시행계획서 관련 자료 일체`를 복사해 달라며 광범위하게 자료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조합은 위와 같은 공개 신청 서류들이 너무 막연하여 제81조제1항의 각 호의 어디의 관련 자료에 해당되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를테면 단순한 민원협조 공문이 정비사업 시행에 관한 공문서에 해당되는 것인지 여부, 또 현금청산자 명단이 관리처분계획서의 관련 자료인지 여부, 조합은 정관에서 정한 감사가 회계감사를 할 수 있음에도 일반 조합원이 식대 등의 세세한 영수증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분명치 않다고 한다. 같은 맥락에서 조합원 명부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서에 부수되는 서류로 도정법 제81조제1항제6호의 정비사업의 시행에 관한 공문서의 관련 자료로 볼 수 있음에도 굳이 제6항을 신설하여 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도정법 제81조제1항 및 제6항의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을 경우 모두 형사처벌 하는 강행규정이다. 이처럼 `관련자료`의 범위가 추상적이고 막연하다면 해석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이는 죄형법정주의 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과 `포괄입법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4. 맺음말
도정법은 도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토지등소유자 및 조합원들을 위한 법이다. 정치인이 표를 얻기 위해서, 공무원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서 즉흥적으로 법이 만들어지거나 시행되어서는 안 된다. 얼마 전 서울시가 일선 조합에 근거 없이 전화번호를 공개하라며 황당한 지침을 내린 일이나, 경기도가 25%의 찬성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정비구역 해제 기준`을 발표한 것 모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초법적인 일들이다. 이러한 무책임한 일들은 조합을 더욱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가고 그 피해는 조합원들이 떠안게 된다. 도정법 제81조는 선량한 조합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지만 현실은 조합의 사업시행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조합 집행부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이 법은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그 범위가 애매하고 포괄적이어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청구인이나 조합 임원이 그 범위의 경계를 알 수 없어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 앞으로도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이 나기 전까지 죄 없는 조합 임원 등이 죄인 취급을 받아 가며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고 법원에서 납득할 수 없는 판결로 죄인 선고를 받을 것이다. 졸속으로 도정법을 만든 정부와 국회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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