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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기획원 육근호원장] 서초동 향나무
아유경제 정비사업의 문제 봉착했을 때 해결방안을 알려 줄 ‘키메이커 역할’ 거듭나길
repoter : 박재필 기자 ( pjp78@naver.com ) 등록일 : 2014-05-13 10:01:54 · 공유일 : 2014-06-10 11:34:10


[아유경제=박재필기자]서초사거리에는 서울시 보호수인 수령 870년의 향나무 한 그루가 교차로 한가운데에 서서 묵묵히 오가는 차량 행렬을 내려다보고 있다. 서초구에서는 공모를 통해 `천년향`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명명식까지 성대하게 치르는 등 대접을 해주고 있으나 그 모습은 사시사철 늘 추레하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수없이 많은 차량이 줄을 이어 독한 매연을 토해 내니 용케 숨을 쉬며 살아 있는 것만도 다행이지만 서초사거리로 접어드는 사람들의 행선지가 대부분 법원이나 검찰청이니 늘 그들의 어두운 표정을 대하는 천년향이 어찌 편안하겠는가.
어느 외국인이 법원과 검찰청 건물을 바라다보며 그 웅장함에 놀라며 혀를 찼다고 한다. 법을 위반하고 죄를 짓는 사람이 없으면 무용 지물인 건물이겠지만 일반인들은 그 앞에 서면 그 위용에 주눅이 들어 마음이 오그라든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사건이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동네 파출소에도 한 번 간 일이 없을 만치 선량하게 산다.
천년향의 면모를 찬찬히 살펴보면 그 모습이 마치 우리네 정비사업의 현실과 다를 바가 없이 상처투성이다.
매연에 찌들어 버린 수피는 매년 봄이 오면 물로 씻어주는 사진이 신문에 오르지만 아름다운 세월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정비사업에 몸담고 있는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의 표정 또한 천년향 마냥 늘 칙칙하고 어둡다. 어느 조합장에게서 "추진위원장직에 있을 때부터 무려 60여 번의 고소·고발을 당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조합장보다 더 많은 고소·고발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진 조합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나 그들이 서초사거리를 지나며 내 쉰 한숨 속에는 매연보다도 더 한 독기가 서려있었을 것이다.
나무는 수령이 100년 정도만 되어도 고목의 풍모를 지니게 된다. 나이든 나무의 아래가지는 둔각을 이룬다. 겨울날 가지에 쌓인 눈과 한여름에 무성한 잎이 비에 젖게 되면 그 무게로 인해 자연히 가지가 구부러지고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처지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아래로 처진 가지는 고목의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는 첫째가는 요인이라 할 수 있으며 분재를 가꾸는 이들은 철사 걸이까지 하여 아래 가지를 둔각으로 만들어낸다.
여름날 동네 사람들이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쉬게 되는 것은 땅바닥에 닿을 만치 늘어진 긴 가지가 만들어 낸 그늘이 더없이 시원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900년을 바라보는 천년향의 가는 가지는 아래로 처져 있으나 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마디 부분은 아직까지 예각을 유지하고 있다. 천년향은 상록수이기 때문에 사시사철 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잎의 무게를 부담처럼 안고 살아야한다. 그런데도 잎을 매달고 있는 잔가지는 구부리고 있으나 마디부분의 가지는 고집스런 노인처럼 여전히 하늘을 향해 뻗치고 있다.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수와 관계없이 어느 조합이나 안고 있는 문제는 대동소이하다. 조합장은 조합원들로 하여금 적은 돈을 내고 신축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하면 그만이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치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늘 조합원의 입방아에 오르내려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조합장처럼 수없이 사법기관을 들락거려야 한다.


천년향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꿋꿋한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왔지만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하루하루 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작금의 조합의 현실 또한 마찬가지다. 조합장의 기량이 탁월하다 해도 각계각층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온 조합원들을 상대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끊임없이 각각의 요구사항을 들고 나오는 조합원들을 무시할 수도 없으며, 조합원들과의 대화보다 업무에 치중하는 조합장의 경우 늘 외풍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게 정비사업의 현실이다. 결국 조합장은 천년향의 줄기처럼 그 무게를 견디기 어려워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오기가 발동하여 비록 부러질지언정 적당히 마디부분을 늘어뜨려 둔각을 만들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자니 조합장은 늘 힘이 들고 괴롭기 마련이다.
천년향이 긴 쇠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다.
뭉쳐져 매달려 있는 잎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부러지거나 고사하는 줄기를 돌보기 위해 사람들이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을 세워준 것이다. 그리고 기둥의 반대편으로부터 줄을 당겨 한 쪽으로 쏠린 몸을 지탱하게 해주었다.
분재를 즐기는 이들은 문인목 한 점쯤은 가꾸기를 원한다. 문인목은 하늘을 향해 긴 줄기를 부드럽게 구부려 올리고 풍요로울 이유가 없이 간결한 수봉을 이룬 다음 한쪽으로 가지를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유유자적한 선비의 정서와 품격을 나타내는 수형이다.
천년향이 청정한 심산유곡에 자리를 잡았다면 아마도 그 어느 고목과도 견줄 수 없는 아름다운 수격을 갖춘 문인목으로 하늘이 내린 수명을 향유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거역한 사람들의 이기심이 보호수라는 굴레를 씌워 물로 씻어주고 영양제를 주사하다 보니 부자연스러운 몸매로 불이 꺼지지 않는 서초사거리에서 죽지도 못하고 병들어가는 몸을 추스르고 있을 뿐이다. 천년향이 한쪽으로 몰려있는 가지가 무거우면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을 택해 제 스스로 가지를 부러뜨리면 그만이며 구태여 쇠줄을 묶어 몸을 지탱할 이유가 없다.
정비사업의 대표자는 사회적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서 덕망과 함께 그만한 역량이 있다하여 선임된 것이다. 몰론 젊은 나이에 정비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대표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을 마주 대하면 나름대로 한 세상을 풍미한 경륜과 인생의 향기기 느껴진다. 그러나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자가 그 직무를 수행한 세월이 길수록 그 인격이 변모하게 됨은 물론 표정조차 변해버린다.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정비사업의 대표자들이 매연보다도 더 독한 토지등소유자의 아우성과 그들이 만들어 낸 외면하고 싶은 지저분한 정서에 시달려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천년향은 그 자태에서 문인목의 간결하면서도 도도한 수격은 찾아볼 수 없으나 870년 동안 세상사를 지켜본 긴 세월이 결코 헛된 것은 아니기에 한 번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천년향에 눈길 한 번 줄 여유가 없이 신호등이 바뀌기 전부터 교차로로 접어드는 사람들 중에 부디 정비사업의 대표자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비사업의 대표자가 문제에 봉착했을 때에 유효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비롯하여 그 결과를 널리 알려줄 매체의 역할이 요구되며, 아유경제를 통해 가교역할을 하고자 나선 박재필 대표의 고마운 뜻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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