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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매몰비용 지원 “앙돼요~”
부담 주체 놓고 곳곳서 갈등… 산정 기준도 애매모호
repoter : 이경은 기자 ( ruddms8909@naver.com ) 등록일 : 2014-05-29 09:41:29 · 공유일 : 2014-06-10 11:36:47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2012년 초 박원순 서울시장은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발표하면서 출구전략을 선언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출구전략에 앞서 이미 투입된 사업비에 대한 대책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러한 기투입비용을 `매몰비용`이라고 불렀고, 매몰비용의 처리 문제가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큰 숙제로 자리 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들어 조합설립인가 등의 취소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됐거나 출구전략을 놓고 내분에 휩싸인 구역들에서 매몰비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업이 좌초됨에 따라 주민들이 이 비용을 다 떠안게 된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매몰비용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위와 소송을 불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 건설사 건물 앞에서 조합 해산 논란에 휩싸인 몇몇 구역의 관계자들이 모여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참석한 약 60여명의 사람들은 "도시정비사업이 좌초된 원인에는 건설사 역시 책임 있는 주체 중 하나이므로 사업의 매몰비용 포기를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매몰비용은 1차적으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나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 이들은 돈을 빌린 주체이므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추진위나 조합은 단순히 그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대표자들일뿐 변제할 재원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추진위나 조합이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2차로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사업 추진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가 변제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산에 동의한 소유자가 변제해야 하는 것인지, 정비구역을 지정한 공공이 부담해야 하는지, 채권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주민들의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건설사가 매몰비용(채권)을 포기할 경우 세제 해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 개정 등에 나섰지만 해당 조치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채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해결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우선 매몰비용의 실체에 대해 따져 보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타운·정비사업은 겉보기엔 공공사업이지만, 사실상 민간사업으로 진행돼 왔다. 이에 업체들의 정비사업비에 대한 투자가 공공성보다는 개발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원칙 없이 무리하게 이뤄졌다.
그러다보니 각 사업장마다 투입된 정비사업비를 측정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 기준이 없다 보니 각 구역별로 주장하는 매몰비용의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현재 추정되는 매몰비용의 항목들을 보면 ▲추진위구성·조합설립동의서 징구비용 ▲각종 총회비용 ▲정비계획 수립 등 각종 용역비용 등이 있다. 문제는 항목은 분명한데, 지출비용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보니 구역별로 주장하는 비용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추진위 단계와 조합 설립 이후 단계의 비용 차이 역시 너무 크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별다른 기준도 없고 내용도 엉터리인 `매몰비용`을 누가, 얼마씩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 당장의 어설픈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더 심도 깊은 고민을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특법 개정안, 건설사더러 책임지라는데… 혜택은 `쥐꼬리` 손실은 `용꼬리`라 실효성 ↓
올해 초 건설사(시공자)가 매몰비용을 포기할 경우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특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조특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매몰비용 포기로 생기는 건설사의 손실을 세제 감면 등을 통해 일부 보전해 주는 것이다.
조특법 제104조의26제1항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의2에 따라 추진위의 승인 또는 조합의 설립인가가 취소된 경우 해당 정비사업과 관련해 선정된 시공자 등이 조합 등에 대한 채권을 포기하는 경우 해당 채권의 가액은 시공자 등이 해당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손금에 산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법의 시행으로 매몰비용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특법 시행 5개월 가까이 흐른 현시점에서 실제 이를 적용해 매몰비용을 포기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역시 매몰비용의 처리를 위한 본질적인 해법이 아닐 뿐더러 매몰비용 처리의 기본 원칙과 책임 귀속 여부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매몰비용의 1차적인 부담 주체는 토지등소유자 또는 조합원"이라며 "이 원칙을 배제시켜서는 문제 해결까지 한걸음도 내딛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사 입장에서 이 개정안을 바라보면 `눈 뜨고 코 베어 가는` 악법이다. 법인세 감면으로 채권의 22% 만큼을 돌려받는 게 아니라 애당초 채권의 78%가량을 포기하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법 조항을 적용해 채권을 포기할 건설사는 앞으로도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설령 이를 수용해 채권을 포기하는 건설사가 나타나더라도 이 조항이 내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한 한시적 조치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이러한 이유에서라도 추가적인 개정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물론 시공자가 매몰비용을 받지 않은 사례도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3-1구역(재개발)의 경우 조합원들이 과도한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워 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해 해제됐다. 이때 당시 시공자였던 현대건설은 수십억원의 매몰비용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면목3-1구역은 구역 면적과 사업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그 같은 일이 가능했으며 사실상 매몰비용 문제는 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법인세 감면액과 매몰비용은 차이가 큰데 누가 채권 대신 세금 감면을 택하겠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 역시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인데 이 돈의 80%를 포기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느냐"며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소송까지 가는 건 기업 입장에서도 피하고 싶지만 소송을 해서라도 자금을 최대한 회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도권 일부 재개발 구역에선 시공자가 조합원들의 재산을 가압류하는 등 대여금 회수를 위해 나서고 있다.
이에 조합원들은 "조속한 사업 정리를 위해 개정된 법안에 따라 시공자가 매몰비용을 포기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쪽에서는 "조합들이 무책임하게 조특법 개정안을 물고 늘어지며 매몰비용에 대한 책임을 건설사에 떠넘길 수 있다"며 "이는 결국 해제된 사업 지역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정부나 국회가 나서 시공자가 참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유인책을 내놓지 못하면 이 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어느 쪽도 만족 못 하는 지자체 매몰비용 지원책
업계,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 마련 시급하다"
최근 수원시 등이 매몰비용 지원 관련 조치를 내놓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조치들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반쪽짜리`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 3월 성동구 금호23구역(재개발) 토지등소유자들에게 1억4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최근 밝힌 게 논란이 됐다. 이는 시가 보전을 신청한 매몰비용에 대해 실제 지원금을 지급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당초 금호23구역 측이 지원을 신청한 액수가 7억6300만원인 점에 비춰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 논란이 됐다.
매몰비용 지원 문제가 소송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추진위가 해산된 일부 사업장에서 서울시와 정부를 상대로 매몰비용 청구를 위한 집단소송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됐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추진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매몰비용의 최대 70%까지 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이 금액이 추진위가 실제 사용한 금액에 크게 못 미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매몰비용 보전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서울시와 조합원과의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합은 사업에 들어간 총 비용의 최대 70%를 지원 받는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검증위원회가 사업 관련 비용으로 인정한 금액의 70%까지 지원하며, 시민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신청금을 기준으로 지원 금액을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와 조합이 매몰비용 지원에 대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사이 매몰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해주는 데 대한 반대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한 시민은 "매몰비용이 사실상 순수하게 쓰였는지 확실하지 않은데 그 돈을 왜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을 실태조사 한 결과 총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한 조합과 2인 식대로 월 380만원을 사용한 조합 등이 발각됐다.
또 다른 시민은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개발 이익이 주민과 민간 기업에 돌아가는 구조인데 그 손실에 대해 지차제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사용 목적에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도 매몰비용 문제에 있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게 원칙인 데다 서울만 하더라도 시 조례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인데 정부가 나서서 세금으로 매몰비용을 지원해 줄 이유도 법적 근거도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 한편에서는 지자체들의 섣부른 매몰비용 지원 발표에는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등이 검토 중이거나 내놓은 매몰비용 지원안은 논란거리다. `수박 겉핥기` 식의 대책으로 인해 여전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장 혼란만 야기하고 있어서다.
이에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한 출구전략이 상당수의 뉴타운·재개발 현장에서 구역 해제라는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하지만 이는 주민이나 조합원 간 대립과 충돌을 야기,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를 붕괴시켰다"며 "더 이상의 혼란과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세밀한 매몰비용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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