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워너비(wannabe)`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영어 표현 `want to be`를 연음으로 발음한 말이다. 1980년대 중반 매스컴에서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들을 `마돈나 워너비`라 표현하면서 유명해진 단어가 도시정비시장에서도 확산 중이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연이은 재개발 수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 KCC건설(사장 정몽열). 하지만 부실시공 논란과 들러리 수주 의혹에 그 빛이 바래면서 KCC건설을 `현대건설 워너비`라 비꼬는 말까지 등장한 상태다. 최근 연이은 입찰 담합과 부실시공 논란, 추가부담금 분쟁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건설의 어두운 그림자가 KCC건설에도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주창해 온 `고객만족경영`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14년을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겠다던 KCC건설의 경영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와 KCC건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 반여1-1구역은 대치국제 `들러리` 대가?
KCC건설은 최근 부산 반여1-1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겉으로만 보면 한 건설사의 시공권 수주로서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들러리 수주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는 KCC건설이 서울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이하 대치국제) 재건축 현장에서 SK건설의 `들러리`를 서 준 대가로 반여1-1구역 시공권을 따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 3월 SK건설이 수주한 대치국제는 KCC건설이 응찰하면서 유효 경쟁이 성립됐던 게 SK건설의 수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이 같은 의혹은 `리턴매치`로 화제를 모았던 반여1-1구역에서 KCC건설이 SK건설을 누르고 수주하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나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 등에서 밀리면 사업 제안 조건이라도 월등해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그런데 대치국제에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곳 시공권 경쟁은 2013년 도급순위에서 각각 8위와 25위를 기록한 SK건설과 KCC건설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SK VIEW(뷰)`가 `스위첸(switzen)`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이 우세한 상황에서 수주에 나선 KCC건설의 사업 조건이 SK건설에 비해 크게 낫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사업 조건을 비교해 보면 3.3㎡당 순공사비(설계 원안 기준)는 SK건설이 약 433만9000원을, KCC건설이 약 429만3000원을 제시했다. 대안 설계를 기준으로 해도 양 사는 각각 약 432만7000원과 427만2000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대여의 경우에는 350억원을 제시한 SK건설이 KCC건설(310억원)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는 KCC건설이 SK건설의 이른바 `바지`를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소문으로 그칠 것 같던 KCC건설의 들러리설(設)은 두 건설사가 수주 경쟁을 펼친 반여1-1구역에서 KCC건설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과 의혹의 핵심은 SK건설의 대치국제 수주에 도움을 준 KCC건설이 그 대가로 반여1-1구역을 수주하게 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공공 공사 등에서 입찰 제한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 KCC건설은 작년 4대강 사업 및 강릉~원주 간 철도 건설 노반 공사 등과 관련해 담합 의혹을 받아 곤욕을 치른 바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들러리 수주 의혹을 받고 있어 올해 연이어 수주에 성공한 재개발 시공권에 대한 호평이 그 빛을 잃게 됐다"고 진단했다.
KCC건설은 반여1-1구역에 앞서 지난 3월 서울 중구 신당11구역 재개발사업을 마수걸이 수주한 바 있다. KCC건설이 2개월 새 2곳의 재개발사업을 수주하자 업계에는 작년 한 해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서울 용산구 효창4구역 재개발사업 1곳만 수주한 것과 견줘 정몽열호(號)가 적극적인 행보로 중견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반여1-1구역 수주 후 제기된 담합 의혹이 이 같은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KCC건설로서는 악재를 만남 셈이다.
한편, 올 들어 KCC건설이 수주에 관심을 보인 도시정비사업은 ▲서울 천호뉴타운2구역 재건축 ▲대치국제 재건축 ▲서울 방배5구역 재건축 ▲성남 매화마을1단지 리모델링 ▲신당11구역 재개발 ▲반여1-1구역 재개발 ▲부산 온천3구역 재개발 등으로 파악됐다.
고객이 신뢰하는 아파트 짓는다더니… `남양주별내스위첸` 등은 뭔데?
들러리 수주 의혹과 별개로 부실시공 의혹과 그에 따른 입주자와의 분쟁도 KCC건설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
특히 KCC건설이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을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아파트와 기업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업 정신이 담겨 있다"고 홍보해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기업 정신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악평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2012년 6월 입주가 이뤄진 `남양주별내스위첸`에서 진행 중인 부실시공 의혹과 그곳 입주자와의 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입주 직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이곳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KCC건설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법정 공방이 예고되기도 했다.
제보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당시 "높은 분양가와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 폭탄, 기반시설 미비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아파트만은 튼튼하게 지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입주를 했지만 입주 후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부실 공사에 대한 시정 조치기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곳에서는 부실시공 외에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KCC건설 측이 할인 분양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KCC건설이 부실시공 논란으로 입주자와 마찰을 빚은 것은 `남양주별내스위첸`이 처음이 아니다. KCC건설은 2011년 `하남덕풍스위첸`에서도 시공 단계에서부터 배관 연결이 부실하게 이뤄져 누수가 발생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곳 입주자들과 분쟁을 겪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KCC건설 측이 입주자 측에 "하자 보수 기간이 지났으니 누수와 보수 책임을 시공자에 묻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쓰면 수리를 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무구조가 대형 건설사 중 가장 튼튼하다고? 실상은…
작년 순손실만 1400억원… 신용등급ㆍ주가는 하락세
연이은 악재로 KCC건설의 올해 목표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CC건설은 2013년 한 해 동안 14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KCC건설의 부채는 2012년 12월 6476억4900만원에서 2013년 12월 8359억900만원으로 29.1%나 급증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고자 도시정비사업에서 작년에 비해 적극적인 수주에 나선 것인데 담합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KCC건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더욱이 KCC건설의 시장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도급순위의 하락이다. KCC건설은 2012년 24위에서 2013년 25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2011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올해 순위는 30위권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 당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KCC건설의 회사채 등급은 A2+에서 A2로 떨어졌다. 이 같은 조치에는 작년에 기록한 대규모 손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KCC건설의 주가는 전날보다 130원(1.32%) 떨어진 9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0.86%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낙폭이 훨씬 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주당 1만5000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발표된 유상증자 결정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그 같은 결정을 KCC건설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KCC건설의 위상 추락은 매출원가율이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건설사 평균(92.3%ㆍ2013년 3분기 기준)보다 높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매출원가율`이란 총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 단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재계 등에 따르면, KCC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3.8%로 평균보다 1.5%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한편에서는 KCC건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KCC건설 측이 "당사는 국내 대형 건설사 중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튼튼한 기업이라 자부하고 있다"고 홍보 중인 것과 달리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KCC건설은 회사 홈페이지의 CEO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회사를 홍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재계 한쪽에서는 물 건너간 `턴어라운드`로 인해 KCC 오너 일가의 `배당 잔치`도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KCC건설을 비롯한 KCC(그룹)가 과거 고배당 논란으로 유관 업계의 비난을 샀던 것과 연관이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KCC는 2010년 초 직전 연도의 실적 호조를 이유로 배당 잔치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CC는 2009회계연도 결산 배당으로 정몽진 KCC회장 등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300억원이 넘는 돈을 안겨 줬다. 당시 배당 규모는 ▲정몽진 KCC 회장 130억7000만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정몽진 KCC 회장의 부친) 73억6000만원 ▲정몽익 KCC 사장(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차남) 64억9000만원 ▲정몽열 KCC건설 사장(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삼남) 38억9000만원 등이다.
지난 5월 21일 공시된 KCC의 `최대 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은 ▲정몽진 KCC 회장 17.76% ▲정상영 KCC 명예회장 5% ▲정몽익 KCC 사장 8.81% ▲정몽열 KCC건설 사장 5.29% 등 36.86%에 달한다. 언제든지 배당 잔치가 재연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들 부자(父子)는 KCC건설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KCC에서 벌어졌던 배당 논란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1일 기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5.68%,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24.81%의 KCC건설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들은 고배당 논란과 함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정몽진 KCC 회장이 8개 비상장 계열사의 이사로, 정몽열 KCC건설 사장 역시 비상장사인 KCC자원개발의 임원으로 등기돼 있는데 이는 KCC 역시 그 같은 논란과 의혹에서 비켜날 수 없음을 방증한다"고 전했다.
이에 2014년을 실적 전환의 해로 삼겠다던 KCC건설 정몽열 사장의 경영 전략에 금이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989년 (주)금강에서 건설 부문을 분리해 탄생한 금강종합건설을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사장으로 취임한 정몽열 사장으로서는 취임 10년 차를 맞은 올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KCC건설이 차제에 보일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워너비(wannabe)`는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영어 표현 `want to be`를 연음으로 발음한 말이다. 1980년대 중반 매스컴에서 세계적인 팝스타 마돈나의 패션을 따라 하는 사람들을 `마돈나 워너비`라 표현하면서 유명해진 단어가 도시정비시장에서도 확산 중이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최근 연이은 재개발 수주로 주목을 받고 있는 KCC건설(사장 정몽열). 하지만 부실시공 논란과 들러리 수주 의혹에 그 빛이 바래면서 KCC건설을 `현대건설 워너비`라 비꼬는 말까지 등장한 상태다. 최근 연이은 입찰 담합과 부실시공 논란, 추가부담금 분쟁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현대건설의 어두운 그림자가 KCC건설에도 드리워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몽열 KCC건설 사장이 주창해 온 `고객만족경영`에 흠집이 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14년을 `턴어라운드`의 해로 삼겠다던 KCC건설의 경영 목표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와 KCC건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 반여1-1구역은 대치국제 `들러리` 대가?
KCC건설은 최근 부산 반여1-1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겉으로만 보면 한 건설사의 시공권 수주로서 별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들러리 수주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의혹을 제기한 측에서는 KCC건설이 서울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이하 대치국제) 재건축 현장에서 SK건설의 `들러리`를 서 준 대가로 반여1-1구역 시공권을 따내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 3월 SK건설이 수주한 대치국제는 KCC건설이 응찰하면서 유효 경쟁이 성립됐던 게 SK건설의 수주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이 같은 의혹은 `리턴매치`로 화제를 모았던 반여1-1구역에서 KCC건설이 SK건설을 누르고 수주하면서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나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 등에서 밀리면 사업 제안 조건이라도 월등해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그런데 대치국제에 이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곳 시공권 경쟁은 2013년 도급순위에서 각각 8위와 25위를 기록한 SK건설과 KCC건설의 2파전으로 치러졌다.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SK VIEW(뷰)`가 `스위첸(switzen)`에 비해 앞서 있다는 평이 우세한 상황에서 수주에 나선 KCC건설의 사업 조건이 SK건설에 비해 크게 낫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사업 조건을 비교해 보면 3.3㎡당 순공사비(설계 원안 기준)는 SK건설이 약 433만9000원을, KCC건설이 약 429만3000원을 제시했다. 대안 설계를 기준으로 해도 양 사는 각각 약 432만7000원과 427만2000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대여의 경우에는 350억원을 제시한 SK건설이 KCC건설(310억원)에 비해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이 때문에 당시 업계에는 KCC건설이 SK건설의 이른바 `바지`를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소문으로 그칠 것 같던 KCC건설의 들러리설(設)은 두 건설사가 수주 경쟁을 펼친 반여1-1구역에서 KCC건설의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과 의혹의 핵심은 SK건설의 대치국제 수주에 도움을 준 KCC건설이 그 대가로 반여1-1구역을 수주하게 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관계자 B씨는 "과거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부정당 업체로 지정돼 공공 공사 등에서 입찰 제한 조치를 받은 전력이 있는 KCC건설은 작년 4대강 사업 및 강릉~원주 간 철도 건설 노반 공사 등과 관련해 담합 의혹을 받아 곤욕을 치른 바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도시정비사업에서도 들러리 수주 의혹을 받고 있어 올해 연이어 수주에 성공한 재개발 시공권에 대한 호평이 그 빛을 잃게 됐다"고 진단했다.
KCC건설은 반여1-1구역에 앞서 지난 3월 서울 중구 신당11구역 재개발사업을 마수걸이 수주한 바 있다. KCC건설이 2개월 새 2곳의 재개발사업을 수주하자 업계에는 작년 한 해 동안 수의계약 방식으로 서울 용산구 효창4구역 재개발사업 1곳만 수주한 것과 견줘 정몽열호(號)가 적극적인 행보로 중견 건설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반여1-1구역 수주 후 제기된 담합 의혹이 이 같은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KCC건설로서는 악재를 만남 셈이다.
한편, 올 들어 KCC건설이 수주에 관심을 보인 도시정비사업은 ▲서울 천호뉴타운2구역 재건축 ▲대치국제 재건축 ▲서울 방배5구역 재건축 ▲성남 매화마을1단지 리모델링 ▲신당11구역 재개발 ▲반여1-1구역 재개발 ▲부산 온천3구역 재개발 등으로 파악됐다.
고객이 신뢰하는 아파트 짓는다더니… `남양주별내스위첸` 등은 뭔데?
들러리 수주 의혹과 별개로 부실시공 의혹과 그에 따른 입주자와의 분쟁도 KCC건설의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다.
특히 KCC건설이 자사의 아파트 브랜드 `스위첸`을 통해 "고객이 신뢰하는 아파트와 기업을 건설하고자 하는 기업 정신이 담겨 있다"고 홍보해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이 같은 기업 정신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악평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2012년 6월 입주가 이뤄진 `남양주별내스위첸`에서 진행 중인 부실시공 의혹과 그곳 입주자와의 분쟁이 대표적인 예다. 입주 직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던 이곳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에서 KCC건설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며 법정 공방이 예고되기도 했다.
제보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당시 "높은 분양가와 중도금 대출에 따른 이자 폭탄, 기반시설 미비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아파트만은 튼튼하게 지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입주를 했지만 입주 후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부실 공사에 대한 시정 조치기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곳에서는 부실시공 외에도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KCC건설 측이 할인 분양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기도 했다.
KCC건설이 부실시공 논란으로 입주자와 마찰을 빚은 것은 `남양주별내스위첸`이 처음이 아니다. KCC건설은 2011년 `하남덕풍스위첸`에서도 시공 단계에서부터 배관 연결이 부실하게 이뤄져 누수가 발생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이곳 입주자들과 분쟁을 겪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KCC건설 측이 입주자 측에 "하자 보수 기간이 지났으니 누수와 보수 책임을 시공자에 묻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쓰면 수리를 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재무구조가 대형 건설사 중 가장 튼튼하다고? 실상은…
작년 순손실만 1400억원… 신용등급ㆍ주가는 하락세
연이은 악재로 KCC건설의 올해 목표인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CC건설은 2013년 한 해 동안 14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KCC건설의 부채는 2012년 12월 6476억4900만원에서 2013년 12월 8359억900만원으로 29.1%나 급증했다.
그래서 이를 만회하고자 도시정비사업에서 작년에 비해 적극적인 수주에 나선 것인데 담합 의혹까지 제기됐으니 KCC건설의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더욱이 KCC건설의 시장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도급순위의 하락이다. KCC건설은 2012년 24위에서 2013년 25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2011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올해 순위는 30위권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강등 당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KCC건설의 회사채 등급은 A2+에서 A2로 떨어졌다. 이 같은 조치에는 작년에 기록한 대규모 손실 등이 자리 잡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30일 KCC건설의 주가는 전날보다 130원(1.32%) 떨어진 97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지수가 0.86% 하락한 것에 비하면 낙폭이 훨씬 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주당 1만5000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달 발표된 유상증자 결정이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이 그 같은 결정을 KCC건설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KCC건설의 위상 추락은 매출원가율이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건설사 평균(92.3%ㆍ2013년 3분기 기준)보다 높다는 점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매출원가율`이란 총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 단위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재계 등에 따르면, KCC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3.8%로 평균보다 1.5%포인트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한편에서는 KCC건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KCC건설 측이 "당사는 국내 대형 건설사 중에서 재무구조가 가장 튼튼한 기업이라 자부하고 있다"고 홍보 중인 것과 달리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KCC건설은 회사 홈페이지의 CEO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회사를 홍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재계 한쪽에서는 물 건너간 `턴어라운드`로 인해 KCC 오너 일가의 `배당 잔치`도 뒤로 밀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은 KCC건설을 비롯한 KCC(그룹)가 과거 고배당 논란으로 유관 업계의 비난을 샀던 것과 연관이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KCC는 2010년 초 직전 연도의 실적 호조를 이유로 배당 잔치를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CC는 2009회계연도 결산 배당으로 정몽진 KCC회장 등을 비롯한 오너 일가에게 300억원이 넘는 돈을 안겨 줬다. 당시 배당 규모는 ▲정몽진 KCC 회장 130억7000만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자 정몽진 KCC 회장의 부친) 73억6000만원 ▲정몽익 KCC 사장(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차남) 64억9000만원 ▲정몽열 KCC건설 사장(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삼남) 38억9000만원 등이다.
지난 5월 21일 공시된 KCC의 `최대 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 신고서`에 따르면, 오너 일가의 보유 지분은 ▲정몽진 KCC 회장 17.76% ▲정상영 KCC 명예회장 5% ▲정몽익 KCC 사장 8.81% ▲정몽열 KCC건설 사장 5.29% 등 36.86%에 달한다. 언제든지 배당 잔치가 재연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들 부자(父子)는 KCC건설 지분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KCC에서 벌어졌던 배당 논란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1월 1일 기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5.68%,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24.81%의 KCC건설 지분을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상당수 대기업들은 고배당 논란과 함께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정몽진 KCC 회장이 8개 비상장 계열사의 이사로, 정몽열 KCC건설 사장 역시 비상장사인 KCC자원개발의 임원으로 등기돼 있는데 이는 KCC 역시 그 같은 논란과 의혹에서 비켜날 수 없음을 방증한다"고 전했다.
이에 2014년을 실적 전환의 해로 삼겠다던 KCC건설 정몽열 사장의 경영 전략에 금이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1989년 (주)금강에서 건설 부문을 분리해 탄생한 금강종합건설을 200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사장으로 취임한 정몽열 사장으로서는 취임 10년 차를 맞은 올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만큼 KCC건설이 차제에 보일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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