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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 & 보헤미안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등록일 : 2014-06-08 00:20:53 · 공유일 : 2014-06-14 20:47:35


푸하하 & 보헤미안
오정자 외 35인 (서초수필문학회 동인지) / 문학관books 刊

  사회자는 디바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로 다음 순서를 소개했다. 뒤이어 디바 신영옥이 우아한 드레스가 아닌 새뜻한 빛깔의 날렵한 한복에 장구를 둘러메고 무대에 올랐다. 남성합창단의 경복궁타령과 함께 장구춤으로 어우러지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운 천상의 선녀였다.
  몸치인 내가 처음으로 한국무용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크게 일어나 보고 있는 동안 심장이 요동을 쳤다.
  그녀가 그토록 아름다웠던 것은 의외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성악가가 아닌 무용가였다면 당연한 것일 테니 호기심을 갖고 감상하지 않았을 거고 배워볼까 하는 자극도 애초에 받지 않았을 수 있다. 
  의외. 호기심.
  윤재천 교수의 수필 강의에서 가장 크게 요구하는 덕목이다. 
  뿌리는 두되 무엇이든 바꿔라. 고여 있지 말고 흔들려라. 
  스승의 호기심이 의외의 수필 형식을 위해 발아되고 있다.
  0.5초를 다투는 스포츠는 빠른 속도의 짜릿함이 있어 열광하고 국민요정 김연아에게는 음악 몸짓 표정 의상의 융합을 보는 재미, 그것들을 위한 그녀의 진한 수고가 있어 그녀를 사랑한다.
  우리도 시 수필, 그림이 있는 수필, 사진 속 순간을 풀어내는 사진 수필로 융합을 즐긴다. 그 융합의 즐거움에 아포리즘 수필을 하나 더 얹었다. 잘 끓여낸 진한 곰국처럼 생활 속에서 얻은 나만의 사고를 거르고 걸러 읽히는 속도까지 즐겨보자는 것이다. 뿌리는 더 깊게, 줄기는 더 흔들리며 호기심과 의외를 경험해보자는 것이다.
  작고 연약한 한 송이의 꽃들이 뭉쳐 큰 송이를 이루는 이팝꽃 수국꽃이 눈길을 끈다.
  우리도 서로를 위한 꽃이기를 희망한다.
오정자(회장), 책머리글 <지금, 우리는> 중에서

  일정한 모양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유동적인 존재에 불과해 끊임없이 표류를 계속하게 된다.
  우리의 나날도 흐름에 불과해 길을 헤매다 끝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인류는 다른 무리와 달리 세상에 존재하는 것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고유한 성격의 주체로 만들어 유동적인 것을 고정적인 것으로 정착시켜 놓았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훗날 사람이 그들을 관찰하는 과정에 변화된 양상이 감지되면 그 원인을 밝혀 대응하였다.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줌으로써 역사의 벽을 두껍게 쌓아 멸종되지 않기 위해 적절히 대응한다.
  우리는 인류역사의 승계자이며 상속자다. 과거의 것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며, 지금 어떤 조짐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주의 깊게 살펴 어디에든 기록해 놓아야 한다. 그것이 역사 속 현실의 관찰자의 의무다.
  지구상의 그 어떤 종족도 이런 현실에 관심조차 두지 않을 때 멸망의 비극을 겪게 된다. 반대로 그들과 함께하며 동고동락하던 사람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사로운 것에 매달려 고뇌하지 않고 군림할 수 있었다.
  문제는 결단이다. 행복과 불행도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짓는 것이며, 주위 모두를 품어 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구촌을 풍성한 공간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이름이 존재하는 것은 그 실존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소리로서만 아니라 문자로서 남겨놓아야 실존 사실과 함께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소리는 무색투명한 것에 불과한 데 비해 문자는 이를 시각화해놓아 뚜렷한 흔적으로 남는다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다.
  '서초수필’ 가족의 그동안 활동도 예외가 아니다.
   13년 동안의 활동이 가시적 형상물로 남아있어 구성원 전원의 역사이며, 시야를 좁혀 상세히 살피면 각자 나름의 흔적이 될 수도 있다. 신문기자의 글과 같은 사실을 복사해놓은, 어쩔 수 없이 단명한 글보다는 함축과 상징으로 꽃을 피워 옹골차게 맺은 열매 같이 당당한 면모로 무장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그 글을 곱씹을 때마다 새 멋과 맛이 우러나오는 글을 양산해낼 수 있다. 이를 확인해 주는 문헌이 『동문선東文選』인데, 이 안에는 “글이란 도道를 밝히는 그릇”이라고 했다. 이 말은 글은 득도의 수단이 되어야 하고, 논리의 명징성에 급급해 무미건조한 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귀띔이다. 서초수필문인회’가 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문예지에 머물지 말고 전국 곳곳의 향유자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귀감이 되는 본보기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기원한다.
윤재천(한국수필학회 회장), 축하의 글 <새 맛과 멋이 서린 품위 있는 글쓰기>


                                 - 차    례 -

Chapter 1 | 여전히 행복하다
오차숙_사막, 그까짓 것 / 에스프레소의 마력 / 푸하하&보헤미안 
김익회_세로 가로 글의 어울림 / 오늘은 현금입니다 / 안개꽃 
김상미_기차에 대한 에테르 / 감정의 경제 / 1 인칭 변신술 
유경식_친구란 / 통영에서 
김숙희_여전히 행복하다 / 누구와 교제할 것인가 / 여유, 그 아름다운 자유!
윤영자_단지 내 한 그루 소나무처럼 / 행복의 나래 / 수필隨筆은

Chapter 2 | 나에게로
한기정_튤립 호텔에서 온 소식 / 별똥별 / 노인의 식탁 
임지윤_헌 신처럼 버려라 / 옷 한 벌 
김계옥_기도 / 여자 / 수필
김혜영_김혜영 제품설명서 / 세포분열 중 / 나에게로
정혜승_그녀가 행복한 이유 / 거리의 악사
조윤희_노량진 수산시장 / 봄은 오고 있는가 / 서초동 향나무

Chapter 3 | 거꾸로 써 본 나의 진로 일기
김산옥_아직 꿈꾸며 산다 / 인忍 / 꿈
금련화_거꾸로 써 본 나의 진로 일기
장영숙_나는야, 바람난 여자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봄은 예고편이 없다 
김종길_당골래 / 미美 / 너 어디 있느냐 
김동신_황금 메뚜기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박옥임_명命이 길어라 / 호불여락好不如樂 / 토라진 세 살배기 손자

Chapter 4 | 그녀가 행복한 이유
오정자_나는 여자다 / 사람은 한낱 숨결에 지나지 않는 것 / 윤회 
송남섭_치유의 시간 /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언어는 세상에 없다 
윤지원_‘자기소개’ 그 표리表裏에 관한 단상 / 페르소나(persona)
김현찬_시·간·여·행 /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 / 기다리는 마음
정진애_치유 1 / 치유 2
류성남_내 안의 나 / 두고 온 고향
송은숙_서울의 봄 / 고향 부모님 / 자연과 인사 나누기

Chapter 5 | 봄의 길목
김선희_아버지와 아들 / 빈사瀬死의 장미
서원방_적금 / 촛불 / 삶
이영자_소녀의 기도 / 창작음악 예술 II
송년섭_봄의 길목-여주 장터
성신자_봄날 / 청마와노마
서용선_해묵은 이부자리 / 사기꾼
이종훈_아버지는 누구인가 / 남南 양洋 군群 도島 / 내 것을 남에게
유니_겨울 연가
류송자_죽비竹第 / 편지
윤소진_남편 찾아 삼만리 / 사진 ‘봉양’
전효택_중견 똘이의 죽음 / 아쉬운 순간들, 고마운 사람들

[2014.05.20 초판발행. 239쪽.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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