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운동회가 열리면 온 동네 잔칫날이었다.
가을 햇살이 부챗살처럼 펼쳐진 운동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나는 늘 4등 아니면 5등을 했다. 그러나 언젠가 1등은 못해도 3등은 해 보리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뛰었다.
5학년 운동회 때 뜻밖의 행운이 왔다. 여전히 5등으로 뛰는데 내 앞의 두 명이 서로 발이 엇갈려 넘어지는 바람에 3등을 차지했다.
뒤늦게 붙잡은 문학의 끈은 내게 달리기와 같다. 등수 안에 들지 않으면 어떠랴, 마라톤 선수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달리다 보면 지나가는 구름도 만나고 이름 모를 들꽃에게 안부도 전하는 진솔한 글이 나오면 다행인 것을.
매끄럽지는 못해도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투박한 촌로의 손처럼 거칠고 모난 부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주리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어 책을 엮는다.
― 최태희, <책머리에> 중에서
- 차 례 -
책머리에
1부 수화를 아시나요
가시연
명옥헌 배롱나무
뒷모습이 아름답다
사진 한 장
다무락
수화를 아시나요
시클라멘
출근길, 그녀
인큐 애호박
꽃무릇
2부 손수건과 얼레빗
사월의 노래
회복
웃기떡
꽃은 알고 있다
국대접
손수건과 얼레빗
추억 상자
간격
옷걸이
붉은 화분
3부 담장과 담쟁이
9년을 기다리는 빵
벚꽃 편지
화석
은행잎 합창
골무
함께라면
담장과 담쟁이
가시 없는 장미
진주 목걸이
눈 속의 출근길
4부 꿈꾸는 발레리나
퇴행성관절염
덕천마을 벚꽃
빨간 바지
꿈꾸는 발레리나
향기로 기억되는 이름
영주의 가을
하필이면
Mr. Lee
아프리칸 바이올렛
우수 뒤에 얼음같이
5부 봄날은 흘러간다
봄날은 흘러간다
망우초
비산동 블루스
덤
더 나이 들기 전에
멀리서 바라보면
빛나는 캡술
향기는 바람에 흩날리고
목각인형
반룡송
다무락
최태희 수필집 / 문학산책사 刊
초등학교 때, 운동회가 열리면 온 동네 잔칫날이었다.
가을 햇살이 부챗살처럼 펼쳐진 운동장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나는 늘 4등 아니면 5등을 했다. 그러나 언젠가 1등은 못해도 3등은 해 보리라는 일념으로 열심히 뛰었다.
5학년 운동회 때 뜻밖의 행운이 왔다. 여전히 5등으로 뛰는데 내 앞의 두 명이 서로 발이 엇갈려 넘어지는 바람에 3등을 차지했다.
뒤늦게 붙잡은 문학의 끈은 내게 달리기와 같다. 등수 안에 들지 않으면 어떠랴, 마라톤 선수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달리다 보면 지나가는 구름도 만나고 이름 모를 들꽃에게 안부도 전하는 진솔한 글이 나오면 다행인 것을.
매끄럽지는 못해도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투박한 촌로의 손처럼 거칠고 모난 부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주리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어 책을 엮는다.
― 최태희, <책머리에> 중에서
- 차 례 -
책머리에
1부 수화를 아시나요
가시연
명옥헌 배롱나무
뒷모습이 아름답다
사진 한 장
다무락
수화를 아시나요
시클라멘
출근길, 그녀
인큐 애호박
꽃무릇
2부 손수건과 얼레빗
사월의 노래
회복
웃기떡
꽃은 알고 있다
국대접
손수건과 얼레빗
추억 상자
간격
옷걸이
붉은 화분
3부 담장과 담쟁이
9년을 기다리는 빵
벚꽃 편지
화석
은행잎 합창
골무
함께라면
담장과 담쟁이
가시 없는 장미
진주 목걸이
눈 속의 출근길
4부 꿈꾸는 발레리나
퇴행성관절염
덕천마을 벚꽃
빨간 바지
꿈꾸는 발레리나
향기로 기억되는 이름
영주의 가을
하필이면
Mr. Lee
아프리칸 바이올렛
우수 뒤에 얼음같이
5부 봄날은 흘러간다
봄날은 흘러간다
망우초
비산동 블루스
덤
더 나이 들기 전에
멀리서 바라보면
빛나는 캡술
향기는 바람에 흩날리고
목각인형
반룡송
해설 | 여행수필, 수필여행_배준석
[2014.03.15 초판발행. 255쪽. 정가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