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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해 저물녘에
repoter : 안무월 ( dsb@hanmail.net ) 등록일 : 2014-06-09 10:08:16 · 공유일 : 2014-06-14 20:47:36


하루 해 저물녘에 
최은하 시집 / 믿음의 문학사 刊

  새 봄이 펼쳐온다.
  언제부턴가 나는 어지간히 세월의 난간에 기대 섰다는 사념이 차오른다. 선명히 떠올라 아슬하게 되돌아 뵈는 하나하나의 장면들, 그런가 하면 어김 없이 다가오기만 하는 날들의 비낀 노정에 멀쩡히 섰다는 게 엄연한 절감이기만 하다. 눈을 뜨고 보면 금새 같지만 생각을 헤아려 보자면 지지리도 멀고 오랜 여정이었다.
  이번 시집은 꼭 한 해 동안의 소출이다. 평생을 두고 이런 일은 처음이요, 마지막이라 여겨진다. 나대로는 절실한 정신의 편력이고 그것은 마지막 불꽃(?)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이날껏 최후를 의식하면서부터 나대로의 화두는 긴장 속 안간힘이요, 최선을 내어 건 하루씩 진력을 다해 지내왔다고 회억된다.
  언제나 나에게 시(문학)은 이 하늘 아래서의 힘줄이었고 숨결, 그리고 기도요, 마땅한 소임이라 감히 짚고 싶다. 그러니까 시를 향해서 일어나고 잠들고 하는 그 자체가 나로서는 하나의 실생활이요, 수행이요, 바람이요, 밤과 낮, 그러니까 처음과 끝이었다고 낮은 목소리로 자백을 해야겠다. 거기엔 비 내리는 날도 있었고 눈보라치거나 안개 자욱한 참도 있었으며 되돌리거나 돌아서버리고 싶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버티어 참고 이겨내 드디어 여기까지 이르렸다.
  이제 와선 내 나름의 시간을 무어라 달리 소란스레 변명이나 요설 따위의 치기는 덮어두기로 하자. 아쉬웠다거나 무슨 원망 비슷한 뒷말보다는 바로 내 실존의 구획을 감당하는 요량으로 남았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아니 누군가처럼 시원하게 지워가고 싶을 따름이다.
  내 생애 하루 해의 저물녘이 다가온다. 손을 들어 흔든다. 왠지 자꾸만 고향 생각이 떠오른다. 환영이 아니라 착각인지, 고향길을 혼자 걷는 이 실감을 어쩌랴. 그냥 그대로 어울러 지니고 갈 수밖에
최은하, <머리말> 중에서

  최은하 시인의 시집 『하루 해 저물녘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대부분의 서정시처럼 일단, 가장 보편화된 한국시의 정서인 ‘그리움’의 시편들로 시작된다. 우리의 전통 정서인 그러한 ‘그리움’에는 거의가 헤어져서 멀리 떨어져 있는 연인이나, 친구, 형제자매, 부모 등 시적 주체의 그리움이 대상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까 시적 주체인 '나'와는 분리되어서 시공간적으로 격리된 곳에 위치하고 있는 가시적인 형태의 그리움의 대상이 있고 시인은 그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표현한다. 이에 반해, 이 시집 『하루 해 저물녘에』서 최은하 시인에게 그러한 가시적 형태의 그리움의 대상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시인 자신이 그리움의 그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성우(시인. 문학평론가), 해설 <삶의 실존적 인식과 본래적 生에로의 초월 의지> 중에서


      - 차    례 -

머리말_최은하

제1부 내 그리움은
꿈 속에서
내 그리움은 
그 봄은 다시 오지 않았다 
오늘도 나의 안녕이여 
그리움 
내 앉았는 이 자리 
황혼 무렵에 
집 짓기 
하늘은 푸르러라 
쉰 해 넘어 기억 
아리랑 고개 넘어 
잠시 숨결 고르는 참에 
바람의 행적 
늦가을이나 겨울저녁에 

제2부 원을 위하여
어떤 나무의 기억 
멀리멀리 돌고돌아서라도 
징 소리 
그날 그 자리 
하루가 다 가는 이맘때면 
꽃잎이 하르르하르르 
꿈꾸는 일 
원(圓)을 위하여 
내 가는 길이 
바람에 흘린 말 
저녁 종소리 들려오면 
낮달이 뜬 날 
그 언제던가 
사막에서 

제3부 하루 해 저물녘에
피고 지는 꽃 
고인돌 곁에서 
바람 부는 방향으로 
어느 태곳적부터 
조약돌 하나 새가 될 때 
목련 
저녁노을은 내리고 
한여름 뭉게구름 한 점 
드높은 파고 위에서 
산과 바다 
용문사 은행나무 
우주 어느 가녘에서라도 
하루 해 저물녘에 
바람을 만나보려면 

제4부 창문 열어놓고
그리운 목소리 찾아 
창문 열어놓고 
언제부턴가 나에게는 
오늘도 그 강물소리 
내게도 말을 걸어주는 이 
내 시간 다 하고 나면ᅳ내 고향 나주 
훗날 다시 만나면 
철야 기도 자리 
빛이 있으라 하니 
저 허공 어디 만큼을 
나의 기나긴 오늘은 
시방도 얼쩡거리기만 하는 
다시 사는 법을 이르시는 이여 
오늘 밤같은 날이면 

시 해설 | 삶의 실존적 인식과 본래적 生에로의 초월 의지_한성우

[2014.04.15 발행. 134쪽. 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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