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이경은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분양시장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일선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고민이 늘고 있다. 사업 방식이 도급제든 지분제든지에 상관없이 미분양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일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게 `현금청산(자)의 급증`이다. 조합원 분양신청 접수 결과, 아파트 분양 대신 현금을 선택하는 조합원들이 늘면서 해당 사업은 늪에 빠지고 아파트를 택한 조합원들만 이른바 `독박`을 쓰는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 한편에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유경제>는 뜨거운 감자가 된 현금청산 관련 갈등을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고민해 봤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청산금 마련부터 `난제`
`사업성에 문제 있다` 인식에 사업은 산으로!
현금청산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2014년 예정된 다수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조합은 조합원 분양신청 접수 결과 절반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심지어 구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조차 조합원들에게 현금청산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심각성을 더했다. 현금청산자들의 선택은 부동산 시장의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자는 난처한 입장이다. 늘어난 현금청산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어 사업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금청산은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이 새 아파트의 분양권을 포기하고 조합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사업에서 빠지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조합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일반분양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과 일반분양이 늘어남에 따라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다. 즉, 현금청산자가 늘어나면 조합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결국 이는 사업 중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금청산자가 늘어나면서 제일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청산금이다. 청산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청산금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의 주체인 조합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한 조합 관계자는 "돈을 쌓아 놓고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있는가"라고 되물은 후 "자금줄인 건설사 또한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운 마당에 현금청산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청산 대금 마련부터가 난제"라고 혀를 찼다.
결국 조합은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은행에서도 신뢰도가 낮아 대부분 대출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조합이 대출을 요구하면 대부분 이를 꺼려한다"며 "대출 전제조건으로 시공자 보증을 내세우는 형편이지만 시공자 또한 현금청산 급증에 따른 채무액 증가로 부담이 커져 보증을 잘 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청산금을 해결했다 하더라도 사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업 중단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금청산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사업의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모 사업장에서는 현금청산자가 40% 이상 발생하면서 시공자가 착공을 미루고 공사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해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했다가 미분양이 나게 되면 시공자로서는 공사비도 못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현금청산자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데 반해 딱히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사업이 중단되면 유일한 대책은 조합 해산뿐이다. 하지만 조합이 해산돼도 그 뒤에는 사업에 따른 `매몰비용`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현금청산자에 정비사업비 부담이 해법?
법원·기관마다 이견… 조합은 헷갈린다!
최근 현금청산이 증가함에 따라 일선 조합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총회 의결을 통해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의 일부를 부담시키자는 게 대표적인 예다.
서울 영등포구의 A조합은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사업비 일부를 이들에게 분담시키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2012년 총회에서 의결했고, 2013년 구청 승인을 받았다. 동작구의 B조합 역시 같은 이유로 정관을 변경한 후 현재 구청의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의 C조합도 최근 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는 2011년 서울고등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이뤄지는 `궁여지책`으로, 남은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규모를 줄이는 한편 조합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웬만하면 함께 사업을 진행해 나가자는 의도"라며 "한편으론 증가하는 현금청산자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청산자들에 대한 사업비 분담을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개인의 자유 선택을 다수결로 가로막는 데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법원 판단도 엇갈리고 있는 등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
사업비 자체가 일반 사업 추진비 외에 이주비, 이주비 대출이자, 기타 금융비용 등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항목들로 구성된 만큼 현금청산자들에게 어느 범위까지 얼마만큼 부담을 지워야 하는지를 놓고도 견해차가 너무 크다.
현재 조합 내부는 물론 정관 변경 승인권자인 시·군·구청 등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며, 판정의 기준이 되는 각 법원의 판결이 서로 상이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3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개발 구역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늘었고, 이에 조합은 이들의 탈퇴 시점인 작년 3월까지의 사업비 56억원에 대한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벌어졌다. 분담금은 가구당 1000만~4000만원에 달했다.
해당 현금청산자 측은 당시 "현금청산을 신청함에 따라 돈도 현 시세보다 적게 받아 가지고 나가는 마당에 사업비 분담까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은 현금청산자들이 사업비를 분담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재개발사업이 끝나기 전에는 앞으로 발생할 수입을 알 수 없으므로 각 조합원의 분담비용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합이 사후 총회에서 사업비 반환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현금청산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본 판결이다.
하지만 2012년 재건축 조합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현금청산 시 그 당사자에게 조합의 사업비를 부담하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이를 근거로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담시키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시도 중인 조합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는 조합에 `현금청산자에 정비사업비 부담은 복불복`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너도나도 정관 변경에 나서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다른 만큼 현금청산자의 사업비 분담 논란은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를 부과한 사건들이 다수 법원에 계류 중이며 법리적으로 복잡한 쟁점들이 얽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 기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있으나 마나 한 현금청산금 산정 기준… 또 다른 논란 불러오나?
현금청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금청산의 금액을 산정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인공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과 조합 표준정관으로 현금청산에 대한 서로 상이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먼저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청산 절차`를 규정한 도정법 시행령 제48조는 `사업시행자가 도정법 제47조의 규정에 의해 토지등소유자의 토지·건축물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하는 경우 청산 금액은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가 협의해 산정한다. 이 경우 시장·군수가 추천하는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표준정관 제44조제4항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해당하게 된 날부터 150일 이내에 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한다. 그 금액은 시장·군수가 추천하는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다`고 기재돼 있다.
각자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조합과 현금청산 대상자 사이의 갈등을 발생시킨다.
상위 규범인 도정법 시행령은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 대상자 간 협의를 통해 청산금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조합 정관은 `협의`에 대한 내용이 없다. 감정평가사의 감정치를 그대로 수용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조합은 정관을 앞세워 감정평가 금액만큼만 청산금으로 지불하면 된다는 입장인 데 비해 현금청산 대상자들은 법을 내세워 `협의`에 중점을 둬 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입장 차가 큰 만큼 양측이 소송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정 다툼은 필연적으로 사업 지연을 부른다.
결국 현금청산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재개될 때까지 매일매일 큰돈이 이자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을 옥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감정평가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합과 현금청산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감정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그 평가액에 대한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개발·재건축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원과 현금청산자, 시공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현금청산자와 조합이 각각 감정평가업체를 추천해 감정액을 산술평균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의 가능성을 열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금청산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일선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지금, 현금청산에 대한 `똑 부러진` 제도와 통일된 법원 판단, 사업이 무산됐을 때의 추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행정·입법·사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분양시장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일선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고민이 늘고 있다. 사업 방식이 도급제든 지분제든지에 상관없이 미분양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일선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게 `현금청산(자)의 급증`이다. 조합원 분양신청 접수 결과, 아파트 분양 대신 현금을 선택하는 조합원들이 늘면서 해당 사업은 늪에 빠지고 아파트를 택한 조합원들만 이른바 `독박`을 쓰는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 한편에서는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유경제>는 뜨거운 감자가 된 현금청산 관련 갈등을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고민해 봤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청산금 마련부터 `난제`
`사업성에 문제 있다` 인식에 사업은 산으로!
현금청산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2014년 예정된 다수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조합은 조합원 분양신청 접수 결과 절반에 가까운 조합원들이 현금청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심지어 구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조차 조합원들에게 현금청산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심각성을 더했다. 현금청산자들의 선택은 부동산 시장의 안 좋은 상황을 생각하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조합과 시공자는 난처한 입장이다. 늘어난 현금청산금을 지불할 여력이 없어 사업 추진 여부조차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금청산은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조합원이 새 아파트의 분양권을 포기하고 조합으로부터 현금을 받고 사업에서 빠지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조합원이 빠져나간 자리를 일반분양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과 일반분양이 늘어남에 따라 미분양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다. 즉, 현금청산자가 늘어나면 조합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결국 이는 사업 중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현금청산자가 늘어나면서 제일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청산금이다. 청산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청산금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의 주체인 조합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된다.
한 조합 관계자는 "돈을 쌓아 놓고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이 있는가"라고 되물은 후 "자금줄인 건설사 또한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운 마당에 현금청산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청산 대금 마련부터가 난제"라고 혀를 찼다.
결국 조합은 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은행에서도 신뢰도가 낮아 대부분 대출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조합이 대출을 요구하면 대부분 이를 꺼려한다"며 "대출 전제조건으로 시공자 보증을 내세우는 형편이지만 시공자 또한 현금청산 급증에 따른 채무액 증가로 부담이 커져 보증을 잘 해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청산금을 해결했다 하더라도 사업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사업 중단 사태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금청산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사업의 투자가치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다. 모 사업장에서는 현금청산자가 40% 이상 발생하면서 시공자가 착공을 미루고 공사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해 분쟁이 생기기도 했다. 사업을 진행했다가 미분양이 나게 되면 시공자로서는 공사비도 못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점은 현금청산자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고 있는 데 반해 딱히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사업이 중단되면 유일한 대책은 조합 해산뿐이다. 하지만 조합이 해산돼도 그 뒤에는 사업에 따른 `매몰비용`의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현금청산자에 정비사업비 부담이 해법?
법원·기관마다 이견… 조합은 헷갈린다!
최근 현금청산이 증가함에 따라 일선 조합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총회 의결을 통해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의 일부를 부담시키자는 게 대표적인 예다.
서울 영등포구의 A조합은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사업비 일부를 이들에게 분담시키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을 2012년 총회에서 의결했고, 2013년 구청 승인을 받았다. 동작구의 B조합 역시 같은 이유로 정관을 변경한 후 현재 구청의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구의 C조합도 최근 총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는 2011년 서울고등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이뤄지는 `궁여지책`으로, 남은 조합원들의 추가부담금 규모를 줄이는 한편 조합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현금청산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겠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웬만하면 함께 사업을 진행해 나가자는 의도"라며 "한편으론 증가하는 현금청산자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금청산자들에 대한 사업비 분담을 놓고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개인의 자유 선택을 다수결로 가로막는 데 대한 문제 제기에서부터 법원 판단도 엇갈리고 있는 등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
사업비 자체가 일반 사업 추진비 외에 이주비, 이주비 대출이자, 기타 금융비용 등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항목들로 구성된 만큼 현금청산자들에게 어느 범위까지 얼마만큼 부담을 지워야 하는지를 놓고도 견해차가 너무 크다.
현재 조합 내부는 물론 정관 변경 승인권자인 시·군·구청 등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며, 판정의 기준이 되는 각 법원의 판결이 서로 상이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3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재개발 구역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늘었고, 이에 조합은 이들의 탈퇴 시점인 작년 3월까지의 사업비 56억원에 대한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분쟁이 벌어졌다. 분담금은 가구당 1000만~4000만원에 달했다.
해당 현금청산자 측은 당시 "현금청산을 신청함에 따라 돈도 현 시세보다 적게 받아 가지고 나가는 마당에 사업비 분담까지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은 현금청산자들이 사업비를 분담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재개발사업이 끝나기 전에는 앞으로 발생할 수입을 알 수 없으므로 각 조합원의 분담비용을 계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는 조합이 사후 총회에서 사업비 반환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현금청산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고 본 판결이다.
하지만 2012년 재건축 조합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은 현금청산 시 그 당사자에게 조합의 사업비를 부담하라는 정반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실제로 이를 근거로 현금청산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담시키는 내용으로 정관 변경을 시도 중인 조합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림으로써 이는 조합에 `현금청산자에 정비사업비 부담은 복불복`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 너도나도 정관 변경에 나서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 법률 전문가는 "재판부에 따라 판단이 다른 만큼 현금청산자의 사업비 분담 논란은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조합이 현금청산자에게 사업비를 부과한 사건들이 다수 법원에 계류 중이며 법리적으로 복잡한 쟁점들이 얽혀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상당 기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있으나 마나 한 현금청산금 산정 기준… 또 다른 논란 불러오나?
현금청산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금청산의 금액을 산정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인공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과 조합 표준정관으로 현금청산에 대한 서로 상이한 내용이 기재돼 있다.
먼저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등에 대한 청산 절차`를 규정한 도정법 시행령 제48조는 `사업시행자가 도정법 제47조의 규정에 의해 토지등소유자의 토지·건축물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하는 경우 청산 금액은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가 협의해 산정한다. 이 경우 시장·군수가 추천하는 「부동산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의한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 금액을 기준으로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 표준정관 제44조제4항에는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해당하게 된 날부터 150일 이내에 건축물 또는 그 밖의 권리에 대해 현금으로 청산한다. 그 금액은 시장·군수가 추천하는 감정평가업자 2인 이상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정한다`고 기재돼 있다.
각자 다른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조합과 현금청산 대상자 사이의 갈등을 발생시킨다.
상위 규범인 도정법 시행령은 사업시행자와 현금청산 대상자 간 협의를 통해 청산금액을 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조합 정관은 `협의`에 대한 내용이 없다. 감정평가사의 감정치를 그대로 수용하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조합은 정관을 앞세워 감정평가 금액만큼만 청산금으로 지불하면 된다는 입장인 데 비해 현금청산 대상자들은 법을 내세워 `협의`에 중점을 둬 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입장 차가 큰 만큼 양측이 소송을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정 다툼은 필연적으로 사업 지연을 부른다.
결국 현금청산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재개될 때까지 매일매일 큰돈이 이자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을 옥죌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보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감정평가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합과 현금청산자 등 이해 당사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감정평가 제도를 마련해야 그 평가액에 대한 설득력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개발·재건축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원과 현금청산자, 시공자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현금청산자와 조합이 각각 감정평가업체를 추천해 감정액을 산술평균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의 가능성을 열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현금청산을 요구하는 조합원이 예년보다 2배 가까이 늘고 있는 추세다. 현금청산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일선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는 지금, 현금청산에 대한 `똑 부러진` 제도와 통일된 법원 판단, 사업이 무산됐을 때의 추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목소리에 행정·입법·사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