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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근호 원장] 시련과 혼돈의 시대
repoter : 윤근호 편집인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4-06-12 18:09:07 · 공유일 : 2014-06-17 20:02:10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담이 실감 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소시민들은 권력이나 금력을 등에 업은 자들의 무분별한 폭력 행사가 간간히 기삿거리가 될 때마다 법보다 앞서는 힘의 논리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자 하거나 크게 빼앗길 게 없으니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지만 법이 멀다는 속담과 달리 법이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가까운 데서 이해관계인 간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으니 그게 바로 정비사업 분야다. 작금의 정비사업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구성 단계부터 사업 완료 시까지 각종 가처분 신청과 무효 소송 등으로 법적인 시비가 끊이지를 않아 쟁송에 관한 백과사전처럼 되어 버렸다.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함은 이치를 따져 처리하기보다는 우선 완력을 쓰기가 쉬움을 이르는 말이나 사람들은 누군가와 생각이 달라 다투게 될 때 무조건 주먹질부터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추진위나 조합을 못마땅해하는 토지등소유자들은 법적 시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안이 나타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습관처럼 고소·고발과 소송 제기를 서슴지 않는다.
결국 대다수의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은 법적 다툼이 빈발하는 특별한 세계에서 심한 심적 압박과 회의감을 감내하며 그 복잡하고 어려운 정비사업을 꾸려 나가게 되었다. 정비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할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법적 대응을 위한 자료 준비와 사법 당국에 드나드는 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현실이 개탄스럽기는 하나 법을 가까이하는 이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법적인 시비로 인해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개인의 신상에 대한 걱정과 사업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하여 노심초사하게 되는 현실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이하 정비업자)는 추진위나 조합이 필요로 하는 행정 지원과 함께 중요한 사업 단계마다 해당 업무를 대행하여 각종 인가 서류를 작성하게 되며, 수시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업 동반자이다. 정비업자로 등록하고자 할 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 제63조제1항에 따른 별표4의 등록 기준에 합당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하며, 그중에는 공인회계사, 변호사, 법무사, 세무사 또는 법무법인 등과의 업무 협약으로 인력 확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정비업자는 정비사업에 관하여 최고의 전문가 집단으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에 대한 도정법 취지에 부합되도록 추진위나 조합의 각종 현안에 대해 성실히 자문에 응해야 할 책무가 있으며, 인력 확보 기준으로 보아도 그만한 기능과 역량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비사업계에 걱정스러운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더니 소문은 곧 사실로 확인되었다. 어느 법조인이 추진위나 조합의 반대 세력만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곧 임원해임총회와 법정 다툼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추진위나 조합을 반대한다고 하여 그들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생각에 따라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으며, 정비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구성원끼리 서로의 입장이 다르다 하여 함부로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추진위나 조합의 특성상 대수롭지 않게 생각됐던 소송이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 소홀히 대응할 수 없다. 그리고 소송당사자들의 명분과 세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어 결국 감정의 골만 점점 깊어지게 된다.
정비업자는 소송으로 비화된 사안에 대해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소명자료를 취합하게 되나 법정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으니 결국 추진위나 조합은 고문 변호사를 찾게 된다. 결국 추진위나 조합의 일로 법정에서 법조인끼리 목소리를 높이는 정비사업의 새로운 풍속도가 그려지는 것이다.
추진위나 조합을 상대로 한 법적 시비의 내용과 양상이 날로 발전하여 새로워지고 있으며, 도정법을 깊이 연구한 법조인들이 추진위나 조합의 반대편에서 일을 꾸미는 한 정비사업은 소송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되었지만 정비사업비의 사용에 대한 예산을 수립하지 않고 용역비를 지급했다 하여 벌금형에 처한 모 조합장의 경우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앞서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당시 모든 조합은 각종 용역 계약서에 정하고 있는 용역비 지급 시기가 되면 공식 기구의 결의를 거쳐 결정한 용역 계약 조건이기에 당연히 해당 업체에게 용역비를 지급해 왔다. 그런데 어떤 법조인이 귀띔을 했는지 고소인은 도정법 제24조를 들어 정비사업비의 사용은 총회의 의결 사항인데 해당 연도에 정비사업비 예산에 대한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용역비를 지급했다 하여 도정법 위반으로 고소를 한 것이다. 요즈음 정기총회 시 조합 운영 예산과 함께 정비사업비 예산 또한 상정하게 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조합장은 도정법 제81조에 의한 자료 공개의 시일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피소되어 그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장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한 경우는 피고소인 입장으로 사법 당국에 출두하여야 하는 때일 것이다. 따라서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정비업자를 가까이 두고 사안에 따라 필요한 자문을 하게 되면 법적 시비에 휘말리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토지등소유자들은 물론 추진위나 조합의 관계자들조차 등한시했던 사소한 일들이 문제가 되어 벌금형을 선고받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바람에 업계 관계자들은 소신껏 일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총회를 열려고 하면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뒤따르고 어려운 사업 단계를 마무리하게 되면 곧이어 인가 취소나 무효를 주장하는 소를 제기하니 늘 살얼음판을 걷듯이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호시탐탐 법적인 문제가 나타나기를 노리는 토지등소유자들 또한 도정법의 맹점을 잘 알고 있는 법조인을 찾게 되니 결국 정비사업과 관련한 쟁송은 사업 추진 주체와 반대 세력과의 다툼이라기보다 법조인끼리 시비를 가리는 대리전으로 변모되어 정비사업 분야는 시련과 혼돈의 세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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