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설종가` 대림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이어 불거진 담합과 들러리 수주 의혹도 모자라 해외에 이은 국내에서의 저가 수주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의 창업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재계 한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재준(대림산업 창업주)-이준용(대림산업 명예회장)-이해욱(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이어진 `3대 경영`에 균열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와 대림산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에 <아유경제>는 대림산업이 최근 보여 주고 있는 `대림산업`답지 않은 모습을 살피고 대림산업이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창업 장신을 회복하기 위해 찾아야 할 돌파구가 무엇인지 연속 보도를 통해 제안해 보기로 했다.
신반포6차 초저가 입찰,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덕분에 가능?
수주하면 손해? 광명2R구역에서 불발된 `부담금 폭탄` 터뜨리면 되는데?
대림산업은 최근 새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울 서초구 신반포6차아파트(이하 신반포6차) 재건축 현장에서 저가 수주 의혹에 휩싸였다(본보 2014년 6월 13일자 <`덤핑` 여부에 판가름 날 신반포6차 재건축 수주전> 기사 참조).
지난 10일 신반포6차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입찰마감 한 결과, 응찰한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제시한 3.3㎡당 공사비의 차이가 30만원에 달하자 대림산업의 저가 입찰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대림산업은 418만5000원을, GS건설은 448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양측의 차액이 29만5000원으로 상당한 데다 여기에 포함돼 있는 철거 공사비와 발코니 확장 공사비 등을 뺀 순공사비만 놓고 보면 GS건설은 426만9000원인데 반해 대림산업은 401만9000원에 불과해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이 제시한 순공사비는 올 들어 시공자를 선정한 인근 단지들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아파트는 453만4000원, SK건설을 시공자로 맞은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는 443만3194원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서초구 방배5구역도 440만원 이상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림산업이 분양 중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재건축)`도 순공사비가 457만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 한편에서는 대림산업이 신반포6차에서 저가 입찰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에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에서 취한 폭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전문가 A씨는 "대림산업이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과 작년 3월 체결한 본계약 등에 따르면, 당시 계약 규모(약 4100억원)는 대림산업의 2012년 매출의 약 5.7%에 달할 만큼 단일 계약으로서는 비중 있는 거래였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3.3㎡당 순공사비 457만원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하반기 `아크로리버파크` 청약에서 재미를 본 대림산업으로서는 이곳과 인접한 신반포6차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이를 수주하기 위해 저가 입찰에 나선 것이라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을 시공하면서 얻은 막대한 이득이 뒷받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크로리버파크`는 최고 42.27:1(평균 18.72: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3830만원인 점과 이때가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하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A씨는 "신반포1차의 경우 사업 방식이 도급제라 청약 대박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에 직접적인 이득이 없을 것 같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리스크가 정점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청약 대박은 시공자에게는 공사비의 적기 회수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상승 및 그에 따른 파급효과 등 막대한 유ㆍ무형의 이득을 가져다줬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3.3㎡당 공사비로 예상됐던 과다 수익을 분양 성공으로 제때 회수할 수 있게 된 점, 분양을 앞둔 `아크로리버파크 2차`가 호성적을 거둘 경우 기대되는 홍보 효과, 이 사업을 통해 상승한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대림산업이 신반포6차에서 저가 수주에 나서게 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으로 요약된다.
신반포6차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반포6차는 시공권 확보 시 곧바로 관리처분 단계로 돌입할 수 있는 데다 지하철 3개 노선(3ㆍ7ㆍ9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서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곳"이라며 "현 세대수도 560가구라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사업 규모이고 `아크로리버파크`의 후광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홍보 활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림산업의 저가 입찰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심지어 과거 대림산업이 광명2R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저가 수주 후 추가부담금 물리기` 작전을 신반포6차에서 써먹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광명2R구역에서는 2012년 상반기 3개 건설사끼리 짝을 이룬 2개의 컨소시엄과 단독 응찰한 대림산업의 3파전으로 시공권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은 대림산업이 내걸었던 파격적인 사업 조건에 혹했고, 그 결과 사업이 훅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공자선정총회 후 갈등이 불거져 조합이 하반기에 또다시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했으나 이 역시 파행으로 끝나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도 기업이고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라는 점에서 이를 좇는 대림산업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를 좇는 과정에서 대림산업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단순히 의혹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이 심상치 않다"고 혀를 찼다.
창업주의 `한숲정신`은 그들만을 위한 이념?
연이은 담합, 부실시공… "짓는다던 진심이 이거냐"
저가 수주와 그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부담금 전가 의혹이 전부가 아니다. 대림산업은 연이어 적발된 담합과 도시정비시장에서 제기된 들러리 수주 의혹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정거래 담당 공무원을 영입해 구설에 오르는 등 벌이는 일마다 눈총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등에서는 대림산업의 창업 정신이자 경영 이념인 `한숲정신`이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림산업의 사명인 `대림(大林)`, 즉 큰 숲을 뜻하는 이 말은 기업의 뿌리이자 중추다. 1939년 창업 당시 `한숲`처럼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를 담아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림산업은 자사의 경영 원칙을 ▲인간 존중 ▲미래 창조 ▲고객 신뢰 등으로 삼았다.
하지만 담합과 들러리 및 저가 수주 의혹 등으로 이 정신이 담고 있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라는 게 최근의 대림산업을 바라보는 공통의 시각이다. 아울러 이 정신에 담긴 풍요로운 삶의 가치 창출이 고객과 사회가 아닌 `대림산업`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눈에 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CSR)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종가`이자 대기업인 대림산업이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올 들어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이천시 부필ㆍ소고ㆍ송계 공동 하수도 공사 등에서 담합 협의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을 받았다.
대림산업의 담합 혐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림산업은 최근까지 광주 염주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현대건설(사장 정수현) 등과 함께 `수주를 위해 판을 미리 짰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지난 5월 수주에 성공한 부산 온천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코오롱글로벌(사장 윤창운)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대림산업의 담합 혹은 들러리 수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대림산업이 최근 참여한 김포도시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설(說)이 일었다. 또 이달 수주에 성공한 경남 창원시의 모 재개발사업에서도 경쟁사로 참여했던 건설사가 대림산업의 들러리였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 조사국 소속 사무관을 직원으로 영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영입한 인사가 담합 업무를 담당했던 터라 담합 적발과 그에 따른 제재를 염두에 두고 그를 `총알받이`로 활용하기 위해서 영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영입한 공무원의 담당 업무가 건설 분야가 아니라 금융 분야인 데다 이른바 `방패막이`로 쓰기에는 그의 직급이 낮다는 점에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듯이, 이 같은 인사 잡음은 대림산업이 `담합 단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화를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부실시공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림산업은 올 초 ▲경남 양산시 `남양산 e편한세상`에서 저가 불량 자재 사용 등 부실시공 의혹에 휘말렸다. 이외에도 ▲하도급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안전 및 부실시공 문제가 제기된 전남 광양시 `e편한세상 광양` ▲입주 전부터 층간 소음 관련 문제가 불거진 울산광역시 `e편한세상 강변` 등에서 불만이 새어 나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림산업이 창업 정신을 되새기고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이해욱 부회장 중심으로 전환 중인 후계 체제가 휘청거릴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는 대림산업의 존재감은 이미 일개 건설사의 수준을 벗어났다"며 "고 이재준 회장과 이준용 명예회장으로 이어졌던 창업 정신이 사라졌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자사의 아파트 선전 구호처럼 회사부터 진심으로, 새로이 짓는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지 않으면 2012년 정점을 찍은 매출액(약 9조원)과 2013년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로 대변되는 성장세에 한계가 올 것이고, `황태자` 이해욱 부회장의 3세 경영 체제는 자리 잡기도 전에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7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건설종가` 대림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이어 불거진 담합과 들러리 수주 의혹도 모자라 해외에 이은 국내에서의 저가 수주 움직임이 포착돼서다.
이로 인해 대림산업의 창업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재계 한편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재준(대림산업 창업주)-이준용(대림산업 명예회장)-이해욱(대림산업 부회장)으로 이어진 `3대 경영`에 균열이 생겼다는 말까지 나와 대림산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에 <아유경제>는 대림산업이 최근 보여 주고 있는 `대림산업`답지 않은 모습을 살피고 대림산업이 창업주인 고(故) 이재준 회장의 창업 장신을 회복하기 위해 찾아야 할 돌파구가 무엇인지 연속 보도를 통해 제안해 보기로 했다.
신반포6차 초저가 입찰,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덕분에 가능?
수주하면 손해? 광명2R구역에서 불발된 `부담금 폭탄` 터뜨리면 되는데?
대림산업은 최근 새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울 서초구 신반포6차아파트(이하 신반포6차) 재건축 현장에서 저가 수주 의혹에 휩싸였다(본보 2014년 6월 13일자 <`덤핑` 여부에 판가름 날 신반포6차 재건축 수주전> 기사 참조).
지난 10일 신반포6차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입찰마감 한 결과, 응찰한 대림산업과 GS건설이 제시한 3.3㎡당 공사비의 차이가 30만원에 달하자 대림산업의 저가 입찰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대림산업은 418만5000원을, GS건설은 448만원을 각각 제시했다. 양측의 차액이 29만5000원으로 상당한 데다 여기에 포함돼 있는 철거 공사비와 발코니 확장 공사비 등을 뺀 순공사비만 놓고 보면 GS건설은 426만9000원인데 반해 대림산업은 401만9000원에 불과해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대림산업이 제시한 순공사비는 올 들어 시공자를 선정한 인근 단지들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4차아파트는 453만4000원, SK건설을 시공자로 맞은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는 443만3194원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 시공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 서초구 방배5구역도 440만원 이상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대림산업이 분양 중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재건축)`도 순공사비가 457만원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업계 한편에서는 대림산업이 신반포6차에서 저가 입찰에 나설 수 있게 된 배경에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에서 취한 폭리가 자리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전문가 A씨는 "대림산업이 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과 작년 3월 체결한 본계약 등에 따르면, 당시 계약 규모(약 4100억원)는 대림산업의 2012년 매출의 약 5.7%에 달할 만큼 단일 계약으로서는 비중 있는 거래였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3.3㎡당 순공사비 457만원이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 하반기 `아크로리버파크` 청약에서 재미를 본 대림산업으로서는 이곳과 인접한 신반포6차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며 "이를 수주하기 위해 저가 입찰에 나선 것이라면 신반포1차 재건축사업을 시공하면서 얻은 막대한 이득이 뒷받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융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아크로리버파크`는 최고 42.27:1(평균 18.72: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3830만원인 점과 이때가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던 시기인 점 등을 고려하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A씨는 "신반포1차의 경우 사업 방식이 도급제라 청약 대박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에 직접적인 이득이 없을 것 같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 리스크가 정점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그 같은 청약 대박은 시공자에게는 공사비의 적기 회수와 함께 브랜드 인지도 상승 및 그에 따른 파급효과 등 막대한 유ㆍ무형의 이득을 가져다줬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비싼 3.3㎡당 공사비로 예상됐던 과다 수익을 분양 성공으로 제때 회수할 수 있게 된 점, 분양을 앞둔 `아크로리버파크 2차`가 호성적을 거둘 경우 기대되는 홍보 효과, 이 사업을 통해 상승한 브랜드 파워 등을 바탕으로 대림산업이 신반포6차에서 저가 수주에 나서게 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으로 요약된다.
신반포6차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신반포6차는 시공권 확보 시 곧바로 관리처분 단계로 돌입할 수 있는 데다 지하철 3개 노선(3ㆍ7ㆍ9호선)이 지나는 트리플 역세권으로서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사업성이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곳"이라며 "현 세대수도 560가구라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사업 규모이고 `아크로리버파크`의 후광을 톡톡히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대림산업 입장에서는 홍보 활동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림산업의 저가 입찰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심지어 과거 대림산업이 광명2R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저가 수주 후 추가부담금 물리기` 작전을 신반포6차에서 써먹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사고 있다.
광명2R구역에서는 2012년 상반기 3개 건설사끼리 짝을 이룬 2개의 컨소시엄과 단독 응찰한 대림산업의 3파전으로 시공권 경쟁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곳 조합원들은 대림산업이 내걸었던 파격적인 사업 조건에 혹했고, 그 결과 사업이 훅 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공자선정총회 후 갈등이 불거져 조합이 하반기에 또다시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했으나 이 역시 파행으로 끝나 현재까지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도 기업이고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라는 점에서 이를 좇는 대림산업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그를 좇는 과정에서 대림산업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단순히 의혹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정황들이 심상치 않다"고 혀를 찼다.
창업주의 `한숲정신`은 그들만을 위한 이념?
연이은 담합, 부실시공… "짓는다던 진심이 이거냐"
저가 수주와 그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부담금 전가 의혹이 전부가 아니다. 대림산업은 연이어 적발된 담합과 도시정비시장에서 제기된 들러리 수주 의혹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공정거래 담당 공무원을 영입해 구설에 오르는 등 벌이는 일마다 눈총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등에서는 대림산업의 창업 정신이자 경영 이념인 `한숲정신`이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림산업의 사명인 `대림(大林)`, 즉 큰 숲을 뜻하는 이 말은 기업의 뿌리이자 중추다. 1939년 창업 당시 `한숲`처럼 풍요로운 삶의 가치를 창출하자는 의미를 담아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림산업은 자사의 경영 원칙을 ▲인간 존중 ▲미래 창조 ▲고객 신뢰 등으로 삼았다.
하지만 담합과 들러리 및 저가 수주 의혹 등으로 이 정신이 담고 있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라는 게 최근의 대림산업을 바라보는 공통의 시각이다. 아울러 이 정신에 담긴 풍요로운 삶의 가치 창출이 고객과 사회가 아닌 `대림산업`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눈에 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ㆍCSR)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종가`이자 대기업인 대림산업이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올 들어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이천시 부필ㆍ소고ㆍ송계 공동 하수도 공사 등에서 담합 협의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등을 받았다.
대림산업의 담합 혐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림산업은 최근까지 광주 염주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현대건설(사장 정수현) 등과 함께 `수주를 위해 판을 미리 짰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지난 5월 수주에 성공한 부산 온천3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코오롱글로벌(사장 윤창운)을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돼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대림산업의 담합 혹은 들러리 수주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대림산업이 최근 참여한 김포도시철도 공사 입찰 과정에서도 담합설(說)이 일었다. 또 이달 수주에 성공한 경남 창원시의 모 재개발사업에서도 경쟁사로 참여했던 건설사가 대림산업의 들러리였다는 소문이 기정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초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 조사국 소속 사무관을 직원으로 영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영입한 인사가 담합 업무를 담당했던 터라 담합 적발과 그에 따른 제재를 염두에 두고 그를 `총알받이`로 활용하기 위해서 영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이 영입한 공무원의 담당 업무가 건설 분야가 아니라 금융 분야인 데다 이른바 `방패막이`로 쓰기에는 그의 직급이 낮다는 점에서 일종의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듯이, 이 같은 인사 잡음은 대림산업이 `담합 단골`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화를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사 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부실시공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림산업은 올 초 ▲경남 양산시 `남양산 e편한세상`에서 저가 불량 자재 사용 등 부실시공 의혹에 휘말렸다. 이외에도 ▲하도급 업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해 안전 및 부실시공 문제가 제기된 전남 광양시 `e편한세상 광양` ▲입주 전부터 층간 소음 관련 문제가 불거진 울산광역시 `e편한세상 강변` 등에서 불만이 새어 나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림산업이 창업 정신을 되새기고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이해욱 부회장 중심으로 전환 중인 후계 체제가 휘청거릴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는 대림산업의 존재감은 이미 일개 건설사의 수준을 벗어났다"며 "고 이재준 회장과 이준용 명예회장으로 이어졌던 창업 정신이 사라졌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자사의 아파트 선전 구호처럼 회사부터 진심으로, 새로이 짓는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렇지 않으면 2012년 정점을 찍은 매출액(약 9조원)과 2013년 시공능력평가순위 4위로 대변되는 성장세에 한계가 올 것이고, `황태자` 이해욱 부회장의 3세 경영 체제는 자리 잡기도 전에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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