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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관계의 행복 찾기
repoter : 박재필 발행인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4-06-27 09:24:01 · 공유일 : 2014-06-27 11:48:50


최근 들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 중 하나가 `갑을관계`다. 인터넷 검색창에 `갑과 을`이라고 입력만 하더라도 수많은 웹문서와 사이트, 블로그 등이 검색될 정도로 `갑`과 `을`의 관계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갑과 을의 상생협력>, <을의 생존법> 등 `갑`과 `을`의 관계를 다룬 책들도 상당수다.
가장 인기가 높은 텔레비전 개그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에서 과거 `갑을컴퍼니`라는 코너를 선보인 적 있다. 이 코너는 첫 방송부터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대다수 직장인들의 공감을 살 만한 소재를 활용, 신입 사원과 직장 상사 사이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이 코너의 주된 소재 역시 `갑을관계`였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모 후보도 "공정한 갑을 관계가 재벌 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정도로 `갑을관계`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가 됐다.
원래 `갑`과 `을`은 천간(天干)에서 따온 말이다. 천간에는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 등의 십간(十干)이 있는데, 갑은 양(陽)이고, 을은 음(陰)으로 구분된다. 성별(性別)을 나누어 보면 양은 남자, 음은 여자로 구분되므로 갑남(甲男)은 불특정한 남자를 말하고, 을녀(乙女)는 불특정한 여자를 가리킨다. 그래서 신분이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을 이를 때 `갑남을녀`라 표현한다.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남녀를 뜻하는 필부필부(匹夫匹婦), 장씨의 셋째 아들과 이씨의 넷째 아들이라는 뜻으로 보통의 평범한 사람을 가리키는 장삼이사(張三李四)와 비슷한 말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갑(甲)`과 `을(乙)`에 대해 두 개 이상의 사물이 있을 때 그중 하나의 이름을 대신하여 이르는 말이자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사용되기도 하는데, 첫 번째가 `갑`이고, 두 번째가 `을`이라고 풀이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갑을관계`라고 할 때 사용하는 `갑`과 `을`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사용하는 단어인 셈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갑`의 지위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갑`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권한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 눈치 안 보고 자기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갑`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일을 주는 `갑`과 일을 받는 `을`, 돈을 주면서 일을 시키는 `갑`과 돈을 받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을`. 이 둘 사이에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 이 상황에서는 부림을 당하는 `을`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지기 마련이다.
`갑`이 A라는 일을 요청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B라는 일도 해 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할 때, `을`의 입장에서는 이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또 언제까지 일을 해 달라고 해 놓고서는 어느 날 갑자기 내부 사정이 생겼으니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냉정하게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갑`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이러니 `을`의 위치에 있는 직장인이 `갑`의 위치에 있는 직장인보다 두 배 이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비사업에 있어서도 여지없이 `갑을관계`가 사업 추진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추진위원회)을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조합으로서는 복잡다단한 정비사업을 끌고 갈 전문적인 지식이나 노하우도 없고,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할 능력도 없다. 때문에 다종다양한 협력 업체들을 선정하여 이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 간다.
이런 구조로 볼 때 정비사업에 있어서의 `갑`은 기본적으로 조합(추진위원회)이다. 조합은 각 협력 업체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갑`의 지위를 누린다. `을`의 입장인 각 협력 업체들은 `갑`인 조합을 도와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일을 한다.
`갑`과 `을`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파트너십은 `갑`이든 `을`이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기사나 책을 봐도 모두 첫 번째로 꼽는다. 비즈니스에 있어서 파트너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얘기다. 사람과 사회를 연구하는 사회학자이든, 경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든, 또는 성공한 CEO이든 전문가라고 칭하는 사람들은 모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 이렇게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관계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파트너십을 유지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일임에도, 막상 실제로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에는 대부분 실패하기 때문에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것일 게다.
`갑`과 `을`이 서로 신뢰를 갖고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정비사업에 있어서 조합과 협력 업체의 관계는, 계약상으로는 `갑`과 `을`이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는 동반자라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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