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지난 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공관리제도`에 관한 자율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2010년 7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공공관리제도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지자체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사업시행자의 사업 추진을 돕는 제도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 등과 맞물려 본격 시행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서울시에서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공공관리제를 적용하고 있어 추후 국토부가 공공관리제 자율화를 추진하면 그에 따른 두 기관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아유경제>는 `뜨거운 감자`가 된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고민해 봤다.
국토부 공공관리제도 자율화 추진… 서울시의 모순된 정책 때문?
지원·관리해 준다더니… 융자 지원 조건 강화로 추진위·조합 옥좨
지난 5일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에서 국토부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공공관리제도는 임의 선택 사항이나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로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주민 다수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공자 선정 시기도 주민들이 공공관리제를 거부하면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할 때의 약속과 달리 시의 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현장이 많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정비사업 출구전략 일환으로 매몰비용의 70%를 지원해 주는 등 정비(예정)구역의 해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한편 공공관리제를 도입해 정비사업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매몰비용과 정비사업의 자금 지원에 나선 서울시의 재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약 1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정비사업 융자 지원을 공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백 곳이나 되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조합에 융자 지원을 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융자 지원 금액을 보면 조합은 최고 20억원, 추진위는 10억원으로 조합 7곳이 지원 신청을 해도 금방 바닥나는 금액이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가 융자 지원 신청을 개시한 지 3개월여 만에 예산 소진의 이유로 지원을 전면 중단해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시는 "최저 금리 3%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수준이며, 특히 `만기 원리금 일시 상환, 복리 미적용` 조건으로 융자하기 때문에 시중은행 평균금리와 비교해도 낮은 이자를 부담하는 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강행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여 만에 지원이 중단돼 많은 추진위와 조합,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예산 소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시가 밝힌 `추진위·조합의 원활한 사업 추진`이라는 기대는 융자 신청 공고 후 발 빠르게 움직인 몇몇 사업장에만 적용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당시 책정했던 정비사업 융자 지원 예산은 총 95억8300만원으로 이는 공문 하달 전 융자를 신청한 18개 추진위·조합의 융자 신청액으로 모두 소진됐다.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는 공공관리제도하에서 시공자를 선정하지 않은 추진위나 조합이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늦춰 놔 자금줄을 막아 놓은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울분을 토해 냈다.
아울러 서울시가 제시한 융자 신청 제한 조건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가 발표한 제한 조건을 보면 추진위(원장)·조합(장)의 지위·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악성 비대위들이 이를 악용해 추진 주체 존립에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이에 시 관계자는 "기존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물론 각 지자체에 융자 신청한 시점부터 소송이 진행된 구역들도 융자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만약 융자 신청 이후 소송이 진행된 구역이 최종 판결에서 패소하게 되면 융자 또한 회수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에 있어 소송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제한 조건에 올리는 것은 서울 관내 상당수 정비사업지에 있어 자금줄을 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내부 문서인 `2013년도 정비사업 융자 지원 기준 강화 시달`이라는 공문을 통해 내부적으로 융자 신청 제한 사항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조건을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떠돌았다.
공문에 따르면, 추진위 해산 동의율 25% 이상, 조합 해산 동의율 30% 이상 징구 지역은 융자 지원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몇몇 정비사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해제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과반수`라는 기준과 관계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정한 비율로 인해 다수의 사업지에서 자금 조달의 기회마저 원천 봉쇄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의 한 관계자는 "한남뉴타운과 함께 시가 직접 뉴타운 시범 지구로 선정해 놓고는 지금 와서 사업에 발목을 잡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시의 불합리한 행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지 4년이 다 돼 가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매몰비용 지원과 융자 신청 기준 강화는 모순된 정책이라 지적했다. 덧붙여 그들은 정비사업의 출구전략을 밀고 나가는 시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주민들이 불만을 갖자 이를 달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마치 공공관리제 같다며 비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사업 진행 관리를 공공이 지원해 준다는 이 제도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해제 구역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물은 관(官)이, 책임은 민(民)이?
업체 선정에는 깊숙이 관여하면서 분쟁 조정은 조합 몫?!
과거 공공관리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시가 세부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합은 물론 시공자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시행 4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개선이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한 매체에 따르면, 시는 공공관리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주택건설협회나 주택협회 등 협회는 물론 구청으로부터 공공관리 업무를 위탁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까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세부 기준과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특별한 의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수많은 조합과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세부 기준 마련 과정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소통의 부재는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공관리제를 시행한 지 2년 만에 불분명한 기준으로 인해 건설업계에 잡음이 끊이질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초구 A아파트 재건축사업은 B건설과 C건설 등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건설사가 제시한 입찰 제안서의 세부 항목을 놓고 불공정 시비가 붙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B건설이 입찰 제안서 내 `특화 품목`란에 C건설보다 월등히 많은 항목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B건설은 특화 품목으로 20개가 넘는 품목을 제시한 반면 C건설은 5개 항목을 적어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었다.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입찰제안서 비교표`에도 위 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 C건설은 조합 측에 이 같은 비교표가 조합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항의했다. B건설이 제시한 특화 품목 대부분을 자사도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공사 품목에 포함시켜 제안서에 표기되지 않았다는 게 C건설 측 주장이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조합은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는 조합이 판단할 문제라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에서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발주자인 조합이 제시한 기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건설사의 몫이며 최종 결정은 조합에서 내려야 할 사안이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공공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현장과 시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보다 명확하고 구체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공이 업체 선정과 같은 `단물`만 취하고, 이주 및 철거와 같은 책임은 민간에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공공이 시공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의 선정에는 열을 올리면서 갈등과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주 및 철거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게 이 같은 주문의 배경이다.
이들은 또 임기 4년의 구청장이 업체 선정 권한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이들이 또 다른 부정부패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공신력 있는 LH 등 공공기관에게 이 권한을 맡기고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관리제 적용 사업장에 이 같은 갈등과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제도 `자율화` 추진에 서울시 `발끈`
틈만 나면 충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한편,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국토부가 주민 선택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지자체가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를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서울시는 사실상 이를 의무 시행하도록 규제했다. 반면, 경기도는 주민 선택제로, 인천시 등 6개 광역시는 아예 공공관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가 발언한 지자체의 공공관리제 적용 권한을 없애고 자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서울시를 타깃으로 잡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치법규인 조례를 통해 정비사업의 뿌리 깊은 문제였던 불법 금품 수수, 불투명한 자금 집행에 따른 주민 갈등 등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관리제를 의무화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토부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공공관리제 의무화 필요성을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공관리제 적용을 주민 자율로 정하면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고, 자금이나 전문 인력을 민간 스스로 쉽게 지원받을 수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측은 올해 초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공급 비율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데 대해서도 갈등을 겪어 오고 있다. 국토부가 재건축사업에서 소형주택을 20% 이상 의무적으로 짓도록 규제하는 서울시의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시장 수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소형주택을 공급하면 된다고 보는 데 반해 서울시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충돌은 필연적으로 시장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과 심의 기준 등은 사업 안정성을 저해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행정부가 만든 법제를 거스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지자체가 주민들과 좀 더 일상적으로 부딪히며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합리적으로 권한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 개선-이해관계인 간 합의 모델 구축이 시급!
국토부와 서울시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한쪽에서는 현행 공공관리제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자율화, 의무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의 도입 취지는 향후 정비사업에 있어 추구해야 할 가치임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 있어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 있다. 도시정비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추진해 나가는 일인 만큼 공공관리제를 지자체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함께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공공관리제하에서는 공공의 개입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면서 분쟁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입자 보상이나 철거에 대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미미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시공자 선정 과정 지원 등 사업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공공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추진위나 조합 등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고 사업 추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지원을 할 수 있게끔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시공자 등의 선정 과정에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고 앞서 지적됐던 지원이 절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과 더불어 좀 더 실효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곧 지자체가 정비사업에 있어 직접 시행하는 주체가 아닌 한발 물러나 사업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모자란 부분은 함께 채워 나가는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업계는 정부 또한 사업 지연과 같은 문제 발생을 지자체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기보다는 지자체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지자체가 놓친 부분을 바로 잡아주고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짐을 짊어지는 협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일례로 대다수 추진위와 조합이 공공관리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자금 확보를 들 수 있다. 현 공공관리제는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공공의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공자가 선정돼야 조합이 대여금을 해당 기업 혹은 그를 통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를 지원하기 위한 시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부족한 자금을 감추기 위해서 인지 시는 공공관리제 융자 지원 요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시의 재원이 부족하니 그를 숨기기 위해 융자 지원 조건을 더 강화한 것 아니겠냐"며 "시가 융자해준 돈에만 의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적 문제나 책임을 민관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예산 확보에 대해 지자체는 정비사업 현장의 사업 단계를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책정해 공평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를 고려해 지자체에 돈을 대여해주고 사업이 완료돼 분양으로 수익이 나면 지자체가 다시 정부에 돈을 갚는 방향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해 정부가 지자체의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공공관리제가 장기간 사업이 중지된 구역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관리제는 조합장 등의 지위·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에 대해 융자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업 진행에 있어 필수적인 자금 조달을 차단하고 있는 것과 같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등 다수의 정비사업지에는 조합과 추진위의 존재를 놓고 빈번하게 소송이 벌어진다. 결국 이는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더 심하게는 사업 중단 사태까지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문제 지역을 공공관리제 혜택에서 제외시키지 말고 지자체가 앞으로 나서 중간자 역할을 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조합(장) 등이 총회 소집을 회피하는 경우 지자체에 총회 소집권을 부여하고 ▲구청장이 사업 지연에 따른 재산상 손실 등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며 ▲조합 임원 유고 시 일정 기간 안에 재선출을 의무화하는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주민들 간의 분쟁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공공관리제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강하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실제로 한 조합원은 "공공관리제가 필요한 이유를 잘 못 느끼겠다"며 "잘나가는 사업에 지자체가 숟가락을 얹은 것 같은 기분이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공공관리제 자율화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의견 대립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에 업계는 자율화냐 의무화냐의 논쟁보다는 개선을 통해 보다 좋은 제도를 완성해 나가는 게 공복(公僕)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잘 부합하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잘 닦아 놓으면 자율화를 추진해도 많은 사업지에서는 공공관리제를 알아서 시행할 것이며, 의무화를 추진한다 해도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적당한 공공의 도움으로 인해 사업에 대한 잡음이 줄어 당초 목적이었던 사업의 빠른 진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 이해관계인 모두가 도시정비의 지역성과 주민의 재산권, 공공의 공공성, 사업자의 사업성 등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누가 먼저 이행할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지난 5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 자리에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공관리제도`에 관한 자율화 추진 의사를 밝혔다.
2010년 7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공공관리제도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지자체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사업시행자의 사업 추진을 돕는 제도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 등과 맞물려 본격 시행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서울시에서는 사실상 의무적으로 공공관리제를 적용하고 있어 추후 국토부가 공공관리제 자율화를 추진하면 그에 따른 두 기관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아유경제>는 `뜨거운 감자`가 된 공공관리제도에 대해 보다 상세히 들여다보고 해법은 없는지 고민해 봤다.
국토부 공공관리제도 자율화 추진… 서울시의 모순된 정책 때문?
지원·관리해 준다더니… 융자 지원 조건 강화로 추진위·조합 옥좨
지난 5일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에서 국토부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공공관리제도는 임의 선택 사항이나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로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주민 다수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공자 선정 시기도 주민들이 공공관리제를 거부하면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할 때의 약속과 달리 시의 자금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한 현장이 많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서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시는 정비사업 출구전략 일환으로 매몰비용의 70%를 지원해 주는 등 정비(예정)구역의 해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한편 공공관리제를 도입해 정비사업에 자금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매몰비용과 정비사업의 자금 지원에 나선 서울시의 재원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약 1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정비사업 융자 지원을 공고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백 곳이나 되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조합에 융자 지원을 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융자 지원 금액을 보면 조합은 최고 20억원, 추진위는 10억원으로 조합 7곳이 지원 신청을 해도 금방 바닥나는 금액이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가 융자 지원 신청을 개시한 지 3개월여 만에 예산 소진의 이유로 지원을 전면 중단해 논란이 됐다. 당시 서울시는 "최저 금리 3%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수준이며, 특히 `만기 원리금 일시 상환, 복리 미적용` 조건으로 융자하기 때문에 시중은행 평균금리와 비교해도 낮은 이자를 부담하는 셈"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강행했다.
하지만 불과 3개월여 만에 지원이 중단돼 많은 추진위와 조합,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예산 소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울시가 밝힌 `추진위·조합의 원활한 사업 추진`이라는 기대는 융자 신청 공고 후 발 빠르게 움직인 몇몇 사업장에만 적용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당시 책정했던 정비사업 융자 지원 예산은 총 95억8300만원으로 이는 공문 하달 전 융자를 신청한 18개 추진위·조합의 융자 신청액으로 모두 소진됐다.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정비사업 융자 지원 제도는 공공관리제도하에서 시공자를 선정하지 않은 추진위나 조합이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후로 늦춰 놔 자금줄을 막아 놓은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울분을 토해 냈다.
아울러 서울시가 제시한 융자 신청 제한 조건에 대해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가 발표한 제한 조건을 보면 추진위(원장)·조합(장)의 지위·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에 대해서는 제한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일부 악성 비대위들이 이를 악용해 추진 주체 존립에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이에 시 관계자는 "기존 소송이 진행 중인 곳은 물론 각 지자체에 융자 신청한 시점부터 소송이 진행된 구역들도 융자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만약 융자 신청 이후 소송이 진행된 구역이 최종 판결에서 패소하게 되면 융자 또한 회수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정비사업에 있어 소송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제한 조건에 올리는 것은 서울 관내 상당수 정비사업지에 있어 자금줄을 끊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내부 문서인 `2013년도 정비사업 융자 지원 기준 강화 시달`이라는 공문을 통해 내부적으로 융자 신청 제한 사항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조건을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떠돌았다.
공문에 따르면, 추진위 해산 동의율 25% 이상, 조합 해산 동의율 30% 이상 징구 지역은 융자 지원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몇몇 정비사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해제 요건인 `토지등소유자 과반수`라는 기준과 관계없이 시가 일방적으로 정한 비율로 인해 다수의 사업지에서 자금 조달의 기회마저 원천 봉쇄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의 한 관계자는 "한남뉴타운과 함께 시가 직접 뉴타운 시범 지구로 선정해 놓고는 지금 와서 사업에 발목을 잡는 정책을 펼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시의 불합리한 행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지 4년이 다 돼 가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매몰비용 지원과 융자 신청 기준 강화는 모순된 정책이라 지적했다. 덧붙여 그들은 정비사업의 출구전략을 밀고 나가는 시에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주민들이 불만을 갖자 이를 달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마치 공공관리제 같다며 비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사업 진행 관리를 공공이 지원해 준다는 이 제도가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해제 구역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물은 관(官)이, 책임은 민(民)이?
업체 선정에는 깊숙이 관여하면서 분쟁 조정은 조합 몫?!
과거 공공관리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시가 세부 기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합은 물론 시공자 등 관련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는 시행 4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개선이 미흡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한 매체에 따르면, 시는 공공관리제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했으나, 주택건설협회나 주택협회 등 협회는 물론 구청으로부터 공공관리 업무를 위탁받을 가능성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까지 시공자 선정에 관한 세부 기준과 관련해 서울시로부터 특별한 의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수많은 조합과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세부 기준 마련 과정에서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소통의 부재는 향후 또 다른 논란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공관리제를 시행한 지 2년 만에 불분명한 기준으로 인해 건설업계에 잡음이 끊이질 않아 논란이 됐다. 당시 시공자 선정에 나선 서초구 A아파트 재건축사업은 B건설과 C건설 등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 건설사가 제시한 입찰 제안서의 세부 항목을 놓고 불공정 시비가 붙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B건설이 입찰 제안서 내 `특화 품목`란에 C건설보다 월등히 많은 항목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B건설은 특화 품목으로 20개가 넘는 품목을 제시한 반면 C건설은 5개 항목을 적어내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었다.
조합원들에게 제공하는 `입찰제안서 비교표`에도 위 사항이 그대로 반영됐다. C건설은 조합 측에 이 같은 비교표가 조합원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항의했다. B건설이 제시한 특화 품목 대부분을 자사도 제공하고 있지만, 일반 공사 품목에 포함시켜 제안서에 표기되지 않았다는 게 C건설 측 주장이었다.
논란이 지속되자 조합은 서울시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는 조합이 판단할 문제라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에서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발주자인 조합이 제시한 기준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건설사의 몫이며 최종 결정은 조합에서 내려야 할 사안이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전문가는 "공공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해 현장과 시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보다 명확하고 구체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공이 업체 선정과 같은 `단물`만 취하고, 이주 및 철거와 같은 책임은 민간에 전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공공이 시공자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의 선정에는 열을 올리면서 갈등과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주 및 철거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게 이 같은 주문의 배경이다.
이들은 또 임기 4년의 구청장이 업체 선정 권한을 행사하게 됨으로써 이들이 또 다른 부정부패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공신력 있는 LH 등 공공기관에게 이 권한을 맡기고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공관리제 적용 사업장에 이 같은 갈등과 분쟁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제도 `자율화` 추진에 서울시 `발끈`
틈만 나면 충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한편,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국토부가 주민 선택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나서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2010년부터 지자체가 공공관리제 적용 여부를 직접 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서울시는 사실상 이를 의무 시행하도록 규제했다. 반면, 경기도는 주민 선택제로, 인천시 등 6개 광역시는 아예 공공관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토부가 발언한 지자체의 공공관리제 적용 권한을 없애고 자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서울시를 타깃으로 잡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자치법규인 조례를 통해 정비사업의 뿌리 깊은 문제였던 불법 금품 수수, 불투명한 자금 집행에 따른 주민 갈등 등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관리제를 의무화했는데 이를 중앙정부가 무용지물로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시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국토부에 반대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공공관리제 의무화 필요성을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공공관리제 적용을 주민 자율로 정하면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앞당길 수 있고, 자금이나 전문 인력을 민간 스스로 쉽게 지원받을 수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측은 올해 초 소형주택(전용면적 60㎡ 이하) 공급 비율을 지자체에 위임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데 대해서도 갈등을 겪어 오고 있다. 국토부가 재건축사업에서 소형주택을 20% 이상 의무적으로 짓도록 규제하는 서울시의 권한을 더 이상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시장 수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소형주택을 공급하면 된다고 보는 데 반해 서울시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간 충돌은 필연적으로 시장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정책과 심의 기준 등은 사업 안정성을 저해한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바탕으로 행정부가 만든 법제를 거스를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지자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지자체가 주민들과 좀 더 일상적으로 부딪히며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합리적으로 권한을 나누고 의견을 모아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도 개선-이해관계인 간 합의 모델 구축이 시급!
국토부와 서울시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한쪽에서는 현행 공공관리제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만큼 자율화, 의무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양측이 머리를 맞대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의 도입 취지는 향후 정비사업에 있어 추구해야 할 가치임은 분명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 있어 잊어서는 안 될 사항이 있다. 도시정비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추진해 나가는 일인 만큼 공공관리제를 지자체 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함께 관리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공공관리제하에서는 공공의 개입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면서 분쟁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입자 보상이나 철거에 대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미미하고,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시공자 선정 과정 지원 등 사업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공공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추진위나 조합 등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고 사업 추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 있는 지원을 할 수 있게끔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자체가 시공자 등의 선정 과정에 지나친 개입을 자제하고 앞서 지적됐던 지원이 절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과 더불어 좀 더 실효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곧 지자체가 정비사업에 있어 직접 시행하는 주체가 아닌 한발 물러나 사업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며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모자란 부분은 함께 채워 나가는 이른바 `얼굴 없는 천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 업계는 정부 또한 사업 지연과 같은 문제 발생을 지자체의 잘못으로만 몰고 가기보다는 지자체와 함께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부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지자체가 놓친 부분을 바로 잡아주고 지자체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께 짐을 짊어지는 협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일례로 대다수 추진위와 조합이 공공관리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자금 확보를 들 수 있다. 현 공공관리제는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공공의 재정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공자가 선정돼야 조합이 대여금을 해당 기업 혹은 그를 통해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를 지원하기 위한 시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부족한 자금을 감추기 위해서 인지 시는 공공관리제 융자 지원 요건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시의 재원이 부족하니 그를 숨기기 위해 융자 지원 조건을 더 강화한 것 아니겠냐"며 "시가 융자해준 돈에만 의지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적 문제나 책임을 민관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하며 예산 확보에 대해 지자체는 정비사업 현장의 사업 단계를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예산을 책정해 공평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적 한계를 고려해 지자체에 돈을 대여해주고 사업이 완료돼 분양으로 수익이 나면 지자체가 다시 정부에 돈을 갚는 방향 등 여러 대안을 마련해 정부가 지자체의 숨통을 트여줘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공공관리제가 장기간 사업이 중지된 구역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관리제는 조합장 등의 지위·존립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구역에 대해 융자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사업 진행에 있어 필수적인 자금 조달을 차단하고 있는 것과 같다. 현재 재개발·재건축 등 다수의 정비사업지에는 조합과 추진위의 존재를 놓고 빈번하게 소송이 벌어진다. 결국 이는 사업 지연을 초래하고, 더 심하게는 사업 중단 사태까지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문제 지역을 공공관리제 혜택에서 제외시키지 말고 지자체가 앞으로 나서 중간자 역할을 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조합(장) 등이 총회 소집을 회피하는 경우 지자체에 총회 소집권을 부여하고 ▲구청장이 사업 지연에 따른 재산상 손실 등에 대해 토지등소유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며 ▲조합 임원 유고 시 일정 기간 안에 재선출을 의무화하는 등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주민들 간의 분쟁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공공관리제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강하다는 게 업계 다수 의견이다. 실제로 한 조합원은 "공공관리제가 필요한 이유를 잘 못 느끼겠다"며 "잘나가는 사업에 지자체가 숟가락을 얹은 것 같은 기분이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상태에서 공공관리제 자율화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의 의견 대립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에 업계는 자율화냐 의무화냐의 논쟁보다는 개선을 통해 보다 좋은 제도를 완성해 나가는 게 공복(公僕)으로서의 역할에 보다 잘 부합하는 일이라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도를 잘 닦아 놓으면 자율화를 추진해도 많은 사업지에서는 공공관리제를 알아서 시행할 것이며, 의무화를 추진한다 해도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적당한 공공의 도움으로 인해 사업에 대한 잡음이 줄어 당초 목적이었던 사업의 빠른 진척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등 이해관계인 모두가 도시정비의 지역성과 주민의 재산권, 공공의 공공성, 사업자의 사업성 등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누가 먼저 이행할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