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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에 공공관리제 도입?… 활성화 무드에 찬물 끼얹나
repoter : 이화정 기자 ( boricha04@naver.com ) 등록일 : 2014-06-27 10:03:39 · 공유일 : 2014-06-27 11:49:05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됨에 따라 관련 법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중 하나인 경기도의 `리모델링 공공관리제`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지자체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높이면서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 많은 허점을 드러낸 공공관리제를 리모델링에까지 도입하겠다는 움직임을 두고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도입 추진에 업계 우려 증폭, 시장 혼선… 업계, "정책 일관성 시급"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3월 23일. 경기도에서는 리모델링사업에도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공공관리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공공관리제는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사업 완료 때까지 사업 진행을 지자체 등 공공에서 지원·관리하는 제도다.
도는 지난해 12월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 수요가 도내에서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官)`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25일부터 15층 이상은 최대 3개 층, 14층 이하는 최대 2개 층까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졌다. 기존의 10%였던 세대수 증가 범위도 15%로 5%포인트 증가했다.
대상은 사용검사일로부터 15년 이상 된 공동주택으로, 지난달 말 현재 도내에서만 29만7956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성남 분당이 8만1443가구로 가장 많고 ▲고양 일산 6만6272가구 ▲안양 평촌 4만1451가구 ▲군포 산본 4만482가구 ▲부천 중동 4만409가구 ▲수원 2만7899가구 등이다.
도는 이번 조치로 상당수 정비사업이 재건축 등 전면 철거 방식을 탈피, 리모델링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는 리모델링사업에 대한 관리ㆍ지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공공관리제 도입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리모델링이 기본계획 수립과 안전진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조합설립인가 등 정비사업과 절차 등이 비슷하나 공공관리 근거 규정이 없어 시행 과정에서 혼선이 우려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 역시 경기도보다 앞서 리모델링사업에 공공관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공관리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관리제를 리모델링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으로 모처럼 찾아온 활성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0년 7월 공공관리제가 시행된 후 서울의 재개발·재건축은 크게 위축됐다"며 "사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추가부담금을 대폭 낮추겠다는 취지에 따라 공공관리제가 도입됐지만, 부담은 더 커지고 시간도 오래 걸려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설업계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관`이 개입하면 사업시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리모델링 설계 등 경험을 축적한 건설사가 주민들과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이끌어 가야 하는데 공공관리제하에서는 그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서울시 정비사업장에서는 시공자 선정 시기가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사업시행인가 뒤로 늦춰지면서 이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에 공공관리제가 도입된 후 지난 4년 동안 이를 시행한 곳 가운데 재개발·재건축사업을 끝낸 구역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데 따른 `돈맥경화`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여기에 2011년 취임한 박원순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인해 공공관리제하에서의 재개발은 거의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가 지난 9일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사실상 의무 적용되고 있는 공공관리제를 주민이 자율로 결정하도록 바꿀 예정이라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가 진지한 고민 없이 내던지는 정책들로 사업장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제는 설왕설래하는 모습 대신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때"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리모델링에 필요한 건 뭐? 사업성 제고! 업계, "지원에 앞장선 성남시 벤치마킹하라"
경기도가 공공관리제 도입 추진에 나서자 국토부가 난색을 표했다. 사업 주체의 자율성 저해로 사업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반응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를 통해 일괄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장을 관리하면 주민들에게는 간섭과 통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오히려 지원 기구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편이 더 현실적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 말 주택법 개정을 통해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충분히 마련됐다는 것이다.
시공자 선정 시기 역시 공공관리제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지별로 적절한 입찰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해야 하는 상황에 공공관리제는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꼬집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공자 선정 시 자유롭게 시기 및 방식을 정할 수 있었으나 2011년 조합설립인가 이후 경쟁 입찰 방식으로만 가능하게 됐다"며 "리모델링사업은 지금까지 설계와 시공을 별개로 진행한 적이 없고 기존 구조 및 시공성의 검토 등이 수반되는 특수성이 있어 공공관리제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부작용이 많은 공공관리제를 리모델링사업에 섣불리 적용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성남시에서는 성남시만의 리모델링 3각 지원체계(▲리모델링 지원조례 ▲리모델링 지원센터 ▲리모델링 지원기금)를 만들어 리모델링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각각 상황에 맞는 시범단지를 선정해 선도추진 시범단지 2곳에는 재정 지원 방안인 조합 사업비(필요 금액의 80% 이내), 공사비 융자(총 공사비의 60% 이내), 이차보전(2% 이내 이자 차액 보전) 등을 지원하고, 공공지원 시범단지 4곳에는 조합 설립이나 사업계획(서) 작성에 드는 용역비, 조합장 등 임원 선거에 드는 비용 등을 모두 시가 직접 부담·지원한다.
이 같은 시의 행보에 관내 리모델링 열기는 뜨겁다. 공공의 과도한 개입 대신 지원센터와 함께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는 업계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들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을 개선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친다. 30%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증축 가능 면적에서 수직증축 면적은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15층 이상 건물은 3개 층을 수직증축 하고, 14층 이하 건물은 2개 층만 수직증축 할 수 있게 허용했다. 수직증축분만큼 일반분양이 가능해져 사업성이 높아지면 경기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만큼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재개발·재건축에 이어 새 시장을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절차와 구조적 관점에서 안전 및 보장 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무엇보다 사업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도 아니다. 기존 세대수의 15%까지 일반분양이 가능해졌지만, 재건축 등과 비교해서 3.3㎡당 공사비가 결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일반분양 물량을 얼마나 많이 뽑아내느냐인데 15%의 일반분양만으로 분담금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후 해빙기를 맞은 시장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지자체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23일 성남시에 이어 2번째로 수직증축 리모델링 지원 사업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시는 조합 설립, 시공자 선정 등을 자문할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설치, 주민이 원할 경우 내년부터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움직임이 하나둘씩 커지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한편에서는 리모델링 공공관리제 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물을 보강해 사업을 진행하는 데다 단지별 상황에 따라 수직증축, 수평증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됐다고 해서 무조건 이 방식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아닌데 지자체가 앞다퉈 `지원`이란 이름으로 이를 `관리`하려는 것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시장에 악영향만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다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 수직증축을 포기한 사례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9차는 지난 21일 열린 조합원 총회를 통해 수평증축으로 사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곳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수직증축 방식 도입에 따른 사업계획 변경, 그로 인한 사업 지연과 공사비 증가 등으로 늘어나는 조합원 분담금이 만만치 않은 점과 다수 조합원이 기존 주택보다 넓은 주택에서 거주하고 싶은 의지가 강한 점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진척이 없는 시장 상황에서 리모델링에도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려는 한편의 움직임. 공공관리제도 도입 후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의 전철을 밟으려는 건 아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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