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의 밑바탕이 그려지면 건축·조경·교통 등의 여러 분야가 그 밑바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이렇게 해서 하나의 도시가 건설이 된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여기까지이다. 어떻게 하면 도시를 잘 계획할 수 있을지, 구상할 수 있을지를 교수님의 강의에서 혹은 두꺼운 책에서 배웠다.
약 10년 전 정비회사에 입사를 하였고, 본격적으로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시작하였다. 대학 4년 동안 내가 도시계획 분야에서 배운 것은 정비사업에 있어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비단 내가 졸업한 학교, 학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학교에서 도시계획 전체를 학생에게 가르쳐 주기란 무리가 있다.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에 따른 지식을 몸소 배우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만으로 실무를 익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도 현장에서 정비사업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정비사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은 혼자만의 시간과 두뇌 싸움으로 혼자서 그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몇몇 사람들과의 교류만으로도 일을 끝마칠 수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경우, 그렇게 일을 해서는 사업이 완료되지 않는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만도 1000개가 넘는다. 물론 가족이나 친지, 친구와 동창만으로 그렇게 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을 리는 없다. 또 내가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렇게 많은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화번호의 주인들 특성에 맞게 한 번 분류를 해보자. 성별로, 나이별로, 그것도 아니면 외모별로 분류할 것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의 업무별로 분류할 수 있다. 조합 집행부, 건설사, 건축사사무소, 변호사, 법무사, 공무원, 세무사, 감정평가사, 감리, 엔지니어링, 인쇄·광고업체 등으로 그들의 업무를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협력 업체들이다. 내가 관리를 하였던 사업장만 40여 개가 되니 같은 분야의 협력 업체만 해도 여러 회사를 알아야 했고, 또 알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정비회사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그들의 의견에 부합되는 협력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정비회사는 협력 업체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조합원들이 알기 쉽게, 또 조합원들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지를 분석하여 조합원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정비회사가 사업에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정직하지도 못하다면 조합원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정비업자인 나는 많은 협력 업체를 알고 있고, 그 업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조합 집행부 역시 수많은 협력 업체를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기에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협력 업체들 역시 조합 집행부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조합 집행부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 맞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렇듯 한 사업장에서 정비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나아가 관계를 깨거나 끊거나 하면 정비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므로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는 않지만,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관계를 깬 협력 업체와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모든 협력업체와 조합 집행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조합 집행부를 비롯하여 협력업체 사람들과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 글을 쓰면서 염려가 되는 것이 있는데, 혹여 이런 만남이 `밀실회동`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당히 말하건대, 내가 정비사업을 시작한 이래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만남은 가진 적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그런 만남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언젠가는 꼭 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벌을 받지 않고 나의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나의 일도 유능하게 잘 해 나가고 있다. 또 현재 나의 생활에 내가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으므로 죄를 짓거나 하는 멍청한 행위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비사업이 `사람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정비사업은 같은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시켜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함께 힘써 온 사람들 모두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것이 되고, 또 함께 노력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사업이 우리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기울인 우리의 노력이 우리를 성공시킨 것이라고. 사업의 성공이 우리를 기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업에 성공한 우리들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도시계획의 밑바탕이 그려지면 건축·조경·교통 등의 여러 분야가 그 밑바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이렇게 해서 하나의 도시가 건설이 된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여기까지이다. 어떻게 하면 도시를 잘 계획할 수 있을지, 구상할 수 있을지를 교수님의 강의에서 혹은 두꺼운 책에서 배웠다.
약 10년 전 정비회사에 입사를 하였고, 본격적으로 정비사업 관련 업무를 시작하였다. 대학 4년 동안 내가 도시계획 분야에서 배운 것은 정비사업에 있어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였다. 이것은 비단 내가 졸업한 학교, 학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학교에서 도시계획 전체를 학생에게 가르쳐 주기란 무리가 있다.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일하면서 그에 따른 지식을 몸소 배우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만으로 실무를 익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의 경우에도 현장에서 정비사업을 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정비사업에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은 혼자만의 시간과 두뇌 싸움으로 혼자서 그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몇몇 사람들과의 교류만으로도 일을 끝마칠 수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경우, 그렇게 일을 해서는 사업이 완료되지 않는다. 내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만도 1000개가 넘는다. 물론 가족이나 친지, 친구와 동창만으로 그렇게 많은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있을 리는 없다. 또 내가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고 사람 자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그렇게 많은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전화번호의 주인들 특성에 맞게 한 번 분류를 해보자. 성별로, 나이별로, 그것도 아니면 외모별로 분류할 것인가?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의 업무별로 분류할 수 있다. 조합 집행부, 건설사, 건축사사무소, 변호사, 법무사, 공무원, 세무사, 감정평가사, 감리, 엔지니어링, 인쇄·광고업체 등으로 그들의 업무를 구분 지을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정비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협력 업체들이다. 내가 관리를 하였던 사업장만 40여 개가 되니 같은 분야의 협력 업체만 해도 여러 회사를 알아야 했고, 또 알고 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정비회사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그들의 의견에 부합되는 협력 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즉 정비회사는 협력 업체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조합원들이 알기 쉽게, 또 조합원들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지를 분석하여 조합원들에게 알려 주어야 한다. 정비회사가 사업에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정직하지도 못하다면 조합원들을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정비업자인 나는 많은 협력 업체를 알고 있고, 그 업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그리고 조합 집행부 역시 수많은 협력 업체를 선정하여 사업을 추진하기에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협력 업체들 역시 조합 집행부와 같이 사업을 진행하려면 조합 집행부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 맞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이렇듯 한 사업장에서 정비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나아가 관계를 깨거나 끊거나 하면 정비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는 전문가이므로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는 않지만, 혹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관계를 깬 협력 업체와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모든 협력업체와 조합 집행부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조합 집행부를 비롯하여 협력업체 사람들과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이 글을 쓰면서 염려가 되는 것이 있는데, 혹여 이런 만남이 `밀실회동`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당당히 말하건대, 내가 정비사업을 시작한 이래 오해의 소지가 될 만한 만남은 가진 적도 없을 뿐더러 앞으로도 그런 만남은 가지지 않을 것이다. 죄를 지은 사람은 언젠가는 꼭 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난 벌을 받지 않고 나의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나의 일도 유능하게 잘 해 나가고 있다. 또 현재 나의 생활에 내가 만족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고 싶으므로 죄를 짓거나 하는 멍청한 행위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비사업이 `사람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정비사업은 같은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시켜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함께 힘써 온 사람들 모두 자신의 일에서 성공한 것이 되고, 또 함께 노력한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사업이 우리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기울인 우리의 노력이 우리를 성공시킨 것이라고. 사업의 성공이 우리를 기쁘게 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업에 성공한 우리들이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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