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이화정 기자] 호남 지역에서 임대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운 호반건설(회장 김상열)은 2011~2012년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로 주택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또 작년에는 매출 9584억원으로 성장세(2012년 9301억원 대비 +3.04%)를 이어 갔고, 시장 침체에도 불구 1091억원의 순익을 내 건설업계를 놀라게 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가 2012년 32위에서 24위로 8계단이나 상승한 것은 덤.
이런 호반건설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호반건설의 `흑역사`가 알려지면서 변화 없이는 재개발·재건축의 `샛별`은커녕 `별똥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조합원 마음부터 잡아야 하는데 부실시공 논란 지속
입주민들 "`호반 베르디움`은 발로지움"이라 비아냥
호반건설이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얼굴을 내민 것은 작년 7월 경기 과천시 주공7-2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조합 측은 물론 현장에 참석한 건설사들까지도 호반건설의 등장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은 2010년 들어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만 재건축시장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입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호반건설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기존 신도시·택지개발지구 중심의 주택사업을 재개발·재건축 분야로 확대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일례로 호반건설은 2014년 하반기 경력 사원 채용공고에서 `재개발·재건축 경력 5년 이상인 자`를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시장 진입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건설사의 의지보다는 조합원들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인데,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아파트 하자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호반건설에 조합원들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므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시설물에 대한 하자 민원으로 시끄러웠던 `전북혁신도시 11블록 호반 베르디움(지난해 12월 입주 시작)`을 비롯해 `청라국제도시 호반 베르디움`, `용인 흥덕 베르디움` 등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제보에 따르면 호반 베르디움과 관련된 하자는 ▲거실 크기가 당초 설계 도면보다 작게 시공된 점 ▲거실 아트월 기울어짐 ▲붙박이장 흠집 ▲일부 벽면에 금이 가고 바닥이 들떠 부풀어 오른 점 ▲현관문 번호 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 ▲16가구의 드레스 룸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 발생 등 종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반 베르디움`을 두고 발로 지었다는 의미에서 `호반 발로지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에서 `호반 별로디움`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과정이 복잡할뿐더러 조합원들과의 이해관계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도 하다. 조합원의 마음을 얻어 시공자로 선정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시공자로 선정된 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자 문제로 입주민들과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호반건설이 조합원들과의 관계를 잘 풀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입주민과의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호반건설이 수주 능력에 의심을 받으면서 과연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측은 "하자 관련해서는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라 해당 입주민이나 언론사로부터 숱하게 전화를 받다 보니 일일이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청라국제도시 호반 베르디움`의 경우 입주민 간 갈등이 불거진 곳이라 회사 입장에서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외치던 이면에 `갑의 횡포`가?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이 추구해 왔던 사회 공헌 활동의 이면에 `갑의 횡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아파트 건설사업에서 호반건설의 하도급 업체로 참여했던 전문건설업체 A사가 불공정 하도급 피해를 받았다고 호반건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A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 선정 입찰에서부터 호반건설의 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의 철근 콘크리트 공사 하도급 입찰을 3차례 진행해 최종 낙찰 금액을 1차 입찰에 비해 2억원가량 낮아진 금액으로 결정했다는 것. 여기에 호반건설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해 객관적 기준 없이 몇몇 업체만 응찰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 측은 해당 하도급 업체가 입찰 참가를 거부하면 협력 업체 등록 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받게 돼 있어 하도급 업체 처지에선 많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A사 관계자는 "계약서상에는 도급사와 하도급사가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도급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사항을 정해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협력 업체에서 빼겠다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반발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은 호반건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하도급 업체와의 잡음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한 호반건설을 탓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호반 베르디움`이 `완판` 행진을 이어 가던 배경에 `하도급 업체에 미분양 아파트 떠넘기기`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사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 업체가 구입하도록 압박했다. 호반건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약 직전에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고의 공상 처리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상 처리란 산재 발생 시 사상자의 치료·보상비 등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산재 처리에 비해 업체 측의 금전적 부담이 크지만 고용노동부에 사고 신고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사업 입찰 참여 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어 일부에서 악용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재 처리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사고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추후 참여할 공공 입찰에서 벌점을 받게 된다"며 "불과 1~2점으로 낙찰 유무가 갈리는 만큼 사고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양측의 엇갈린 주장으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각종 구설에 오른 호반건설은 한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기업으로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호반건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조직해 소외 계층 지원, 환경 정화 활동, 문화재 지킴이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또 `기업의 이윤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이념하에 기존 장학재단, 문화재단을 통합한 `호반사회공헌국`을 신설해 장학사업 및 인재 양성, 문화예술 지원사업 등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에 가입하기도 했다.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란 사회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결성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으로,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착한` 이미지가 여러 의혹과 논란으로 빛을 잃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기도 한 김상열 회장의 이면에 이 같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편취한 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불법 분양 광고요? 우리도 하죠"… `윤리경영`은 어디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자행해 온 불법 광고에 호반건설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거리를 뒤덮은 호반건설 등의 불법 분양 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은 3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액수는 작지만 일각에서는 `윤리경영`을 등한시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를 대변해 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에 한 주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을 분양하면서 광주천이 흐르고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자체적으로는 불법 광고물을 내걸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한편, 법을 어기는 경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미분양이 많아 신규 분양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을 기록해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올 들어 분양하는 단지마다 높은 청약률로 불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어 분양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런 호반건설의 이면에 불법 분양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놓은 만큼 입주민들을 보듬고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자연스레 불법 현수막 없이도 완판 신화는 물론 재개발ㆍ재건축 분야에서도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본보의 취재 요청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호남 지역에서 임대아파트를 주로 공급하면서 사세를 키운 호반건설(회장 김상열)은 2011~2012년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로 주택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 잡았다. 또 작년에는 매출 9584억원으로 성장세(2012년 9301억원 대비 +3.04%)를 이어 갔고, 시장 침체에도 불구 1091억원의 순익을 내 건설업계를 놀라게 했다. 시공능력평가순위가 2012년 32위에서 24위로 8계단이나 상승한 것은 덤.
이런 호반건설이 우리나라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재개발ㆍ재건축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준비를 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제 시장에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호반건설의 `흑역사`가 알려지면서 변화 없이는 재개발·재건축의 `샛별`은커녕 `별똥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조합원 마음부터 잡아야 하는데 부실시공 논란 지속
입주민들 "`호반 베르디움`은 발로지움"이라 비아냥
호반건설이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얼굴을 내민 것은 작년 7월 경기 과천시 주공7-2단지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조합 측은 물론 현장에 참석한 건설사들까지도 호반건설의 등장에 적잖이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광주·전남 등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건설은 2010년 들어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지만 재건축시장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비록 입찰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호반건설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기존 신도시·택지개발지구 중심의 주택사업을 재개발·재건축 분야로 확대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일례로 호반건설은 2014년 하반기 경력 사원 채용공고에서 `재개발·재건축 경력 5년 이상인 자`를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의 시장 진입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건설사의 의지보다는 조합원들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한 사업인데,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수년 동안 아파트 하자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호반건설에 조합원들의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므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아파트 시설물에 대한 하자 민원으로 시끄러웠던 `전북혁신도시 11블록 호반 베르디움(지난해 12월 입주 시작)`을 비롯해 `청라국제도시 호반 베르디움`, `용인 흥덕 베르디움` 등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제보에 따르면 호반 베르디움과 관련된 하자는 ▲거실 크기가 당초 설계 도면보다 작게 시공된 점 ▲거실 아트월 기울어짐 ▲붙박이장 흠집 ▲일부 벽면에 금이 가고 바닥이 들떠 부풀어 오른 점 ▲현관문 번호 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 ▲16가구의 드레스 룸 천장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 발생 등 종류도 다양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반 베르디움`을 두고 발로 지었다는 의미에서 `호반 발로지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에서 `호반 별로디움`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과정이 복잡할뿐더러 조합원들과의 이해관계가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기도 하다. 조합원의 마음을 얻어 시공자로 선정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시공자로 선정된 후에도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자 문제로 입주민들과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호반건설이 조합원들과의 관계를 잘 풀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입주민과의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호반건설이 수주 능력에 의심을 받으면서 과연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 측은 "하자 관련해서는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라 해당 입주민이나 언론사로부터 숱하게 전화를 받다 보니 일일이 공식적인 답변을 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또 "`청라국제도시 호반 베르디움`의 경우 입주민 간 갈등이 불거진 곳이라 회사 입장에서 특별히 언급할 부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외치던 이면에 `갑의 횡포`가?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호반건설과 김상열 회장이 추구해 왔던 사회 공헌 활동의 이면에 `갑의 횡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아파트 건설사업에서 호반건설의 하도급 업체로 참여했던 전문건설업체 A사가 불공정 하도급 피해를 받았다고 호반건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A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 선정 입찰에서부터 호반건설의 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의 철근 콘크리트 공사 하도급 입찰을 3차례 진행해 최종 낙찰 금액을 1차 입찰에 비해 2억원가량 낮아진 금액으로 결정했다는 것. 여기에 호반건설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해 객관적 기준 없이 몇몇 업체만 응찰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사 측은 해당 하도급 업체가 입찰 참가를 거부하면 협력 업체 등록 취소 등의 제재 조치를 받게 돼 있어 하도급 업체 처지에선 많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A사 관계자는 "계약서상에는 도급사와 하도급사가 동등한 지위에 있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로는 도급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사항을 정해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며 "이를 거부하면 협력 업체에서 빼겠다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반발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건은 호반건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하도급 업체와의 잡음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달라진 위상에 걸맞게 일 처리를 하지 못한 호반건설을 탓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호반 베르디움`이 `완판` 행진을 이어 가던 배경에 `하도급 업체에 미분양 아파트 떠넘기기`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사 등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 업체가 구입하도록 압박했다. 호반건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약 직전에 `호반 베르디움`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산업재해(이하 산재) 사고의 공상 처리를 강요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상 처리란 산재 발생 시 사상자의 치료·보상비 등을 회사에서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산재 처리에 비해 업체 측의 금전적 부담이 크지만 고용노동부에 사고 신고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에 공공사업 입찰 참여 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어 일부에서 악용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재 처리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에 사고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추후 참여할 공공 입찰에서 벌점을 받게 된다"며 "불과 1~2점으로 낙찰 유무가 갈리는 만큼 사고를 숨기고 싶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양측의 엇갈린 주장으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각종 구설에 오른 호반건설은 한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기업으로서 선망의 대상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호반건설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임직원으로 구성된 봉사단을 조직해 소외 계층 지원, 환경 정화 활동, 문화재 지킴이 등의 활동을 진행해 왔다. 또 `기업의 이윤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 이념하에 기존 장학재단, 문화재단을 통합한 `호반사회공헌국`을 신설해 장학사업 및 인재 양성, 문화예술 지원사업 등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에 가입하기도 했다.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란 사회 지도층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함으로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눔문화` 확산에 앞장서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결성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으로, 1억원 이상 기부 또는 약정할 경우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를 통해 그동안 쌓아온 `착한` 이미지가 여러 의혹과 논란으로 빛을 잃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한 유관 업계 관계자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기도 한 김상열 회장의 이면에 이 같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며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편취한 돈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외치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불법 분양 광고요? 우리도 하죠"… `윤리경영`은 어디로?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자행해 온 불법 광고에 호반건설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파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등 대규모 국제 행사를 앞두고 거리를 뒤덮은 호반건설 등의 불법 분양 광고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호반건설은 32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액수는 작지만 일각에서는 `윤리경영`을 등한시하는 건설사들의 행태를 대변해 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근에 한 주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을 분양하면서 광주천이 흐르고 있어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자체적으로는 불법 광고물을 내걸어 도시 미관을 해치는 한편, 법을 어기는 경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미분양이 많아 신규 분양이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순위 내 청약 마감을 기록해 흥행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올 들어 분양하는 단지마다 높은 청약률로 불패 신화를 이어 가고 있어 분양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다.
그런 호반건설의 이면에 불법 분양 현수막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로 고객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놓은 만큼 입주민들을 보듬고 약속을 지킬 줄 아는 경영 쇄신이 필요하다"며 "그러면 자연스레 불법 현수막 없이도 완판 신화는 물론 재개발ㆍ재건축 분야에서도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본보의 취재 요청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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