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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구룡마을… 등만 터진 채 끝나나
repoter : 이경은 기자 ( ruddms8909@naver.com ) 등록일 : 2014-07-11 10:02:47 · 공유일 : 2014-07-11 13:03:51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서울시와 강남구의 힘겨루기에 녹초가 돼 버린 구룡마을. 구룡마을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1 28만6929㎡에 위치한 무허가 집단 거주지로, 1980년대 서울 올림픽(1988년) 준비의 일환으로 이뤄진 개포동 개발계획에 의해 밀려난 주민들이 구룡산 북사면에 거주하면서 형성됐다. 계획도시로 개발돼 균질한 도시 공간으로 만들어진 강남이지만, 구룡마을은 예외다. 불과 1.3㎞ 떨어진 거리에 있는 `부의 상징`인 도곡동 타워팰리스와 마을 대부분이 합판과 비닐, 스티로폼 등으로 이뤄진 구룡마을의 상반된 모습은 강남의 비극적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개발 걸림돌은 서울시와 강남구?
한때 구룡마을 주민들은 개발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2005년 강남구가 서울시에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한 이후 답보 상태였지만 2011년 4월 서울시의 `구룡마을 공영개발 정비계획(안)` 발표,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 등이 이어지면서 개발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해서다. 당시 주민들은 `공영개발`이 아닌 `민영개발`을 요구하며 항의하기도 했지만, 그해 5월 강남구가 주민등록 등재를 허용하자 주민들은 설렘과 기대로 들떠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업 방식을 두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이 시작되면서 수년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충돌은 2012년 6월 20일 서울시가 제12차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구룡마을의 개발 방식을 `환지방식`으로 조건부 가결시키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는 면적 27만9085㎡에 거주민이 재정착할 수 있는 영구·공공임대 1250가구와 일반분양 아파트 1543가구 등 2793가구와 학교, 공원, 공공 청사 등을 전체 공영개발 방식으로 지으려 했으나, 주민 반발로 인해 민원을 줄이고자 일부 토지를 `환지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7월 서울시는 이 같은 심의 결과를 강남구에 통보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그해 12월 `공영개발`의 취지를 앞세워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2013년 1월 환지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시에 전달한 것. 당시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의 일방적인 `환지방식` 도입을 거부한다"면서 "시의 이 같은 판단은 `공영개발` 취지와 어긋나고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서울시의 개발 방식 변경 과정에서 실정법 위반, 지주들의 투기 및 불법 로비 의혹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도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환지방식`을 가미한 `공영개발`은 법적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다. 당초 `공영개발`을 반대하던 구룡마을 주민들도 강남구청과 구청장 자택 앞에서 "`환지방식`을 찬성한다. 주민 의견을 거스르는 강남구를 규탄한다"며 시위를 벌였고, 구룡마을토지주협의체는 강남구청장 규탄을 골자로 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뜻을 굽히지 않고 서울시를 상대로 "구룡마을 의혹을 해소해 달라"며 공개 질의를 요청했다. 당시 공개질의서에는 ▲환지 인가권과 건축 인허가권이 있는 구청장과 협의하지 않은 이유 ▲개발 방식 변경 시 주민 재공람을 거치지 않은 이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를 구청에 통보 시 일부 `환지방식`이 추가된 것을 일절 언급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목조목 따지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공개 질의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입안권자(강남구청장)와 충분히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는 입장과 함께 1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결과를 구에 통보했고, 이에 대해 구가 하루 뒤 의견을 밝혀온 만큼 논의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구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고 맞섰다.
시는 또한 함께 운영 중인 정책협의체에 조속히 참여해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시와 강남구, SH공사, 마을 주민, 지주(地主) 등은 개발계획 수립을 목표로 2013년 3월 정책협의체를 꾸렸지만, 강남구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자리에 불참하고 있다.
시의 답변에 구는 "무성의한 답변이다", "로비 등과 같은 질문에는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며 2차 공개 질의를 요했고, 지자체의 끝없는 의견 충돌에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정책협의체에 참석하지 않는 신연희 구청장을 직무 유기로 고발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감사원 결과에도 사업은 제자리
끝없는 공방을 이어 가던 서울시와 강남구는 2013년 10월 `구룡마을 개발사업 관리실태`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했다. 당시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감사원 결과가 나오면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달 27일 발표된 감사원 결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여전히 대립 중이다.
감사원은 "강남구는 서울시가 별도 공람 없이 기존 `수용방식` 개발을 일부 `환지방식`으로 바꿔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외형상 하자가 명백하지 않아 무효로 보기는 곤란하다. 특히 `환지방식` 도입을 통해 대지주에게 특혜가 돌아간다는 의혹은 개발사업이 구역 지정 고시까지만 진행된 현 상황에서 특혜 여부를 판단하기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여전히 개발 지연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고 있다. 신연희 구청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 시가 일부 `환지방식`을 통해 대토지 소유주에게 대규모 특혜를 줄 수 있고 행정절차상 문제가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시가 일부 `환지방식`을 포함한 기존 개발계획(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구룡마을 개발 협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강남구가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8월 2일까지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못해 무산되면 이는 서울시 책임이다"고 못 박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수용·사용방식에서 일부 `환지방식`을 혼용한 `개발 방식 변경을 무효로 보긴 어렵다`고 나온 만큼 강남구가 구룡마을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를 지켜봐 온 공직자들도 혀를 내두르기에 이르렀다. 양측의 갈등 양상이 개발 방식을 놓고 벌이던 줄다리기에서 양 지자체장 간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이유에서다.
유관 업계 종사자들 또한 "감사원 결과에도 진전이 없는 사업 진행을 보고 있으면 애초 감사원 의뢰 자체가 의혹 해소가 아닌 개발을 무산시키기 위한 시간 벌기 혹은 명분을 쌓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발표에도 끝나지 않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대립은 결국 개발 백지화까지 거론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구룡마을 주민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시간은 흐르고 주민은 속 탄다!
업계 "이제 그만 절충안 찾아라"
구룡마을 주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자체 간 대립에 속이 타들어 갈 뿐 아니라 소외감마저 느끼고 있다. 주민들은 "실제 개발되면 그곳에 살 사람들은 주민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주민 의견을 들어주는 곳도 없을뿐더러 지자체가 각각 내놓은 안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내용을 찾아볼 수도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특히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실효) 시점(2014년 8월 2일)까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것이란 불안감이 주민들을 짓누르고 있다.
현재 구룡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개발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민영개발`을 주장하는 자치회는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이들은 뭘 몰라서 그런다"고 주장하고 있고,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자치회는 민간 개발 업체의 똘마니"라며 경시하고 있다. 이미 주민들 간의 의사소통은 없어진 지 오래다.
구룡마을을 `공영개발`로 하게 되면 그 수혜가 구룡마을 주민들뿐 아니라 임대주택이 필요한 또 다른 국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공공성 측면에서는 강남구 손을 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판자촌 개발에 대한 좋은 선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영개발`로 하는 것이 맞다. 그런 반면에 `민영개발`은 구룡마을의 개발 이익이 민간사업자에게 돌아간다는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20년 넘게 살아온 주민들의 주거권 보장 측면에서는 더 안정적일 수는 있다. 하지만 주민자치회와 거기에 속하지 않은 주민들 사이의 대립을 풀어 나가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사실 구룡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살 만한 주거 공간`이다. 구룡마을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현재 마을에는 기반시설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싱크대가 세면대고 샤워장이다. 전기도 겨우겨우 공급받아 산다. 불이 나면 몇 십 가구에 옮겨붙는 건 순식간이고, 폭우에도 대책이 없다"며 열악한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영개발`이든 `민영개발`이든 구룡마을 주민들의 거주권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당장 사업 방식만을 갖고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시뮬레이션을 통한 절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공공성을 중시하면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조사에서 100% `수용방식`이 일부 `환지방식`에 비해 개발 이익 환수가 용이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수용방식`을,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일부 `환지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역 지정 해제까지 얼마 남지 않아 주민들은 속이 타고 있는 데 반해 서울시와 강남구 어디에도 구룡마을 개발에 대한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측의 지난한 싸움에 발목이 잡혀 애먼 구룡마을 주민들 속만 터진 꼴인 구룡마을 개발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인 주민이 빠졌다는 지적과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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