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재개발·재건축 현장, “서울시야~ 우리를 부탁해!!”
repoter : 이화정 기자 ( boricha04@naver.com ) 등록일 : 2014-07-11 10:05:48 · 공유일 : 2014-07-11 13:03:52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찬바람은 계속되고 있다.
2012년 초 서울시가 `뉴타운 신(新)정책구상(뉴타운·재개발 수습 방안)`이란 이름의 정비사업 출구전략을 발표한 뒤 당시 관내 실태조사 대상 606개 구역 가운데 지난달 22일까지 196곳이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돌은 쳐내고, 옥은 다듬는` 출구전략이 전자에만 쏠려 있는 형국이라 부동산 경기 침체, 조합원 갈등 등으로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서울시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때아닌 비리 척결 칼날에 규제 완화 훈풍 사라져
업계 "사업성 제고 방안이나 지원책이 우선시돼야"
그동안 서울시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말 그대로 `지지부진`이었다. 그러다 올해 들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재개발·재건축사업들이 속도를 붙이면서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현장 사정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실태조사 후폭풍 등으로 내분에 휩싸이거나 자금 조달에 애를 먹어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곳이 부지기수다. 시공자와의 불화로 공사가 늦춰지거나 입주가 지연되는 곳도 많다.
특히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비리를 근절한다며 팔을 걷어붙인 상태라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시는 지난 5월 관내 46개 조합 등을 대상으로 운영 실태 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시는 사업시행자로부터 ▲운영 규정과 정관 ▲회의 기록 ▲차입 및 공사·용역 계약서 ▲세금계산서 ▲회계·감사보고서 ▲자금 출납 장부 ▲통장 사본 등을 제출받아 1차 서면 조사와 2차 현장 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아울러 조합 등의 비리를 막겠다며 조합 및 추진위의 예산·회계에 관한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서울시 정비사업 조합 등 예산·회계규정」이 주인공이다. 이는 조합 및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자금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회계 투명성 제고와 부조리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 자금 운영과 관련된 오랜 부조리가 쉽게 개선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가 관내 일부 추진위와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을 실시해 자금의 부적정한 집행 사례 등을 적발해 시정 조치하고, 사례 전파를 통해 유사 사례 발생을 막고자 노력해 왔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행처럼 이뤄지는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이 같은 표준 규정을 제정하기에 이른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제정 사항은 ▲추진위 사업자 등록 의무화 ▲예산편성 절차 명확화 ▲예산전용 제한 ▲현금 사용 원칙적 금지 ▲휴일 사용 법인카드 내용 증빙 및 공개 ▲용역 계약 일반경쟁입찰 원칙 ▲업무 추진비 현금→법인카드나 실비 정산 방식 대체 ▲분기별 자금 운영 내역 조합원 서면 통보 ▲회계 처리 기준 표준화 등이다.
서울시는 이번 규정이 강제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 법 개정을 요청한 상태며, 그 이전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의 참여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각 추진위나 조합에서 자발적으로 도입해 적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이처럼 비리 척결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문제는 조합의 내부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재 등을 통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A구역 한 조합원은 "조합 비리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지난 3월 면담을 했는데도 시정된 게 없다"며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 정책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여전히 일부 구역에 `정비사업 닥터`가 운영되고 있고, 법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 수사 의뢰를 하고 있다"면서도 "불합리하지만 법규 위반 사항이 아닐 경우 자치구별로 행정지시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려운 시기에 비리 척결에 나선 서울시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원론적인 입장에서 방향은 맞지만 행정의 우선순위가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옥석 가리기` 후 옥을 다듬기 위해 이뤄져야 할 `당근`은 온데간데없고, `채찍`을 먼저 휘둘렀다는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비리를 막고 업계의 자정 능력을 키우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가이드라인에 반대할 사람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서울시가 사업성 제고 조치보다 먼저 이를 마련한 것에 대해 정비사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업계, 진정한 `공공관리` 주문
오는 15일 도입 만 4년을 맞는 서울시 공공관리제도에 궤도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의 생색내기용 관리가 아니라 사업시행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진정한 관리를 주문하는 업계 이해관계인이 많다.
한 재개발·재건축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그동안 서울시를 비롯해 각 공공관리자(자치구청장)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공공관리제 4년의 현주소"라며 "6·4지방선거에 드러난 박원순 시장 개인에 대한 평가와 달리 공공관리제만큼은 변해야 한다는 게 민심이라는 점을 임기 2기를 맞이한 박 시장은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 전문가는 "공공관리제도는 출구전략과 맞물리면서 도입 취지가 변질됐다"며 "옥석 가리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살아남은` 재개발·재건축 현장에 대한 촉진 방안과 이른바 `매몰비용`과 관련된 보다 실효적인 해법, 그동안 숱하게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한 제도 개선 등이 심도 있게 고민돼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불필요한 개입보다는 적재적소에 선별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현재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사업 규제에 앞장서고 있으면서도 시가 개입하기엔 골치 아픈 사항들에 대해서는 민간의 일이라며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전체 과정은 매우 행정적이고 법적인 일이다. 조합원들 중 이 전체 흐름을 총괄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이런 일을 주민들의 역량만으로 하도록 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나 구는 용적률이나 층수 등을 볼모로 잡은 채 일선 현장을 쥐락펴락하기에 앞서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과 학교 용지 등의 부담을 덜어 달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개발 이익이 나지 않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만큼 공공과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행정기관 등이 지금은 추진위·조합 임원 선거를 관리하고 업체와의 계약을 대행하는 정도의 일만 하고 있다. 앞으로는 조합 임원들의 신상과 전과 유무 등 더 많은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공공이 해당 구역에 포함된 국·공유지만큼의 지분을 갖고 직접 조합원으로 참여해 감사를 맡는 등 적극적 구실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업계 "정책 엇박자도 이제 멈춰야"
한편, 업계 한편에서는 서울시가 정부나 일선 자치구와의 불협화음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책 엇박자에 따른 시장 혼선이 사업시행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먼저 국토부와의 충돌이 가장 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혔다. 양측은 법적상한용적률 허용, 소형평형 의무건설 비율 폐지에 이어 공공관리제 자율화를 두고 올해에만 세 차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의 연이은 힘겨루기로 시장의 혼선이 가중되면서 사업 주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국토부 정책이 바뀌어 심의 기준이 달라지면 지금까지 준비해온 사업을 전면 수정해야 하지만 직접적인 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주택 경기가 침체된 상황인데 어느 장단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충돌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전했다.
구룡마을 개발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강남구와의 관계 개선도 과제다. 강남구는 `수용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토지를 개발한 뒤 토지주에게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주민자치회와 서울시는 개발 초기 자금 부담과 주민 재정착 문제 해결이 어려워 `환지방식`을 일부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와 구가 대립각을 세우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고 내분 조짐마저 감지되고 있다. 개발 무산을 우려하는 주민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가 계속해서 대립할 경우 구룡마을 개발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 결국은 주민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
이에 업계는 개발 방식을 놓고 싸우기에 앞서 시가 진정 시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민선 6기, 박원순 2기`에 들어선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어떻게 변화할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