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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소매물도-동피랑마을 그곳은 나를 불러 발바닥으로 읽게 한다
repoter : 정훈 기자 ( whitekoala@naver.com ) 등록일 : 2014-07-21 16:11:44 · 공유일 : 2014-07-21 20:01:57


[아유경제=정훈 기자] 여행은 무엇일까. 저마다 내리는 정의는 다를 테고, 어떤 여행지를 통해 이전까지 갖고 있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내게는 이번 소매물도(경남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 여행이 그러했다. 어릴 적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비가 많이 내려 고생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다. 소매물도로 떠나는 날 아침,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 탓에 어둑어둑했다. 일기예보도 `주말 전국 곳곳 비`였기에 기대 못지않게 걱정도 됐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했던가. 일상으로 돌아오던 날의 마음은 출발과는 분명 달랐다.
한국에도 풍차가… `바람의 언덕`에서 잠시 돈키호테가 되다!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위치한 `바람의 언덕`은 소매물도로 가기 위한 관문인 저구선착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면 다소 이동하기에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거제까지 오면서 장시간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들르기에는 매력적인 장소다. 이곳에는 이름에 걸맞게 풍차가 있다. 생경한 풍경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풍차가 바람을 품고 천천히 돌아갔다. 비록 순간이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괴물` 그 자체였다.
앞서 먹은 점심이 부족했던 탓인지, 괴물을 보고 나서인지 허기가 졌다. 때마침 재미난 이름을 가진 먹거리가 눈에 띄었다. 바로 `바람의 핫도그`다. 스토리 혹은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면 상품이 팔리지 않는 시대. 특별할 것 없는 핫도그지만 그 이름은 가던 발길마저 되돌리게 만든다.
작은 매물이여, 내가 너를 찾은 게 아니라 네가 나를 부른 것이구나!
소매물도(小每勿島)는 이름 그대로 작다. 당연히 공항이 없다. 내부에 평지가 거의 없어 자동차로 다닐 수도 없다. 저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두 다리로 돌아다녀야 한다.
"젊었을 때 더 멀리 가라" 했던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이면 가는 필리핀 마닐라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차를 탄 뒤, 배까지 타고 가야 하는 소매물도는 어찌 보면 먼 곳이다. 게다가 대부분이 산지이고 길도 험해 쉽고 편한 여행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드디어 배에 몸을 실었다. 섬으로 향하는 동안 군데군데 보이는 섬이 없다면 `망망대해`가 이어졌다. 비구름 탓에 검푸른 바다가 내뿜는 풍경은 압도적이었다. 배가 그리는 하얀 궤적만이 내가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40분 가까이 흘러 소매물도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내내 오르막길인 데다 예약한 펜션에는 무수히 많은 계단들이 손님을 맞고 있어서다.
방에 짐을 풀고 샤워로 땀을 닦아낸 뒤에야 비로소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내가 찾아온 게 아니라, 섬이 나를 부른 것이라는 것을…….
TIP. 저구항에서 소매물도로 가는 배편은 하루 4차례(▲오전 8시 30분 ▲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오후 3시 30분) 운행된다. 운임은 1만1000원. 섬에서 나오는 배도 하루 4차례(▲오전 9시 30분 ▲오후 12시 5분 ▲오후 2시 30분 ▲오후 4시 15분) 운항되니, 애인과의 `로맨스`를 꿈꾸는 `늑대`와 `여우`들은 참고하길!
소매물도의 보물 `등대섬`… 너, 어디까지 바라봤니?
진나라 서복도 반한 `통영 8경`의 으뜸… `그림`이로다!
소매물도 여행의 `노른자`는 단언컨대 등대섬이다. 이곳은 썰물 때 이른바 `바닷길`이 열린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현상 덕택에 걸어서 섬까지 갈 수 있다. 물때를 맞춰야 해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고 출발하는 게 좋다.
소매물도마을에서 탐방로(소매물도 등대길 6구간ㆍ대부분 산길)를 따라 약 2.7km를 2시간가량 걷다 보면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땀은 물처럼 등줄기를 따라 흐른다. 우거진 수풀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구름과 바위섬들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풍경이 없었다면, 고생길이 되었으리라.
이번 여행의 꽃이 등대섬이라면, 꽃 중의 꽃은 탐방로 중간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는 게 아닐까. 왼편의 기암절벽과 오른편의 녹지가 서로 잘났다고 뽐내는 모양새가 눈에 띈다. 하얀 등대가 마치 심판인양 중간에 서서 둘의 경쟁을 지켜보는 듯하다.
그 옛날 중국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찾아 이곳에 왔던 서복(서불)이 반할 만한 풍경이었다. 서복이 실제로 불로초를 찾아 이곳에 온 것인지, 한편의 주장대로 `망명길`에 이곳에 들른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곳 `글씽이굴`에는 `서불과차(徐市過此, 서불이 이곳을 지나갔다라는 뜻)`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고 한다.
그와 상관없이 등대섬은 `통영 8경`의 하나로서 두 다리가 멀쩡할 때 꼭 한 번 들러 가슴에 담아야 할 한국의 비경이자 우리의 자랑이라는 점은 이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의 나그네` 고(故) 김찬삼의 제자이자 고등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교사 김재민은 "여행지를 읽는 것은 눈이 아니라 발바닥"이라 했다. 등대섬을 찾아가는, 정확히는 등대섬을 담은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야 말로 그의 말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그런 여정으로 손색이 없다.
TIP.`통영 8경`은 등대섬을 비롯해 ▲연화도 용머리절벽(통영시 욕지면) ▲사량도 옥녀봉(거제시 아주동) ▲남망산공원(통영시 동호동) ▲제승당 앞바다(통영시 한산면) ▲달아공원 석양(통영시 산양읍) ▲통영대교 운하야경(통영시 미수동) ▲미륵산에서 본 한려수도(통영시 봉평동) 등을 말한다.
그곳에 가면 사람이 있고, 사랑이 흐른다?!
여행의 `별책부록` 통영 동피랑마을을 가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예상치 못한`, `뜻밖의` 일정 아닐까. 이번 여행에서는 소매물도에서 예정보다 2시간 넘게 일찍 배를 타고 저구선착장에 도착한 덕분에 들르게 된 `동피랑마을(통영시 동호동)`이 그러했다.
통영의 대표적인 어시장인 중앙시장(통영시 중앙동) 부근에 자리한 이 마을의 이름은 `동쪽`과 `비랑`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피랑은 비랑의 통영 사투리다.
2007년부터 그려진 갖가지 벽화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곳은 이후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통영의 새 명소로 떠올랐다.
언덕길을 따라 들어선 마을에는 초입부터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들과 온 가족 단위 관광객이 부쩍 많았다. 담벼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아이들은 그를 보며 웃는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어른들도 이곳을 찾나 보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소매물도에서 맡기 힘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겼다.
특히 한 그림 위에 적힌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일을 자신의 일보다 우선시하는 거야"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각났다. 그들이 보고 싶어졌고, 그리워졌다.
이번 여행의 `별책부록` 같은 이곳에서, `힘이 들다`는 핑계로 잊고 있던 뭔가를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동피랑마을은 시간이 나면 들러야 하는 곳이 아니다. 이곳 역시 시간을 내서 들러야 하는, 훌륭한 도보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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