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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 득일까? 실일까?
repoter : 이경은 기자 ( ruddms8909@naver.com ) 등록일 : 2014-08-08 09:41:23 · 공유일 : 2014-08-08 13:03:46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과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나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와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 및 민영주택 건설시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 등이 그에 속한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향후 주택시장 내 자율성 확대 및 주택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형주택 건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달리 각 지자체에서 만들어 놓은 조례로 인해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보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에 대해 상세히 들여다봤다.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역행… 소형주택 공급 부족 야기할 수도
1978년 전용면적 85㎡ 이하 건설 시 소형주택 비율을 주택 총면적 기준으로 40% 이상 공급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처음으로 도입된 소형주택 의무 공급제도는 주택을 건설할 때 의무적으로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로 건설하도록 한 제도다.
지난 6월 12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300가구 이상 민영주택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건설해야 하는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 규모별 공급비율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시행(2014년 6월 13일)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토부는 최근 소형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규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반해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가 과연 최근 추세를 반영한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 수는 488만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의 1/4에 달한다. 이는 2000년 226만가구, 2010년 347만가구와 비교해 봤을 때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2010년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흔한 형태였던 4인 가구 비중을 앞지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원인에 대해 ▲개인주의 확산 ▲여성의 정체성 강화 ▲홀로 사는 노인 증가 ▲이혼 증가와 혼인율, 출산율 감소 등을 뽑았다. 더불어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1~2인 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한다는 것은 최근 추세와는 맞지 않는 역발상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만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서민의 주거 불안정 해소와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위해 정비구역 내 소형주택 확대 공급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마당에 오히려 소형주택 공급비율을 폐지하는 게 시기와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4월 전국 세입자협회는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는 세입자의 주거권을 크게 악화시키는 결정"이라며 이를 반대하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당시 세입자협회는 "정부의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 방침은 부동산 부자와 건설업체를 위한 정책으로서 이는 곧 1~2인 가구와 저소득 가구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라며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 방침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덧붙여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등 최근 정부가 내놓는 규제 완화 정책은 모두 강남에 특정된 문제로, 결국 강남에 대형평형만 짓고 전세가를 올려서 부유층만 거주하는 `그들만의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폐지 방안을 꼬집었다.
정부의 `나홀로` 규제 완화… 실효성 있을까?
사업 인허가권 쥔 지자체는 `모르쇠`… 풍선효과 우려
지난 2월 20일 국토부가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와 함께 현재 지자체들이 각각 조례로 규제하고 있는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하고 나서면서 시작된 지자체와의 갈등은 또 다른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중소형주택만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는 곳이 생길 만큼 소형주택 위주로 시장이 돌아간다. 하지만 지자체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직되게 운영하다 보니 사업 진행이 제대로 안 된다"고 밝혔다. 주택시장에 중소형주택 선호 현상이 강한 만큼 규제가 없어도 소형주택 공급에 차질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반면 서울시 등 지자체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는 정부 혼자 진행하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자체는 정부의 조례 위임 폐지 결정이 지역적 특성에 맞게 주택 공급을 조절해야 하는 지자체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더불어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 위주로 건설할 경우 소형주택 부족 현상이 빚어져 서민들의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시는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이나 건설사들이 사업성만을 고려해 소형주택을 줄일 수 있고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 수요가 많은 곳에서는 중대형 위주의 주택이 늘어나 서울 강북 등 다른 지역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지자체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소형주택 공급 규제를 풀었을 때 그나마 지자체가 조례로 규제해왔기 때문에 소형주택 공급이 유지된 것이다. 정부 주장대로 시장에서 알아서 소형주택이 잘 공급된다면 굳이 규제를 둘, 또 굳이 그걸 폐지할 필요도 없지 않냐"며 "이번 규제 완화는 사실상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을 위한 것으로 분권에 근거한 지자체의 자율성과 도시 관리 기능을 침해하는 조치"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여기에 추후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이 폐지된다 해도 사업 인허가권을 손에 쥐고 있는 지자체가 순순히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와 협의 없이 정부 홀로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할 경우 추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때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 짓는다는 조건을 거는 `조건부가결`을 통해 암암리에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제도를 이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추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내세울 경우, 이 과정에서 협상 지연과 로비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정부와 지자체 간의 부족한 소통을 꼬집는 대목이다.
정부·건설사·조합의 기대는 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폭넓은 의견 수렴-심도 깊은 후속 조치 필요
한편 정부는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로 인해 주택시장 자율성 확대 및 주택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과거와 같은 주택가격 상승 추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기존에 발표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 정책들과 함께 주택시장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최근 중소형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지역별로 실수요층에 맞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건설사들과 재건축 조합 또한 쾌재를 부르고 있다. 중대형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로 인해 소형주택 건설 비중을 줄이거나 없앤 부분을 중대형주택으로 메꿔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서민 주거 안정과 인구구조 역피라미드 시대를 위한 안전장치라는 가치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대형주택의 가격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주택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가 증가한 만큼 중소형주택의 ㎡당 가격 상승폭은 85㎡ 초과 주택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폐지하면 소형주택 공급이 줄어들게 되고 결국 이는 저소득층이나 서민의 주택 마련 기회를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는 서민들에게 저렴한 분양가의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당초 취지를 없애는 조치다. 지자체와 재건축사업의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친 뒤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추후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부동산 침체로 인해 소형주택 선호도가 높은 편이지만, 추후 부동산 시장이 과거처럼 활성화하면 다시 건설사들과 조합 측이 중대형 위주로 아파트를 신축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추후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높아진 소형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량은 달리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 폐지를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지자체 및 유관 업계 관계자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업별 환경에 맞는 주택 규모 공급 기준의 유연화 등 서민 주거 안정 도모에도 힘써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조치를 내놓을지에 눈과 귀가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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