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정훈 기자] 개발 방식을 놓고 지난하게 이어졌던 서울시와 강남구의 줄다리기가 구룡마을(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28만6929㎡) 도시개발사업을 수렁으로 빠뜨렸다. 양측의 충돌로 시간이 허비되는 사이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실효, 사실상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4일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안)`을 고시했다. 이를 통해 시는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하지 않는 경우 그 2년이 되는 날 다음 날에 구역 지정이 해제된 것으로 보는 법에 의거, 구역 지정 해제를 고시한다"고 밝혔다.
「도시개발법」 제10조제2항은 `제4조제1항 단서(개발계획을 공모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한 후에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음)에 따라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한 후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규정된 날의 다음 날에 도시개발구역의 지정이 해제된 것으로 본다`면서 제1호에 `도시개발구역이 지정·고시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2년이 되는 날`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의 용도지역 등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전 상태로 환원됐다. 동시에 구역 지정 당시 예상됐던 `2014년 10월 착공-2016년 12월 준공`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관관(官官) 갈등으로 지난 2년간 개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채 개발이 백지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거주민의 재정착을 실현한다는 원칙하에 강남구와 협의, 도시개발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강남구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가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 정신 못 차리는 두 `고래`
시 "일부 환지방식" vs 구 "수용방식"… 주민은 어쩌라고
오랫동안 개발 논의만 무성했던 점에 비춰 볼 때 구역 지정 해제보다 더 큰 문제는 시와 구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양측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구역 재지정을 추진해 개발이 진행될 수 있지만 이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 3일 서울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 2년여 간 서울시, 거주민·지주 대표, 전문가, SH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운영, 이를 통해 SH공사의 개발계획(안)을 마련해 강남구에 두 차례에 걸쳐 제안했으나 강남구가 이를 모두 거부(▲지난 6월 12일 제안, 16일 반려 ▲지난 7월 1일 제안, 2일 반려)한 결과 구역 지정이 해제되기에 이르렀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구에 돌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지난달 말 강남구가 시에 공문을 통해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추진을 촉구한 데 대한 일종의 면피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발계획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기까지 주민 공람에 필요한 시일이 14일인 점을 고려할 때 구가 시에 공문을 보낸 행위 자체와 그 시점이 구역 지정 해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는 게 시 측의 판단이다.
더욱이 양측의 갈등은 이미 봉합하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감사원 감사 청구를 넘어 상대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져서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28일 강남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지연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과 SH공사 관계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의 갈등은 사업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100% 수용방식을 통한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강남구와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자는 서울시 간 접점 찾기는 난제 중의 난제다.
먼저 수용방식은 도시개발사업 시 국가 및 지자체 등의 사업시행자가 `협의매수` 또는 `수용(거두어들여 사용함)`의 방법으로 사업지구 내 토지를 전부 취득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공적 주체가 토지를 전부 취득하기 때문에 종전 토지 소유자의 권리는 모두 소멸된다.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사업시행자의 의도대로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와 달리 환지방식은 도시개발사업에서 수용한 토지의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 구역 내 조성된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 방식을 도입할 경우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주민들이 입주할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이 방식이 특정 지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서울시 고시 제2012-206호) 등에 따르면 이 당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개발 방식은 사용·수용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환지방식의 수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지방식의 도입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강남구는 과거 구가 시에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을 때 시가 `투기 세력 차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거절했으면서 말을 바꿔 사업을 답보 상태로 밀어 넣었다고 비난했다. 또 시가 인가권자인 강남구(청장)에 사업시행 방식의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들며 시가 민선 자치구청장을 무시하고 지방분권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 `특혜 의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구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구가 사업 추진을 위한 정책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되레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는 시가 환지 규모를 지속적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특혜 의혹을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구에 따르면 시는 ▲2012년 12월 5만8420㎡ ▲2013년 3월 5만4000㎡(전체 구역 면적의 약 18%) ▲2013년 10월 전체 구역 면적의 약 9% ▲2013년 12월 전체 구역 면적의 10% 이내 ▲2014년 6월 기존 규모에서 2~5%포인트 축소 등 환지 규모를 지속적으로 바꿨다.
또 다른 논란… 일부 지주 "자체 민영개발 추진"
업계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고래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는 스스로 살길을 찾는 분위기다. 몇몇 토지 소유주들이 자체적으로 조합을 설립해 `민영개발`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는 강남구에 `민영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토지 소유주의 동의율은 75%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가 별다른 사유 없이 이를 반려할 경우 협의회 측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개발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 같은 제안을 구가 4차례나 거부한 전례가 있어서다. 결국 서울시와 강남구, 두 고래의 화해와 협의를 통한 합의점 모색이 늪에 빠진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살리는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이에 업계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시와 구에 주문한다. 개발 주도권을 놓고 다투기에는 너무 많은 시일이 허비됐고, 구룡마을의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거주민들이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목소리만 들리고 실제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며 "이미 서울시 고시로 구역 지정 해제가 이뤄진 만큼 이를 계기로 과연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돌아본 뒤 해당 사업이 시행돼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큰 이해관계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명확해지면 그에 걸맞은 사업 방식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도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책 혹은 개발의 목표 계층이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구룡마을 개발은 단순히 판자촌 주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영개발`로 가기에도 무리가 있고, 지주의 사유재산권을 위한다는 이유로 `민영개발`을 취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이유 탓에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정상화 혹은 재추진을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1100가구에 달하는 전체 주민 가운데 `도시개발`의 혜택이 돌아가야 할 대상을 솎아 내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에 주민등록이 등재된 1092가구 중 저소득층은 187가구에 불과하다. 도시개발의 목적 중 하나는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도시개발법 제1조)`이다. 이 같은 목적만 놓고 보면 대토지 소유주를 위한 `민영개발`보다는 `공영개발`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공공복리`가 사회 구성원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또 특혜 의혹만으로 이를 우려해 도시개발의 또 다른 목적인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지 소유주 일부가 구청에 토지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았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어찌 됐든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서울시와 강남구라는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즉 마을 주민들이다. 양측의 싸움으로 도시개발구역 지정의 효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갈등은 둘에게도 무의미하다. 이제는 등이 터진 새우의 상처를 돌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에 두 고래가 귀를 기울일지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아유경제=정훈 기자] 개발 방식을 놓고 지난하게 이어졌던 서울시와 강남구의 줄다리기가 구룡마을(서울 강남구 개포동 567-1 일대 28만6929㎡) 도시개발사업을 수렁으로 빠뜨렸다. 양측의 충돌로 시간이 허비되는 사이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실효, 사실상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4일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 해제(안)`을 고시했다. 이를 통해 시는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하지 않는 경우 그 2년이 되는 날 다음 날에 구역 지정이 해제된 것으로 보는 법에 의거, 구역 지정 해제를 고시한다"고 밝혔다.
「도시개발법」 제10조제2항은 `제4조제1항 단서(개발계획을 공모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에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할 때에는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한 후에 개발계획을 수립할 수 있음)에 따라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한 후 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규정된 날의 다음 날에 도시개발구역의 지정이 해제된 것으로 본다`면서 제1호에 `도시개발구역이 지정·고시된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2년이 되는 날`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룡마을의 용도지역 등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전 상태로 환원됐다. 동시에 구역 지정 당시 예상됐던 `2014년 10월 착공-2016년 12월 준공`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관관(官官) 갈등으로 지난 2년간 개발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한 채 개발이 백지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도시계획국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구룡마을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거주민의 재정착을 실현한다는 원칙하에 강남구와 협의, 도시개발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라며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강남구도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가지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 정신 못 차리는 두 `고래`
시 "일부 환지방식" vs 구 "수용방식"… 주민은 어쩌라고
오랫동안 개발 논의만 무성했던 점에 비춰 볼 때 구역 지정 해제보다 더 큰 문제는 시와 구의 갈등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양측의 합의만 이뤄진다면 구역 재지정을 추진해 개발이 진행될 수 있지만 이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게 유관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지난 3일 서울시는 보도 자료를 통해 "2012년 8월 2일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 2년여 간 서울시, 거주민·지주 대표, 전문가, SH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운영, 이를 통해 SH공사의 개발계획(안)을 마련해 강남구에 두 차례에 걸쳐 제안했으나 강남구가 이를 모두 거부(▲지난 6월 12일 제안, 16일 반려 ▲지난 7월 1일 제안, 2일 반려)한 결과 구역 지정이 해제되기에 이르렀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구에 돌리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지난달 말 강남구가 시에 공문을 통해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추진을 촉구한 데 대한 일종의 면피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개발계획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하기까지 주민 공람에 필요한 시일이 14일인 점을 고려할 때 구가 시에 공문을 보낸 행위 자체와 그 시점이 구역 지정 해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는 게 시 측의 판단이다.
더욱이 양측의 갈등은 이미 봉합하기 힘든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감사원 감사 청구를 넘어 상대를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져서다.
이보다 앞선 지난 7월 28일 강남구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지연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과 SH공사 관계자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이 사업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로비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양측의 갈등은 사업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다. 100% 수용방식을 통한 `공영개발`을 주장하는 강남구와 일부 환지방식을 도입하자는 서울시 간 접점 찾기는 난제 중의 난제다.
먼저 수용방식은 도시개발사업 시 국가 및 지자체 등의 사업시행자가 `협의매수` 또는 `수용(거두어들여 사용함)`의 방법으로 사업지구 내 토지를 전부 취득해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공적 주체가 토지를 전부 취득하기 때문에 종전 토지 소유자의 권리는 모두 소멸된다. 사업 기간이 단축되고 사업시행자의 의도대로 개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와 달리 환지방식은 도시개발사업에서 수용한 토지의 소유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 구역 내 조성된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이 방식을 도입할 경우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거주민들이 입주할 임대아파트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이 방식이 특정 지주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도시개발구역 지정 고시(서울시 고시 제2012-206호) 등에 따르면 이 당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개발 방식은 사용·수용방식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환지방식의 수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환지방식의 도입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시작됐다. 강남구는 과거 구가 시에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을 때 시가 `투기 세력 차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거절했으면서 말을 바꿔 사업을 답보 상태로 밀어 넣었다고 비난했다. 또 시가 인가권자인 강남구(청장)에 사업시행 방식의 변경에 대한 어떠한 협의나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들며 시가 민선 자치구청장을 무시하고 지방분권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서울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 `특혜 의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구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구가 사업 추진을 위한 정책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며 되레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구는 시가 환지 규모를 지속적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특혜 의혹을 부르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구에 따르면 시는 ▲2012년 12월 5만8420㎡ ▲2013년 3월 5만4000㎡(전체 구역 면적의 약 18%) ▲2013년 10월 전체 구역 면적의 약 9% ▲2013년 12월 전체 구역 면적의 10% 이내 ▲2014년 6월 기존 규모에서 2~5%포인트 축소 등 환지 규모를 지속적으로 바꿨다.
또 다른 논란… 일부 지주 "자체 민영개발 추진"
업계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편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고래의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는 스스로 살길을 찾는 분위기다. 몇몇 토지 소유주들이 자체적으로 조합을 설립해 `민영개발`을 추진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는 강남구에 `민영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토지 소유주의 동의율은 75%를 넘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가 별다른 사유 없이 이를 반려할 경우 협의회 측이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개발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 같은 제안을 구가 4차례나 거부한 전례가 있어서다. 결국 서울시와 강남구, 두 고래의 화해와 협의를 통한 합의점 모색이 늪에 빠진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을 살리는 유일한 해법인 셈이다.
이에 업계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시와 구에 주문한다. 개발 주도권을 놓고 다투기에는 너무 많은 시일이 허비됐고, 구룡마을의 주거환경은 더욱 열악해져 그 피해를 고스란히 거주민들이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서울시와 강남구의 목소리만 들리고 실제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며 "이미 서울시 고시로 구역 지정 해제가 이뤄진 만큼 이를 계기로 과연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돌아본 뒤 해당 사업이 시행돼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큰 이해관계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명확해지면 그에 걸맞은 사업 방식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도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책 혹은 개발의 목표 계층이 누구인지를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구룡마을 개발은 단순히 판자촌 주민을 위한다는 이유로 `공영개발`로 가기에도 무리가 있고, 지주의 사유재산권을 위한다는 이유로 `민영개발`을 취하기에도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이유 탓에 서울시와 강남구가 합의점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의 정상화 혹은 재추진을 위해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개가 아니다. 무엇보다 1100가구에 달하는 전체 주민 가운데 `도시개발`의 혜택이 돌아가야 할 대상을 솎아 내는 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구룡마을에 주민등록이 등재된 1092가구 중 저소득층은 187가구에 불과하다. 도시개발의 목적 중 하나는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도시개발법 제1조)`이다. 이 같은 목적만 놓고 보면 대토지 소유주를 위한 `민영개발`보다는 `공영개발`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공공복리`가 사회 구성원 전체에 공통되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또 특혜 의혹만으로 이를 우려해 도시개발의 또 다른 목적인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을 등한시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관계 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토지 소유주 일부가 구청에 토지의 원상회복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돌았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어찌 됐든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서울시와 강남구라는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즉 마을 주민들이다. 양측의 싸움으로 도시개발구역 지정의 효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갈등은 둘에게도 무의미하다. 이제는 등이 터진 새우의 상처를 돌봐야 할 때라는 목소리에 두 고래가 귀를 기울일지 업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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