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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리모델링, 이대로 괜찮을까요?
repoter : 이화정 기자 ( koreaareyou@naver.com ) 등록일 : 2014-08-29 10:10:16 · 공유일 : 2014-08-29 13:03:42


[아유경제=이화정 기자] 작년 4·1부동산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의 허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주택법 시행령」,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지난 4월 25일부터 시행됐다. 이로 인해 15층 이상 건물은 3개 층을, 14층 이하 건물은 2개 층을 수직증축 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정부는 안전성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직증축 허용을 갑작스레 추진했다. 수직증축 허용으로 일반분양분이 늘어나 사업성이 높아지면 경기 활성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도 잠시. 곳곳에 수두룩한 암초들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에 드리워진 어둠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다.
강화된 일조권 규제 탓에 사업 `브레이크`
10가구 중 1가구는 추진 못해… 추가 공급 세대수도 많지 않아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 추진 시 장애물로는 일조권 규제가 불확실한 사업성 못지않게 많이 꼽혔다. 기존 높이보다 최대 3개 층을 위로 올리면 주변 지역 일조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일조권 규제를 강화하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일조권 규제로 인해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 추진이 불가능한 아파트는 전체 검토 대상(126만6895가구)중 약 10%(12만8832가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지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일조권 규제로 인해 수직증축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성 차원에서 본 입지 분석 결과 현 시점에서 사업 추진이 용이한 자치구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포함해 한강변 주변부, 도심 지역이라는 게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설명이다. 장래 사업 가능성이 기대되는 자치구는 한강변 주변부와 노원구 일부 지역이다.
이를 제외한 한강변에 근접하지 않은 비강남권, 동북권, 북서북권, 서남부권 등은 수직증축이 곤란한 곳이라고 판단돼 정부가 마련한 맞춤형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사실 건설업계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일조권 규제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다.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에 앞서 지난해 5월 아파트 높이 증가로 인해 인접지에 일조권 분쟁이 생기는 것을 막겠다면서 리모델링사업 시 적용되던 일조권 완화 특례 조항을 없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조권 규제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허용된 수직증축 리모델링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단지 인근에 주거지가 없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리모델링사업을 진행 중인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북 방향이라도 단지와 접한 부분에 상가나 공공시설 등이 있다면 일조권에 별 영향이 없어 규제가 불필요하다. 현 상황에서는 소규모 단지는 물론 대단지 중에서도 사업성 확보가 힘든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일조권 규제 강화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는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관 업계 한 전문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 측면에선 리모델링 관련 법, 행정적 측면에서는 리모델링 지원책이 보완돼야 사업 추진이 원활히 이뤄질 것"이라며 "일조권 규제 강화 시점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건축심의를 거쳐 최소한 준공 당시 규정 내에서 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 아파트 가운데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추가로 공급될 수 있는 세대수가 최대 약 3만3500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증축으로 늘어나는 세대수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최근 서울연구원의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 증축 허용에 대응한 서울시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 가능지에서 추가로 공급될 수 있는 아파트는 2만4474가구로, 장래 사업 가능지를 포함하면 3만3527가구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사업성을 바탕으로 3.3㎡당 1800만원 이상인 대단지를 `현재 사업 가능지`로, 3.3㎡당 1600만원 이상이면서 역세권 500m 범위 내 있는 단지를 `장래 사업 가능지'로 구분했다.
서울 시내 리모델링 검토 대상 아파트 3100개 단지 126만6895가구 중 수직증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2014년 기준 530개 단지에 42만4855가구다.
사업 가능지 선정 기준은 ▲준공 후 15년 이상 경과된 단지 ▲일조권 규제하에 10% 이상 세대수 증가가 가능한 단지 ▲용적률 규제하에 수직증축이 가능한 단지 ▲일반주거지역을 고려해 기존 용적률이 400% 이하인 단지 등이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84개 단지 10만3477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10년 뒤 2024년 예상 가능지는 88개 단지 7만7637가구로 줄어든다. 리모델링 대상지 중 다수가 재건축 대상지로 전환돼서다.
안전성·수익성 문제까지 발목 잡아
아파트 60% 내진설계 미비… 시세 차익 가능한 단지도 제한적
최근 아파트 60%가량이 내진설계가 미비하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위험하다는 서울시 산하 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내 내진설계 기준이 도입된 1988년 이전에 건립된 아파트 단지는 이대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면 구조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시내 3100개 아파트 단지 126만6895가구 중 내진설계 기준이 없는 곳은 508개 단지 33만8632가구이며, 내진설계 기준이 미흡한 곳은 1407개 단지 56만1562가구에 달한다.
유관 업계는 "내진설계 기준이 없던 1988년 이전에 건립된 아파트는 건물의 구조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라며 "구조 보강이 가능하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그렇지 않다면 재건축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가 불거진 뒤라 논란이 더해지고 있다.
한 유관 업계 전문가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무리한 증축으로 발생한 참사였다는 점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역시 안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해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 정도를 제외하면 대형 건설사들도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사업을 접은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사업 완료 사례가 없고 재건축에 비해 준비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성공 사례가 나오고 시장이 활성화된 후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하나의 걸림돌로 끊임없이 제기되는 수익성 문제가 있다. 준공 후 15년이 지난 서울 시내 아파트 1437개 단지 중 강남3구에 있는 293개 단지 17만8000여가구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할 때 어느 정도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앞서 말한 `아파트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에 대응한 서울시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후 늘어난 세대수를 3.3㎡당 2000만원 이상 가격으로 분양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에 한해 주민 부담금을 낮추고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사업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수직증축 후 15% 늘어난 세대수를 3.3㎡당 2000만원 이상으로 일반분양 하면 수직증축은 수평증축 때보다 주민 부담금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분양가가 일정 정도 이상이 돼야 분담금을 줄이고 투자 효과를 낼 수 있다.
최근 시공자를 선정한 경기 성남시 매화마을1단지의 경우 일반분양가가 3.3㎡당 1500만원일 경우 가구당 분담금은 약 1억2000만원이다. 여기서 분양가가 3.3㎡당 100만원이 올라가면 분담금은 500만원씩 줄어든다. 이 단지가 위치한 야탑동 아파트의 3.3㎡당 시세는 1366만원으로 리모델링 이후 신규 아파트 공급 및 브랜드 등의 프리미엄으로 분양가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또 다른 유관 업계 관계자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으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3.3㎡당 분양가가 1600만원 이상 돼야 한다"며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할 때 차익을 낼 수 있는 단지는 일부에 그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상황 탓에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꺼낸 회심의 카드 중 하나였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지만 사업 진행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조합을 설립해 인가를 받은 곳은 매화마을1단지와 한솔마을5단지(성남시) 2곳이다. 두 아파트는 성남시가 선정한 시범 단지로 설계안을 확정하고 시공자를 선정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만, 나머지 아파트들은 1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없는 상태다.
한솔마을5단지의 한 주민은 "입주민 분담금이 가구당 최소 1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그 정도 투자 가치가 있는지, 골조를 그대로 두고 증축을 해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로 주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리모델링사업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가 리모델링사업을 전담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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