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뉴스

경제 > 부동산
기사원문 바로가기
폐지 기로에 선 ‘분양가상한제’ 무엇이 문제인가
repoter : 이경은 기자 ( ruddms8909@naver.com ) 등록일 : 2014-08-29 10:16:53 · 공유일 : 2014-08-29 13:03:44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최근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는 물론 분양가상한제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폐지를 두고 찬반 의견이 갈려 폐지를 담은 법안은 2012년 9월 발의된 이후 2년째 국회 문턱만 맴돌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일 뿐… 폐지해도 주택가격 상승 없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등 분양가를 산정할 때 택지비용과 기본형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더해 건설사가 분양가를 정하면 지자체 심의를 받아 최종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과열되자 시장 안정화를 위해 2005년 정부가 조성하는 공공택지에 건축되는 아파트에 처음 도입됐으며 2007년에는 민간택지에도 전면 적용되면서 분양가 상승 억제 등 긍정적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주택 공급이 충분하고 미분양 발생 등 주택시장이 침체된 현시점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과 함께 이 제도로 인해 외려 시장 침체와 주택 품질 하락, 건설사 부도 등의 문제가 발생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제한함에 따라 주택의 품질이 저하됐다는 얘기다. 표준화된 가격 산정 체계가 적용돼 첨단 기술·최신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비용 반영이 제한적일 뿐 아니라 기술·품질 등에 대한 차별성 강조나 원가절감 유인이 적어 주택산업 선진화를 저해시켰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건설사 또한 분양가상한제의 피해자가 됐다. 건설사들은 실제 비용 대비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건축자재에서부터 시공 방식까지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으며, 원가절감에 실패한 건설사들은 부도의 길로 접어들었다. 실제로 2012년에는 대기업을 포함한 건설사 21곳이 경영 악화로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다.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킨 결과 주택 공급 악화라는 또 다른 악재가 만들어졌다. 건설시장 불황과 맞물려 주택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내 전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전세대란`이 7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2007년 주택 물량이 55만호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 후인 2011년에는 15만호로 50%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인해 무주택자들의 전세 수요 급증은 전세대란을 심화시켰다.
정부는 전세대란의 해결책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가격통제 정책으로 전월세 가격 안정이라는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서는 지금 당장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분양가가 오르고, 주변 집값도 상승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높지 않고, 주변 가격에 대한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저렴한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 공급이 지속되고 있고 미분양 적체 등을 고려한다면 가격 불안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폐지는 `눈 가리고 아웅`… 폐지 시 조합원 미분양 폭탄 맞을 수도
이와 달리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그저 건설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민원 해소 외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지방의 한 혁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하던 A건설은 본보기 집 개관을 앞두고 돌연 분양을 연기했다. 한 광역의원이 `분양가가 너무 높다`며 더 내릴 것을 줄곧 요구한 데 이어 해당 지자체도 이에 동조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결국 지자체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A건설 관계자는 "투입된 비용만큼 가격을 받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가격을 낮추라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책정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오랫동안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 분양가가 높으면 분양이 되지 않으므로 분양가를 높게 설정할 수도 없다"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자율화됐던 1982년과 1998년 이후 예외 없이 가격 폭등이 일어나 시장 혼란을 야기한 전례에 비춰 볼 때 분양가상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분양가상한제가 자율화되면 또 다른 분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예외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개발 등 호재로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에 다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런 반발과 저항을 무릅쓰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건설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그들은 주택 가격이 급상승 국면에 들어서면 규제 조치를 시행한다 해도 가격 상승을 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예외적인 경우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판단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그저 부동산시장 침체기로 인해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는 재개발·재건축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다수의 재개발 정비사업조합 측에서 "일반분양분의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어 사업성이 안 나온다"며 "이를 폐지하면 일반분양 수익이 증대돼 사업성이 개선된다"고 주장, 제도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리는 분양가가 상승해도 분양 세대수 변동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논리로서 실제 시장에서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 수도권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최대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일반분양가를 올리더라도 분양 호수는 줄어 그 수입은 예상과 다를 게 없다. 또한 미분양에 따른 부담은 시공자가 사업 방식을 지분제에서 도급제로 변경하는 시점에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오게 된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재개발 미분양으로 인해 조합과 시공자 사이에 벌어진 분쟁의 양상을 볼 때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찬반 논의에 우왕좌왕하기보다 세밀한 대책 마련이 먼저"
사실 정부나 건설업계뿐 아니라 부동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을 살리기 위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측은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대한 시그널을 보냄으로써 거래 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시그널이 부동산 거래량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 주택 가격과 주택 거래량이 하락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분양가가 더 낮아져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 없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재개발·재건축이나 신도시 개발 등 개발사업이 있을 때마다 고(高)분양가가 주변 지역 주택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자산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관련 업계 종사자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따라 발생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측·논의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한 후에 폐지를 논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언급됐듯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인해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미분양 부담이 커지면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어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했던 조합원들이 그 부담을 다 짊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앞서 미분양으로 인한 모든 부담을 조합원들이 지게 하는 현재의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개선해 미분양에 대한 부담을 시공자와 조합이 분담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정부나 지자체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논란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사실 현재 수요가 늘고 있는 주택 유형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라 아파트가 아닌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임대 목적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이다. 하지만 부족한 공급량 때문인지 현재 이 같은 주택은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내야 살 수 있다.
이는 이 같은 주택들이 지금 당장 월세와 보증금 등에서 정부의 관리와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히려 이런 주택에 대한 분양가 혹은 임대료 수준에 대한 별도의 규제 신설이 요구된다.
아울러 당장 제도 찬반 논의에 휘말려 고민하기보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보다 세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건 사실이나, 사실 하나의 제도를 폐지하거나 추진할 때 늘 나타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는 `누구 의견이 잘못됐다`, `이건 분명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안 된다`는 논리가 아닌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하거나 폐지 후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힘써 국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다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무료유료
스크랩하기 공유받기O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