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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관리제 허상 드러났는데 미련 못 버리는 서울시
repoter : 이경은 기자 ( ruddms8909@naver.com ) 등록일 : 2014-09-19 10:00:53 · 공유일 : 2014-09-19 13:03:45


[아유경제=이경은 기자] 지난 3일 서울시가 제16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동구의 요청에 따라 관내 고덕2-1지구와 고덕2-2지구의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해제(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서울 시내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 구역 중 알짜로 꼽히던 고덕2-1·2-2지구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이 지역은 사업 초기부터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적용해 관리해 온 사업장으로, 사업이 무산됨에 따라 공공관리제의 실효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시범사업장 대부분 사업 지연으로 `속앓이`
"실태조사 후 사업성 좋다던 고덕2-1지구는 뭔데"
공공관리제는 정비사업의 뿌리 깊은 문제였던 불법 금품 수수, 불투명한 자금 집행에 따른 주민 갈등 등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지자체장이 공공관리자가 돼 사업시행자의 사업 추진을 돕는 제도로, 2010년 7월 서울시가 처음 도입했다. 공공관리제 도입 당시 많은 사업장에서 반대 의사를 내보였지만 서울시는 타 지역과 달리 조례를 통해 공공관리제를 의무화했다. 이어 성동구 성수동 일대 4개 구역을 시 예산 10억원을 들여 1차 시범사업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으로 지정된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는 2011년 2월 구역 지정 이후 사업 진행에 큰 진전이 없는 상태다. 추후 선정된 2·3차 시범사업장에서도 사업이 중단되거나 지정 해제가 이뤄지면서 공공관리제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져오게 만들었다.
여기에 최근 고덕2-1지구와 2-2지구가 해제되면서 공공관리제를 바라보는 도시정비업계의 시선은 한층 더 불편해졌다. 시범사업구역도 아닌 2개 지구의 해제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는 이유는 과거 서울시가 고덕2-1지구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공공관리제를 홍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구역은 서울시의 실태조사를 통해 나온 비례율 평균값이 128%로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비례율은 정비사업조합(이하 조합)의 조합원이 자신이 보유한 토지·건물 가치를 어느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으로, 서울시가 지난해 초 정비사업 출구전략 중간 평가 당시 8개 구역의 평균 비례율이 6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덕2-1지구는 사업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인 셈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관리제뿐 아니라 서울시가 진행하는 실태조사도 믿을 게 못 된다"며 "이번 정비구역 해제로 인해 주민들끼리 알아서 잘 진행하던 고덕2-1지구에 서울시가 공공관리제 홍보를 위해 숟가락을 얹음으로써 밥상이 엎어진 꼴이 됐다"며 공공관리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고덕2-1지구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관계자 또한 "공공관리제로 조합 운영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정작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한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이는 결국 공공관리제가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 출구전략 그 자체라고 자인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현장 어려움엔 귀 닫으면서 제도 포장엔 `앞장`
도입 4년간 시공자 선정 소수 그쳐… 비리는 여전
최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공공관리제 자율화 의사를 내비추자 서울시는 지난 7월 7일 `서울시, 올해 15개 구역 공공관리로 시공자 선정`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 공공관리제를 통한 시공자 선정이 올해만 15개 구역(5개 구역 선정 완료, 10개 구역 선정 중)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사업 본격화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시기에 맞춰 시공자 선정을 했을 뿐 딱히 공공관리제로 인해 시공자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거나 하진 않았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특히 2013년엔 외려 공공관리제 시행 이후 시공자 선정 물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과대 포장해 홍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본보가 2010년 10월 공공관리제가 전면 시행된 후 올 현재까지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곳을 집계한 결과 ▲강남구 대치국제(재건축) ▲강남구 상아3차(재건축)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재건축) ▲강북구 미아3구역(재개발) ▲노원구 태릉현대(공릉1구역·재건축) ▲동대문구 대농·신안(재건축) ▲동대문구 대명연합연립(재건축) ▲동작구 사당2구역(재건축) ▲마포구 망원1구역(재건축) ▲서대문구 가재울6구역(재개발) ▲서초구 방배3구역(재건축) ▲서초구 방배5구역(재건축) ▲서초구 삼호가든4차(재건축) ▲서초구 서초우성3차(재건축) ▲양천구 목1구역(재건축) ▲종로구 무악2구역(재개발) 등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공공관리제 시행 이후 시공자 선정에 성공한 사업장이 연평균 5곳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공공관리제 이후 건설사들이 들러리를 내세워 입찰에 참여하는 사태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공관리 심의 등으로 인해 시공자 선정 기간이 늘어나면서 입찰마감을 하기도 전에 이미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건설사가 대략 결정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서로 담합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주장하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각 언론사들이 건설사들의 입찰 담합을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하고 있다.
이에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초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는 공공관리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공공관리제를 자율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정비사업에 있어 부정부패는 건설사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가 공공관리제 도입 당시 강조한 투명한 정비사업이 최근 들어 조합 측 비리로 얼룩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2006년 3월 1억5000만원이 든 사과 상자를 받은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3구역 한모 조합장과 2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송파구 거여2-2지구 최모 조합장과 건설 브로커 2명 등 5명이 구속됐다. 이외에도 조합장 선출을 둘러싼 부정부패 의혹과 조합 운영비 사용을 둘러싼 의혹은 끝도 없이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각에선 "도시정비업계의 부정부패를 단속하기 위해 공공관리제를 도입한다고 했던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 서울시가 무슨 수를 동원해도 이 같은 비리는 발생할 것이다. 부정부패는 개별 조합원 양심의 문제이지 서울시가 손을 쓴다고 해서 나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편에선 조합의 비리가 발생하는 데 되레 공공관리제가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거 조합설립인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해 사업 자금을 대여받던 구조를 공공관리제를 통해 시공자 선정 시기가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바뀌면서 여러 조합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 시공자 대신 융자 지원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충원해 준다 했지만 매 분기마다 서울시가 내놓는 예산은 조합과 추진위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2일 서울시는 약 1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2014년도 하반기 정비사업 융자 지원 공고를 냈으나, 이는 수백 곳이나 되는 추진위·조합에 융자 지원을 해 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이처럼 서울시가 빌려 주는 운영 자금이 바닥나거나 융자를 못 받아 사업을 중단한 조합만 현재 약 50여곳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도시정비업계에서는 "획일적으로 운영되는 공공 융자 지원금 대신 시공자 선정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공자 선정 시기는 앞당길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공지원제` 변경 놓고 국토부와 또다시 대립?
서울시 "제도 무력화… 시공자 선정 시기 못 바꿔"
한편 지난 1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 방안(이하 9·1대책)`을 발표했다. 9·1대책에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는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담겨 있으나 도시정비업계는 그 무엇보다 공공관리제도가 `공공지원제도`로 바뀌고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원할 경우 사업시행인가 이전에도 시공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에도 국토부는 `주택·건설업계 조찬 간담회`를 통해 공공관리제도에 관한 자율화 추진 의사를 밝힌바 있으나 서울시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 두 기관 간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6월 공공관리제 자율화에 대한 서울시의 반대 의견을 수용해 공공관리제를 유지한 채 주민 과반수가 원할 경우 시공자 선정 시기만 조율하는 `주민선택제`를 추진했으나 서울시는 `공공지원제`라는 명칭 변경은 제도의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에 수용 의사가 있지만 시공자 선정 시점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시청 재생지원과 회의실에서 시 관계자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소수의 조합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시·조합장(공공관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요 논의 사항은 공공관리제 적용에 따른 문제점 및 애로 사항 청취로 ▲절차, 융자 지원 조건 및 한도 ▲제도의 장단점, 개선 사항 ▲공공관리선택제(사업 촉진 효과 및 예상 시 문제점) 등이 다뤄졌다.
이를 두고 일선 현장에서는 "시범지구를 중심으로 간담회 자리를 마련한 서울시의 `꼼수행정`이다", "공공지원제에 대응하기 위한 간담회를 마련해 얄팍한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등의 비난을 보내고 있다. 덧붙여 "엄연히 조례보다 상위 규범인데 이를 왜 무력화시키는지 모르겠다. 잘 진행되던 제도도 아니고 관련 사업장에서 강력히 개정을 원하는 제도인데 이를 거절하는 것은 서울시가 다른 뜻(출구전략 등)이 있어 공공관리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공공관리제는 도입 당시부터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실용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에 도시정비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이 주택시장이 침체돼 있는 시기에 요구되는 정책은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현장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도시정비업계에 공공관리제처럼 경직돼 있는 체제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현장과 시장의 상황 등에 따라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공관리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선택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공공관리제의 허점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포장하기에만 급급한 서울시가 과연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공공관리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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